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및 한국의 극우세력에 의해 한일관계가 극도로 악화되어 있는 때에
한일관계를 중립적인 시선으로 긍정적 측면과 부정적 측면을 모두 다룬 책이 나왔다.
이 책은 일제시기부터 최근까지의 한일관계를 총망라하여 주제별로 나누어놨는데
연구자 혼자서 정리하기에는 벅찰만큼
정치부터 문화까지 굉장히 다양한 주제를 폭넓게 담고 있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한미일 삼각관계, 한일조약의 체결과 한국의 경제발전에 있어 일본의 영향력
재일한인들의 북송사업과 그로 인한 디아스포라의 발생, 한일 문화교류와 교과서문제까지
이 책 한권만으로도 한일관계사에 대한 기본적인 입문이 가능할 듯하다.
저자는 일본과 한국이 반복되는 갈등과 대립에서 벗어나 상호유대의 길을 걷기를 바라고 있다.
따라서 이 책은 저자의 바람이 이루어지기 힘든 이유가 무엇인지 역사적 배경을
그 연원에서부터 살펴보는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
특히 한일관계는 지나간 역사가 아니라 현대에까지 살아있는 역사라는 것을 최종장으로 가면서
강조하고 있으며 그는 한국과 일본 간 학술적 연구 뿐만 아니라 인권, 인간적 유대로까지
나아갈 것을 희망한다.
그간 이 시리즈로 출간된 책 중에서는 상당한 볼륨을 갖고 있으나 읽는 데에 버겁지는 않다.
또한 주제별로 나누어져 있어 복잡한 한일관계를 이해하기에 용이하며
이 책에 수록된 쟁점들이 우리의 역사에 있어도 상당히 중요한 쟁점들이라는 점에서
대한민국의 역사에 일본이 얼마나 많은 관련을 갖고 있는지 새삼 깨닫게 해준다.
약간의 의문인 것은 책의 볼륨은 21세기인 최근까지 다루고 있는데,
제목은 20세기 한일관계사 라는 점이다.
아마도 한일관계에 있어 가장 중점적인 내용이 20세기이고
현재는 20세기의 유산에의해 규정당하고, 그것에서 벗어나고자 노력하는 모습이 서술되어 있기 때문에 제목이 '20세기'에 한정되어 있는 듯 하지만
20세기의 역사가 현재까지 꾸준히 그 영향을 미치고,
현재의 우리 삶을 일정 부분 재단하고 있다는 점에서
지나가지 않는 역사라는 점을 좀 더 강조해 주었다면 좋았을 듯하다.
무튼 부디 저자의 바람대로 앞으로의 한일관계가 상호유대를 강화하고
지난 과거에 대한 인도적, 국가적 청산이 모두 이루어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