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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끝에서 만난 수업 - 죽음이 가르쳐준 후회 없는 삶
에리카 하야사키 지음, 이은주 옮김 / 북모먼트 / 2026년 2월
평점 :
#협찬 생존자 노마 보위 이야기..
죽음에 대해 가르칠 자격은
과연 누구에게 있을까요?
저는 오랫동안
이렇게 생각해 왔습니다.
"생존자라면 누구든
죽음에 대해 말할 수 있다."
무신론자로 살아오면서,
죽음 이후를 믿지 않았기에
오히려 삶에 더 큰 의미를
두게 되었습니다.
끝이 있다고 생각하니,
지금 숨 쉬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감사해질 때가 많았습니다.
(물론 매 순간 그렇지는 않지만요..)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이런 생각도 들었습니다.
말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울림이 없는 말은 가르침이
되기 어렵다는 것..
"태어나 건강하게 자라,
좋은 배우자를 만나 결혼하여,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이런 이야기에 우리는
크게 감동하지 않습니다.
너무 평탄해서, 너무 익숙해서,
마치 늘 신던 신발을 무심히 꺼내 신는
일상처럼 느껴지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인지 희극보다 비극이
더 오래 살아남고, 아름답기만 한
이야기보다 균열이 있는 이야기에
더 오래 머물게 됩니다.
아마 그래서 우리는
끊임없이 이야기를 찾고,
심지어 스스로 이야기를
만들어내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저 역시 매일 글을 쓰며..
작은 이야기를 쌓아가고 있습니다.
얼마나 울림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진심은 담으려고 애쓰고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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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저자는 에리카 하야사키입니다.
하지만 책의 중심에는 '죽음학 수업'을
이끄는 한 인물이 있습니다.
바로 뉴저지 킨(Kean) 대학교에서
죽음학을 가르치는 노마 보위 교수입니다.
저자는 수많은 참사를 취재해 온 기자입니다.
그가 죽음의 의미를 이해하기 위해 선택한 곳이
바로 이 수업이었습니다. 그리고 4년 동안
강의실을 오가며 수업 전 과정을 밀착 취재했습니다.
소설처럼 읽히지만, 등장하는 수업 장면과
인물의 이야기는 모두 실제 기록과 인터뷰를
바탕으로 한 논픽션입니다.
그래서 더 묵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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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으며 떠오른
이야기가 하나 있습니다.
두 형제가 있었습니다. 알코올중독에 폭력을 일삼는 아버지 밑에서 자랐습니다.
형은 커서 아버지와 비슷한 삶을 살았고, 동생은 정반대의 사람이 되었습니다.
왜 그렇게 되었느냐는 질문에 두 사람은 같은 대답을 합니다.
"그런 아버지를 보고 자랐는데, 제가 어떻게 그렇게 되지 않을 수 있었겠습니까?"
같은 환경이 누군가에겐 반복의 이유가 되고,
또 다른 누군가에겐 단절의 이유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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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종종 환경을 탓합니다.
저 역시 그렇습니다.
불만족스러운 조건,
기대에 못 미치는 결과,
반복되는 좌절들..
저는 이 책을 읽으며 잠깐씩..
멈춰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지금 나를 붙잡고 있는 불만은 무엇인지,
그것이 정말 절대적인 문제인지..
과정에 집중하겠다고 다짐하면서도,
결과에 흔들리는 제 모습을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죽음을 가까이에서 다루는 수업
이야기를 읽으면서 오히려 지금의 삶을
더 또렷하게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아마 이것이 이 책이 주는
가장 큰 힘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죽음을 정면으로 바라볼 때,
비로소 삶이 선명해진다는 것...
마지막으로
제가 좋아하는 문장을 덧붙입니다.
"죽음을 의식한 삶은 신의 상태에 가깝고,
죽음을 망각한 삶은 동물의 상태에 가깝다."
— 레프 톨스토이
이 책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읽히기를 바랍니다.
죽음을 이야기하지만, 결국은..
삶을 배우게 되는 책이라고 느껴지기에..
지금보다 더 단단한 사람으로
살아내고 싶은 분들께..
특히 추천드립니다.
이쯤에서 줄이겠습니다.
끝!!
#삶의끝에서만난수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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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잘 살기 위해
나는 죽음을 생각한다..
#북스타그램 #바닿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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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닿늘교육
#바닿늘철학
아래에서부터는 책에서 발췌한 내용입니다.
