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여자
아니 에르노 지음, 정혜용 옮김 / 열린책들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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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철한 생각으로 날카로운 시선으로 작가는 어머니에 대한 기억을 끄집어 놓는다. 그 기억은 세세한 전부가 아니라

일부의 기억들이었다. 마치 낱말을 맞추듯 흩어진 어머니에 대한 기억들이었다.

작가의 글은 사실이라는 것을 기정 사실화하듯 픽션이나 꾸밈없는 매우 현실적이고 사실적인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었다.

이야기 안에서는 작가가 아닌, 또 딸도 아닌 정말 한 여자. 그 자체였다.

 

작가의 특유의 문장들이 돋보였고 번역된 것이라 읽는데 조금 난해한 문장과 단어들도 있었지만 작가의 개성만은 충분히

느껴지는 작품이었다. 한 평론가의 말처럼 감각적인 비유도, 형용사도 정교한 형식도 없었다.

아주 오랜만에 잘 만들어진 외국 소설을 접한 느낌이었다.

 

가장 쓰고 싶은 것이 가족의 이야기이고, 가장 쓰기 어려운 것이 부모의 이야기, 그리고 자신의 이야기가 아닐까.

작가라면 언젠가는 어머니, 그리고 아버지에 대해 쓰고 싶을 거란 생각이 든다. 다만 그것을 끄집어내는 고통이 어려울 뿐.

또한 어떻게 표현해낼 것인가가 중요하다고 생각이 든다.

한 여자의 작가인 아니 에르노 작가는 페미니즘 적인 느낌이 드는 작가였다. <피아노치는 여자> 작가와 같은 느낌이 처음에

들기도 했다. 아니 에르노 작가는 좀더 솔직하고 그러기에 진솔하고 좀도 따듯한 느낌이 들었다.

어머니에 대해 매우 사실적으로 말하고 있기는 하지만 그 문장들 속에서 애정이 느껴졌다.

 

알츠하이머 병에 걸렸던 어머니는 노인 요양원에 들어갔다가 결국 죽음을 맞이하고 그녀는 어머니의 장례식을 치르며

과거를 회상한다.

난폭적이었던 어머니, 신경질적이었던 어머니, 보주적인 성향을 띄었던 어머니.

고얀년, 더런 년, 망할 년 하며 퉁명스럽게 내뱉는 말투와 척하면 때리고 가끔은 주먹질도 했던.

그러다 기력이 떨어져 허리를 반쯤 구부리고 고개를 푹 숙이고 흐릿해진 시선과 잃어버리는 물건들...

수치심도 느끼지않고 오줌 때무에 기저귀를 차고 손가락으로 게걸스럽게 먹었던 어머니.

 

나는 솔직한 자신을 고백한다.

그녀가 죽기를 바라지않았다고. 그녀를 먹이고 만지고, 그녀의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고.

그리고 요양원에 그녀를 놔두었다는 죄책감.

 

어머니에 대한 애증. 그리고 미움. 누구나 가지는 어떤 죄책감.

지금의 나와 과거의 나를 이어주는 부모.

 

작가는 이러한 모든 것들을 잘 표현해내었단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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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처럼 나는 혼자였다 - 화가 이경미 성장 에세이
이경미 글.그림 / 샘터사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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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그림을 그리는 화가. 그러면서 고양이처럼 혼자였다고 자신의 외로움을 고백하는 사람.

고양이처럼 왜 혼자라고 하는 걸까. 어떻게 고양이 그림을 그리게 되었을까.

호기심으로 읽어 내려간 책이었다.

화가의 성장에세이이기에 글과 그림 모두 볼 수 있어 흥미로웠다. 시각적인 지루함이 전혀 없었다.

 

용기있는 사람이란, 생각이 든다. 자신이 자라온 이야기를, 지금의 이야기를, 가족의 이야기를 보여준다는 것은

역시 쉽지않은 일일 테니까. 그녀는 강하고 나름대로 삶에 충실하며 살았고 또 열정적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혼자였다고 고백하는, 어려웠던 시기에 겪었던 많은 일들과 이야기가 가깝게 느껴지며 혼자라는 그 마음이

이해가 되기도 하였다.

