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광주. 생각. - 광주를 이야기하는 10가지 시선
오지윤.권혜상 지음 / 꼼지락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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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를 이야기하는 10가지 시선.

카피라이터 오지윤과 아트디렉터 권혜상이 광주에 대한 10가지 시선을 담아낸 책이다.

그 10가지 시선을 읽기 전에 나는 광주에 관한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점검할 필요가 있었다.

그러고보니 나는 광주에 한 번도 가보지 못했다.

나에게는 여행이라는 것이 그리 익숙한 개념이 아니라서 나는 그냥 집에 있는 사람이었다.

경상남도가 고향인 남자와 결혼을 했다. 시댁에 갔던 어느 명절.

 

 


우리 집에 가면서 목포 들렀다 갈까?


가까운 줄 알았다. 지도상으로 손가락 하나도 되지 않는 거리.

 

 

한반도의 중간 지점에 나고 자랐던 나는 경남과 전남은 그냥 함께 멀리 있는 곳이었다.

경남에서 왼쪽으로 10센티미터만 가면 전라남도니까.

그래서 가자고 했고, 아마도 신혼이었으니까 남편은 기분 좋게 나섰으리라.

우리가 간 곳은 목포였다.

목포로 갔었다는 기억 밖에는 없다. 가는 길이 멀고 힘들었다는 기억도 있다.

그 뒤로 전라도 쪽으로는 잘 움직이지 않았고, 움직일 핑계도 잘 생기지 않았다.

나에겐 그런 곳이었다.

학교교육을 받았을 대도 그냥 '그런 일이 있었다.'로 암기했던 나는 아이를 키우면서 알았다.

광주를 비롯한 민주화의 씨앗과 거름들을.

아이들과 나는 같은 시선에서 역사를 배웠다.

 

 

 

 


그래서 아이들이 먼저 읽었다.

인터뷰 형식이라 읽기 좋았고, 본인들도 생각해보니 광주를 한 번도 가 보지 않았다면서 여름이 지나면 광주에 가 보기로 했다.

나는 대답을 하면서 생각했다. 부디 내가 울지 말아야 할텐데...

그리고 작가님들의 프롤로그를 발견했다.

 

 

https://brunch.co.kr/@optissi89/24

 

 

역시.

인터뷰 질문들이 거창하지도 않았고, 아름답지도 않았지만 마음씨 좋은 사람들 일 것 같다는 생각을 했었다. 브런치 홈피에서 발견한 이 그림을 보니 역시 마음씨 좋은 분들이 확실하다는 결론을 내리고 이분들에 대한 선입관을 가지게 되었다.

 

 


이제 학생이 아닌 선생님이 되어서 아이들에게 5.18민주화 운동에 대해 가르쳐보니까 어때요?


--- 사실 수업할 때 울컥한 적이 있어요. 제가 그 시대를 겪었던 건 아닌데도요.

 

 

맞다.

나도 그렇다. 내가 겪은 것도 아니고 그 동네도 전혀 모르는 곳인데도 그 화면만 봐도, 글만 읽어도 울컥 울컥 속에서 솟구치는 슬픔과 마주한다.

아마 내가 대학교 다닐때에도 이런 느낌을 감당할 수 없어서 그 현실들을 외면하고 도서관으로 향했는지도 모른다. 기억이 잘 안나는 걸 보면 아무 생각 없이 도서관으로 갔을 수도 있다. 이 점에 대해 나는 아이들에게 공개적으로 반성한 적이 있다.

그래서 아이들이 광주에 가보자고 했을 때 들러야 할 곳이 생각났다.

http://518road.518.org/main.php

 

 


 

 

518오월길

오월인권길 5·18민주화운동의 열망이 담긴 사적지를 찾아가는 길 오월민중길 오월광장에서 뜨겁게 타올랐던 시민들의 발자취를 발견하는 길 오월의향길 오월정신의 역사와 교감하는 길 오월예술길 광주의 오월 문화·예술을 만나는 길 오월남도길 오월정신을 따라 새로운 여정을 만나는 길

518road.518.org
 

 

아이들과 약속을 추가하면서 주먹밥에 대한 상징도 되새겼다.

 

 


주먹밥이 되게 중요한 상징 같아요.


---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자발적이고 능동적으로 질서를 만들고 상부상조했던 5.18 민주화운동의 가치를 상징하는거죠.

