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의 수업 - 나와 세상의 경계를 허무는 9가지 질문
김헌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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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헌 교수님의 책.

나와 세상의 경계를 허무는 9가지 질문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었는가!

나는 9가지 질문을 만나면서 과연 내가 어떤 답을 내놓을지 궁금했다. 혹은 내가 답하지 못하는 질문이라도 있을까봐 책에 대한 약간의 두려움까지 느꼈다.

책의 표지에 있는 이 문장 때문이었다.

 

 

 

 

문명의 근원 그리스 로마로 꿰뚫는 놀라운 통찰


천년의 수업

 

 

학교 다닐 때는 역사가 그렇게도 싫고 어렵더니 40을 훨씬 넘긴 지금 역사가 궁금하고 재밌다. 그래서 읽고 공부하기 시작한 내가 이 책을 만난 건 어쩌면 우연이 아닐 수도 있겠다.

 

 

 

들어가기 전에 : 어떻게 질문할 것인가?


팩트 체크부터 에포케까지

 

 

그리스인들이 가치를 판단하는 세 가지 방법은 이익과 손해, 옳고 그름, 아름다움과 추함에 대해 물음표를 던지는 것이었다.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자본주의에서 이익과 손해를 따지는 것은 이렇게 굳이 기준으로 내세우지 않아도 본능적으로 숙지하고 있는 것이다. 한 단계 더 나아가 옳고 그름은 그야말로 가치에 관한 것이라 여기서부터  "음...." 이라고 효과음을 넣게 된다. 게다가 마지막 기준의 아름다움은 미적 아름다움이 아니라 그야말로 완벽한 아름다움을 판단해야 한다.

이렇게 어려운 판단을 위해 심사숙고 할 수 있는 장치를 넣어 놓았다. 바로 <에포케>이다. '에포케'는 언제나 일관되게 옳고 그른 것도, 좋고 나쁜 것도 없으므로 매사에 성급하게 판단하지 말고 신중하게 판단을 유보한다는 것이다.

이 시급한 판국에? 진짜로? 팔짱끼고 생각해 보겠다고?

"네. "

어쩌면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우리가 독서를 하는지도 모르겠다. 심사숙고 하려고.

나의 인생에서  마주하고 있는 질문에 대한 답을 내놓으려고 이렇게 치열하게 책을 읽고 있을지도...

 

 

 

 

첫번째 문 : 나는 누구인가?


세상을 향항 질문의 시작

 

 

'내가 누구인가를 묻게 되는 순간'이 언제였던가?

이 부분부터 나는 '수 많은 나' 중의 '엄마'로서의 나를 마주하게 되었다. 나에게는 그 순간이 엄마가 된 바로 그때였기 때문이었다. 물론 내가 치열하게 공부하고, 일하면서 나에 대한 고민을 했다. 많이 했지만 엄마로서의 고민은 차원이 달랐다. 많은 워킹맘들이 했을 고민.

... 일 vs 가정 ...

책을 덮고 지금의 나를 만들어 준 아이들을 찾아 보았다.

 

 

 

 


다시 자리로 돌아와 책을 들었다. 이 책을 읽고 책꽂이에 잘 꽂아 놓아야겠다는 결심을 했다.

아이들도 분명 마주할 질문을 위해서.

자신을 알아야 하는가? 그게 꼭 필요한가? 너 자신의 진실을 감당할 수 있는가?

이런 질문들을 마주할 나의 아이들이 용감하게 헤쳐나가기 위해 필요한 말들이 들어 있는 책이다.

너 자신을 알라. 너 자신을 안다고 착각하지 말라.

 

 

 

 

 

두 번째 문 : 인간답게 잘 산다는 것은 무엇일까?


세상에 새겨 넣는 나의 무늬

 

 

그리스를 정복한 로마. 하지만 우리는 '로마 신화'라 하지 않고 '그리스로마 신화'하고 한다. 군사력 최강이었던 로마가 그리스를 정복하긴 했지만 그 정복은 물리적인, 허물뿐인 것이었다. 그리스는 정신적인 면에서 로마보다 상당히 앞서 있었으며 이는 로마를 정복한 것이나 다름 없었다. 로마의 신화까지 접수해버린 그리스 신화. 해서 나라의 이름은 로마였으나 그들의 정체감은 그리스였다. 이것이 바로 인문학의 힘이다.