 

지금, 자신이 좋아하는 그림을 그리고 또 자신만의 그림 세계를 구축해서 고양이를 자유롭게 그릴 수 있다는 것.

그녀가 쌓아온 노력에 박수를 보낸다. 언젠가는 개인전을 보고 싶기도 하다.

 

현대적인 한 도시. 건물들에 둘러쌓여 혼자 있는 고양이. 겹겹이 쌓인 책들 사이에 홀로 있기도 하고, 우주 공간에

홀로 있기도 하고 그녀가 자라왔던 과거-골목과 집들과 건축양식을 가진 건물에 있기도 하고 커튼에 가려져있기도

하고 매우 다양한 공간들 속에서 우주복을 입고 등장하는 고양이들.

작가의 그림들은 사실적인 묘사들이 돋보이고 꽉찬 느낌과 무언가를 말하는 듯한 고양이의 눈빛과 시선이 인상적인

그림들이었다.

그림 속에 등장하는 그녀의 고양이들-나나, 랑켄, 바마, 주디.

특히 프랑켄슈타인을 따서 이름지은 랑켄이 맘에 들었다.

엄마의 가출과 연달아 술을 마시며 욕지거리를 내뱉던 아버지. 가난했던 집안의 형편 속에 좌절했던 그림에 대한 꿈.

다양했던 아버지의 직업들. 뺑소니 교통사고를 내고 이후 병으로 급작스럽게 돌아가신 아버지.

아버지로부터, 누추한 성장으로부터, 그리고 이 나라에서 벗어나 탈출하고 싶었던 나. 원망스럽지만 그래도 자신의

아버지라서 떨쳐버릴 수 없는 마음들...

아픔은 성장으로, 성장은 성숙으로, 그리고 결과는 그림들에 나타나지게 되었다.

 

그녀의 에세이에 등장했던 류시화의 시도 기억에 오래 남았다.

 

이마에 난 흉터를 묻자 넌

지붕에 올라갔다가

별에 부딪힌 상처라고 했다.

어떤 날은 내가 사다리를 타고

그 별로 올라가곤 했다.

 

내가 시인의 사고방식으로 사랑한다고

넌 불평을 했다

희망없는 날을 견디기 위해서라고

난 다만 말하고 싶었다

 

어떤 날은 그리움이 너무 커서

신문처럼 접을 수도 없었다

 

-류시화

 

견뎌내고 또 그리움이 너무 커서 무너져내리는 가슴을 안고 우리는 지금도, 내일도 살아야만 한다.

그녀의 고백과 이야기들 속에서 나 또한 위로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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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생연 - 열여덟 번째 봄
장아이링 지음, 홍민경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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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계의 제인 오스틴 작가라고 장아이링 작가를 말하고 싶다. 중국문학을 처음 접했던 것은 펄벅 작가의 작품이었는데 중국문학을 보면 여성의 시대적 비극적인 삶-마치 테스나 주홍글씨같은 작품들을 접할 수 있는데 장아이링 작가의 작품이 그러했다. 샨샤 작가의 작품은 마치 붉은 색을 연상시키는 매혹적인 매력이 있는데 장아이링 작가는 섬세하면서 부드러운, 굉장히 여성적은 느낌이 드는 작품이었다. 색깔로 따진다면 조금은 어두운 회색빛이랄까.

반생연이라는 작품은 작가의 삶을 비춰지듯 한 여인의 불행한 삶이 작품 속에 투영되어있다. 혼란과 격변의 시대에는 누구나 불행해질 수밖에 없는 것일까.

천재라는 소리를 들으며 런던대학교에 수석으로 입학하지만 제2차 세계대전의 발발로 유학을 포기하고 들어간 홍콩대학교. 일본군의 점령으로 또 중단된 학업과 짧은 결혼생활, 그리고 미국에서 숨진 채 발견된 그녀의 삶. 시대적 아픔을 고스란히 겪었던 그녀의 삶이 글에 묻어나오는 것 같다.

 

반생연은 로맨스 소설인데 사랑하는 마음을 간직한 채 헤어지고 만남을 계속하는 것이 영화 첨밀밀을 떠올리게 하기도 했다. 만전과 스쥔, 위진, 수후이, 추이즈의 인물들이 등장하여 서로 관계들이 얽히게 되고 여기에 만전의 가족들로 인해 특히 만전의 언니인 만루로 인해 만전은 굉장히 비극적인 삶으로 운명이 바뀌게 된다. 결국 만전과 스쥔은 서로 사랑하는 사이였지만 인연이 끊긴 체 둘 다 서로 다른 상대와 결혼을 하게 된다.

