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눈, 고백 머묾 세계문학 사랑 3부작
기 드 모파상 지음, 구영옥 옮김 / 머묾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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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파상이 들려주는 교훈 같은 이야기.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고.. (조심하지 않는다면...) 반드시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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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에 반대한다 - 희생된 진보의 새들은 연합할 수 있고, 우리는 소외를 거부할 수 있다
슬라보예 지젝 지음, 강우성 옮김 / 우중몽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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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늬만 진보인 가짜 진보 말고,
진정한 진보란 무엇인가?

한 번 뿌리 내리면 다시 그 전으로
되돌릴 수 없도록 튼튼한 시스템을
만드는 것.. 아닐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진보의 가치를 나중에 수정하지 않도록
기초부터 올바르게 새기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제젝의 반대에 나는 찬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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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즈번즈
박소해 지음 / 텍스티(TXTY)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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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즈번즈(남편들) 이야기..

* 해당 내용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편하게 쓰기 위하여..
오랜만에 안전장치(?)
해제하고 글을 시작합니다...

일단 책 제목에 대해 적어보겠습니다.

허즈번즈... 라....

저는 일상에서 자주 사용하는
영어 단어가 아니라면..;;

그게 쉬워도 잘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번에도 이에 해당되었습니다.
몰랐어요..

허즈번즈는 허즈번드(남편)의 복수형으로..
'남편들'이라는 흔히 사용되지 않는 단어입니다.

이 책 제목은 어쩌면..
낚시성 제목 같기도 합니다.

큰 틀에서 보면 수향이라는 주인공의
이야기가 중점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그런 동시에 낚시성 제목이 아닙니다.
매우 중요한 서사의 도구로 사용되기에...
편협한 관점을 지닌 사람에게는..
엄청 불편한 이야기로 읽힐 거 같습니다.
... 이러면서 슬쩍 한 발을 빼는... ㅎㅎ...)

---

일단 줄거리를 큰 틀에서
간략하게만 적어볼게요.

이 소설 『허즈번즈』는 일제강점기부터
1990년대까지 이어지는 한국 근현대사를
배경으로, 한 여성 수향의 파격적인 삶을
따라가는 역사·고딕·미스터리 서사입니다.

제주에서 외할머니와 여동생과 살던
소녀 수향은 원인 모를 무병을 앓은 뒤
굿을 통해 영적인 능력을 지니게 되고,
남들이 보지 못하는 존재들을 감지하는
'아기 심방'이 됩니다.(무속적 요소..)

이후 가족을 잃고 친부에게 이끌려
경성으로 가게 되는데, 해방 직후
권력을 쥔 아버지는 일본인 가문의
적산가옥인 나가스 저택을 차지합니다.
(고딕적 요소..)

이 저택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음습하고 관능적인 기운을 품은
하나의 살아 있는 존재처럼 기능하며,
그 안에서 수향과 여러 남성들의
관계, 욕망, 권력, 사랑이 얽히기 시작합니다.
(허즈번즈적(?) 요소..)

수향은 시대와 제도, 가부장제에 순응하지 않고
오히려 자신만의 방식으로 관계를 설계하며
여러 '남편들'과 독특한 가족 공동체를 만들어갑니다.
(독특하게 느껴지는 것은.. 익숙치가 않기 때문일테죠.)

전쟁과 사회적 격변 속에서도
수향은 삶의 방향을 스스로 결정하며
계속해서 자신을 갱신해 나아 갑니다.

(그 끝은 물론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지요..
속편도 나올거라는 소식을 접했습니다. ㅎㅎ
제목도 속편 느낌이 물씬 납니다.
와이프(아내)의 복수형 『와이브즈』 라고 해요.)

이 작품은 한 여성의 생존기이자 욕망의 역사이며,
동시에 역사에 기록되지 못한 개인들의 감정과
관계를 복원하는 이야기라고 해석됩니다.

---

이제부터 느낌 위주로..
편하게 적어보겠습니다.

일단 남편이 여럿 등장한다는..
설정은 책 내용을 열심히 찾지
않아도 알게 되었을 정도였으니..

과감하게 스포합니다.(??)
수향이 팔려가듯, 결혼을 하는데
배우자가 사실은 세쌍둥이 였습니다.

그에 얽힌 내용도 있지만 생략하고..
수향은 세쌍둥이 남편들을 잘 길들여서(?)
전략적으로 저택과 자유를 쟁취합니다.

그 과정에서 한 남자(나가스 마사키)를
알게 되고.. 그 남자도 저택으로 들입니다.
(마사키는 의사였기에 도움이 될 거란 생각으로..)

마사키는 일본의 패망 직후 사라진
여동생 쿄코를 찾기 위해 한국인으로
신분 세탁을 한 상태였고..

수향의 도움을 받아
결국 여동생을 찾게 됩니다.
(등잔 밑이 어두웠음을 깨닫습니다.)

우리의 수향은(?)
넷으론 부족합니다.

별이 다섯 개는 되어야 명품이듯..(??)
또 한 명의 남성이 주요 인물로 등장합니다.

월터 콜린스 라는 미 공군 대위를 산에서
구조해서.. 그 남자도 집으로 들입니다.

---

잠깐의 평화가 왔는가 싶었지만..

김은도 라는 차가운 인민군(?)이..
전세가 바뀜에 따라 집으로 들어오게 됩니다.
이 집을 중간 기지로 삼으려는 목적이었습니다.

부하들을 거느리고 집을 점령한 것이지요.
요 놈(?)은 금방 어떻게 못 합니다.

물론.. 어쨌든 결국(?)
어떻게(??) 결국 하고 맙니다.

