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의 집 짓기 - 이별의 순간, 아버지와 함께 만든 것
데이비드 기펄스 지음, 서창렬 옮김 / 다산책방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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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가 저지르는 실수에 대해 어렴풋이만 인식하고 있을 때의 인생이 가장 좋은 거라고 생각하곤 했으며,

 자신이 얼마나 무지한지 알지 못하는 젊은이의 위태로운 자신감으로 내가 남들보다 더 낫다고 믿었다.

 ​

 무지했던 내 존재는 나에게 올바른 정신으로 감히 시도조차 할 수 없었을 다양한 경험들을 허락해주었다.

 우리는 더듬거리면서 무계획적으로, 무모하게 세상을 알아가고 우리 자신을 알아간다.

 하지만 인생을 오래 살다 보니 나는 내가 저지른 실수들을 알아가는 일에, 그리고 그 실수들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며 밝은 빛 속에서 고민에 빠지는 일에 갈수록 커다란 흥미를 느꼈다.

 그 실수들에는 정보가 가득했다.


영혼의 집 짓기 341~342쪽

 

 

 


아빠의 작업실에서 볼 수 있을법한 공구들을 보자마자 나는 이 책의 매력에 빠져버렸다.

미리 고백하건데, 이 책을 읽으며 나는 나를 보았고 더불어 우리 아빠를 느낄 수 있었다.

미리 고백하는 이유는 혹여 작가님이 껄끄러워하실까봐...

작가님의 아버지에 대한 사랑과 신뢰에 대한 책인데 내가 오히려 그걸 인용해서 내 아빠에 대한 사랑과 신뢰로 둔갑시킬 것이기 때문이다.

엄마도 마찬가지다. 작가님의 아머니처럼 우리 엄마도 묵주가 참 많고, 애지중지 다루는 기도서도 많다.

 

 

 


늘 나에게 기도를 강조하며 기도서와 묵주와 여러 가지 것들을 주신다.

결혼한지 십수년이 지나니 이제 딸에게 주는 것보다 손주녀석들에게 더 많은 성물들을 주신다.

"너를 위한 거다."라는 마법과 같은 속삭임을 더하면 아이들은 정말 마법지팡이라도 되는 양 귀하디 귀한 물건으로 여긴다.

내가 어렸을 적 우리 엄마와 아빠는 정말 마법사 같았다.

뚝딱 하면 맛있는 밥이 나오고, 뚝딱 하면 내 책상과 의자가 만들어지니 말이다.

그 시간들이 켜켜히 쌓여 나는 우리 부모님이 마법사가 아닌 줄 알고 있다.

물론 우리 아이들도 할머니 할아버지가 마법사가 아닌 걸 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끔 나에게 고백한다.

"엄마~! 우리 할머니랑 할아버지는 진짜 신기해!"

이 예쁜 기억들이 아이들의 내면에 하나씩 새겨진다는 것이 너무 기쁘고 아름답고 감사하다.

 

 

 


하나씩 쌓이는 기억들이 나를 만들고, 우리를 만드는 것이리라.

그 기억에는 모든 감정들이 다 들어 있을 것이다.

하하하 웃었던 기쁨의 순간들, 눈물을 또르륵 흘렸던 슬픔의 순간.

그리고 세대를 가로질러 형성되는 유대감까지.

그중 슬픔은 콜라주....

코끝이 찡해지는 글귀였다.

 

 


미래는 현재를 뚫고 나가는 과거다.

그리고 과거는 그런 일을 결코 멈추지 않는다.

 

 

현재는 한꺼번에 던져지는 이미지들을 각자의 시각으로 새롭게 꾸미는 콜라주다. 그리고 과거의 조각들은 계속해서 던져진다.  끝없이...

그 연속성에 작가와 아버지가 있다.

 

 

 


작가는 아버지 자체와 아버지가 일하는 방식에 매료되어, 아버지를 흉내내면서 배웠다.

