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의 시대 - 하얼빈의 총성
이우 지음 / 몽상가들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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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상가들 #서평단]
73~74p
의태 맞습니다. 정의라는 건 사람을 괴물로 만들기도 하는 것이지요….
나나코 저는 남편이 죽은 것도, 당신을 이렇게 마주하고 있는 것도 그저 시대의 비극이라 생각해요. 이제 수많은 저와, 당신이 생겨날 겁니다.

99p
다이스케 (생략)시대에 따라 정의는 바뀝니다.
의태 (날카로운 태도로)도대체 어떻게, 무엇이 바뀌었죠?
다이스케 간단합니다. 세상의 질서를 만드는 쪽이 정의가 되는 거죠.

144p
의태 (끌려 나가면서도 큰 소리로 외치며)다들 똑똑히 들으시오! 머지 않아 정의의 이름 아래 인간이 고통받고 신음하는 시대가 도래할 거요! 정의가 인간을 수탈하고, 착취하고, 유린하고, 살육을 벌일 겁니다! 그때가 되면 이 법정은 도대체 누굴 심판할 겁니까!

-

『정의의 시대』는 혼란한 시대에 정의를 고찰한 정의태의 이야기다. 작가는 정의태를 벼랑 끝까지 밀어붙인다. 민족 영웅을 "'보편의 시선'으로 바라본다는 건 어쩌면 우리 시대와 민족의 '성역'을 건드리는 것"(201p)일 수 있기에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지켜보았다. 정의태는 정치적, 도덕적, 종교적 영역에서 모두 정의를 실현하고자 하지만 이는 불가능한 바람이다.
작품 속에선 같은 질문이 반복된다. '정의'라는 이름으로 행한 살인은 고귀한가? 정의태는 다른 살인자와 무엇이 다른가? 그의 고뇌를 따라가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시대에 따라 정의는 바뀐다는 다이스케의 말처럼 애초에 정의태가 찾아 헤매던 '정의'는 존재하지 않는 게 아닐까. 그저 시대에 따라, 상황에 따라 '당시엔 옳은 것' 혹은 '당시엔 해야만 했던 것'이 존재하는 게 아닐까.

+) 17p ‘영역으로 자리잡았다’이지 않을까요
+) 각주 표시 숫자나 더 작은 도형으로 하는 건 어땠을까. 각주 표시에 시선 많이 빼앗김.
+) 개인적으로 본문 정렬 단어 단위로 끊는 거 가독성 떨어진다고 생각하는데 이 책은 희곡이라 그런지 불편함 못 느꼈다. 책 판형이 좁아서 눈 이동 범위가 좁은 덕분에 다음 단어 바로 읽혀서 그런 것 같음.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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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트 러닝
이지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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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출판 하니포터 5기 #서평단]
『나이트 러닝』은 단편 8개가 수록된 소설집이다. 차례대로 책을 읽다 보면 반복되는 키워드가 많아 흡사 장편소설처럼 느껴진다. 소설 속 인물들은 한쪽 팔을 잘라서라도 죽은 남편을 다시 볼 수 있길 바라거나(「나이트 러닝」), 신경증과 성격장애를 동시에 앓는 애인을 견디며 고장 난 밥솥을 고치러 가거나(「얼룩, 주머니, 수염」), 종양 때문에 안구를 적출하고 의안을 착용하게 된 사진과 학생(「모두에게 다른 중력」)이다. 이들은 저마다 누군가의 죽음을 겪고 애도한다. 그러다 한국을 벗어나 해외로 향하고, 고군분투하다 홀연히 귀국해 무기력해하며 삶을 방치하기도 한다. 숨소리가 들릴 정도로 가깝게 붙어있는 관계를 바라다가도 돌연 이별을 고한다.

「에덴―두 묶음 사람」에는 '두 묶음 사람'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사람은 '한 묶음 사람'과 '두 묶음 사람'으로 구분되는데, 한 묶음 사람은 "한 사람 자체로 완벽해서 타인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그에 비해 두 묶음 사람은 "결코 혼자 지낼 수 없"기에 "언제나 반쪽을 찾아 헤매게 되고, 꼭 맞는 반쪽이 아니라 해도 혼자 있는 것을 상상할 수 없기에 괴로운 둘을 감수"한다고(251p). 이 묶음론으로 책 전체를 품을 수 있을 것 같다. 작위적으로 느껴질 정도로 반복되는 인물들은 그저 각자의 묶음에 충실했던 게 아닐까. 이해하기 힘들었던 그들의 행동들이 내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걸 마지막 장에 이르러서야 깨달았다.

가볍지 않은 이야기를 덤덤하고 느슨하게 서술하고 있어 독자가 생각할 여지가 많은 책이다. 알라딘 카드리뷰는 완전 판타지 스릴러 느낌이던데 전혀 무서운 내용 아님... 공포물일 걱정은 안 해도 됩니다.

+) 260p 위에서 8번째 줄 오탈자: 게이라 → 게이가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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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중독을 사랑해 - 환상적 욕망과 가난한 현실 사이 달콤한 선택지
도우리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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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출판 하니포터 5기 #서평단]
도우리 작가의 『우리는 중독을 사랑해』는 갓생, 배민, 좋아요 등 일상에 깊숙이 침투한 여러 중독을 고찰한다. 목차만 봤을 땐 '이게 중독이라고?' 할 법한 항목도 있지만 찬찬히 읽다 보면 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우리가 해당 항목에 중독되고, 중독을 넘어서 종속될 수밖에 없는 사회적 맥락을 짚어주기 때문이다. '환상적 욕망과 가난한 현실 사이 달콤한 선택지'라는 부제처럼 우리가 도파민 중독이 된 건 100% 개인의 탓은 아니었다.