차가운 인민군 이야기까지 길게 적으면..
리뷰 글이 너무 길어질 거 같아서 생략했습니다.

(첨부 사진을 보면 아시겠지만..
주요 등장인물이 9인 입니다.
저마다의 사연이 있으니..
궁금하신 분은 직접 확인하시길. ㅎㅎ..)

제가 여러 내용들을 생략해가며
매우 단순화해서 적었지만..

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

작가의 말까지 포함하면 524쪽이니..
결코 짧은 분량의 장편 소설은 아닌 듯 해요.

제가 장편 소설에는 약한 편(??)이라..
이야기가 어려우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최근 버지니아 울프 세계를 잠깐 느끼며(?)
고생스러운 고행을... 했거든요...??
(물론 현재 진행형입니다.
나름 의미가 큰 고행이라. ^^)

그래서 그런지 자꾸 의미를 해석하려고
애쓰는.. 저의 모습을 이 책을 읽으면서도
느꼈는데.. 중간쯤 분량을 넘어가니까..
깔끔하게~ 그 태도를 내려놓게 되더군요.

제 마음대로..
"작가님이 나를 배려했군..."
이렇게 생각하고 재밌게 읽었습니다.
(그래서 므흣한 장면들도....... ^^;;;;)

그믐에서 함께 읽었는데..
대화에는 많이 참여하지 못했습니다.

여성의 서사를 남성의 관점으로..
뭐라 뭐라 말하기가 조심스럽기도 하고;;;
(물론 제가 여성으로 오해를 자주 받긴 하지만..)

어쨌든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못한 것에 대한;;
죄송한 마음이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그래도..
지난 주 금요일에 그믐에서 열린
라이브 채팅도 실시간으로 참여했고..

이번 주 금요일에 예정된 라이브 채팅도..
참여할 예정이니까, 봐주실 거라 믿으며. 😅
이쯤에서 슬슬.. 마무리를 해야 겠습니다.

저는 여성의 다양한 서사가
우리 사회에 더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느낀 분들도 분명 있을테지만..
우리가 보는 방송들도 보면,

여성의 서사가 ..
점점 더 많아지고 있습니다.

좋은 현상이라고 생각하고,
더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도 있습니다.

요즘 세계적으로도..
동양의 서사, 여성의 서사가
전보다 환영 받는 이유에 대해서
가만히 생각해 보면..

자연스럽다는 느낌도 듭니다.
작용에 따른 반작용 이랄까요..?

이 장편소설 역시..
그 반작용의 배경 속에서 탄생한
귀하고 좋은 작품이라고 생각됩니다.

어제 다 읽고, 방금 글까지 다 쓰고..
보니 추천의 글이 더 와닿습니다.

"불길한 형체가 아른거리는 야릇한 드라마.
이런 불꽃을 만나는 건 드문 행운이라 기뻤다."
ㅡ 조예은(소설가)

저도 기뻤습니다.

한 단계 계단을 밟고
우상향을 이룬(?) 느낌적인 느낌...

늘 좋은 그믐 모임에서
좋은 사람들과 좋은 책으로
함께 이야기 나눌 수 있어서..
가문의 영광이었습니다.

이쯤에서 줄이겠습니다.

끝!!

#허즈번즈
#박소해 장편소설

#텍스티

우리가 사라지면
암흑이 찾아온다

#지식공동체그믐

#박소해의장르살롱
줄여서 '박장살' 나름(?) 단골..

작가님 ~
첫 장편소설의 대박을 기원합니다!!

그리고..
오늘도, 내일도 우상향!!

(그러고 보니..
소해도 수향도 상향도.. 전부 SH..
그러면 뚜리니까 TSH...
아.. 해석 쫌 그만... ㅠㅠ..)

#북스타그램 #바닿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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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닿늘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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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즈번즈
박소해 지음 / 텍스티(TXTY)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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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돌침대는 별이 다섯 개, 허즈번즈는 남자(?)가 다섯 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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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보이지 않는 전쟁과 돈의 역사 - 폭력이 펼쳐지는 시대마다 누가 숨은 이득을 챙기는가
던컨 웰던 지음, 윤종은 옮김 / 윌북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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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찬 전쟁과 인간 이야기..

『눈에 보이지 않는 전쟁과 돈의 역사』

이 책은 얼핏 제목만 보면
딱딱한 역사책 같기도 하지만..
막상 읽어보면 느낌이 다릅니다.

뭐랄까.. 전쟁사인 동시에..
인간 행동 해설서 같다고 할까요..?

---

이 책이 계속 반복적으로
보여주는 건 이것 같습니다.

"사람들은 생각보다 계산적으로 싸운다."

예를 들어..
바이킹이 강했던 이유는
성격이 사나워서가 아니라
배를 잘 만들고, 종교 제약이 없었기 때문..
이라는 식이죠.

또 칭기즈칸은 단순한 정복자가 아니라
유라시아를 연결해서 '세계 교류망'을
만든 인물이기도 설명하기도 합니다.
(요런 메시지가 유발 하라리의 저서
『사피엔스』에도 나왔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제국주의를 찬양한다며 비판을 강하게
받았다고 들었던 것 같은데... 🙄)

---

이 책의 내용에 따르면..
나라가 강해지는 공식도 의외입니다.

우린 보통 '권력 집중 = 강한 나라'
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시스템만 잘 돌아가면..
분권 국가도 강하다고 이야기합니다.

저는 '권력 집중 = 강한 나라' 이런 공식이
그때 그때 다르다는 생각도 듭니다.

과거에는 오랫동안 통했고,
역사적인 기준으로 근래(?)에는
오랫동안 통하지 않았으나,
미래에 어떨 지 모르겠습니다...
(무슨 말인 지 느낌 아시겠죠?? 😅)

---

그리고.. 역사적으로 벌어졌던..
이상한 행동(광풍)에도 이유가 있었습니다.

