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음이
로아 지음, 현수 그림 / 원더박스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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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은 애도의 다른 이름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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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딩은 있는가요 - 정아은 추모소설집 marmmo fiction
장강명 외 지음 / 마름모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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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찬 엔딩이 있을 리가요.

저는 평소..
사람을 통해 사람을
알아가는 걸 좋아합니다.

이게 왠지 우연이라기보다는
인연에 더 가깝다는 느낌이 들어서요.

무조건은 아니지만,
그 편을 조금 더 선호합니다.

정아은 작가님은 저에게..
'(아직은) 연결되지 못한 인연'
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언젠가는 만날 수밖에 없었을 인연,
그리고 그 이후로 쭉 이어졌을 인연..
이었을지도 모르지만..

그렇게 되지 않았습니다.
('아닌가..?? 된 건가..????'
기준에 따라 다를 지도....)

비록 직접적인
연결점이 없긴 하지만..

연결된 분들 곁에
슬며시 다가가 잠시 서 봅니다.

나머지 작품들도..
추가로 더 공유하겠습니다.

오늘은 전반부의 네 작품만
먼저 일부 나눕니다.
(하단에 첨부합니다.)

'네버 엔딩 리뷰 컨셉'이라 우기며..
이쯤에서 줄이겠습니다.

끝..

#엔딩은있는가요
#정아은 #추모소설집

#김하율 #김현진 #소향
#장강명 #지식공동체그믐
#정명섭 #조영주 #주원규
#차무진 #최유안

평행하는 선들은 결국 만난다.

#마름모

엔딩이 있을 턱이.. 있나....
#북스타그램 #바닿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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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닿늘소설



아래에서부터는 책에서 발췌한 내용입니다.



차무진은 주저앉거나 허망해하지 않았다.
몸을 꺾어 복도를 걸어 1호실로 갔다.
신발을 벗어던지고 조문실로 들어갔다.
백단향이 퍼지는 텅 빈 조문실에서 그의 두 아들은 여전히 두 손을 모은 채 벽에 기대고 서 있었다.
차무진은 그의 두 아들을 안았다.
한 어깨에 하나씩, 양팔로 안고 머리를 모았다. 그의 두 아들은 영문도 묻지 않고, 거부하지도 않고 차무진의 어깨에 이마를 대고 고개를 숙였다. 이 남자가 누구인지도, 왜 자신들을 껴안는지도 몰랐지만 그들은, 차무진의 어깨에 가만히 기대 있었다.
마치 누군가가 자신들을 안아주길 기다렸다는 듯이. 차무진과 그의 두 아들은 그렇게 한참을 서 있었다. p. 34~35
(차무진 - 그 봄의 조문 내용 중)

정아은 작가는 사람들 몰래 나에게 <그 봄>에 관해 말했다. 너무 슬퍼서 며칠 잠을 못 잤다고도 했고 읽는 내내 자신의 두 아들이 그리웠다고도 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정아은 작가는 나에게 소설을 많이 써달라고 말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정아은 작가는 마지막으로 소설 속의 두 아이가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나는 그랬을 거라고 말했다.
나는 정아은이 품은 향기를 다 맡지 못하고 그를 보냈다. 우리는 봄날에 처음 만났고 <그 봄>을 이야기했고, 서로의 향기에 매료되었고, 앞으로의 향기를 약속했었다. 그리고 그는 떠났다.
나는 정아은이 좋아했던 <그 봄>의 두 아이를 조문시키고 싶었다. 그 아이들이 정아은에게 찾아가고, 정아은의 아이들과 손을 꼭 잡게 하고 싶었다.
나는 앞으로 정아은의 향기는 봄이라고 믿으며 살게 될 것이다.
p. 40~41(작가의 말: 우리는 한 번 마음에 담았던 사람을 내용 중)


사실 전세사기 피해자 장례식장에 가면 저는 오히려 마음이 편안해요. '그러게 좀 알아보고 집 빌리지 그랬냐' 말이 거기에서만큼은 안 나오거든요. 정말 그 말을 어디에서나 들어요. 아마 지금 관객 중에도 속으로 그런 말을 하신 분들 많을 거야.
그래서 전세사기 코미디가 어려워요. 그러게 술 좀 덜 마시고 고지방 고칼로리 식단 좀 피하지 그랬냐, 췌장암 환자한테 그런 말 하는 사람은 없거든.
젊은 사람이 암에 걸리면 나이도 젊은데 어쩌나, 그래요. 젊은 사람이 전세사기를 당하면 아직 젊잖아, 그럽니다. 나 젊지도 않은데. 서른일곱 살인데 전세사기 피해자라고 하면 다들 나더러 젊대. 나이트클럽에서는 그런 얘기 안 하면서.

