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세상 끝에서 춤추다 - 언어, 여자, 장소에 대한 사색
어슐러 K. 르 귄 지음, 이수현 옮김 / 황금가지 / 2021년 9월
평점 :
[황금가지 #서평단]
『세상 끝에서 춤추다』는 1976~1988년 사이의 강연 및 에세이와 1977~1986년 사이의 서평을 모은 어슐러 르 권의 세 번째 에세이다. 책에 수록된 글은 크게 '여성(페미니즘), 세계(사회적 책임), 책(문학/글쓰기), 방향(여행)'으로 나뉜다. 이 분류는 제목과 함께 각각의 기호로 표기되어 있어 독자가 원하는 대로 골라 읽을 수 있다. 르 권이 "누구의 감정도 해치지 않으면서 최대한의 전복을 이끌어"내기 위해 고안한 "독자들이 원하는 글을 찾고, 원치 않는 글을 피할 수 있는 체계"(10p)다.
이 책에 수록된 글은 연대순으로 배열됐다고 한다. 그럼에도 읽으면서 차례에 감탄했다. 강약을 조절한 순서처럼 느껴졌다. 젠더, SF 장르, 창작 등에 대한 르 권의 진지한 고찰을 담은 글과 여행기나 영화 제작 회상록 같은 웃음이 절로 나오는 글이 번갈아 가며 제시된다. 후자를 읽으며 비축해둔 힘을 전자에 쏟을 수 있었고 환기도 자주 되는 기분이라 무리 없이 완독했다.
또한 르 권의 보충설명을 읽는 재미도 쏠쏠했다. 르 권은 예전 글을 고치는 대신 원래 에세이를 그대로 싣고 괄호 안에 이후의 논평을 담았다. "예전 글을 심하게 수정하는 건 (중략) 마치 예전 글을 없애고, 여기까지 오기 위해 거쳐야 했던 길의 증거를 숨기는 것 같다"(22p)는 이유로. 1980년대의 르 권이 1970년대의 르 권을 나무라고 손사래 치는 걸 2021년에 지켜보는 일은 몹시 흥미로웠다.
『어둠의 왼손』으로 알게 된 작가지만 그의 책을 읽은 건 처음이다. 『어둠의 왼손』 사놓고 아직 안 읽었기 때문...^^ 에세이로 먼저 만난 어슐러 르 권의 글은 선명했고, 이 사람이 쓴 SF가 궁금해졌다. 『어둠의 왼손』도 얼른 읽고 감상문 써야지.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