솔직히 마녀사냥 같은 사건 보면...
"사람들이 한 때 미쳤었나?" 싶기도 하잖아요..?

근데 이 부분도 어느 정도.. 이해가 됩니다.

짧게 정리하자면..
가난 + 기후 악화 + 인구 문제 + 권력 이해관계
→ 사람들은 얼마든지 잔혹해질 수도 있다..

무섭죠?
그런데 이 구조... 지금도.. 어디선가..
그대로 반복되고 있지 않나요??? 😑

---

인상 깊었던 인물로..

로스토라는 경제사학자 겸 정책가가 나옵니다.
(아이디어는 많았지만 확신이 너무 강했던 사람...)

존 F. 케네디는 로스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고 책에서 나옵니다.

"월트는 아이디어가 넘치는 사람이에요.
아이디어를 내면 10개 중 하나는
기가 막히게 훌륭하죠. 문제는...
그중 6~7개는 별로인 정도가 아니라
위험하기까지 하다는 겁니다."

그의 군사 제안을 받아들였다면..
역사가 완전히 달라졌을지도 모른다고 합니다.

여기서 책이 던지는 질문은..
이거라고 느꼈습니다.

"세상을 움직이는 건
가장 똑똑한 사람이 아니라..
가장 확신이 강한 사람 아닐까?"

---

이 책은 전쟁을 설명하는 척(?)하면서..
사실은 인간을 해부합니다.

저는 마치..
이런 메시지를 주는 것 같았습니다.

"인간들, 이래도 정신 안 차릴래??"

목차에 있는 모든 이야기가..
와닿고 좋았습니다.

약간은..
<거꾸로 읽는 세계사>를
보는 듯한 느낌도 들었고..

얼마 전에 읽고 소개했던 책,
『시선 너머의 지식』 같은
느낌도 들었습니다.

아.. 또... 그 책도 생각납니다.
『요즘 어른을 위한 최소한의 세계사』

이제는 정말...
세계사를 모르면 안 되는 시기 같아요.

흐유... 😮‍💨

그래서 요런 책들이
더 다양한 버전으로..
많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강력하게 추천드립니다.

어쩌다 보니..
어제의 리뷰에 이어서(?)
읽기 좋은 내용이 된 거 같기도 합니다.

어제 올렸던 『3기니』 내용도
함 읽어보시길 추천드립니다.

이쯤에서 줄이겠습니다.

끝!!

#눈에보이지않는전쟁과돈의역사
(Blood and Treasure)

#던컨웰던 지음
#윤종은 옮김

#윌북

정신차려 이 친구(?)야..
#북스타그램 #바닿늘

비슷한 주제의 글은..

#바닿늘역사
#바닿늘세계사
#바닿늘경제학



아래에서부터는 책에서 발췌한 내용입니다.



이 책은 바이킹 시대부터 최근에 일어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까지를 아우르며 갈등과 전쟁의 경제학을 탐구한다. 이를 위하 각 장에서는 칭기즈칸을 왜 세계화의 아버지로 봐야 하는지, 중세 유럽의 왕들이 병사들에게 일부러 조악한 무기를 지급한 결정이 왜 합리적이었는지, 신대륙에서 들어온 금은이 어떻게 스페인을 더 가난하게 만들었는지, 일부 경제학자가 마녀재판을 일종의 '비가격 경쟁'으로 보는 이유가 무엇인지, 해적 선장이 어떻게 인사관리의 선구자가 되었는지, 연줄과 인맥 중심의 문화가 영국 해군의 성장에 어떤 식으로 도움을 줬는지, 제2차 세계대전에서 독일군이 훈장을 남발한 일이 독일 공군에 어떤 해를 끼쳤는지, 요제프 스탈린이 경영의 관점에서 주는 교훈은 무엇인지, 경제학 이론이 베트남전쟁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와 같은 흥미로운 사례들을 살펴볼 것이다.
나아가 이 책에서는 이처럼 다양한 사례를 바탕으로 경제학이 전쟁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기도 하지만, 반대로 전쟁이라는 극단적 현실을 통해 현대 경제학의 원리를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 있다는 점까지 보여주고자 한다. p. 12~13


바이킹의 성공에는 뛰어난 전사 계급을 보유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 외에도 더 많은 요인이 있다. 바이킹은 약탈에서 매우 중요한 두 가지 비교우위를 가졌다. 하나는 우수한 해양 기술이며, 다른 하나는 최소 100여 년 동안 기독교 신앙을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점이다. p. 20~21


칭기즈칸이 세계사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 중 하나라는 말에 동의하지 않을 역사가는 없을 것이다. 그는 일찍이 인류가 본 적 없는 거대한 나라를 세웠으며, 이는 현재까지도 기준에 따라 달라지긴 하지만 역사상 두 번째 혹은 세 번째로 큰 제국으로 꼽힌다. 그러나 칭기즈칸이 남긴 유산은 전쟁사나 정치사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세계 경제사에서 지대한 영향을 끼친 인물을 꼽으라고 하면, 많은 사람이 현대 경제학의 선구자 애덤 스미스 같은 주요 이론가나 증기기관을 발명한 로버트 스티븐슨처럼 위대한 혁신가를 고르겠지만 칭기즈칸이 남긴 경제적 유산 역시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 그는 유라시아를 정치적 · 경제적으로 통합했다는 점에서 세계화의 아버지라 할 수 있으며, 의도하지는 않았겠지만 산업혁명의 토대를 마련한 인물이기도 하다. p. 33