암 환자와 전세사기 피해자의 다른 점 또 하나. 암 환자한테는 힘내라, 응원한다, 이러면서 건강기능식품을 소개해 줘요. 전세사기 피해자한테는 액땜한 셈 쳐라, 살다 보면 돈 그거 아무것도 아니더라, 그런 말을 합니다. 야, 이놈들아! 7억 원 날려봐라, 그게 아무것도 아니라는 말이 나오나. 눈앞이 깜깜해진다. 루테인 젤리라도 한 통 보내면서 그런 얘기를 해라. 진짜. 카카오톡 선물하기로도 된다.

솔직히 가끔은 암 환자가 부러워요. 암 환자는 최소한 자기가 암에 걸렸다는 걸 인정받기 위해 싸울 필요는 없잖아요? 조직 검사해서 암이라고 나오면 병원에서 알려주잖아요, 암에 걸리셨다고. 무슨 암 몇 기라고. 당신 몸에 암세포가 있고 종양이 크긴 한데 이건 치료비가 너무 많이 나오니 진단서를 발급해 줄 수 없다. 당신은 암 환자가 아니다, 이러지는 않잖아요. 암에 걸리면 가족들이 울면서 안아주죠. 전세사기를 당하면 가족들이 화를 내요. 좀 알아보고 집 빌리지 그랬냐면서. p. 63~64(장강명 - 신탁의 마이크 내용 중)

<신탁의 마이크>를 쓰기 위해 전세사기 피해자들을 취재하면서 이 사건이 어떤 더 큰 변화의 징후일까 곰곰이 생각했다. 정아은 작가라면 어떤 대답을 내놨을까? 개인의 범죄 피해 회복을 사회가 어느 정도나 지원해 줘야 하는 걸까? 정 작가라면 어떻게 생각할까? 여러 사람을 취재한 뒤 비슷한 소재로 단편을 두 편 혹은 세 편씩 쓰는 방식도 실험 중인데 그에 대해 정아은 작가는 뭐라고 말할까. 전세 사기 외에도 같이 취재해서 소설을 쓸 만한, 써야 할 현재 한국 사회의 문구에 대해 정 작가는 어떤 아이디어가 있을까, 그리고…… 아, 정말 물어볼 게 많구나. 뒤늦게. p. 88(작가의 말: 초상, 오해, 뒤늦게 내용 중)


'무척 오만한 사람이니까 우리처럼 조그만 출판사는 거들떠보지도 않겠지. 그런 오만한 사람과 판권 계약을 맺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해보기 전에는 모르는 일이야.' (…)
"피츠윌리엄 씨, 아까부터 우리가 나누고 있던 이야기인데요. 피츠윌리엄 씨는 어떤 여성을 이상적으로 생각하시나요?"
"아무래도 교양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외국어나 악기는 물론이고, 서구 문화에만 통달한 것이 아니라 우리 고유의 붓글씨에도 능해야겠지요. 다양한 교양을 익히고 있을 뿐 아니라 몸가짐도 우아하고 단정하며 근면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요. 그리고 광범위한 독서로 정신을 계발해 풍성한 내면을 갖추어야 진정 교양 있는 여성이라는 찬탄을 들을 자격이 있겠지요.(…)"

피츠윌리엄 윤은 다 읽은 기획서를 접었다.
"어떠신지요?"
리지의 질문에 피츠윌리엄은 고개를 끄덕였다.
"규모가 큰 출판사는 아니군요. 지금 가장 중점을 두고 기획하시는 책은 어떤 게 있지요?"
"정아은 작가의 유고집을 준비 중입니다."
"들어본 적이 없는데…… 지금 검색해 보니 출간 장르가 다양했군요. 다소 중구난방으로 책을 낸 분 같군요. 작은 회사일수록 경영을 합리적으로 해나가려면 팔릴 만한 책에 전략적으로 가장 힘을 쥐야 하지 않을까 싶은데요."