인간답게 잘 산다는 것은 인간의 정체성을 찾는 것이므로 정체성을 위한 고민, 즉 인문학에 대한 고찰은 끊임 없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결론이다.

그 고찰의 과정에 사용되는 장치가 로고스. 소크라테스가 강조했던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힘을 발휘하는 로고스.

로고스의 능력을 가진 자만이 세상에 무늬를 새겨 넣을 수 있다. 굉장히 거창하게 들리지만 이 글을 읽고 있는 그 자체만으로도 우리의 세상에 굵은 자국을 남기고 있는 것... 이라고 생각한다.

 

 

 

 

 

세 번째 문 : 우리는 도대체 무엇을 위해 이토록 치열하게 사는가?


삶과 죽음의 아이러니

 

 

우리의 삶은 죽음이 있기에 빛난다. 죽음이 없는 삶, 영생을 약속받은 신화의 주인공들은 하나 같이 그 '유혹'을 뿌리치고 치열하게 살아간다. 조금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살아간다기 보다는 영생보다 죽음을 선택한다. 그것이 더 의미있는 삶이기 때문이다. 그 삶은 치열하면 치열할수록 존재의 의미가 강력해진다.

죽음으로 인해 또렷해지는 삶의 가치를 내 안에 품고 살고 있다.

가슴이 벅차오르는 죽음과 삶의 하나됨에 네 번째 문을 연다.

 

 

 

 

 

네 번째 문 : 어떻게 살아야 만족스럽고 행복할 수 있을까?


인생이라는 영화에서 멋진 주인공이 되기 위해

 

 

점점 아이들에세 이 책을 들이밀어야 할 이유가 확실해지고 있다.

우리는 지금 획일화된 성공의 기준을 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나는 아닙니다. 나는 내 기준대로 살고 있습니다."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나도 순간순간 나를 붙잡는다.

사실은 어젯밤 대화를 나누었던 동생의 딸이 전교 1등을 했다는 소리에 나는 진심 너무 부러웠다. 나의 아이들도 1등 할 수 있을까? 아니... 1등 했으면 좋겠다.

하지만 동생과 헤어지고 나서 나는 고개를 세차게 흔들었다. 나를 붙잡기 위해.

"성공의 기준은 네 안에 있다."

"너의 시간은 온전히 너의 것이야. 그러니까 네가 주인공이 되어서 잘 살아봐."

다른 사람의 눈에 내가 멋있게 보이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그보다 먼저 스스로가 멋있어야 한다.

내가 주인공이고, 나의 세계는 내가 만들어가는 나의 역사니까.

 

 

 

 

 

다섯 번째 문 : 세상의 한 조각으로서 나는 무엇일 수 있을까?


개인은 미약하나 시민은 강하다

 

 

아무도 아닌 줄 알았던 한 사람, 한 사람이 모여 단합하면 큰 변화를 이뤄낼 수 있다는 믿음을 우리는 이미 경험했다. 역사에서 수많은 증거들을 찾을 수 있지만 바로 우리 눈 앞에서 펼쳐졌던 춧불의 힘을 이 책에서도 이야기하고 있다. 더 좋은 세상을 만들어가려는 시민의 힘. 그 힘의 원천은 미약한 개인이다.

 

 

 

 

 


여섯 번째 문 : 변화하는 세상에서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교육에 대하여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교육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가? 교육은 더 나은 세상을 만들 뿐 아니라 무엇보다도 사람을 만드는 기능이 있다. 사람을 사람으로서 완성시키는 교육.

이렇게까지 이야기가 나오면 우리나라의 주입식 교육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이 등장하는 것이 매우 당연한 수순이다.

어느 프로그램에서인가 경우에 따라서 주입식 교육이 필요하다고 했다. 나도 동의하는 바이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경우에 따라서'이다. 나도 수능으로 대학에 갔고 우리 아이들도 큰 일이 벌어지지 않는 한 그럴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아이들에게 대학을 못 가면 어떠냐고, 인생은 어차피 한 치 앞으로 모르는 거니까 지금 네가 좋은 걸 하면서 살면 계속 좋을 것이라고 말한다.

나는 용감한 엄마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 나서 더 용감해지려고 한다.

프랑스의 고등학교 졸업 자격시험인 '바칼로레아'는 해당 주제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고 글로 쓴다. 수능에서는 내 생각이 들어가면 안 된다.