--- 5.18민주화운동이 잔인하고 폭력적인 '사건'으로 다뤄져왔다면 그 안에 있는 '가치'에 대해 가르치고 싶어요, 이제.

 

 

'택시운전사' 영화에서도 송강호는 주먹밥을 보며 광주로 발길을 돌린다.

그런 상징이다. 잊지 말아야 할, 우리가 나누고 함께 추구해야 할 가치로서의 주먹밥을 기억해야 한다.

 

 


광주 혹은 전라도 출신이라는 이유로 들어본 말이 있나요?


--- 서울에 있는 대학을 다녔어요. 광주 출신이라고 하면 제일 먼저 "사투리 안 쓰네?"하고 신기해하죠. 출신에 관련한 농담도 많이 들었어요. 어디서 전라디언 냄새 나지 않냐고 묻던 친구도 기억나요. 아, 그리고 신입생 때 친구들이 "오늘 술 마시러 어디 갈까?" 이야기하고 있기에 "나도 갈래!"라고 말했는데, 한 친구의 답변이 참 인상 깊었어요.

"미안한데 오늘은 TK모임이어서 넌 안 돼."

 

 

이걸 인상 깊었다고 말하는 인터뷰이는 서울말이 더 편한 서울살이 7년차 광주청년이다. 나는 이 부분을 읽으면서 가슴이 답답했다. 이 조그만 나라에서, 다른 나라 도시 하나보다도 작은 나라에서 '전라디언'은 뭐고, 'TK'는 무슨 소용일까... 달리 생각하면 중동의 어떤 나라들은 이런 지역색으로 서로 총들고 전쟁도 한다. 그것보다는 낫기는 하지만 글쎄... 총 안 쏜다고 감사할 상황은 아닌 것 같고, 이걸 어떻게 극복해 나가야 하느냐가 관건이다.

5.18민주화운동이 아니었다면 우리는 지금 김정은, 푸틴, 시진핑, 아베,,, 또는 가난의 지배를 받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이렇게 대화를 나누다 보니까, 대한민국에서 민주주의에 대한 오해가 있기 때문에 민주주의를 이끈 도시가 같이 오해를 받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그런 생각도 들어요.


--- 맞아요. 민주주의도 아직 미완성이고 진행 중인 역사 같아요. 이 사회가 개개인이 각자의 목소리를 내는 것에 대해 여전히 부담스러워하는 것 같아요.

 

 

최근 있었던 선거를 돌아본다면 미완성이라는 것에 반대할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송구하기 짝이 없는' 미완성의 사태를 보았다. 광주에 대해 편견을 가지고 있는 것도 송구한 일이다. 각자의 목소리를 내자는 것은 혁명의 외침이 아니라 사회 구성원으로서 책임을 다하자는 말이다. 우리는 과연 우리의 책임을 다하고 있는지 생각해 봐야 할 대화이다.

서울에서 태어나 일산에서 자란 남자 페미니스트의 답변을 들어보자. 아니 읽어보자. ㅋㅋ

 

 


광주라는 도시가 대한민국에서 어떤 위치이길 바라나요?


-- 아직까지는 사람들이 한국 현대사를 인식할 때, 광주라는 도시 자체가 '사건'으로 기억되고 있는 것 같아요. 저는 시민들의 의식을 진일보시킬 수 있는 방법 중 하나가 광주를 '결정적인 모멘트'로 인식하는 데 있다고 생각해요.

 

 

형식적 민주주의라고 하는 지금의 체제를 진전시키기 위한 결정적인 모멘트로 인식해야 한다는 그 말이 젊은이의 말이라는 데 나는 기쁨을 느낀다. 내가 젊은이였을 때는 이런 의식이 확연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으로 확연히 구분되었었다. 어쩌면 나는 확연히 구분되기를 거부했던 회색사람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이 책은 너도 나도 누구도 어디든 있을 수 있지만, 우리가 적을 두고 있는 이 나라의 역사만큼은 바르게 인식하고자 한다.

나는 이 점에 있어 굉장히 희망적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의 시민성은 이미 높아져 있다는 것이 COVID-19로 인해 최근 증명되기도 했다. 그러므로 각기의 인식을 솔직하게 담아 낸 이 책의 진심이 그 어디든 닿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짧지만 의미있는 독서였다.

 https://blog.naver.com/cau9910/221925448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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