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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옷을 입으렴
이도우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2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최근 가장 섬세하고 여성적인. 서정적인 소설을 만났다. 새의 선물이후 성장소설로 본다면, 뜻밖의 수확이다.
그림을 그리듯, 여름날 한편의 수채화같은 작품이다. 한 문장 한 문장, 느낌이 살아있는 문체가 정말 좋았다.
작가의 정성이 느껴졌다. 처마, 툇마루, 트랜지스터 라디오, 교련 바지 등 추억의 단어들을 만날 수 있었던 것도
좋았다. 이 작품은 주인공, 고둘녕이 과거를 회상하면서, 현재와 과거가 교차되며 소설이 전개된다.
그녀의 과거 속 주인공은 이종사촌 자매 수안이다. 수안을 중심으로 가족과 학교 친구들과, 마을 사람들이 그려진다.
이 책은 다독다독 거리며 할머니가 들려주는 자장가와 같은 소설이다.
착한 아기 잠 잘 자는 베갯머리에
어머님이 홀로 앉아 꿰매어나니
꿰매어도 꿰매어도 밤은 안깊어
향수가 짙고 강한 작품이었다. 한 땀 한 땀 꿰매듯 이야기들이 맞춰진다. 과거를 따라 함께 서정적인 추억에 잠겨본다.
라면을 처음 먹던날, 종이인형놀이나,푸른 유리알, 그리고 편지..보이스카웃이나 독서토론 등.
학교 옥상에서 벌어진 그들만의 강렬했던 토론과 그 속에 담겨있는 추억.
오랜만에 만난 이만 총총이라는 글귀도 반가웠다. 어릴적 나도 좋아했던 글귀였다.
전체적으로 아련하고 슬프고 먹먹한 느낌이 가득 찬다. 책을 다 읽은 후 잊을 수 없는 그들의 이야기에 마음이 아파왔다.
주인공이 잊지못하듯 나또한 그랬다. 그래, 내겐 그랬다. 내가 어른이 되어서도..아마 누구나 과거를 추억하며 붙잡고
살기에 누구나 느끼게 되는 감정이 아닐까 싶다.
실과 바늘이라는 수선집을 운영하는 고둘녕은 할머니에게서 재봉틀을 선물로 받았다.
그리고 그녀는 지금도 편히 쉬지못할, 잠들지못하는 수안을 위해 잠옷을 지어주고 싶어했다.
책을 다 읽고 난 후 제목을 다시 볼때는 그래, 슬픈느낌. 잠옷을 입으렴.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마음이 약한 사람은 결국 상처를 받고, 가장 먼저 세상을 떠나게 되는 걸까. 후회는 역시 가장 싫은 단어이다.
그래도 우리는 그곳에 있는 그를, 그녀를 그리워하며 살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고둘녕의 행복을 빌어주고 싶다. 아마 그게 나에게도 마음의 위안이 되겠지. 대리만족이랄까.
아직도 그녀를 바라보며 소년처럼 얼굴을 붉히는 충하. 변했지만 또 변하지않는 소년과의.
변치않는 소녀인 고들녕과의 행복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