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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8개월 28일 밤
살만 루슈디 지음, 김진준 옮김 / 문학동네 / 2020년 12월
평점 :
살만 루슈디의 자~앙~펴~언~ 소설.

소설에 택을 이렇게 많이 붙인 적이 있었던가 싶을 정도로 덕지덕지 붙이며 읽었다. 공상이며 환상이지만 언제 어디선가는 정말 그랬을 것 같은 장면이 그려진다. 상상력을 충분히 자극했던 이 소설은 '천일야화'의 신화적 세계관을 바탕으로 전개된다.
'천일야화'는 '아라비안나이트 Alf Lailah and Lailha'로 알려진 이 이야기는 우리가 알고 있는 '알리바바와 40인의 도적', '알라딘', '신밧드의 모험' 등의 모음집이라고 하면 되겠다. 하루에 이야기 하나씩을 풀어내며 살아남는 왕비가 주인공처럼 등장하지만 사실 천일야화의 주인공은 그 사람들이었을 것이다.
이 책도 마찬가지다. 단지 다른 점이라면 이야기를 풀어내는 성별이 남자라는 것 정도.
한결같이 귓볼이 없는 아이들을 주렁주렁 낳은 두니아는 본래 다산성 체질이다. 누군가는 요정이라고, 또 다른 누군가는 마족이라고 부르는 걸 보면 여하튼 사람은 아니다. 하지만 인간 남자를 만나 사랑을 하고많은 후손을 남긴다. 이들은 자손의 자손의 자손의 자손의 자손... 을 낳는다. 자손을 한두 개쯤 더하거나 빼야 할지도 모르지만 여하튼 인류 위협 시기에 함께 공존한다.
어쩌면 우주가 10차원일지도 모른다는 주인공의 말에 이 책의 스케일을 따라잡기에 내 상상력이 부족하지 않을까... 싶었다. 내가 머릿속에서 그려내는 인류를 위협하는 장면은 너무나 끔찍하고 소란스러웠지만 작가는 오히려 고요한 지금 악몽이라도 꾸게 되기를 바란다고 한다. 후덜덜.
두려워하라. 내가 삼라만상을 불사르며 심판하리라.
38쪽
그로부터 2년 8개월 28일이나 괴이한 일이 이어졌다. 이 기간은 천일 하고도 하루다. 천일야화보다 하루가 더 있는 신기하고 이상하고 꽤나 섬뜩한 이야기이다. 모든 종교가 함께 녹아 있는 것 같으면서도 그 어떤 종교와도 겹쳐지지 않는 것 같았다.
인간이 마신과 마주쳐서 두려움에 떨며 한다는 말이 고작 "원하는 게 뭐요?"였다. 마신은 그 질문을 친절하게도(?) 수정해 준다.
"틀렸어. 당신이 원하는 게 뭐냐는 거지. 당신은 내 소원을 들어줄 수 없어. 오히려 내가 당신의 소원을 들어줄 수 있지."
이렇게 나약하고 작은 인간이 인류를 지켜내는 이야기가 장장 천일 하고도 하루가 되며, 420쪽에 달한다. 천일야화의 샤흐라자드가 살아남았듯이 우리도 살아남았다. 광기로 가득한 마족들과의 전쟁이 마무리되자마자 나는 그 통로를 막아버렸다. 작가의 바람인 악몽은 꾸고 싶지 않다.
https://blog.naver.com/cau9910/222220108278
* 출판사에서 제공한 책을 읽고 솔직하게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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