팍스 몽골리카가 지역마다 다르게 미친 영향은 이후 수백 년에 걸쳐 중대한 변화를 가져왔다. 유라시아 서쪽, 특히 유럽은 해외에서 막대한 부를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을 두 눈으로 목격한 덕분에 경제적으로 성장했을 뿐 아니라 바깥 세계에 열린 태도를 지니게 되었다. 반면에 중국은 몽골의 지배로 국력이 쇠퇴했으며, 자연스럽게 외부 세력을 향한 경계심이 강해졌다.
칭기즈칸은 최초로 세계화 시대를 열었고, 이후 수백 년간 유럽과 중국 경제의 발전 방향에 큰 영향을 끼쳤다는 사실만으로도 세계 경제사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로 평가받을 만하다.
게다가 칭기즈칸은 세계 경제가 도약을 이룬 결정적 사건인 산업혁명에도 뜻하지 않게 중요한 역할을 했다. 실크로드를 따라 유라시아를 오간 것은 상품과 사람, 지식과 기술만이 아니었다. 그 사이에는 질병도 섞여 있었다. 혹자는 팍스 몽골리카가 '유라시아 대륙을 아우르는 미생물 공동 시장'을 만들어냈다고 평가한다. 그중에서도 오늘날 우리가 흑사병이라 부르는 전염병은 실크로드를 따라 중국에서 크림반도로 퍼졌고, 이곳에서 제노바의 배를 타고 유럽으로 전파된 것으로 보인다. 유럽에서는 1348년부터 1351년까지 전체 인구 8000만 명 중 2500만 명 가량이 이 병으로 목숨을 잃었다.
흑사병은 단기적인 관점에서 인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엄청난 재앙이었지만 유럽 사회에 오래도록 영향을 미칠 중대한 변화를 가져왔다. 인구의 4분의 1이 사망하면서 유럽 전역이 심각한 노동력 부족에 시달리게 된 것이다. 그리하여 유럽에서는 노동자의 협상력이 강해지고 임금이 높아졌으며, 유럽인들은 인건비 상승에 대응하고자 자본으로 노동력을 대체할 방안을 찾아나서기 시작했다. 그 결과는 몇백 년 뒤 우리가 산업혁명이라 부르는 현상으로 나타났다. p. 48~49


근대 초기 유럽 국가 중에서도 정치 체제가 가장 분권화된 곳은 네덜란드공화국이었다. 네덜란드는 펠리페 2세 집권기부터 17세기 중반까지 80년간 독립전쟁을 벌인 끝에 스페인 합스부르크 왕조의 지배에서 벗어났다. 초기 네덜란드공화국은 지역 유력자들과 무역으로 부를 쌓은 도시들의 연합체였다. 당시 네덜란드의 정치 체제가 어떤 형태였는지는 그들이 운용하던 해군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네덜란드 함대는 독립전쟁 시기 동안 스페인군을 북해에서 몰아내고 스페인 상선을 습격하는 등 많은 활약을 했지만, 단일한 해군이 아니었다. 이들은 바다에 면한 5개 주가 보유한 5개 해군으로 이루어 졌으며, 각 해군은 별개의 함선과 지휘부, 장교단을 갖췄다.
언뜻 보기에 통합된 해군조차 없을 만큼 분권화된 국가는 국력이 약하리라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보면, 네덜란드공화국처럼 엘리트 계층, 특히 상업 계층이 정치에 활발히 참여하는 나라는 강한 경제력에 더해 군사력까지 갖출 수 있었다.
결국에 중요한 것은 겉으로 보이는 정치 구조가 아니라 국가의 역량, 즉 국가가 실제로 어떤 일을 해내는 능력이다. 의외로 근대 초기에는 여러 이해집단의 협상을 바탕으로 체제를 구축한 국가들이 이른바 '절대주의' 국가들보다 더 나은 역량을 발휘할 때가 많았다. 네덜란드나 머지않아 그들의 경쟁 상대로 떠오른 잉글랜드 같은 국가들은 견제와 균형을 위한 장치가 존재하고 국가 운영에 일정한 규칙이 있다고 인식했기에 더 많은 세금을 징수할 수 있었다. 일례로 1600년경 네덜란드는 주민 1인당 은 76그램에 해당하는 세금을 거두었던 반면, 스페인은 주민 1인당 은 60그램을 걷는 데 그쳤다. p. 75~76


마녀 광풍은 기후 변화로 전반적인 생활 수준이 하락하고 미혼 여성의 비율이 전례 없는 수준으로 증가하는 시기에 빈곤에 시달리던 지역 주민들이 나이 든 여성들을 제거하고자 내세운 구실 이었다고도 볼 수 있다. 먹을 입이 줄면 남은 사람들의 생활이 조금 이라도 더 풍족해질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해석에 따르면, 『마녀를 심판하는 망치』와 인노첸시오 8세의 교서는 사람들이 빈곤 탓에 벌인 행위를 정당화하기 위한 그럴싸한 핑계에 불과했다. (…)
16세기를 휩쓴 마녀재판의 광풍에는 날씨, 생활 수준의 하락, 취약한 공권력, 인구 구조의 변화 등 여러 요인이 영향을 끼쳤으나, 그 밖에도 두드러지는 역할을 한 요인이 또 하나 있다. 바로 종교개혁과 반종교개혁이다.
16세기 최고의 베스트셀러 작가는 종교개혁의 아버지 마르틴 루터다. 1510~1550년대에 일어난 종교개혁은 이전까지 가톨릭이 지배하던 유럽을 갈기갈기 찢어놓았다. 물론 개신교 종교개혁과 그에 맞선 가톨릭 반종교개혁은 흔히 신앙의 형태, 예배 방식, 교회의 조직 구조 등 교리상의 문제를 둘러싼 갈등으로 여겨진다. 16세기 유럽 사회는 극도로 종교적이었으며, 오늘날 보기에는 난해하기만 한 교리 논쟁이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했다. 당시에는 많은 사람이 교리를 잘못 이해하면 영영 지옥에 떨어질 것이라 믿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톨릭과 개신교의 대립은 종교 서비스를 공급하는 두 경쟁 세력이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기 위해 벌인 경제적 다툼이기도 했다. p. 95~96