나는 이 장면에서 살짝 웃음을 지었다.

예전,,, 정말 예전 내가 대여섯 살 때의 기억이다.

나는 툇마루에 앉아 놀고 있었다.

탕~! 탕~! 탕~!

망치로 툇마루에 못을 박고 있었다.

우리 아빠는 목수였기 때문에 우리 집에는 각종 공구들이 엄청 많았다.

게다가 그 예전에는 장난감이라고 해봤자 종이인형 같은 것이었지만, 그마저도 우리집 형편에는 언감생심이었다. 그래서 다행인지 모르겠지만 마당에 널려 있는 아빠의 공구들이 나의 장난감이었다.

어른들은 나에게 못질 잘한다고 칭찬해 주셨다.

5살짜리 여자아이가 마루에 못을 박고 있는데도 말이다!

망치질을 할 때는 한 번에 내려지는 것이 아니라 따앙땅! 따앙땅! 치는 거라고 알려주시기까지 하면서.

그렇게 나는 아빠의 공구들과 함께 컸다.

 

 

 


자라면서 지금까지 아빠는 나에게 이런 존재였다.

이 글귀는 작가님이 아버지에 대해 쓴 것이지만 내가 살짝 가져오고 싶을 정도로 나의 느낌과도 비슷한다.

<< 우리 아빠의 독특한 통찰력과 경험에 바탕을 둔 우리 아빠의 설계는 나로서는 감당하기 힘들었다. 그것은 내 자동차의 작동방식이나 세종대왕의 뇌 같은 것이었다. 나로서는 완전히 이해하지는 못하지만 전적으로 신뢰한다는 뜻이다. >>

나의 경우 우리 아빠에 대한 신뢰는 정리된 작업장에서 출발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빠의 작업장에는 정말 없는 것이 없다.

30~ 40년이 된 것도 있으며 바로 얼마 전 엄마 몰래 구입하신 공구도 있다.

이걸 정리하는 아빠만의 방식이 있다.

바로 어제(2020년 3월 18일) 우리 아파트 재활용 코너에 있던 서랍장과 5단 책장이 아빠의 작업실로 실려 갔다.

아빠의 작업장에는 장농과 책장과 서랍장들이 즐비하다.

각 공간에는 정확한 이름표를 달고 있으며, 매우 세심하고 정교하게 분류되어 있어서 누구나 아빠의 글씨만 알아볼 수 있다면 정확하게 찾을 수 있다.

<< 올바른 연장과 정확한 정리 >>는 작업의 기본 중의 기본이라는 철학을 심어주신 우리 아빠.

 

 

 


그런데 이제사 말하지만 이 책의 요는 자신의 관을 만드는 것이었다.

작가는 어쩌다 대화의 주제가 된 '관'을 직접 만들기에 이른다.

자신의 관을 만들면서 아버지와 아버지의 공간, 아버지의 인생에 관해 글을 쓸 수 있었던 '데이비드 기펄스' 작가님.

나는 세상에 부러운 사람이 많다.

오늘로서 한 사람 더 추가되었다.

바로 '데이비드 기펄스'작가님.

본인의 아버지에 대해 이렇게 아름답고 진솔한 글을 쓸 수 있는 그의 능력이 부럽다.

관을 만드는 3년의 시간 동안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영혼과도 같은 친구 존을 보내고...

아버지도 돌아가셨다.

작가님의 아버지에 대한 존경과 사랑을 감히 보냅니다.

 

 


 나는 가을날 떡갈나무 같다.

 ​

 떡갈나무 이파리 죽어서 땅에 떨어진다

 내 몸 죽어서 땅으로 돌아가듯이

 ​

 그러나 떡갈나무 여전히 살아서 봄을 기다린다

 내 영혼도 그렇게 살아남아

 영원한 봄을 손꼽아 기다린다!


작가님의 아버지가 마지막으로 쓴 시

 

 

 https://blog.naver.com/cau9910/221861639009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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