살아남는 법을 배우다
내가 노마를 따라다니기 시작한 지 1년이 넘은 어느 날, (…) 나는 라리탄 베이에서 노마의 가장 사적인 이아기를 들었다. 그 이야기는 그녀가 엄마의 뱃속에 있던 때부터 시작되었다. 아직 열일곱 살인 노마의 엄마 외에는 아무도 태아의 존재를 몰랐다. 노마의 엄마는 뱃속의 여린 생명이 숨 막혀 죽기라도 바라는 것처럼 꼭 끼는 거들을 여러 벌 껴입고 다녔다. 거들이 배를 세게 조여 홀쭉해 보일 지경이어서 외할머니조차 임신 사실을 눈치 채지 못했다. (…)
노마가 이해하기로는 그 시절 린다는 아이를 갖기 전에 펼치고 싶은 자신만의 삶이 있었다. 저널리스트가 되고 싶어 한 린다는 고향 버지니아 주를 떠나 마이애미 대학교에 입학했다. 그리고 첫 학기에 마케팅을 전공하는 청년을 만났다.(…)
그해 여름, 노마의 외할머니가 린다의 애인이 보낸 편지를 중간에 가로채서 읽었다. 편지 내용은 배속의 아이에 관한 것이었다. 외할머니는 린다를 추궁했고 거들을 겹쳐 입은 사실도 알게 되었다. 속임수는 거기서 끝났다. 그리고 8월 22일 아기가 태어났다. 그들은 부모의 이름을 합쳐 아이 이름을 노마 린Norma Lynn이라고 지었다.
"부모님은 결국 결혼하셨어요." 노마가 말했다. "그건 뭐랄까 최악의 결정이었죠." 노마의 부모는 플로리다로 이사했다. 아빠는 공군기지에서 월급으로 약 75달러를 받는 사병으로 근무했다. 이 신혼 부부는 툭하면 전쟁을 치르듯 싸웠고 그러다 1년 반 만에 이혼했다. 아빠가 친권을 포기했다는 걸 노마는 나중에 알았다. 아기였던 노마는 버지니아의 외할머니에게 보내졌다. 엄마는 망가진 삶을 회복해 보겠다며 아이를 두고 떠나버렸다. 노마는 외할머니와 가정부에게 키워졌다. 린다도 그곳에서 살았던 적이 있지만 딸의 곁에 머문 시간은 많지 않았다.
"할머니가 엄마랑 극장에 영화를 보러 간 적이 있었는데 엄마가 심한 복통을 호소했대요." 노마의 설명이 이어졌다. "할머니가 엄마를 병원에 데려가셨죠. 저는 이웃집에 있었고요. 병원에서 환자복을 입히려고 엄마의 옷을 벗기는데 맙소사, 엄마가 또 임신해서 거들을 다섯 겹이나 입고 있었대요. 그 거들을 모두 잘라내고 분만을 진행했는데 그 아기는 사산아였어요."
노마는 나를 쳐다보았다. "그럼 나는 어떻게 살아남았을까요? 그 아기는 죽었는데." (…)
수십년이 흘러 노마는 매 학기 학생들 앞에 서서 삶과 죽음이 어떻게 출생과 복잡하게 엮였는지 설명하는 교수가 되었다. 그녀는 원을 하나 그리고 그 위에 점을 여덟 개 찍은 다음, 가장 좋아하는 심리학자의 이름을 맨 위에 적었다. 그 이름은 에릭 에릭슨으로, 노마는 대학생 때 에릭슨의 연구를 우연히 접했다.
"그는 우리가 평생 성장하고 발달하며 변화한다고 생각했어요." 노마가 학생들에게 말했다. "우리는 한시도 같은 상태로 머물지 않아요. 그 모든 경험이 우리를 형성하고 변화시키죠." (…)
에릭 에릭슨은 출생부터 죽음까지 인간의 생애주기가 여덟 단계로 나뉜다는 발달 이론으로 국제적인 명성을 얻었다.