"아들아. 너의 생각이 아닌 출제자의 의도를 생각해야 해."라고 아이에게 말하면서 나는 좌절했다. 더 좌절한 것은 우리나라에서 프랑스의 바칼로레아 시험을 주제로 논술을 가르치는 학원이 있다는 것이다. 헐.

내가 언제까지 용감할 수 있을지 나도 잘 모르겠다. 가끔은 흔들리기도 한다. 하지만 아직까지 나는 용감한 엄마다.

 

 

 

 

 

일곱 번째 문 : 평범한 우리들의 이야기는 역사가 될 수 있을까?


역사의 발전을 위해 우리가 넘어야 할 것

 

 

그리스로마 신화의 우라노스와 크로노스는 아들이 아버지를 죽이고 세상을 지배한다. 할아버지와 아버지처럼 세상을 다스렸다가는 자기도 그렇게 될 것이 뻔했던 제우스는 고심에 고심을 한다. 그래서 내린 결론은 우리가 배워야 할 역사의 발전을 위한 키포인트가 된다. 새로운 세대들을 억압하는 것이 아니라 기회와 역할을 부여함으로써 권력의 평형을 유지하게끔 했다. 아래로는 새로운 세대를 포용했고, 위로는 기존 세대의 존재감을 널리 알렸다. 그럼으로써 본인의 지지기반을 다지고, 권력의 정당성을 다졌다.

신화에서 배워야 할 점이 바로 이런 것이라고 김헌 교수는 알려준다. 제우스가 한 것처럼 우리도 할 수 있고 해야한다. 그럼으로써 우리는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앞으로 나아가는 그 과정에서 넘어지기도 하고, 길을 잃을 수도 있을 것이다. 실패 없이 얻어지는 것은 없다.

실패 없이 얻는 것은 그야말로 실패다.

우리는 실패의 가치를 믿어야 한다. 돌이켜보면 누구나 이불킥하는 흑역사가 있지 않은가! 그것을 통해 내가 배운 것. 그것이 바로 실패의 가치이며 그것들이 모여 역사가 발전된다면 너무 오버일까?

 

 

 

 

 


여덟 번째 문 : 타인을 이해하는 일은 가능한가?


갈등을 넘어 화합으로 가는 길

 

 

우리를 묶어줄 수 있는 이야기는 무엇인가? 우리가 하나라고 연대의식을 느낄만한  그런 이야기. 나는 갑자기 단군신화가 생각났다. 서양문화의 근본이 그리스로마 신화라면 우리는 아마도 그쯤 되지 않을까. 단군이 되어도 좋고, 단군의 할아버지가 되어도 좋을만한 우리가 묶일만한 것. 옛날 옛날로 올라가지 않아도 우리는 현대사에 많은 역사의 아픔을 가지고 있다. 그것들도 우리의 이야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 안에서 내가 너를 이해하고 네가 나를 이해하는 것이다. 서로를 이해하고 배려한다면 우리는 화합할 수 있다. 타인을 이해하는 것은 이성과 감성이 모두 필요한 일이다. 앞서 이성에 대한 설명은 길게 하였으며 이제 공감의 바탕까지 갖추었으니 이 책을 마무리하는 일만 남았다.

 

 

 

 

 

아홉 번째 문 : 잘 적응하려면 무엇을 공부해야 하는가?


고전과 인생의 상관관계

 

 

고전을 인생의 사용설명서라고 비유한 부분에서 나는 "아~~" 감탄했다. 무언가를 구매하면 따라오는사용설명서를 나는 잘 읽지 않는다. 알고 있거나, 귀찮거나, 그냥...

고전도 그렇다. 들어본 제목이거나 읽기가 귀찮거나, 그냥 고리타분할 것 같아서 쉽게 들지 못하는 고전.

하지만 그 안에 있는 삶과 행복과 배움은 나와 우리에게 소중한 자산이 될 것이다.

내가 하는 말이 아니라 김헌 교수님이 그러셨다.

9장에서 만난 띵~!문장으로 리뷰를 마무리한다.

 

 


죽음이 두려운 사람은 살려고 한다. 그러나 삶이 두려운 사람은 죽으려 한다.

그런데 죽어도 없어지는 것이 아니고 어떤 식으로든 존재한다면, 죽음은 삶의 문제에 대한 해결이 되지 않아 고민에 빠지게 된다.


306쪽, 키에르케고르

 

 
https://blog.naver.com/cau9910/2219387033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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