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자의 집 청소
김완 지음 / 김영사 / 2020년 5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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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서평은 신청한 이유는 특별한 서비스가 궁금했기 때문이다.

일본의 사회복지제도를 공부하다가 '고독사' 혹은 '고립사'를 알게 되었다. 홀로 쓸쓸하게 맞는 죽음. 그들의 국민성에 오지랖이란 기대할 수 없기에 고독사 뒤에 사후 정리를 해 주는 서비스가 성행할 정도라는 글을 읽었다.

슬프고 무섭고를 떠나 그냥 낯설었다.

고독사도 그리 친숙한 단어가 아니었고, 그 뒤의 수순들도 생경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우리나라라면?' 이라는 생각을 한지가 벌써 이십 년도 넘었다.

이십 년 전의 그 기억이 스멀스멀 올라와 서평을 신청하게 되었고, 읽었다.

생각보다 잘 읽혔다.

읽으면서도 생각했다. 왜 잘 읽히지?

너무 궁금해서 작가님을 검색해 봤다.

 

https://tv.naver.com/v/13868439

 

 


 

 

말씀도 잘 하시고,,,,

원래 작가님이셨구나...

그래서 글이 부담이 없었나보다.

이 책의 문장들은 책의 주제에 맞게 씌여졌다.

담백하다기보다는 건조하고, 소박하기보다는 스산했다.

때론 촉촉한 문장들도 있었지만 견딜 수 없는 건조함을 달래 줄 정도였다.

사랑이 넘치는 소설이었다면 일찌감치 던져버렸을 문장들이지만.

죽음에 대해 그리고 죽음과 맞닿아 있는 삶에 대해 조용하게 알려주는 이 글을 나는 읽고 또 읽었다.

 

 


주로 가난한 이가 혼자 죽는 것 같다. 그리고 가난해지면 더욱 외로워지는 듯하다. 가난과 외로움은 사이 좋은 오랜 벗처럼 어깨를 맞대고 함께 이 세계를 순례하는 것 같다.

현자가 있어, 이 생각이 그저 가난에 눈이 먼 자의 틀에 박힌 시선에 불과하다고 깨우쳐주면 좋으련만.


가난한 자의 죽음, 47쪽

 

 

가난과 외로움에 대해 내가 무슨 할 말이 있으랴.

다만 이 문장을 첫번째로 선택한 것은 얼마전부터 듣기 시작한 아빠의 이야기 때문이다. 친정 아빠의 어린시절은 가난과 배움에 대한 허기짐으로 점철된다. 이번에 알게 된 것인데 할아버지는 강제징용으로 끌려가셨다가 일본에서 탈출을 하셨다고 한다. 아마도 아빠도 본인의 아버지에게 자세한 이야기는 듣지 못하신 것 같다. 사랑하는 할아버지에게 그런 아픔이 있었다고 생각하니 눈물이 절로 났다.

가난, 외로움, 강제징용, 인권,,,, 이런 낱말들을 내 입에 올리기에 나는 너무 잘 살고 있지 않은가...

 

 


그들은 당신을 사랑했습니다. 그것은 아마도 아직 당신이 살아 있을 때, 병에 걸려 고통 받으면서도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만은 절대 잊지 않았던 사람이었기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사랑하는 영민씨에게, 129쪽

 

 

그래서 '당신'은 소중하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을 잊지 못했기에 그렇게 외로운 죽음을 맞이할 수 밖에 없었을...

 

 


죽은 사람의 집을 청소하는 일은 눈에 보이는 뚜렷한 무언가를 만들어내지 않는다. 그때 그곳에서 일어나는 일을 목격하는 것 말고는 세세한 과정을 확인할 방법이 없다. 경제학의 딱딱한 정의에 얼추 들어맞는다. 생산품 하나 없이 그저 그 시간 동안의 행위로만 존재하는 일, 만들어내기는 커녕 그나마 남아 있는 것조차 그 자리에서 사라지게 하는 괴상한 서비스가 내가 하는 일이다.

식탁을 치우는 자가 특별한 자가 아닌 것처럼 특수청소업 종사자 역시 서비스를 제공해서 수익을 내는 지극히 평범한 사람이다.


특별한 직업, 135쪽

 

 

작가의 인터뷰를 보면 글쓰기와 청소는 닮았다고 한다. 그리고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작가가 이 글을 쓰면서 많은 것을 쏟아내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우리가 알 수 없는 비움의 작업이 오히려 작가의 내면을 꽉꽉 채우지 않았을까... 그 채워짐으로 인해 작가님이 힘들지는 않았을까 걱정하던 차였는데.

인터뷰를 보니   [[ 특수청소업 - 글쓰기 - 청소 ]] 가 연장선상에 있는 것 같아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다. 정말 다행이다. 김완 작가님이 계셔서 다행이다. 본인의 직업을 고귀하다고 알려주셔서 감사하고, 글쓰기로 그 작업의 고단함을 알려주셔서 감사하고, 평범해서 감사하다.

 

 


어째서인지 인간의 마음도 더러운 화장실 청소처럼 얼마간 곤욕을 치르고 나면 잠시나마 너그러워지고 밝아잔더. 평소 우울감에 시달려 단순하게 행복해지는 방법을 찾는 사람에게는 무엇보다 화장실 청소를 추천하고 싶다. 그 화장실이 더럽고 끔직할수록 더 좋다.


화장실 청소, 221쪽

 

 

다행이다....

나에게 우울감도 더러운 화장실도 아직이라서.

 
https://blog.naver.com/cau9910/221990307792https://blog.naver.com/cau9910/2219903077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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