마녀 광풍은 경제학에서 다루는 합리적 세계와 무관한 현상으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아무리 비합리적으로 보이는 행위라도 (무고한 여성들을 학살하는 것만큼 비합리적인 행위도 없을 것이다) 유인(*사람이나 조직이 어떤 선택을 하게 만드는 보이지 않는 보상 구조)과 제도라는 맥락을 알면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다. 근대 초기 유럽에서 짧은 기간 내에 그토록 많은 여성이 살해당한 이유는 무엇일까? 마녀 재판과 처형이 당대의 지배적인 제도였던 교회의 이해관계에 부합했기 때문이다. p. 103


유로존에 대해 논평하는 경제학자나 학계 인사, 정책 전문가들은 유럽에 이른바 '해밀턴 모멘트 Hamilton moment'가 필요하다고 이야기한다. 이러한 주장은 수년 전부터 나왔지만, 미국의 초대 재무장관 알렉산더 해밀턴시alexander Hamilton의 삶을 다룬 뮤지컬 <해밀턴>이 큰 성공을 거둔 이후로 더욱 주목을 받았다.
이들의 주장은 유럽이 미국의 전례를 따라 각국의 부채를 공동으로 부담해야 한다는 말로 요약할 수 있다. 그에 따르면, 유로존의 경제는 완전한 통합을 이루지 않았기에 위험한 상황에 놓여 있다. 유로존 국가들은 자국 통화와 통화정책(금리를 설정할 권한)을 포기 했지만, 조세, 지출, 국가부채와 관련한 재정정책은 통합하지 않았다. 해밀턴 모멘트를 이야기하는 사람들은 이러한 구조가 2012~2015년 그리스, 이탈리아, 스페인, 아일랜드, 포르투갈이 겪은 경제 위기의 미국 달러를 더 신뢰하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1789년에 출범한 미국 정부는 수많은 문제에 시달리고 있었지만, 그중 가장 시급한 것은 심각한 재정 상황이었다. 국가부채는 어마어마했고, 세수는 거의 없었으며(세금은 여전히 대부분 각 주에서 통제하고 있었다), 통화는 사실상 가치가 없었다. 그러나 초대 재무장관으로 임명된 알렉산더 해밀턴은 어려운 상황에서도 이를 타개할 계획을 준비하고 있었다.
자금조달법은 그 계획의 중심축이었다. "우리는 재정 문제를 해결해야 해"라는 뮤지컬 <해밀턴>의 대사처럼 재정 상태의 심각성을 잘 알았던 해밀턴은 경제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지난 100년간 영국의 경험을 면밀히 분석했다. 그는 1781년에 쓴 한 서신에서 "국가 부채는 너무 많지만 않다면 국가에 축복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해밀턴이 1780년대와 1790년대 초에 내세운 주장은 크게 세 가지였다.
첫째, 1690년대 이후 영국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 국가부채는 잘 관리하면 국력의 원천이 될 수 있다. 영국은 국가가 채무자로서 신뢰를 쌓고, 부채를 안정적으로 관리할 만큼 탄탄한 제도를 갖추면, 큰 규모의 부채도 어렵지 않게 갚아나갈 수 있다는 것을 입증했다. 그리고 이러한 능력은 군사 용어로 말하면, 국가의 힘을 배가하는 '전력 승수'로 작용했다. 적정한 세수를 거두는 건전한 경제도 좋지만, 전쟁 처럼 많은 자금을 동원해야 할 때는 적정한 세수를 거두는 동시에 자금을 선제적으로 조달할 수 있는 건전한 경제가 훨씬 유리한 것이다.
둘째, 마찬가지로 영국이 입증했듯, 국가부채는 잘 관리하면 정부의 기반을 다지고 필요할 때 권력을 행사하는 능력을 강화할 뿐 아니라, 경제 전반에 많은 이점을 가져다준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1790년 해밀턴이 주장한 대로 "국가부채를 안정적으로 운영해 신뢰를 확립한 나라에서는 국가부채가 화폐의 기능을 대신한다"는 점이다.
이 말은 통화경제학의 핵심을 꿰뚫는 한편, 해밀턴이 일찍부터 부채의 역할을 얼마나 깊이 이해하고 있었는지를 보여준다. 상인, 은행가, 무역업자들이 정부가 채권을 발행해 조달한 돈을 갚을 것이라 확신하다면, 국가부채는 실제 화폐와 비슷한 역할을 할 수 있다. 가령 1790년대 런던의 은행가에게는 금으로 대금을 받든 영국 정부가 발행한 채권으로 대금을 받든 큰 차이가 없었다. 어느 쪽이든 가치를 저장하거나 상품, 서비스를 구매하는 데 사용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렇듯 안정적인 제도로 자리 잡은 국가부채는 은행가와 대출자 들에게 일종의 담보를 제공하고 거래와 교환을 원활하게 만듦으로써 금융 시스템 전반에 윤활유 역할을 한다. 해밀턴이 이 점을 지적한 지 200년이 더 지난 지금까지도, 정부 부채는 국가 금융 시스템의 중추를 이루고 있다.
마지막으로 세 번째 주장은 경제보다는 정치와 더 관련이 깊다. 해밀턴은 국가부채가 "연방을 하나로 묵는 구심점"이 될 것이라 보았다. 이 또한 그가 남긴 중요한 통찰이었다. 당시 미국의 13개 주는 규모와 문화, 구조에서 큰 차이가 있었다. 남부가 노예를 이용한 농업 중심의 경제였다면, 북부는 도시화 수준이 놓은 상업 · 무역 중심 경제였다. 두 지역은 같은 언어를 사용하고 함께 독립전쟁에서 승리한 경험이 있었지만, 서로 다른 정착민 집단의 영향 아래 확연히 다른 방향으로 발전해왔기에 이들이 이룬 연방이 언제까지고 유지되리라는 보장은 없었다. 따라서 국가부채를 함께 부담 하는 것은 13개 주의 결속력을 높이는 공통의 제도로 기능할 수 있었다. p. 199~204


