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으로 읽는 대한민국 - 한국현대사의 그때 오늘
박태균 지음 / 역사비평사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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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대중의 역사의식에 대한 위기감은 상당히 예민한 수준이다. 

특히나 5.18에 대한 고인모독과 조롱은 일본의 우경화를 비판하기 어려울 정도이다.
표현의 자유에 대한 백분토론까지 진행되었지만 아직도 마땅한 해답은 찾지 못하고 있는데
그 와중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야할 듯한 역사학자들은 침묵으로 일관하는 것처럼 보인다.

조롱에 일일히 반응할 필요 없을 정도로 말도 안되는 내용이라는 게 가장 큰 이유일 것이며
역사를 음모론적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에(북한이 개입하지 않았다는 증거가 있냐, 라는 식으로)
말해봐야 소용없다는 회의감도 이유일 것이다.그 외에 여러가지 개인적 사정들도 있겠지만.

그 와중에 역사학자의 한사람으로서, 그리고 한국현대사학계에 한 기둥을 맡고 있는 사람으로서
근현대사의 민감할 수 있는 사안들을 지극히 객관적으로, 그리고 읽기쉽게 쓴 책이 출간된다는 것은 참 반가운 일이다.

일단은 그 구성이 참 독특하다. 신문에 연재했던 글을 수정, 보완했기 때문인건지 
12개월이라는 시간흐름에 맞추어 해방이후부터 박정희정권기까지의 굵직한 사건들을 묶어서 풀어내고 있다.
그리고 각 사건 당 1~3장 내외의 분량은 독자들로 하여금 땅콩까먹듯이 하나씩 뚝딱, 부담없이 읽을 수 있게 해준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답답증이 조금이나마 해소되는 것은
그 때 그시절의 사건들이 주는 현재적 교훈, 우리가 왜 역사를 알아야 하는지에 대한 
역사학자 나름의 해답을 매 월을 정리하는 페이지에서 적어주고 있다는 점이다.

읽는 독자로서 그것은 현재의 정부를 떠올리게도, 막 지난 정부를 떠올리게도 한다.
저자는 절대 주어를 얘기하지 않지만, 그는 은연 중에 날카로운 지적을 톡 쏘아댄다.
단순히 정부에 대해서만이 아니라, 대중에 대해서도 경각심을 요구하고 있다.

두고두고 짬짬이 반복해서 곱씹어봐도 좋을 책이다. 
다만 조금 아쉬운 점은, 저자의 연구지평때문인지도 모르겠으나 주로 대외관계와 관련한 내용이 주를 이룬다는 것이다.
조금 더 다양한 계층의 사건이 다루어졌다면 좋지 않았을까.
시리즈로 출간되어도 좋을 듯하다.

가장 마음에 남는 한 구절을 남기며 리뷰를 마친다.

"냉혹한 현실 속에서는 현실주의적 판단도 분명 필요하다. 그러나 역사는 성공한 사건만을 다루지 않는다. 동학농민운동이나 3.1운동이 성공했기 때문에 기념하는 것인가? 물론 실패했기 때문에 역사에서 다루는 것도 아니다. 이들 사건은 인간을 인간답게, 민족을 민족답게 살아가도록 하는 역사의 발전과 흐름에 순응했다. 독립운동이나 남북협상과 같은 사건이 일어나지 않았다면, 그리고 역사에 기록되지 않았다면 우리 민족이 식민 통치를 원하지 않았고 분단도 바라지 않았다는 사실을 무엇으로 증명할 수 있겠는가? 그래서 그 실패를 안타까워하고 왜 실패했는가를 찾고자 하는 것이다. 역사는 좀 더 긴 호흡을 갖고 볼 필요가 있다."(pp.94~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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