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림
밀란 쿤데라 지음, 김병욱 옮김 / 민음사 / 199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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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허공에 떠있는 견고한 성. 잡을 수 없는 이상을 말하듯 그의 책은 난해하다.

밀란쿤데라. 언제나 철학적인 메시지를 던지는 그는 자신이 말하고 싶은 것을 대담하게

말하는 작가이다. 프라하의 자랑이던가. 간결한 문체가 특히 돋보이는 그의 문장은 그의

직설적인 표현에서 더 빛이 난다. 그리고 직설적인 표현들은 또한 매우 감각적이다.

처음부터 그는 단도직입적으로 시간, 속도에 대해 말한다. 느림의 즐거움, 빈둥거리는 자에 대해.

[내일은 없다]나 [위험한 관계]등 그가 소개하는 책들을 알아가는 재미도 쏠쏠 하다.

이 책에는 예술적으로 고민하게 될 단어들이 많이 등장한다.

쾌락주의, 춤꾼, 예술 등.

그는 또 이렇게 말한다. 사랑에 대한 우리의 안녕을 꼬집는다고.

특히 그는 사랑에 대해 말하는 작가이다. 그것도 아주 깜짝 놀라게 만들어 독자는 충격에 빠진다.

느림에 대해 그가 이 책에서 펼치는 이론은 이러하다. 아주 합당한 비유였다.

느림과 기억사이. 빠름과 망각사이의 내밀한 관계.

느림의 정도는 기억의 강도에 정비례한다고,

빠름의 정도는 망각의 강도에 정비례한다고..

 

소설의 구성은 독특하다. 마치 액자식 구성처럼 되어있고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사람과 사람사이를

오간다. 나 그리고 아내 베라, T부인과 기사, 뱅상과 쥘리, 체코학자, 퐁트뱅.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하지만 그들의 색깔과 성은 매우 분명했다. 그리고 타인에 대한 관찰로 이들은

서로 이어져있다.

늘 느끼는 것이지만 그의 책은 읽을 수록 새롭게 인식되는 소설이다. 또한 짧지만 강렬한 소설이다.

그런 그의 책을 이번에 나온 전집을 통해 만나본다는 것은 독자에게 매우 값진 선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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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지대 1
박경리 지음 / 현대문학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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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박경리, 그를 만나는 것만으로도 이 책은 값진 선물이다.

47년만에 깨어난 고박경리 작가님의 미출간작, 녹지대. 확실히 이 책을 통해 젊은 박경리 작가님을 만날 수 있었다.

이 책은 과거의 기억, 내가 살아보지못했던, 하지만 누군가 살아왔고 지나왔던 우리들의 이야기를 조심스레

꺼내어 향수를 잔뜩 불러일으키게 만든다.

다방과 문학인들과 시화전과 통금시간...

그때도 어떤 이들은 아파했고 슬퍼했고 사랑했고 또 뜨겁게 사랑했다.

1960년대 아늑하게만 느껴지는 그 때. 박경리 작가는 그 시대에 살았던 이들을 통해 예술을 말하고 삶을 말하고

사랑을 말한다. 마치 한 편의 영화 혹은 오래전 드라마를 보는 듯 했고, 줄타기에 올라탄 광대를 보는 듯

한 장 한 장이 아슬아슬하게 넘어갔다. 그만큼 그들의 치열한 삶은 숨가빴고 위태로웠다.

그 시대가 그러했던 것일까.

김정현과 인애, 그리고 은자. 특히 이들의 캐릭터는 생생할 정도로 무척 가까이 느껴졌고 김정현과 민상건의 

캐릭터는 다른 곳에서 다시 볼 수 없을 정도로 매력적이었다.

통속소설, 세태소설이라고 봐야할까. 박경리 작가님만이 그려낼 수 있는 깊이감이 느껴지는 작품이었다.

