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여 나가는 날 미래그림책 145
선자은 지음, 최현묵 그림 / 미래아이(미래M&B,미래엠앤비)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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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책을 받음과 동시에 질문도 받았다.

"엄마. 상여가 뭐야?"

 

 

 

 


상여는 할아버지 돌아가셨을 때 화장장까지 돌아가신 할아버지를 모시고 가는 큰 가마같은 거라고 했더니

"우리는 큰 버스 타고 갔잖아?"

그렇다 우리는 버스를 타고 갔다.

게다가 나는 하나 밖에 없는 며느리라 이것 저것 챙길 것이 많아 내 차를 가지고 따로이 움직였다.

그러니 나의 딸은 상여가 뭔지, 그리고 엄마와 같이 움직이지 않아 더 어색했던 분위기만 기억하고 있었다.

그래서 꼼꼼하게 읽어보려고 독전활동을 먼저 했다.

 

 

 


장례문화에 대한 책을 먼저 읽고 박첨지의 상여가 나가는 날을 읽었다.

박첨지의 상여는 아름다웠고, 가족과 문상객의 줄은 길고 슬펐다.

 

 

 

 


앞표지와 뒤표지가 한 폭의 그림같이 이어진 이 책은 펼치기도 전에 쓰다듬게 되었다.

전형적인 우리 나라 시골의 풍광을 배경으로 장례행렬은 요즘은 잘 볼 수 없는 장면이다.

하지만 우리가 기억해야 하는 이유는 우리의 일상생활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기도 하고, 전통문화를 잃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우리는 모두 알고 있다. 우리의 정체성을 잃는 것이나 다름없다. 일제강점기의 영화를 보며 우리가 부르르 떨며 애국심을 휘날리는 이유와도 일맥상통하는 것이다.

애국심까지 들먹이게 되는 이 무거운 주제를 아이들 읽기에 딱맞춤으로~! 너무나 재미있게 쓰신 작가님이 누군가 봤더니만,,,, 우리 집에 이미 여러 권 계시는 분이다.

 

 

 


글작가님과 그림작가님의 책을 봤네~ 읽었네~ 이건 모르네~ 하면서 면지를 넘겼다.

 

 

 

 


박첨지가 많이 편찮으셔서 자녀들이 주루룩 둘러 앉아 팔다리 주무르고 모두 걱정이 한가득인 장면이다.

그런데 나는 그 장면 뒤의 마당에서 약을 달이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우리 집 큰 아이가 어렸을 적 많이 약했었다.

그래서 약을 참 많이 해 먹였다. 그런데 한약은 정성이 반이라 했기 때문에 나는 직접 약을 달여 먹였기 때문에 저 일의 번거로움을 안다. 마당에 불을 지피지는 못했지만 주방에서 딱 저렇게 자기 약탕기에 한지를 돌돌 말아 뚜껑으로 덮고 죙일토록 지키고 앉아서 달이고 또 달여 아이에게 먹였었다.

두 손 모으고 간절하게 아버지를 위해 약을 달이고 있는 저 모습이 잘 표현되어 있는 것 같다.

 

 

 


장례문화에 대한 책인데도 생활도구에 대한 표현도 참 섬세하게 되어 있다.

족자와 화롯대와 붓과 지통. 그리고 문갑이 굉장히 자연스럽게 놓아져 있는 걸 보면 좋은 그림책임에 틀림없다.

 

 

 


박첨지는 자녀들의 정성과 걱정에도 불구하고 돌아가셨다. 장례문화에서 돌아가신 단계를 '임종'이라고 한다. 책의 곳곳에 이렇게 고딕체로 설명이 들어있어서 아이들과 이야기 나누기 딱 좋다.

 

 

 

 


박첨지가 돌아가셔서 슬퍼야하는데 이 책은 슬픔보다는 죽음을 자연스레 받아들이고, 죽음을 삶의 한 단계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된다.

이 책 전체 중 제일 익살스런 장면이 저승사자 세 분이다. 이 분들 모두 개성이 넘치셔서 옷만 검은색이지 표정과 생김새가 모두 제각각이다. 문득 우리는 신과 함께가 보고 싶었다. 우리집 식구들은 특히 마동석을 제일 좋아한다. 성주신 마동석 덕분에 우리는 성주신에 대해 알 수 있었고, 우리집 성주신은 어디 계신가 궁금하기도 했다.

 

 

 

 


박첨지의 상여가 나가는 길에 삼돌이를 만났다. 삼돌이는 박첨지에게 무척 화가 나 있는 상태였고, 박첨지는 삼돌이에게 진심으로 사과했다.

삼돌이는 박첨지의 사과를 받아들이고, 둘의 화해로 상여는 계속 나아간다.

 

 

 

 


이런 형용사가 맞을지 모르겠지만 박첨지의 상여행렬이 참 아름답다.

책의 맨 뒤에 전통상례순서를 보면 이렇게 생각할 수 밖에 없다.

[우리 조상들은 죽은 자를 보내는 상례 의식을 중요하게 생각했어요. 마냥 죽음을 슬퍼하기만 하는 게 아니라 산 자와 죽은 자가 잘 헤어지게 하기 위해서, 그리고 저승 가는 길이 편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의식을 했어요.]

잘 헤어진다는 말이 가슴에 와 닿았다.

나는 여기서, 그 분은 거기서.

[[ 우리 민족이 가장 좋아하고 완벽하다고 믿는 숫자인 3은 모든 의식과 생활 속에 숨어 있어요, 단계를 거치며 경건하고 정성을 다해 죽은 이를 잘 보내 준다는 의미가 있지요. ]]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

#허니에듀서평단 #상여나가는날 #선자은 #최현묵 #미래아이 #이제가면언제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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