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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길
탁승관 지음 / 미래와사람 / 2022년 9월
평점 :
탁승관 님의 세 번째 시집 [산책길]을 만나게 되었다. 시집을 펴내며 올리는 첫째 딸의 이야기를 통해서 60대 남성이며, 한때 건강을 잃고 수술 후 회복하며 극복하는 과정 속에서 시간 날 때 늘 숲속 길을 산책하셨던 시인의 다양한 감정과 느낌, 그 이야기가 이 책 속에 지난 1년에 시간 흐름 속에 담겨 있는 시집으로 우리 앞에 선보인 것이다.
어쩌면 건강하고 지극히 평범한 일상을 살았다면 그 느낌과 감격이 시인이 온 몸과 마음으로 느낀 그 느낌을 가지고 볼 수는 없었으리라 생각하기에 여기 담겨 있는 시들은 하나씩 곰곰이 시간을 두고 곱씹어도 좋을 듯 싶다.
초록이 물들어가는 초여름 시인의 시들은 숲속의 내음을 많이 이야기 한다. 산 내음, 숲내음, 푸르름 내음, 풀 내음, 언제 코를 활짝 열고 숲속의 내음을 맡았는지 느꼈는지 잘 생각이 나지 않는데 시인과 함께 숲속에 들어가 다양한 내음들이 내 코를 간지럽히는 듯한 느낌이 후각적으로 많이 다가왔다.
매일 반복되는 저무는 하루 일과도 시인은 여러 느낌과 감정으로 노래한다. “시간이 영글어 고개 숙이는 저녁 나절” 이라든지 “푸르름이 짙다”라 든지, “시간이 익어가는”, “새로운 추억의 세월을 채우노라” 등등 시인이 가진 통찰과 독특함으로 흘러가는 계절과 시간을 따뜻하게 품어낸다. 누구나 하루 동일한 시간을 살면서 그 시간 들을 보내지만 어떻게 이렇게 다르게 느끼고 바라볼 수 있을까 신기하다.
그리고 시 중간 중간에 함께 실린 자연, 숲속의 흑백 사진 또한 진하게 우리를 그 시간과 공간 속으로 이끌어 가준다. 칼라 사진과는 또 다른 깊은 정서가 느껴지는 것 또한 이 책의 묘미가 아닐까 한다. 시간의 흐름을 따라서 매일 매일 다양한 시공간 속에서 저자가 느끼는 것들을 함께 보고 따라가면 어느새 삭막했던 내 가슴이 스스로 무장해제 되는 느낌이 든다. 똑 같은 것을 보고 같은 공간 같은 시대를 살아가면서도 얼마든지 우리의 감성과 생각 느낌이 이렇게 다르고 풍성하고 세밀할 수 있으며 그 속에서 소소한 행복을 읊조릴 수 있겠다는 것이 이 시집이 주는 최고의 선물이 아닐까 한다.
조금이라도 많은 것들을 가지고 싶어 심지어 우리가 속해 있는 자연 속에서도 인간적인 욕심을 드러내려는 본성 앞에서 시인이 자연을 대하는 태도, 사람을 시간을, 더 나아가 인생을 어떻게 이해하고 말하는지를 경청한다면, 우리 내 인생사가 지금 보다는 한 걸음 순화된 삶이 되지 않을까 이 시집을 통해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