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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딩은 있는가요 - 정아은 추모소설집 ㅣ marmmo fiction
장강명 외 지음 / 마름모 / 2025년 12월
평점 :
#협찬 엔딩이 있을 리가요.
저는 평소..
사람을 통해 사람을
알아가는 걸 좋아합니다.
이게 왠지 우연이라기보다는
인연에 더 가깝다는 느낌이 들어서요.
무조건은 아니지만,
그 편을 조금 더 선호합니다.
정아은 작가님은 저에게..
'(아직은) 연결되지 못한 인연'
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언젠가는 만날 수밖에 없었을 인연,
그리고 그 이후로 쭉 이어졌을 인연..
이었을지도 모르지만..
그렇게 되지 않았습니다.
('아닌가..?? 된 건가..????'
기준에 따라 다를 지도....)
비록 직접적인
연결점이 없긴 하지만..
연결된 분들 곁에
슬며시 다가가 잠시 서 봅니다.
나머지 작품들도..
추가로 더 공유하겠습니다.
오늘은 전반부의 네 작품만
먼저 일부 나눕니다.
(하단에 첨부합니다.)
'네버 엔딩 리뷰 컨셉'이라 우기며..
이쯤에서 줄이겠습니다.
끝..
#엔딩은있는가요
#정아은 #추모소설집
#김하율 #김현진 #소향
#장강명 #지식공동체그믐
#정명섭 #조영주 #주원규
#차무진 #최유안
평행하는 선들은 결국 만난다.
#마름모
엔딩이 있을 턱이.. 있나....
#북스타그램 #바닿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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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닿늘소설
아래에서부터는 책에서 발췌한 내용입니다.
차무진은 주저앉거나 허망해하지 않았다.
몸을 꺾어 복도를 걸어 1호실로 갔다.
신발을 벗어던지고 조문실로 들어갔다.
백단향이 퍼지는 텅 빈 조문실에서 그의 두 아들은 여전히 두 손을 모은 채 벽에 기대고 서 있었다.
차무진은 그의 두 아들을 안았다.
한 어깨에 하나씩, 양팔로 안고 머리를 모았다. 그의 두 아들은 영문도 묻지 않고, 거부하지도 않고 차무진의 어깨에 이마를 대고 고개를 숙였다. 이 남자가 누구인지도, 왜 자신들을 껴안는지도 몰랐지만 그들은, 차무진의 어깨에 가만히 기대 있었다.
마치 누군가가 자신들을 안아주길 기다렸다는 듯이. 차무진과 그의 두 아들은 그렇게 한참을 서 있었다. p. 34~35
(차무진 - 그 봄의 조문 내용 중)
정아은 작가는 사람들 몰래 나에게 <그 봄>에 관해 말했다. 너무 슬퍼서 며칠 잠을 못 잤다고도 했고 읽는 내내 자신의 두 아들이 그리웠다고도 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정아은 작가는 나에게 소설을 많이 써달라고 말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정아은 작가는 마지막으로 소설 속의 두 아이가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나는 그랬을 거라고 말했다.
나는 정아은이 품은 향기를 다 맡지 못하고 그를 보냈다. 우리는 봄날에 처음 만났고 <그 봄>을 이야기했고, 서로의 향기에 매료되었고, 앞으로의 향기를 약속했었다. 그리고 그는 떠났다.
나는 정아은이 좋아했던 <그 봄>의 두 아이를 조문시키고 싶었다. 그 아이들이 정아은에게 찾아가고, 정아은의 아이들과 손을 꼭 잡게 하고 싶었다.
나는 앞으로 정아은의 향기는 봄이라고 믿으며 살게 될 것이다.
p. 40~41(작가의 말: 우리는 한 번 마음에 담았던 사람을 내용 중)
사실 전세사기 피해자 장례식장에 가면 저는 오히려 마음이 편안해요. '그러게 좀 알아보고 집 빌리지 그랬냐' 말이 거기에서만큼은 안 나오거든요. 정말 그 말을 어디에서나 들어요. 아마 지금 관객 중에도 속으로 그런 말을 하신 분들 많을 거야.
그래서 전세사기 코미디가 어려워요. 그러게 술 좀 덜 마시고 고지방 고칼로리 식단 좀 피하지 그랬냐, 췌장암 환자한테 그런 말 하는 사람은 없거든.
젊은 사람이 암에 걸리면 나이도 젊은데 어쩌나, 그래요. 젊은 사람이 전세사기를 당하면 아직 젊잖아, 그럽니다. 나 젊지도 않은데. 서른일곱 살인데 전세사기 피해자라고 하면 다들 나더러 젊대. 나이트클럽에서는 그런 얘기 안 하면서.
암 환자와 전세사기 피해자의 다른 점 또 하나. 암 환자한테는 힘내라, 응원한다, 이러면서 건강기능식품을 소개해 줘요. 전세사기 피해자한테는 액땜한 셈 쳐라, 살다 보면 돈 그거 아무것도 아니더라, 그런 말을 합니다. 야, 이놈들아! 7억 원 날려봐라, 그게 아무것도 아니라는 말이 나오나. 눈앞이 깜깜해진다. 루테인 젤리라도 한 통 보내면서 그런 얘기를 해라. 진짜. 카카오톡 선물하기로도 된다.