현대 사회에서 자잘한 중독은 필연적일지도 모른다. 스스로 돌볼 겨를이 없을 정도로 하루하루가 바쁘고 정신없으니 말이다. 그렇기에 확실한 감정을 즉각 느낄 수 있는 행동에 끌리는 게 아닐까. 스트레스 받으면 매운 음식이 당기는 것처럼, 손가락 까딱할 힘만 남은 저녁에 배달비 3천원쯤은 눈 감게 되는 것이다.
도우리 작가는 이토록 잘게 쪼개진 소확행이 나쁘다고 말하지 않는다. 저자를 포함한 우리가 겪는 중독이 어떤 메커니즘으로 산업화 되고 또 개인의 탓으로 돌아오는지 살피며 소확행을 좇을 수밖에 없는 맥락을 제시한다. 당장 내일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소확행을 바라는 사람을 누가 탓할 수 있겠는가.

지금 가장 핫한 이야기들을 다루지만 독자를 혼내는 훈계형 책은 아니다. 앞서 말했듯 배달 음식과 인생샷과 신테크에 목숨 거는 게 개인의 탓만은 아니니까. 한없이 무거울 수 있는 이야기를 재치 있고 적나라하게 서술해서 부담 없이 읽을 수 있었다. 읽고 나면 자연스레 자신의 생활과 중독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보게 될 것이다. 내가 그랬던 것처럼.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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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중독을 사랑해 - 환상적 욕망과 가난한 현실 사이 달콤한 선택지
도우리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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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출판 하니포터 5기 #서평단]
도우리 작가의 『우리는 중독을 사랑해』는 갓생, 배민, 좋아요 등 일상에 깊숙이 침투한 여러 중독을 고찰한다. 목차만 봤을 땐 '이게 중독이라고?' 할 법한 항목도 있지만 찬찬히 읽다 보면 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우리가 해당 항목에 중독되고, 중독을 넘어서 종속될 수밖에 없는 사회적 맥락을 짚어주기 때문이다. '환상적 욕망과 가난한 현실 사이 달콤한 선택지'라는 부제처럼 우리가 도파민 중독이 된 건 100% 개인의 탓은 아니었다.

현대 사회에서 자잘한 중독은 필연적일지도 모른다. 스스로 돌볼 겨를이 없을 정도로 하루하루가 바쁘고 정신없으니 말이다. 그렇기에 확실한 감정을 즉각 느낄 수 있는 행동에 끌리는 게 아닐까. 스트레스 받으면 매운 음식이 당기는 것처럼, 손가락 까딱할 힘만 남은 저녁에 배달비 3천원쯤은 눈 감게 되는 것이다.
도우리 작가는 이토록 잘게 쪼개진 소확행이 나쁘다고 말하지 않는다. 저자를 포함한 우리가 겪는 중독이 어떤 메커니즘으로 산업화 되고 또 개인의 탓으로 돌아오는지 살피며 소확행을 좇을 수밖에 없는 맥락을 제시한다. 당장 내일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소확행을 바라는 사람을 누가 탓할 수 있겠는가.

지금 가장 핫한 이야기들을 다루지만 독자를 혼내는 훈계형 책은 아니다. 앞서 말했듯 배달 음식과 인생샷과 신테크에 목숨 거는 게 개인의 탓만은 아니니까. 한없이 무거울 수 있는 이야기를 재치 있고 적나라하게 서술해서 부담 없이 읽을 수 있었다. 읽고 나면 자연스레 자신의 생활과 중독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보게 될 것이다. 내가 그랬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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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지, 무음에 한하여 아르테 미스터리 14
오리가미 교야 지음, 김은모 옮김 / arte(아르테)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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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수집가 8기 #서평]
『단지, 무음에 한하여』는 어설프게 영혼을 볼 수 있는 탐정이 사건 해결하는 이야기다. 표지 보고 여름이었다 재질의 첫사랑 로맨스일 거라고 확신했는데 전―혀 아니었던...^^ 그래서 더 흥미로웠음. 영능력자가 영혼과 대화하거나 사건 현장을 보고 만지는 것만으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아채는 뻔한 이야기로 흘러가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기우였음. 주인공 탐정의 능력이 진짜 애매해서 영혼을 보는데 대화는 못 하고, 영혼이 머무르는 자리에서 잠들면 기억의 파편 같은 걸 보는데 해석을 잘 못 함ㅋㅋㅋㅋㅋㅋㅋ 그래서 영리하고 무뚝뚝한 중학생의 도움을 받아 가면서 어찌어찌 일하는데 주인공 영능력자면서 은근 현실성 있달까... 오컬트물에서 흔치 않은 방식으로 고생하는 주인공이라 신선해서 재밌게 읽었습니다. 읽는 동안 영화 <나이브스 아웃>이 연상되는 지점이 꽤 있어서 비슷하게 흘러가려나 했는데 약간 뻔한 듯 아닌 듯 뻔하지만 감동적인 스토리라 끝맛이 깔끔함.
본문이 빽빽하거나 문장이 촘촘하지 않아서 바쁜 현생 틈틈이 읽기 좋음!은 내가 그렇게 읽었다는 이야기ㅋㅋㅋㅋㅜㅜ 등하굣길이랑 공부하기 싫을 때마다 야금야금 읽었는데 책장 술술 넘어가서 빡빡한 시험기간에... 좋은 선택이었던 것 같습니다...✨

+) 저자가 『기억술사』 시리즈로 유명한 사람이라고 하는데 난 이번 기회에 처음 접해서 찾아봤더니 원하는 기억을 지워주는 기억술사 이야기라고 함. 심지어 "슬픔을 부르는 감성 호러"라니...🖤 시험 끝나면 여유롭게 읽어야지.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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