"그건 중구난방이 아니라 다재다능이라고 생각합니다."
"뭐 기획서 자체는, 나쁘지 않군요. 괜찮은 대필 작가를 찾아주시죠. 베넷출판 덕에 작가 소리 좀 들어볼까 하는 마음이 생겼습니다."
리지의 미간에 주름이 생겼다.
"작가 소리를 듣고 싶으시다고요? 대표님, 작가라는 건 글을 쓰는 사람을 말하는 겁니다. 말씀드렸다시피 대표님이 갖춘 식견이라면 틀림없이 글을 쓰실 수 있어요"
"나는 바쁜 사람입니다. 다들 그런 식으로 하지 않나요?"
"다들 그런 식으로 한다고 해서 꼭 거기 편승할 필요는 없지요. 출판을 그렇게 하찮게 보신다면, 윤 대표님의 책은 이쪽에서 거절하겠습니다."
p. 101~105 (김현진 - 오만과 판권 내용 중)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은 아은 언니가 단연 가장 사랑한 작품이었습니다. 미스터 다아시가 평생의 연인이고 이상형이라고 열띤 목소리로 이야기하던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이 졸저는 그런 아은 언니를 한번 웃겨보고 싶다는 간절한 마음으로 쓰인 것입니다. 넋으로나마 언니가 깔깔 웃어주기를, 그 웃는 얼굴을 한없이 그리워하면서. p. 117(작가의 말: 완벽한 삼각형 내용 중)


결국 내가 그녀에게서 떨어진 것은 그녀가 잠이 든 후였다. 나는 잠이 든 그녀의 얼굴을 바라볼 자신이 없었다. 그리고 그녀가 내게서 등을 돌린 채 모로 누운 것 역시 보기 두려웠다. 반지하 창문으로 들어온 불빛에 그녀의 등 그림자가 마치 나비의 날개처럼 길게 드리워진 탓이었다. 이제 나비가 되어버린 번데기는 더는 아무것도 필요가 없었다. 그 자체로 너무나 아름다웠기에. p. 146 (조영주 - 홍대 앞집엔, 그녀가 산다 내용 중)

나비는 세 가지 모습으로 생을 삽니다. 애벌레로 기고, 번데기로 붙고, 이윽고 나비로 날아오릅니다. 그것은 홍대 앞집에 사는 그녀의 모습과 꼭 닮은 꼴입니다.
홍대 앞집에 사는 그녀는 기묘하기 짝이 없습니다. 혈액형을 묻고, 그 혈액형이 오형이면 함께 자고, 아니면 맙니다. 얼핏 보기엔 정말 그럴듯한 이유가 있는 것 같습니다만, 사실 아무 이유가 없는 것도 같습니다. 어쩌면 그것은 그저 나비가 되기 위한 본능일지도 모릅니다. 애벌레가 번데기가 되고 나비가 되기 위한 탈피의 수단으로서, 그저 남자를 놀리고 그를 유혹해 하나의 쾌락을 느껴 또 하나의 자신을 영달하려는 것일 수도요. 저는 이런 그녀의 보습을 통해 《우리의 연애는 모두의 관심사》를 읽으며 느낀 감상을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정아은 작가님과의 만남은 그리 길지 않았습니다. 죽음 역시 짧게 기렸습니다. 작가님을 떠나보내던 날, 저는 평택에서 기차를 타고 올라갔고, 잠깐 빈소에 앉아서 멍하니 있었고, 그러고는 바로 기차를 타고 다시 내려갔습니다. 다른 이들이 함께 맥주를 기울이며 정아은 작가님을 떠나보낼 때, 저는 내려가는 기차 안에서 창밖을 내다보며 밤하늘 어딘가로 정아은 작가님이 훨훨 날아가실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렇다면 작가님은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나비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자유로우면서도 기이하도록 특이한 그런 나비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이에요.
지금도 저 먼 하늘에서 멋진 글을 쓰고 계실 정아은 작가님을 생각하며, 졸고를 줄입니다. p. 149~150(작가의 말 - 나비는 세 가지 모습으로 내용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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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딩은 있는가요 - 정아은 추모소설집 marmmo fiction
장강명 외 지음 / 마름모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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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어쩔 수가 없다... 엔딩이 있을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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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 문과생의 과학 수업 - 우주, 지구, 생명을 향한 질문과 탐구
어윈 샤피로 지음, 조은영 옮김 / 초사흘달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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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과학이 나에게 가르쳐준 것..

