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생연 - 열여덟 번째 봄
장아이링 지음, 홍민경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2년 5월
평점 :
절판


동양계의 제인 오스틴 작가라고 장아이링 작가를 말하고 싶다. 중국문학을 처음 접했던 것은 펄벅 작가의 작품이었는데 중국문학을 보면 여성의 시대적 비극적인 삶-마치 테스나 주홍글씨같은 작품들을 접할 수 있는데 장아이링 작가의 작품이 그러했다. 샨샤 작가의 작품은 마치 붉은 색을 연상시키는 매혹적인 매력이 있는데 장아이링 작가는 섬세하면서 부드러운, 굉장히 여성적은 느낌이 드는 작품이었다. 색깔로 따진다면 조금은 어두운 회색빛이랄까.

반생연이라는 작품은 작가의 삶을 비춰지듯 한 여인의 불행한 삶이 작품 속에 투영되어있다. 혼란과 격변의 시대에는 누구나 불행해질 수밖에 없는 것일까.

천재라는 소리를 들으며 런던대학교에 수석으로 입학하지만 제2차 세계대전의 발발로 유학을 포기하고 들어간 홍콩대학교. 일본군의 점령으로 또 중단된 학업과 짧은 결혼생활, 그리고 미국에서 숨진 채 발견된 그녀의 삶. 시대적 아픔을 고스란히 겪었던 그녀의 삶이 글에 묻어나오는 것 같다.

 

반생연은 로맨스 소설인데 사랑하는 마음을 간직한 채 헤어지고 만남을 계속하는 것이 영화 첨밀밀을 떠올리게 하기도 했다. 만전과 스쥔, 위진, 수후이, 추이즈의 인물들이 등장하여 서로 관계들이 얽히게 되고 여기에 만전의 가족들로 인해 특히 만전의 언니인 만루로 인해 만전은 굉장히 비극적인 삶으로 운명이 바뀌게 된다. 결국 만전과 스쥔은 서로 사랑하는 사이였지만 인연이 끊긴 체 둘 다 서로 다른 상대와 결혼을 하게 된다.

복수라면 복수라고도 할 수 있는 만루의 행동으로 형부의 아이를 갖고서 감금되었다가 결국 아이로 인해 구속되버리는 만전의 삶. 이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 여자로서 분노가 치밀었고 형부에게 돌아간 만전의 행동과 판단을 정말 이해할 수 없었다. 모성이란 이름으로 이렇게 여자의 삶이 무너져버릴 수 있는 것일까. 엇갈린 이들의 운명과 행복하고 이상적이지못한 이들의 결혼생활.

소설의 전개는 후반부로 갈수록 급격한 파도를 타듯 운명의 소용돌이 속에 모두의 삶이 뒤바뀌어버리고 소설의 힘은 뒤로 갈수록 더 강해졌다. 작가의 힘이 아닌 가 싶다.

마지막의 결론을 보면 헤어짐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이 둘의 태도에서 이 둘이 결국 헤어지는 것인지, 아니면 다시 만날 수 있는지 조금은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었다.

이미 너무나 지나버린 시간이고 과거로 되돌아갈 수 없는 현실이지만 애틋한 마음을 어떻게 끊을 수 있을까.

작품 속에서 당시의 시대상을 직접적으로 묘사나 서술을 통해 보여주고 있지는 않지만 이 당시 지배했던 시대의 생각과 관념, 통속들이 결국 현실의 벽을 넘지 못하고 좌절하는 것을 소설에 나오는 연인들을 통해 보여주었던 것 같다.

스쥔과 만전의 인연에 대한 안타까움. 여인으로서 만전의 불행한 삶에 대한 안타까움의 여운이 오래가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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