 

나는 한 번 토지문학관을 가본 적이 있다. 너무도 보고싶었던 박경리 작가님을 한 번도 보지못한체 결국 이제

영영 못본다는 사실이 아직도 가슴 아프지만 이 한 편의 소설을 통해 모든 것이 위로가 된다.

부모를 잃고 큰 아버지댁에 기숙하며 사는 강인한 여인 인애. 광기어리고 슬픈 조각가 민상건, 그를 사랑하는 숙배.

그리고 인애가 사랑하는 김정현과 양공주의 딸로 태어나 결국 현실에 굴복하고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를 떠나

다른 이와 결혼하는 은자. 남편과의 가식적인 가정생활에 외로움을 견디다 못해 자살기도를 하는 숙배의 엄마, 최경순.

이들은 모두 철저히 외로운 이들이다. 그들이 만났기에 삶은 더욱 외롭다. 누군가의 위로가 될 수 없고 서로를 더

상처낼 뿐이다. 좌절된 사랑이 결국 김정현의 죽음을 통해 숙배와 민상건이 구원을 받았을 지 몰라도...

인애와 김정현의 이야기를 소설 안에서 더 많이 만나지못해 아쉬웠다. 김정현이라는 인물은 소설 속에 많이 나오지

않아도 그가 인애에게 토해내는 그의 감정이 실린 편지만을 보아도 그는 사랑할 수 밖에 없는 인물이란 생각이 들었다.

여린 감정의 소유자인 그를 충분히 글 안에서 느낄 수 있었다.

이 모든 것은 또한 인물을 그려내는 작가의 역량일 것이다.  

녹지대라는 장소는 이 소설에서 중심이 되는 곳이다. 그들이 만나는 곳이자, 도피처이다. 마치 홀로 떠있는 섬처럼..

과거 예술가들의 거리였다던 명동의 향수와 함께 문학인들이 모이는 이곳은 어쩌면 실제로 존재했을 지도 모르겠다.

 

요즘 작품들과 비교하면 이 작품은 지극히 통속적이다 말할 수도 있겠지만, 레코드판을 꺼내어 오래전 그때의

음악을 꺼내 듣듯 이 작품은 한국문학작품으로서 그립고도 아픈 향수와도 같은 소설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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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5구의 여인
더글라스 케네디 지음, 조동섭 옮김 / 밝은세상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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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혹적인 그녀,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을 지닌 팜프파탈의 등장이다.

주인공 소설가가 파리에서 만난 마지트 카다르. 그녀는 아름답고 강하고 매혹적이고 연민마저 느끼게 되는 그런 여자이다.

거부할 수 없는 그녀, 그것은 마치 파우스트처럼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기위해 계약하는 거래와도 같다.

[빅 피처]작가 더글라스 케네디 작가의 매력이 이 책 안에서 어김없이 발휘된다. 첫 장을 넘기면서 베스트셀러 작가라는 그의

타이틀이 손색없을만큼 금새 책 속에 빠져들어버린다.

이 책의 시작은 굉장히 유쾌하다. 교수 해리가 호텔에서 겪는 고초와 프론트직원과의 다툼에서 웃으며 넘어가다

살인사건이 하나씩 일어나고, 해리가 비밀의 일을 맡게되면서 이 이야기가 어떻게 전개될 지 알 수 없는 미궁 속으로

독자는 빠져들어간다. 그리고 여기서 등장하는 마지트 카다르. 그녀에 대한 반전은 뒤에 등장하는데 이 사실을 알고 보면

흥미는 반감될 것이다. 반전이 공개되기전 그녀에 대한 것을 전혀 상상못했고 파리5구의 여인이라는 제목을 생각할 때

어떤 비밀이 있는 것일까, 생각했는데 은밀히 숨겨낸 작가의 능력이 놀랍기만 하다.

책을 다 읽고 나니 표지에 그려진 그녀의 방과  글을 쓰는 남자의 설정을 잘 담아낸 것 같은 생각이 든다.