과학은 우리에게
무엇을 가르쳐줄까요?

저는 과학이 무엇보다
겸손함을 가르쳐준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어떤 세상에 살고 있는지,
우리가 어떤 존재인지 알려주는 동시에

"아직 모른다"라는 말을
아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해줍니다.

세상을 이해하는 도구가
과학만은 아니지만,

과학 없이는 설명할 수 없는 것들이
분명히 존재합니다.

저는 지금도 과학이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과학이 다정하게 느껴지는 건,

'모름'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질문하는 태도를 응원해주기 때문입니다.

모른다고 해서
아무것도 끝나지 않습니다.

하지만 알게 되면
우리는 좀 더 현명해지고,
조금 더 자유로워집니다.

아는 사람이 많아지면
그 힘도 자연스럽게 커질테고요.

그래서 저는
다정한 과학이 더 많은 사람에게
그 다정함 그대로 닿기를 바랍니다.

한 번 발 들이면
빠져나올 수 없는 매력의 세계..

과학의 세계로 함께 빠져봅시다!!

함께 과학 공부...
하지 않으시렵니까?

---

요 책은 뭐랄까..
교재 같은 느낌이어서~

두고 두고 옆에 끼고 볼만한
그런 책이라고 느껴졌습니다.

이쯤에서 줄이겠습니다.

책에서 발췌한 내용을
첨부와 댓글로 공유드리겠습니다.

끝!!

#하버드문과생의과학수업
#어윈샤피로 지음
#조은영 옮김

#우주서평단 #초사흘달

"늘 질문하라. 그리고 의심하라.
증거가 탄탄한지, 추론이 그 증거를
제대로 따랐는지 확인하라."

#북스타그램 #바닿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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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닿늘과학
#바닿늘천문학
#바닿늘진화론공부

★ 북스타그램_우주 @woojoos_story 모집,
초사흘달출판사의 도서 지원으로 우주서평단
에서 함께 읽었습니다.



아래에서부터는 책에서 발췌한 내용입니다.



이렇게 얇은 책에서 다룰 수 있는 과학의 범위는 불완전하고 얕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내 목적은 인류 문명에서 과학이 차지하는 중요성과 인류가 상대적으로 짧은 시간에 이루어 낸 놀라운 성과를 개괄하고, 일부 영역에서 적당히 상세한 내용을 제공하는 것까지다. (…)
과학은 대개 기술을 앞서지만 반대의 경우도 드물지 않다. 신기술은, 특히 현대에 와서는 과학의 발전으로 가능해지며, 반대로 새로운 기술로 자연의 행동을 더 속속들이 탐구하게 되면서 과학이 발전한다. 그 둘 사이의 이런 밀접한 연관성이야 말로 우리 삶을 이토록 좌지우지한 변화의 기초가 되었다.
개론의 형태를 띠고 있기는 하지만 이 책에서 나는 자연의 행동을 설명하고 해당 모형을 제시할 뿐 아니라, 우리를 그 모형으로 이끈 기본 증거에도 초점을 맞춘다. 설명과 모형을 제시하는데서 그치지 않겠다는 말이다. 과학을 가르칠 때 "닥치고 외워" 방식은 내 교육법이 아니다. (…)

과학적 배경지식이 있을 때 우리가 희망할 수 있는 것이 있다면, 중요한 질문에 답을 구하고 그 답을 비판적으로 조사하여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게 길을 제시히는 것뿐이다. 여기서 실현 가능성에 좀더 큰 희망을 걸고 싶다면 과학 사업과 그 강점, 그리고 예상 장애물에 대한 감각을 키우면 된다. (...)

