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휠체어 탄 소녀를 위한 동화는 없다 - 이야기를 통해 보는 장애에 대한 편견들
어맨다 레덕 지음, 김소정 옮김 / 을유문화사 / 2021년 2월
평점 :
"소포클레스의 비극을 신체장애인이자 시각장애인인 남자가 테베를 두고 싸우는 이야기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 장애학자 토빈 시버스.
책을 펼쳤을 때 작가의 감사 인사 다음으로 나오는 구절인데, 읽자마자 소름 돋았다. 근친상간이 아닌 관점으로 오이디푸스 이야기를 생각해본 적이 없었기 때문. 이 한 구절만으로도 앞으로 펼쳐질 이야기의 결을 예상할 수 있었다. 기대한 만큼 좋았고 충격적이었다. 사실 비소설을 너무 오랜만에 읽어서인지 영 속도가 안 나더라. 간신히 완독했음.. 그래도 매우값진 시간이었다.
『휠체어 탄 소녀를 위한 동화는 없다』는 제목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동화에서 장애가 어떻게 사용되는지 살펴보는 책이다. 어릴 적 뇌 한가운데 자란 낭종 제거 수술을 받았고, 오른쪽 다리의 운동 능력에 문제가 있어 다리를 저는 저자의 경험과 함께 여러 동화 예시가 제시된다. 이때 작가가 "서양 동화를 읽고 그에 관한 다양한 해석을 들으며 자란 사람의 입장에서 이 책을 썼다. 그러니까 서양인에게 친숙한 동화 그리고 영웅이 등장하는 대중문화를 주로 다루겠다는 뜻(14p)"이라고밝힌 것처럼 한국 독자인 내겐 낯선 동화들이 상당수였다. 디즈니 캐릭터 정도를 예상했는데 말이지. 다양한 서양 동화를읽어보고 싶다는 생각과 함께 한국 전래동화 예시도 찾아봐야겠다 싶더라.
최근에 깨달은 내 버릇인데 사회 이슈에 대해 깊게 생각하지 않으려는 것 같다. 잘못됐다는 걸 인지하기 시작하면 불편해지고, 그럼 더 이상 무시할 수 없게 되고, 그럼 결과적으로 내가 피곤해지니까. 이기적이고 내 마음만 편한 방법이지. 하지만 내가 눈 감고 귀 막는다고 해서 불합리함이 사라지는 건 아니니까. 이왕 인지하는 거 제대로 인지해서 제대로 불편해하자. 내겐 해당 사항 없다고 생각했던 이야기가 언제 나의 이야기가 될지 모르니 말이다.
시간 짬 내서 꼭 전체 필사해야지.
+) 3월 8일 세계여성의날, 이 책 강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