제1, 2차 세계대전은 총력전이라는 새로운 전쟁이었다. 이 시기에는 군 조직만이 아니라 사회와 경제구조 전체가 군사적 목적에 따라 재편되었다. 한 나라에서 생산한 자원 중 전쟁에 쏟아부은 자원의 비율을 보면, 양차 세계대전은 사상 유례가 없는 전쟁이었다. 1914년 이전에도 오랫동안 국제전을 벌여온 영국을 예로 들어보자. 1700년대 초, 존 처칠이 스페인 왕위계승전쟁에서 유럽 연합군을 이끌던 당시, 영국은 연간 GDP의 4~8퍼센트를 군비로 지출했다. 이어 1760년대 초 7년전쟁 시기에는 이 비율이 10~12퍼센트까지 상승 했다. 영국은 프랑스혁명전쟁과 나폴레옹전쟁을 벌이던 1790년대외 1800년대 초에도 GDP의 10~12퍼센트를 군비나 동맹국에 대한 지원금으로 사용했다. 그러나 제1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16년, 영국은 GDP의 41퍼센트를 전쟁에 쏟아부었으며, 1917~1918년에는 이 비율이 거의 50퍼센트에 달했다. 이러한 양상은 제2차 세계대전 에서도 고스란히 되풀이되었다. 이제 GDP의 50퍼센트가량을 전쟁에 투입하는 건 예사였고, 1945년에는 이 비율이 50퍼센트를 넘어서기까지 했다. 당시에는 영국인들이 2파운드의 재화를 생산하면 그중 절반을 전쟁에 쓴 것이다.
영국이 제2차 세계대전 중 전쟁에 투입한 GDP의 비율은 미국 보다 높았지만, 그럼에도 다른 주요 강대국들보다는 낮은 편이었다. 소련은 GDP의 60퍼센트 이상을 군비로 사용했으며, 1943년 독일은 이 비율이 무려 70퍼센트를 넘어섰다.
이는 그야말로 상상을 초월하는 수치다. p. 240~241


제2차 세계대전에서 전투기 조종사들은 결정적인 순간에 혼자서 싸워야 했다. 1인승 전투기에 탄 조종사는 일단 전투가 시작되면 상관의 통제를 벗어나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따라서 적을 격추하기 위해 끝까지 싸울지, 아니면 교전을 멈추고 물러설지는 어디까지나 조종사 개인의 판단에 달려 있었다. 경제학 용어로 말하면, 독일 공군과 전투기 조종사들 사이에서 는 이른바 '주인-대리인 문제'가 발생했다고 볼 수 있다. 이 사례에서 전투기 조종사들은 대리인에 해당하며, 이들은 주인인 독일 공군을 대신해 의사결정을 내리고 행동에 나섰다. 문제는 조종사(대리인)와 독일 공군(주인)을 움직이는 유인이 반드시 일치하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주인-대리인 문제는 삶의 모든 영역에서 흔히 벌어지지만, 목숨까지 걸어야 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주인-대리인 문제를 보여 주는 전형적인 사례는 법조계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변호사(대리인)를 고용한 의뢰인(주인)은 변호사가 제안한 고액의 소송 절차가 정말로 자신의 이익에 부합하는지, 아니면 변호사가 단순히 수임료를 노리는 것인지 의심하기 쉽다. 경제학에서는 이러한 문제가 근본적으로 '정보의 비대칭성' 때문에 발생한다고 본다. 쉽게 말해 이는 대리인이 주인보다 문제가 되는 상황을 더 정확히 이해하고 있다는 뜻이다. 고액의 소송을 권유하는 변호사는 소송에서 이길 가능성이 얼마나 되는지를 의뢰인보다 잘 알고 있다. 마찬가지로 제2차 세계 대전 당시의 공중전에서는 전투기에 탑승한 조종사만이 자신이 적과 얼마나 치열하게 싸웠는지를 알 수 있었으며, 기지에 있는 지휘관은 그의 말을 믿을 수밖에 없었다.
주인-대리인 문제를 해결하는 한 가지 방법은 양자의 유인을 일치시키는 것이다. 변호사들이 의뢰인에게 성공 보수를 제안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소송에서 지는 경우 수임료를 내지 않아도 되는 구조라면, 의뢰인은 변호사가 그만큼 자신이 있으리라 생각하고 어느 정도 마음을 놓을 수 있다. p. 281~282


경제학은 잘만 활용하면 인간의 행동을 이해하는 강력한 도구가 될 수 있다. 유인의 역할과 제도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경제학의 관점을 받아들이면, 어떤 사건이 벌어진 원인을 설명하고, 걷보기에 비합리적으로 보이는 행동의 의미를 적절한 맥락에서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지금까지 이 책이 전달하고자 한 핵심 메시지다. 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또 하나의 메시지는 경제학자들이 항상 타당하지 않다는 사실이다.
p. 303