과학은 종종 마술처럼 보이지만 과학과 마술, 그리고 과학자와 마술사 사이에는 아주 큰 차이가 있다. 과학자는 언제나 자신의 연구나 발견에 대해 기꺼이, 그리고 자세히 얘기하고 싶어 한다. 그래서 아마도 내가 이 책에서 그러듯이 끊임없이 떠들어 댈 것이다. 하지만 마술사는 정반대다. 마술사도 이 책에서의 나처럼 시연을 한다. 자, 방금 나는 여러분 앞에서 서로 묶여 있는 색깔 천 조각 세 개를 주머니에 넣었다. 그런 다음 적절한 주문을 외우고 다시 주머니에서 천조각을 꺼냈다. 짜잔! 하나로 묶여 있던 천들이 모두 풀렸다. 하지만 나는 아무 설명도 하지 않는다. 마술사는 빠르게 주문을 외우는 데만 제 목소리를 사용한다. 서약에 따라 그들은 같은 마술사끼리가 아니면 자신이 어떤 속임수를 사용했는지 절대 발설하지 않는다. 그들은 무덤까지 이 비밀을 가져갈 것이고, 그래서 결국 우리는 과학으로 돌아온다. p. 20~23


우주 마이크로파 배경 복사
1927년, 천부적인 과학자이자 벨기에 사제였던 조르주 르메트르 신부는 적색편이-거리 관계를 밝혀내고 그것이 팽창하는 우주를 암시한다고 최초로 주목한 사람이었다. (…)
적색편이-거리 관계는 우리은하에서 멀리 떨어진 은하
일수록 그 은하까지의 거리에 비례하여 더 빠른 속도로 우리은하에서 멀어진다고 말한다. 이 사실이 우주의 팽창을 의미한다는 것은 쉽게 알 수 있다. 그리고 '팽창하는 우주'는 대단히 중요한 사실을 암시한다.

지금까지 우주가 계속해서 팽창해 왔다면, 과거의 우주는 지금보다 휠씬 작았다고 추정할 수 있다. 그렇다면 르메
트르의 생각처럼 원칙적으로는 우주가 아주 작았던 때로 거슬러 갈 수 있다. 하지만 그는 처음 팽창하기 시작한 우주가 (원자 하나보다 작은) 하나의 점이었다기 보다는 아주 작지만 그래도 '거대한 원자' 정도 크기는 됐을 거라
는 생각을 더 지지했다. 현재는 하나의 점 쪽을 택한 이론
이 우세하며, 이것이 이른바 빅뱅 이론이다. 과학자 프레
드 호일은 20세기 중반에 빅뱅 이론의 경쟁 가설이자 현재
는 폐기된 정상우주론의 주요 지지자였는데, 1940년대 후반에 그가 비아냥거리는 의미로 사용한 빅뱅 이라는

표현이 이제 그 이론의 훌륭한 공식 명칭으로 자리 잡았
다. (…)
태초의 빅뱅에서 나온 빛, 즉 복사선은 극도로 뜨겁고 강했다. 참고로 이 복사선에는 우리 눈에 보이는 가시광선
만이 아니라 전파와 엑스선, 그리고 그 이상까지 스펙트럼
상 모든 파장(또는 주파수)의 전자기선이 포함된다. 최초의 대폭발에서 나온 복사의 강도는 모든 방향에서 똑같다고 짐작되는데, 이는 (거의) 구체에 가까운 대칭의 점 상태에서 폭발이 일어났다고 추정되기 때문이다.
폭발 직후 빛의 일부에서 기본입자가 만들어지면서 상태가 진화하기 시작했다. (…)

현재 이 복사선의 온도는 어느 정도일까? 최초의 우주에서 기원하여 식어 가고 있는 이 복사선의 현재 예상 온도는 1940년대 후반에야 계산되었다. 램프 앨퍼, 로버트 허먼, 조지 가모프는 빅뱅으로 방출된 복사선의 현재 온도가 약 5K(켈빈)이라고 추정했다. (…)
빅뱅으로 방출된 마이크로파 복사, 즉 우주 마이크로파 배경 복사cosmic microwave background radiation
(CMBR 또는 짧게 CMB)라는 이름의 이 복사선을 탐지
하려는 시도는 1960년대 중반에야 본격적으로 시작되
었다. 쉽게 성공한 실험은 아니었다. CMB를 예측하는 논문이 등장한 이후로 15년 넘게 기술이 발전했지만

