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지내요
시그리드 누네즈 지음, 정소영 옮김 / 엘리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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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 #서포터즈 #서평단 1기]
잠시 원래 살던 곳에서 벗어나 다른 곳에 머물고 있는데 아침마다 깜짝 놀란다. 엘리베이터 같이 탄 사람 중에 내 인사받아주는 사람이 없어서. 원래 살던 아파트에서는 간단한 묵례 정도라도 주고받는데 이 아파트는 정말... 아무도... 인사 안 받아줌. 물론 먼저 인사해주는 사람도 없음. 요새 출퇴근길에 이거에 대해 자주 생각한다. '팍팍하다'는 단어를 온몸으로 느낀 기분이라서. 이 기분으로 읽은 게 『어떻게 지내요』였다.

『어떻게 지내요』는 죽음에 대한 이야기다. 주인공은 자신이 보고 듣고 겪은 걸 태연하게 서술한다. 인류에겐 가망이 없다고 강연하는 전 애인, 항암 치료를 중단하고 평온한 죽음을 계획하는 친구, 여기저기서 접한 늙은 여자들에 관한 이야기까지. 주인공이 독자에게 전하는 모든 이야기는 '죽음'으로 귀결된다. 타살과 자살과 자연사를 넘나드는 이 소설은 묻는다. "어떻게 지내요?" 더 정확하게는 "무엇으로 고통받고 있나요?"

1부 시작 페이지에 이런 구절이 있다. 이웃을 오롯이 사랑한다는 것은 그저 "어떻게 지내요?"하고 물을 수 있다는 뜻이라고. 시몬 베유는 이 말을 할 때 모어인 프랑스어를 사용했다고 한다. 프랑스어로 이 말은 "무엇으로 고통받고 있나요Quel est ton tourment?"다(122p). 고통받는 늙은 여자들(혹은 아직 늙지 않은 여자들)이 자신의 고통을 털어놓을 수 있도록 물꼬를 터주는 것. 그게 이웃을 오롯이 사랑하는 길이 아닐까.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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