로스토는 전쟁 중에 이따금 논란을 일으켰다. 그는 똑똑하면서도 남을 설득하는 능력이 있다는 평을 받았지만, 한 가지 문제에 집착하며 자기 확신이 지나치게 강하다는 단점이 있었기에 동료들은 그와 함께 일하는 것을 어려워하기도 했다. 그의 이러한 성격은 20년이 지난 뒤에도 변함이 없었다. p. 305

로스토의 저서 『경제 성장의 여러 단계: 반공산주의 선언The Stages of Economic Growth: A Non-Communist Manifesto』은 시간이 흐르면서 평가가 떨어지기는 했지만, 출간 이후 10여 년간 25만 부 가까이 팔리며 로스토의 이름을 전 세계에 알렸다. 당시 한 신문은 그를 가리켜 "칼 마르크스 이후 가장 유명한 경제사학자"로 일컬었다. 로스토는 이 평가를 특히 자랑스러워했을 것이다. 제목에서부터 알 수 있듯, 이 책은 100여 년 전 마르크스가 내놓은 국가의 경제 발전에 관한 이론과 다른 설명을 제시하려는 시도였기 때문이다. p. 307

케네디는 로스토를 두고 이렇게 말했다. "월트는 아이디어가 넘치는 사람이에요. 아이디어를 내면 10개 중 하나는 기가 막히게 훌륭하죠. 문제는 그중 6~7개는 별로인 정도가 아니라 위험하기까지 하다는 겁니다." 그의 짧았던 백악관 생활을 끝낸 결정적인 계기는 1961년어 벌어진 베를린 위기였다. 소련은 당시 동독 영토 한가운데 고립되어 있던 서베를린에 봉쇄 조치를 단행했다. 이에 따른 대치 상황은 NATO가 대규모 공수 작전을 통해 서베를린에 계속 물자를 공급한 끝에 소련이 한발 물러나면서 해결되었다. 그런데 로스토는 이 사태에 전혀 다른 방안을 제시했다. 그는 동독의 도시 하나를 점령해 소련이 봉쇄를 철회할 때까지 압박을 가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그 대상으로 마그데부르크를 지목했다. 다행히도 케네디는 동독에 군대를 투입하면 핵전쟁을 촉발할 수 있다고 판단해 로스토의 제안을 받아 들이지 않았다.
이후 로스토는 국무부로 자리를 옮겼다. 케네디 행정부는 그가 정책 결정 과정에 일상적으로 개입하기보다는 장기적 관점에서 여러 아이디어를 내놓는데 집중하기를 기대했다. 그러나 로스토는 그곳에서 베트남 문제에 매달리기 시작했다. p. 310

그는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한 정치학자는 그가 "미국 정치 엘리트 특유의 덕목을 상징하는 대명사"로 자리매김했으며, "그 덕목이란 매번 형편없는 조언을 늘어놓아도 일관성만큼은 있다는 것"이라는 조롱 섞인 평가를 남겼다. 그 말대로 로스토는 끝까지 한결같은 모습을 보였다. 케네디와 존슨 행정부에서 국방장관을 지낸 로버트 맥나마라는 1995년에 출간한 회고록에서 베트남에 개입하기로 한 미국의 결정이 실수였음을 인정하며 "우리는 잘못을 저질렀다. 그것도 아주 끔찍한 잘못을"이라고 말했다. 그러자 로스토는 《타임스 문예부록 Times Literary Supplement》에 신랄한 비평문을 실으며 응수했다. 그는 「전쟁은 정당했다 The Case for war」 라는 제목의 글을 발표하며 미국이 사실상 베트남전쟁에서 승리했다고 주장했다. 동남아시아의 경제 규모는 1961년부터 1980년까지 3배로 성장했는데, 이는 미국의 개입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는 것이 그가 내세운 이유였다.
로스토가 베트남전쟁에서 보인 행보는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사례다. (…)
원하는 결과를 가져오지 못했을 때도 그가 내놓는 해법은 더 강력한 폭격을 더 많이 퍼붓는 것뿐이었다.
경제학자들은 자신이 항상 타당하지만은 않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p. 317~318



서방 국가들의 대응을 이해하려면 이번에도 역시나 유인을 검토해야 하며, 서로 다른 조직 간에는 유인이 잘 맞물리지 않을 때가 많다는 사실도 염두에 둬야 한다. 젤레노필리아 전투를 두고 해석을 내놓은 군 당국과 분석가, 싱크탱크 들은 저마다 선호하는 정책이 달랐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군 조직은 평상시에 다른 부문들과 예산을 놓고 끊임없이 경쟁을 벌여야 한다. 따라서 반드시 억제해야 할 위협의 존재는 군의 입장에서 정부 예산 담당자와의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 카드가 될 수 있다. 한편 산업계에서는 정책 연구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는 일이 흔하며, 냉정하게 말하면 해당 산업의 제품에 더 많은 예산을 써야 한다고 주장하는 연구일수록 더 주목받는 경향이 있다. p. 330