그녀의 잔인함을 어떻게 받아들일 지는, 그리고 해리의 선택을 어떻게 판단할 지는 독자의 몫일 것이다.

미스테리와 접목된 로맨스, 그리고 스릴러. 장르의 결합이 잘 되었고 책 속에서 느껴지는 어두움과 짙은 붉은 느낌의

마지트의 캐릭터, 오랜 역사를 간직한 유럽, 파리의 이미지도 접목이 잘 되었다 생각한다.

문장력과 대화의 표현력, 강렬한 스토리와 빠른 전개, 단연 독보적인 기대작이다. 결말이 어떻게 될 까, 생각하며 아쉽게

마지막 장을 넘겼다.

겉으로 표현하지못하고 감추고 있는 인간의 본성, 타인을 향한 분노와 질투, 그리고 복수심이 직접 나타났을 때 어떻게 되는지

그리고 그 파국에 대해 작가는 이 책을 통해 다양하게 접근하며 절묘한 픽션으로 소설을 이끌어 가고 있다.

이미 벌어져버린 현실, 수습할 수 없는 죽음, 살기위해 선택하는 어쩔 수 없는 선택. 불행한 해리와 시간이 지나도

해리의 연인인 마지트. 마지트의 사랑, 마지트의 복수. 요술램프의 지니이기도하고 파우스트의 악마이기도 한 마지트.

자신이 생각한 것이 이루어지는 것을 보며 해리는 통쾌함을 느꼈을 것이고 독자 또한 말모를 희열을 느끼며 마지트의

존재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하고 끊임없이 생각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지금도 파리 5구 어딘가, 먼지쌓인 작은 방에 살고 있을 마지트를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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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옷을 입으렴
이도우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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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가장 섬세하고 여성적인. 서정적인 소설을 만났다. 새의 선물이후 성장소설로 본다면, 뜻밖의 수확이다.

그림을 그리듯, 여름날 한편의 수채화같은 작품이다. 한 문장 한 문장, 느낌이 살아있는 문체가 정말 좋았다.

작가의 정성이 느껴졌다. 처마,  툇마루, 트랜지스터 라디오, 교련 바지 등 추억의 단어들을 만날 수 있었던 것도

좋았다. 이 작품은 주인공, 고둘녕이 과거를 회상하면서, 현재와 과거가 교차되며 소설이 전개된다.

그녀의 과거 속 주인공은 이종사촌 자매 수안이다. 수안을 중심으로 가족과 학교 친구들과, 마을 사람들이 그려진다.

이 책은 다독다독 거리며 할머니가 들려주는 자장가와 같은 소설이다.

 

착한 아기 잠 잘 자는 베갯머리에

어머님이 홀로 앉아 꿰매어나니

꿰매어도 꿰매어도 밤은 안깊어

 

향수가 짙고 강한 작품이었다. 한 땀 한 땀 꿰매듯 이야기들이 맞춰진다. 과거를 따라 함께 서정적인 추억에 잠겨본다.

라면을 처음 먹던날, 종이인형놀이나,푸른 유리알, 그리고 편지..보이스카웃이나 독서토론 등.

학교 옥상에서 벌어진 그들만의 강렬했던 토론과 그 속에 담겨있는 추억.

오랜만에 만난 이만 총총이라는 글귀도 반가웠다. 어릴적 나도 좋아했던 글귀였다.

전체적으로 아련하고 슬프고 먹먹한 느낌이 가득 찬다. 책을 다 읽은 후 잊을 수 없는 그들의 이야기에 마음이 아파왔다.

주인공이 잊지못하듯 나또한 그랬다. 그래, 내겐 그랬다. 내가 어른이 되어서도..아마 누구나 과거를 추억하며 붙잡고

살기에 누구나 느끼게 되는 감정이 아닐까 싶다.

실과 바늘이라는 수선집을 운영하는 고둘녕은 할머니에게서 재봉틀을 선물로 받았다.