이렇게 약한 복사선을 찾아내기란 여전히 어려웠다. 실험
에 방해가 되는 다른 모든 복사원, 즉 '잡음'의 세기가 CMB 신호로 예상되는 5K보다 훨씬 낮아야만 원하는 신호를 식별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어쨌든 프린스턴
대학교 물리학자 로버트 헨리 디키가 이끄는 연구팀이 나서서 실험에 필요한 장비를 구성하기 시작했다.
프린스턴 연구팀이 CMB를 감지할 전반적인 장비를 개발하는 동안, 뉴저지 근처 홈텔에서는 갓 박사학위를 받은 젊은 물리학자 아노 펜지어스와 로버트 윌슨이 미국
의 AT&T 산하 벨연구소에서 아주 민감한 혼 안테나로 작업에 열중하고 있었다. 통신회사인 AT&T사는 당시에

공공기관이었고 미국에서 전화통신을 독점하고 있었다. 그들은 혼안테나를 이용한 위성 통신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 하늘에서 발생하는 모든 잡음의 근원을 식별해 이를 피하려고 했다. 수신율이 높을수록 AT&T사의 수익이 올라가기 때문이다. 그런 만큼 이 프로젝트는 벨연구소
에서도 중요하게 여겼다.
그들의 관심사인 마이크로파의 주파수가 4GH인 까닭에, 두 물리학자는 밤낮 없이 신중하게 하늘의 신호를 측정
하면서 주파수 대역이 4GH에 가까운 모든 신호원의 위치를 파악했다. 그런데 도무지 원천을 알 수 없는 신호
가 하나 있었다. 그것의 온도는 약 3K이었고 하늘 전체에

균일하게 퍼져 있었다. 이 복사선은 무엇일까? (…)
아노 펜지어스가 MIT 물리학자 버나드 버크를 만나, 혼이 가리키는 모든 방향에 존재하는 이 의문의 잡음에 관해 이야기했다. 버크는 프린스턴대학교 연구팀의 CMB 탐지 프로젝트에 대해 말해 주었고, 펜지어스가 프린스턴 연구
팀과 접촉한 결과, 두 팀은 서로 연이어 논문을 내기로 했다. 벨 연구팀은 약 3K 온도에서 CMB로 보이는 복사
선을 탐지했다는 결과를 발표했고, 프린스턴 연구팀은
이 탐지의 배경과 그것이 '뜨거운 빅뱅'의 증거임을 설명
했다. p. 136~144


CMB의 발견은 과거에는 순전히 추측에 가까웠던 우주론 분야에 탄탄한 관측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가치가 크다. 사실상 우주론은 우주의 기원과 이후의 발달 과정을 가장 거대한 공간 및 시간 규모에서 연구하여 궁극적인 '큰 그림'을 그리는 분야다. 더 나아가 CMB에 대한 많은 후속 관측과 이론 연구는 우주론을 데이터 중심의 최첨단 천문학 분야로, 그리고 실제로도 가장 큰 규모에서 우리의 기원에 관해 생각하게 하는 분야로 바꾸어 놓았다. p. 149


1912년, 천문학으로 박사학위를 받고 기상학 분야에서 활동하던 알프레트 베게너는 과거에 제안된 대륙이동설
을 옹호하기 시작했다. 그는 우연히 아프리카 대륙의 서해안과 남아메리카 대륙의 동해안이 기가 막히게 맞물
린 것을 보고 이 가설을 주장하게 되었다. 두 대륙의 해안
선이 일치한다는 사실은 유럽에서 최초로 두 대륙의 지도
가 만들어진 1596년에 이미 주목받은 바 있지만, 이를 다룬 첫 번째 출판물은 1844년에서야 나왔다.(…)
베게너가 대륙이동설을 뒷받침하기 위해 제시한 다른 증거로 무엇이 있을까? 서로 다른 대륙에서 비숫한 생물 종과 화석이 발견되는 것은 한때 이어져 있던 대륙이 이동
한 결과라고 자연스럽게 설명된다. p. 199~202