복수라면 복수라고도 할 수 있는 만루의 행동으로 형부의 아이를 갖고서 감금되었다가 결국 아이로 인해 구속되버리는 만전의 삶. 이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 여자로서 분노가 치밀었고 형부에게 돌아간 만전의 행동과 판단을 정말 이해할 수 없었다. 모성이란 이름으로 이렇게 여자의 삶이 무너져버릴 수 있는 것일까. 엇갈린 이들의 운명과 행복하고 이상적이지못한 이들의 결혼생활.

소설의 전개는 후반부로 갈수록 급격한 파도를 타듯 운명의 소용돌이 속에 모두의 삶이 뒤바뀌어버리고 소설의 힘은 뒤로 갈수록 더 강해졌다. 작가의 힘이 아닌 가 싶다.

마지막의 결론을 보면 헤어짐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이 둘의 태도에서 이 둘이 결국 헤어지는 것인지, 아니면 다시 만날 수 있는지 조금은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었다.

이미 너무나 지나버린 시간이고 과거로 되돌아갈 수 없는 현실이지만 애틋한 마음을 어떻게 끊을 수 있을까.

작품 속에서 당시의 시대상을 직접적으로 묘사나 서술을 통해 보여주고 있지는 않지만 이 당시 지배했던 시대의 생각과 관념, 통속들이 결국 현실의 벽을 넘지 못하고 좌절하는 것을 소설에 나오는 연인들을 통해 보여주었던 것 같다.

스쥔과 만전의 인연에 대한 안타까움. 여인으로서 만전의 불행한 삶에 대한 안타까움의 여운이 오래가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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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혜옹주 - 조선의 마지막 황녀
권비영 지음 / 다산책방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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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역사, 그리고 특히 황실에 관심이 있어서 관련된 도서들을 읽었고 덕혜옹주와 관련된 책도 여러권을 읽었다. 

그리고 최근 이 책을 다시 읽게 되었다. 슬픈 마음을 느끼고 싶지않았는데..역시나 그녀의 삶을 생각하면 너무 슬퍼진다.

이 책을 읽기전 작년에 혼마 야스코라는 일본인이 쓴 덕혜옹주 책을 읽었었다. 이 책을 통해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그녀의 남편이었던 소 타케유키의 시였다. 단순히 시대가 빚은 비극적 결혼이라고만 생각했던 그녀의 결혼이었던데

소 타케유키의 시를 통해 그녀의 남편이 그녀를 얼마나 안타깝게 사랑했었는지 새로운 면을 발견하게 되었다.

시에는 시인의 마음이 담겨있는 것이니까, 그의 마음도 진실될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여러번 읽어보아도 인상적인 시이다.

 

[사이사라 환상 속의 아내를 그리워하는 노래 중]

현실에서도 꿈 속에서도 나는 계속 찾아 헤맨다
 
현실의 세계에서 너를 만나지 못했는데
어찌하여 내세를 기약할 수 있을까
 
언젠가 너를 만나고 싶다고
정처없이 나는 방황하고 있다 

 

그 둘 사이엔 어떤 사랑이 존재했을까.

 

가장 사랑을 받았기에, 가장 슬프고 불행하게 느껴지는 덕혜옹주의 삶. 그녀의 비극적 삶은 당시 대한민국의 비극과도 같다.

그녀의 소녀적 사진을 보면 강인하고 다부져보이는 인상인데..그녀가 좀더 강했더라면 어땠을까.

너무나 약하고 순수해서 더 많은 상처를 받고 살았던 것 같다. 가족의 죽음이 가장 견디기 힘든 것이었으리라.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마지막 조선의 황실을, 그리고 조선의 마지막 황녀 덕혜옹주를..

 

나는 낙선재에서 오래오래 살고 싶어요. 전하, 비전하 보고 싶습니다. 대한민국 우리나라

 

나는 이말이 가슴에 피멍이 들 정도로 새겨진다. 단 세 문장인데. 이 문장 안에는 그녀의 삶과 그녀가 하고 싶은 말이

다 들어있다.