노마는 학생들에게 강조했다. 위기는 에릭슨의 여덟 단계에서 두루 나타나는데 성격 발달은 인간이 각 단계를 거치는 동안 어떻게 위기를 참고 극복하는지, 혹은 어떻게 좌절하고 침체되는지에 좌우된다는 것이다. 각 단계에서 인간은 사는 동안 계속 맞닥뜨리는 위기에 잘 대처할 성격적 특성을 갖추든지, 아니면 그 덕목을 체득할 기회를 놓친다. 후자의 경우 다음 단계가 다가오면 삶의 도전에 대처하기가 그만큼 더 어려워진다. (…)
에릭슨은 사람들이 생애 마지막 단계까지 변화할 수 있다고 보았다. 노마는 누구나 에릭슨의 단계들을 순서에 상관없이 오길 수 있으며 때로는 후퇴할 수도, 때로는 한 단계에 평생 머물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에릭슨의 이론에 따르면 죽음을 정직하지 마주하기 위해서는 먼저 이전의 일곱 단계에 속한 특정 덕목들을 성공적으로 발달시켜야 한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은 출생에서 시작 된다. (…)
아동기 이후 모든 단계에서 덕목을 갖추려면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노마는 자신이 직접 겪어서 알고 있었다. 불신을 경험해 본 사람들을 위해 노마가 말했다. "우리는 이 지구에 사는 내내 그 불신과 싸워야 할 겁니다." (…)
노마가 해석한 에릭슨의 이론에 따르면 어린 시절에 자율성이나 주도성을 키우지 못한 사람들은 훗날 타인에게 의존적인 성향을 갖거나 자기 인생의 모든 측면에서 스스로 확신을 갖지 못할 수 있다. 이 단계에서 수치심이 대두된다. '나는 자격이 없어. 내가 하는 말은 중요하지 않아. 아무도 날 사랑하지 않을 거야.' (…)
노마가 기억하기로 린다는 딸에게 공공장소에서 엄마라고 부르지 못하게 했다. 둘만 있을 때면 "네가 내 인생을 망쳤어! 나 너를 원한 적이 없어. 너만 아니었으면 기자가 됐을 텐데!"라고 악을 썼다. 노마의 기억 속에서 엄마는 "네가 태어나지 않았다면 얼마나 좋았겠니"라고 항상 말해왔다. 노마는 가끔 자기도 같은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
남동생은 그녀보다 다섯 살 어렸는데 태어날 때부터 위와 장 사이의 협착이 있는 유문협착증을 앓았다. 생후 한 달 동안 심각한 구토 증세에 시달렸고 유아기에는 심각한 분노 발작을 일으키는 바람에 호흡이 멈춰 안색이 보랏빛으로 변하곤 했다. 노마는 동생을 돌보며 자랐다. 그녀는 폭력이든 질병이든 가족 중에 누가 먼저 죽을지 알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죽음은 마치 침실 벽장에 숨어 있는 괴물처럼 그녀를 조롱하는 듯했다. 노마는 부모님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기 위해 늘 조심히 걷고 방에 숨어 미스터리 소설을 읽으며, 학교 과학 수업에 몰두하며 착한 여자아이로 지내는 법을 터득했다. (…)
버지니아 대학교 의료센터에서 정신과 간호사로 현장실습을 하며 그녀는 병원이 자신의 진정한 자리임을 깨달았다. 정신병동에는 그녀가 자라면서 접했던 사람들보다 훨씬 더 불안정한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은 그녀의 손에 달려 있었다. 그녀는 주사와 약물 투여를 관리했고 특히 환자들이 조금이라도 불안해할 때면 그들의 상태를 꿰뚫어 볼 수 있었다.
"미친 사람들? 비명지르고 고함치는 사람들? 벽을 두드리는 사람들? 가구를 부수는 사람들? 이거 정말 굉장한데! 싶었죠. 난 그런 상황을 정말 잘 처리했어요."
그녀는 폭풍 전야의 기운을 잘 감지할 수 있었다. 환자가 주먹을 휘두르거나 벽에 머리를 찧기 시작하면 다른 간호사들은 신체 구속 장비를 찾으러 도망쳤다. 그들은 환자를 들것에 눕혀 묶어놓고 항정신성 약물을 잔뜩 투여하며 조용한 병실에 격리 시키려고 했다. 하지만 노마는 달랐다. "제가 저분과 얘기해 볼게요." 그러고는 환자의 침상에 앉아 그를 진정시키려고 했다. 늘 효과가 있는 것은 아니었다. 한번은 환자가 그녀를 샌드백을 치듯 구타한 적도 있었다. 그런데도 노마는 당황하지 않았다. 대신 유년기에 스스로 발견했던 것과 같은 분리 상태로 들어갔다.(…)
그녀가 가장 좋아하는 심리학자 에릭 에릭슨처럼 노마도 나이가 들자 이탈리아식으로 성을 바꿨다. 더는 아버지와 연결되는 게 싫어서 20대에 이혼한 첫 남편의 성 '보위'를 계속 쓰기로 한 것이다. 이따금 그녀는 아버지와 자기가 정말 혈연관계인지 의문이 들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닮은 점이 별로 없었다. 아버지는 오래전에 권력 있는 친구들을 모두 잃었다. 그래도 1년에 두어 번 명절이나 졸업식 때 그녀를 찾아왔다.
노마가 박사 학위를 취득한 날, 아버지가 사람들을 헤치고 학위 수여식 무대로 돌진하던 모습을 노마는 똑똑히 기억한다. 너무 당황해서 현 파트너 노먼Norman이 아버지 놈Norm을 막으려는 것을 지켜보기만 했다. 두 사람의 이름이 비슷하다는 사실은 그녀의 평범하지 않은 삶에 어울리는 우연 같았다. 아버지는 노먼의 손을 뿌리치고는 지도교수가 노마에게 휘장을 둘러주는 곳으로 다가갔다. 그는 군중 앞에서 딸의 팔을 움켜쥐었다. 사람들에게 끌려 나가기 전 아버지는 노마의 눈을 바라보며 한마디를 내뱉었다.
"아무것도 아닌 빈손으로 잘도 해냈구나." p. 49~6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