1859년으로 되돌아가서 물어보자. <종의 기원>에 대한 과학계와 대중의 반응은 어땠을까? 다원의 진화론은 수소폭탄급 충격이었다 고 말하는 게 좋겠다. 엘리트들은 대부분 반대의 목소리를 크게 높였고, 일반인들은 적어도 처음 한동안은 문제가 무엇인지조차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다. 생물이 진화한다는 개념은 오래전부터 있었고, '뛰어난' 박물학자들이 다윈 이전부터 (최소한) 30년 동안 진화의 개념을 반대했지만 그렇게 목소리를 높이지는 않았었다. 그러다가 왜 그제야 소란을 떨었을까? 짐작하기로 진화론을 거부했던 과거의 학자들이 반대 의사를 크게 표출하지 않았던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과거 진화론자의 말과 생각은 어디까지나 모호한 추정에 불과 했다.
2. 이 문제에 대해 대체로 정보가 부족하고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으며 비판적이지도 못했다.
3. 다른 주제의 논문에 사족으로 이 개념을 슬쩍 끼워 넣었다.

반면에 <종의 기원>은 체계적이었고, 전 세계에서 수집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하여 근거가 확실했으며, 성경책에 버금가는 분량의 한 권짜리 책으로 제시되었다. 앞에서 언급한 대로 다윈은 자신의 이론에 대하여 가능한 반박들을 모두 예상해 최대한 설득력 있게 답변하고자 애를 썼다. 이런 이유로 다윈은 진지하게 받아들여졌다.
p. 322~323


인간 DNA의 기능 중에서 우리가 아는 것은 고작 5%에 불과하다. 이 5%도 주로 인간 세포에서 최대 1만 가지의 단백질을 만드는 지침에 관한 부분이다(이 수치는 세포 유형마다 다르고 평균 10배 정도의 불확도가 있다). DNA 중에서도 단백질 제조 지침을 제공하는 이 부분을 유전자라고 하며, 이것이 통상 유전 물질이라 여겨지는 것들이다. 하지만 DNA에는 다양한 유전자의 발현을 켜고 끄는 역할을 하는 등 세포 기능을 조절하는 구간도 있다. 그럼 그 나머지는 무엇을 할까? 추측이야 할 수 있지만 아직 알려진 지식이 많지는 않다. 마치 우주의 질량-에너지의 95%가 무엇으로 이루어졌는지 모르는 것 과 비슷하다. 둘 다 아주 커다란 퍼즐이다. 양으로 따지면 우주에 비슷할 수 없지만 DNA는 우리 삶에 좀더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p. 370


생명의 나무 또는 계통수란 무엇인가? 이 나무는 우리 상상의 산물로서, 단일 기원에서 출발해 오늘날과 같은 놀라운 다양성을 이루어낸 생물의 진화를 나무에 빗댄 것이다. 이 비유에서 뿌리는 가장 초기의 원시 생물을 나타내고 거기서 가지가 갈라져 뻗어나가며, 잎은 현생 생물을 나타낸다.(…)
다양한 생물의 DNA 염기서열 정보가 빠르게 늘어남에 따라 앞의로 생명의 나무를 그릴 때 자의적 결정이 줄어들어 문제가 크게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염기서열 정보는 시퀀싱(DNA의 염기서열을 읽는 기술 - 옮긴이) 속도의 증가와 비용 감소 덕분에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비용 추세의 예를 들자면, 인간 게놈(유전체, 한 생물의 전체 DNA)의 경우 금세기의 첫 21년 동안 시퀀싱 비용이 약 10만분의 1로 감소했다. 물론 과거의 추세가 미래에도 계속될 것이라고 장담할 수는 없지만 무리한 기대는 아닐 것이다. p. 377~3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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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 문과생의 과학 수업 - 우주, 지구, 생명을 향한 질문과 탐구
어윈 샤피로 지음, 조은영 옮김 / 초사흘달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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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이해하려는 사람에게 과학이 건네는 손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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