당시 정치적인 여러 이유로 결국 그녀를 받아들이지 못했던 이 조선, 대한민국이 부끄러워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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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복서간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41
미나토 가나에 지음, 김선영 옮김 / 비채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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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나토 가나에 작가의 신작이 나왔다. 역시나 미나토 가나에 작가였다. 그녀 특유의 인간의 숨겨진 본성을 찌르는 심리적  

압박감, 냉철한 문장, 한장 한장 넘길 때마다 독자를 놀래키는 반전, 그리고 예상치 못한 결말. 이 책에서도 그녀의 실력을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었다.

너무나 충격적이었던 [고백], [야행관람차],그리고 [왕복서간]까지. [왕복서간]은 형식에 있어서 가장 독특하고 신선한

작품이었다. 그녀의 문학적 시도와 도전이 돋보인다.

 

[왕복서간]책에는 세 편의 이야기가 들어있다. 십 년뒤의 졸업문집, 이십 년 뒤의 숙제, 십오 년 뒤의 보충수업. 그리고 세

이야기는 모두 편지형식을 가지고 있다. 세 편 다 과거의 사건을 두고서 회상하며 사건을 되짚어가고, 그 사건을 어떤 시각

에서 바라볼지, 사건을 겪었던 각자의 다른 시선들, 그 안에서 발견되는 인간의 내면적 본성. 그런 것들이 유감없이 발휘되고

있었고 특히 십 년뒤의 졸업문집 작품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아! 어떻게 이렇게 쓸 수가!! 하고 몇 번이나 감탄했다.

 

편지 형식의 글은 자칫하면 지루해지기 쉽다. 그리고 그 형식을 끝까지 유지해가면서 이야기의 힘을 끌고나가는 것 또한 매우

어려운 일이다. 미나토 가나에 작가는 이런 단점을 극복하고서 편지형식으로서 보여줄 수 있는 서스펜스를 활용하며 아주

흥미롭게 독자들을 이끌고 있었다.

 

첫번째 이야기는 고등학교 때 방송부 친구였던 주인공들이 등장한다. 그들은 모두 한 사람을 좋아하고 있었는데 지아키가

그 남자와 사귀고 있었고 결국 결혼은 시즈카가 한다. 하지만 지아키는 고이치와 헤어지기 전 산 속에서 넘어지면서 예뻤던

얼굴을 스무번 넘게 꼬매게 되고 그 사건이 우연인지, 아니면 누군가가 고의로 그런 것인지 편지를 통해 추리해나간다.

에쓰코가 아즈미에게 그당시 일들을 물어보지만 에쓰코의 마지막 편지에서 에쓰코에 대한 정체와 과거, 그들의 이야기의

진실이 드러난다.

 

두번째 이야기는 마치 [고백]작품을 연상케 하는 이야기였다. 물에 동시에 빠진 자신의 남편과 제자. 그 장면을 보고서

여 선생은 과연 어떤 선택을 했을까. 선생이라는 직책 때문에 일반적으로는 당연히 제자를 구해야한다고 생각할 것이다.

보았고 또 보지못했던 이들. 하지만 이들은 모두 죄책감을 가지고 있었다. 여 선생은 자신의 후배에게 부탁해 이들 6명을

만나줄 것을 청한다. 그리고 후배인 선생이 그들을 만나면서 사건 속에 가려져 있었던 또 다른 진실을 마주하게 된다.

 

마지막 십오년 뒤의 보충수업. 어느날 갑자기 국제 자원봉사대로 떠난 남자친구 준이치와 그녀의 소식이 궁금했던 마리코,

그 둘의 편지를 통해 과거 십오년 전의 사건에 대한 진실이 서서히 드러나게 되면서 가즈키의 죽음과 야스타카의 자살에

대한 비밀이 밝혀진다.

 

첫 페이지를 펼치자마자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게 만드는 작가. 그리고 마주치고 싶지않은 현실과 마주하게 하는 작가.

어떤 가능성을 열어두고서 독자들의 마음을 시험하는 작가.

미나토 가나에 작가는 앞으로 또 어떤 작품을 가지고서 독자들의 마음을 흔들지, 그녀의 신작 모두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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