그리고 그녀는 지금도 편히 쉬지못할, 잠들지못하는 수안을 위해 잠옷을 지어주고 싶어했다.

책을 다 읽고 난 후 제목을 다시 볼때는 그래, 슬픈느낌. 잠옷을 입으렴.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마음이 약한 사람은 결국 상처를 받고, 가장 먼저 세상을 떠나게 되는 걸까. 후회는 역시 가장 싫은 단어이다.

그래도 우리는 그곳에 있는 그를, 그녀를 그리워하며 살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고둘녕의 행복을 빌어주고 싶다. 아마 그게 나에게도 마음의 위안이 되겠지. 대리만족이랄까.

아직도 그녀를 바라보며 소년처럼 얼굴을 붉히는 충하. 변했지만 또 변하지않는 소년과의.

변치않는 소녀인 고들녕과의 행복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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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네버랜드 클래식 1
루이스 캐럴 지음, 존 테니엘 그림, 손영미 옮김 / 시공주니어 / 200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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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앨리스가 토끼를 따라 가서 본 이상한 나라. 그 매력적인 나라를 만났다.

상상력 가득한 이 책을 작가가 어떻게 생각했을까, 궁금했었는데 그에겐 앨리스의 모델이 된 소녀가 있었다.

그 소녀는 어떤 소녀였을까, 풍부한 이야기 속에서 어떤 상상이 가득했을지 호기심이 생긴다.

이 책에서 또 반가웠던 것은 일러스트 작가 존 테니얼 작가였다. 처음으로 앨리스를 그린 그보다 잘 그린 그림은

없었다고 한다. 나도 그의 그림에서 앨리스가 토끼집에서 몸집이 커져 곤란해하는 일리스트가 글과 너무 잘 어울린다

고 생각이 들었다. 그 외에도 개성이 다른 캐릭터마다 장점을 잘 살려서 그림을 그렸다고 생각한다.

 

이상한 나라 앨리스의 구성과 짜임새는 손색이 없다. 사건에 따라 순차적으로 전개가 되는데 앨리스가 조끼를 입고

시계를 갖고다니는 토끼를 쫓아 이상한 나라를 가게 된다는 설정, 그리고 그 세상에서 앨리스가 만나게 되는 인물들-

담배를 피는 애벌레나 입이 찢어지도록 웃는 체셔 고양이, 공작부인과 누구나 팍팍 너무도 쉽게 목을 치는 여왕님,

모자장수 등 흥미진진한 캐릭터가 넘쳐난다.

이상한 나라 앨리스 영화에서는 여왕과 모자장수의 캐릭터를 살려 시각적 이미지화에 성공했었다.

지금도 앨리스 못지 않게 토끼와 체셔 고양이가 인기가 있는 점을 생각한다면 작가는 캐릭터 즉 인물을 만들어내는 데에 또

남다른 재주가 있다고 생각이 든다.

앨리스가 병 속에 든  액체를 마시고 키가 커졌다, 작아졌다하는 점, 앨리스가 흘린 눈물에 작아진 앨리스가 둥둥

떠다니는 점 등 앨리스에게 일어난 사건들은 모두 동화적 상상력이 정말 뛰어나다.

환상과 모험의 시초가 되고, 어머니(?)가 되는 작품은 정말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같다.

이 책을 읽는 독자라면 누구나 앨리스처럼 이 이상한 나라에 가고 싶고 조끼를 입은 토끼를 따라다니고 싶은 마음이 드니

말이다.

키가 커지거나 작아지는 점은 아이들이 특히 좋아하는 부분이라서 아이들의 심리를 잘 대변해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상한 나라를 곤란해하면서도 재미있어하고 또 그 안에서 자신의 소신을 갖고서 어려움을 헤쳐나가는 앨리스.

앨리스의 캐릭터도 작품과 잘 맞게 어울러져서 사랑스러워지는 인물이다.

앨리스의 꿈과 상상, 모험이 가득한 세계를 맘껏 누릴 수 있는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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