잠재적 위협을 과장하는 일에는 현실적인 위험이 따른다. 잘못된 정보(혹은 예산을 더 타내려는 목적으로 지나치게 부풀린 정보)는 잘못된 의사결정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다시 젤레노필리아 전투로 돌아가보자. 만약 서방 국가들이 러시아군의 혁신적인 역량에 주목한 해석이 아니라 우크라이나 측의 설명을 받아들였다면 실제로 어떤 점이 달라졌을까? 혹자는 서방 국가들이 젤레노필리아 전투에 대한 군사 전문가들의 해석을 바탕으로 전략을 세우지 않았다면, 지금보다 더 불리한 상황에 놓였으리라 주장할 수 있다. 러시아군의 역량을 둘러싼 우려는 2022년에 들어서 근거가 없었던 것으로 밝혀졌지만, 그 덕분에 서방에서는 포병에 대한 투자를 늘릴 정치적 동기를 확보했으며, 이는 전쟁이 시작된 이후 우크라이나에 군사 원조를 확대하는 데에도 도움을 주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1950년대에 있었던 폭격기 격차 논쟁에도 비슷한 논리를 적용 할 수 있다. 물론, 폭격기 격차는 존재한 적이 없으며, B-52 750대를 확보해야 한다는 미군의 주장은 객관적인 근거가 부족했다. 하지만 미군의 시각에서 보자면, B-52 폭격기는 베트남전쟁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고(폭격기의 운용 방식을 둘러싼 논쟁은 차치하더라도), 이 글을 쓰는 지금도 현장에서 쓰이고 있다. 이러한 논리에 따르면, B-52를 생산하는 데 쓰인 예산은 단순히 낭비된 것으로 보기 어렵다. 적의 위협을 과장하거나 부정확하게 분석한 결과, 미군은 새로운 군사 장비를 비롯해 더 많은 자원을 확보하게 되었고, 이후 그 장비들을 효과적으로(가끔은 그렇지 못할 때도 있었지만) 활용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들은 그럴듯해 보여도 실제로 근거가 빈약하다. 1950년대 말과 1960년대에 대규모 B-52 전력을 구축하는 데 투입한 예산은 다른 용도로도 쓸 수 있는 돈이었다. 예를 들어 정부는 그 예산으로 대안이 될 만한 다른 군사 장비를 구매하거나, 다른 유형의 공공 지출을 늘리거나, 세금을 감면해 소비자와 기업이 원하는 방식으로 돈을 쓰게 할 수도 있었다. 특정 군사 장비에 예산을 투입하는 것은 경제학에서 말하는 기회비용이 뒤따르는 행위다. 하지만 '나중에라도 쓸모가 있었으니 잠재적 위협을 과장해도 아무런 해가 없었다'는 식의 주장에는 더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2022년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기 몇 주 전부터 미국 정부는 전 세계에 러시아의 침공이 임박했다고 경고했다. 그들은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국경을 넘으면 새로운 제재를 가하겠다고 위협하면 러시아의 침략을 억제하려 했다. 하지만 모두가 알고 있듯, 이 전략은 실패로 돌아갔다.
그렇다면 성공할 가능성이 더 큰 다른 억제 전략은 없었을까? 한 가지 방안은 서방이 2022년 봄에야 우크라이나군에 대규모로 지원하기 시작한 무기와 훈련을 더 일찍부터 제공하는 것이었다. 우크라이나군의 전력이 언뜻 보기에도 더 강력했다면, 푸틴의 침공을 막을 수 있었을까? 물론 그 답은 누구도 알 수 없지만, 푸틴이 경제 제재에 따른 피해보다 군사적으로 심각한 타격을 입을 가능성을 더 중요하게 생각했으리라 볼 근거는 충분하다.
그런데도 2021년 말과 2022년 초 서방이 이러한 방안을 고려 하지 않은 주된 이유는 러시아가 침공을 시작하면 빠른 시일 안에 승리를 거둘 것이라는 예상이 널리 퍼져 있었기 때문이다. 러시아의 군사력을 둘러싼 과장된 우려는 침공 직전 서방 국가들이 취한 핵심 조치들에 분명히 영향을 끼쳤다. p. 335~337


전쟁과 폭력은 인류가 제도를 만들기 시작했을 때부터 줄곧 그 제도를 규정해왔다. 아마도 최초의 정치 조직은 농부들보다 신체적으로 더 강한 이들이 직접 농사를 짓는 것보다 남에게 위협을 가해 식량을 빼앗는 쪽이 훨씬 편하다는 사실을 깨달으면서 형성되었을 것이다. 제도와 유인, 전쟁의 관계는 끊임없이 변화를 거듭해왔다. 전쟁이 제도와 국가의 성격을 새롭게 규정하면, 이는 다시 전쟁의 양상과 형태의 변화로 이어졌다. 길게 보아 제도의 발전이 한 나라의 경제력을 좌우하는 핵심 요인이었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전쟁과 갈등의 경제사는 오늘날 왜 어떤 나라는 부유하고 어떤 나라는 가난한지를 이해하기 위한 열쇠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p. 342~343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서방 국가들에 큰 충격을 준 이유는 그것이 전쟁과 관련한 유럽 사회의 규범을 대놓고 위반하는 행위였기 때문이다. 유럽 국가들은 이제 더 이상 서로의 영토를 함부로 침공하는 일이 없을 것이라 믿고 있었다.
그러나 규범은 모든 제도가 그러하듯 언제든 다시 바뀔 수 있다.
21세기에 주요 강대국들이 대규모 전쟁을 일으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이는 각국의 행동을 규정하는 국제사회의 규범 때문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전쟁이 얼마나 큰 인적 · 경제적 피해를 가져오는지 누구나 알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나 강대국 간의 전쟁은 20세기 초에도 마찬가지로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p. 345


많은 사람의 기대와 달리 세계 경제의 상호 연결성은 강대국 간의 대규모 전쟁을 막아내지 못했다. 오히려 각국이 그토록 긴밀하게 얽혀 있었던 만큼 전쟁은 '피와 보물' 양면에서 훨씬 극심한 피해를 가져왔다. 전쟁은 어떤 기준에서 보더라도 경제적으로 불합리한 일이다. 하지만 역사를 공부한 적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듯, 어떤 일이 경제적으로 불합리하다고 해서 그것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뜻은 아니다. p. 346~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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