솔직히 가끔은 암 환자가 부러워요. 암 환자는 최소한 자기가 암에 걸렸다는 걸 인정받기 위해 싸울 필요는 없잖아요? 조직 검사해서 암이라고 나오면 병원에서 알려주잖아요, 암에 걸리셨다고. 무슨 암 몇 기라고. 당신 몸에 암세포가 있고 종양이 크긴 한데 이건 치료비가 너무 많이 나오니 진단서를 발급해 줄 수 없다. 당신은 암 환자가 아니다, 이러지는 않잖아요. 암에 걸리면 가족들이 울면서 안아주죠. 전세사기를 당하면 가족들이 화를 내요. 좀 알아보고 집 빌리지 그랬냐면서. p. 63~64(장강명 - 신탁의 마이크 내용 중)
<신탁의 마이크>를 쓰기 위해 전세사기 피해자들을 취재하면서 이 사건이 어떤 더 큰 변화의 징후일까 곰곰이 생각했다. 정아은 작가라면 어떤 대답을 내놨을까? 개인의 범죄 피해 회복을 사회가 어느 정도나 지원해 줘야 하는 걸까? 정 작가라면 어떻게 생각할까? 여러 사람을 취재한 뒤 비슷한 소재로 단편을 두 편 혹은 세 편씩 쓰는 방식도 실험 중인데 그에 대해 정아은 작가는 뭐라고 말할까. 전세 사기 외에도 같이 취재해서 소설을 쓸 만한, 써야 할 현재 한국 사회의 문구에 대해 정 작가는 어떤 아이디어가 있을까, 그리고…… 아, 정말 물어볼 게 많구나. 뒤늦게. p. 88(작가의 말: 초상, 오해, 뒤늦게 내용 중)
'무척 오만한 사람이니까 우리처럼 조그만 출판사는 거들떠보지도 않겠지. 그런 오만한 사람과 판권 계약을 맺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해보기 전에는 모르는 일이야.' (…)
"피츠윌리엄 씨, 아까부터 우리가 나누고 있던 이야기인데요. 피츠윌리엄 씨는 어떤 여성을 이상적으로 생각하시나요?"
"아무래도 교양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외국어나 악기는 물론이고, 서구 문화에만 통달한 것이 아니라 우리 고유의 붓글씨에도 능해야겠지요. 다양한 교양을 익히고 있을 뿐 아니라 몸가짐도 우아하고 단정하며 근면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요. 그리고 광범위한 독서로 정신을 계발해 풍성한 내면을 갖추어야 진정 교양 있는 여성이라는 찬탄을 들을 자격이 있겠지요.(…)"
피츠윌리엄 윤은 다 읽은 기획서를 접었다.
"어떠신지요?"
리지의 질문에 피츠윌리엄은 고개를 끄덕였다.
"규모가 큰 출판사는 아니군요. 지금 가장 중점을 두고 기획하시는 책은 어떤 게 있지요?"
"정아은 작가의 유고집을 준비 중입니다."
"들어본 적이 없는데…… 지금 검색해 보니 출간 장르가 다양했군요. 다소 중구난방으로 책을 낸 분 같군요. 작은 회사일수록 경영을 합리적으로 해나가려면 팔릴 만한 책에 전략적으로 가장 힘을 쥐야 하지 않을까 싶은데요."
"그건 중구난방이 아니라 다재다능이라고 생각합니다."
"뭐 기획서 자체는, 나쁘지 않군요. 괜찮은 대필 작가를 찾아주시죠. 베넷출판 덕에 작가 소리 좀 들어볼까 하는 마음이 생겼습니다."
리지의 미간에 주름이 생겼다.
"작가 소리를 듣고 싶으시다고요? 대표님, 작가라는 건 글을 쓰는 사람을 말하는 겁니다. 말씀드렸다시피 대표님이 갖춘 식견이라면 틀림없이 글을 쓰실 수 있어요"
"나는 바쁜 사람입니다. 다들 그런 식으로 하지 않나요?"
"다들 그런 식으로 한다고 해서 꼭 거기 편승할 필요는 없지요. 출판을 그렇게 하찮게 보신다면, 윤 대표님의 책은 이쪽에서 거절하겠습니다."
p. 101~105 (김현진 - 오만과 판권 내용 중)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은 아은 언니가 단연 가장 사랑한 작품이었습니다. 미스터 다아시가 평생의 연인이고 이상형이라고 열띤 목소리로 이야기하던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이 졸저는 그런 아은 언니를 한번 웃겨보고 싶다는 간절한 마음으로 쓰인 것입니다. 넋으로나마 언니가 깔깔 웃어주기를, 그 웃는 얼굴을 한없이 그리워하면서. p. 117(작가의 말: 완벽한 삼각형 내용 중)
결국 내가 그녀에게서 떨어진 것은 그녀가 잠이 든 후였다. 나는 잠이 든 그녀의 얼굴을 바라볼 자신이 없었다. 그리고 그녀가 내게서 등을 돌린 채 모로 누운 것 역시 보기 두려웠다. 반지하 창문으로 들어온 불빛에 그녀의 등 그림자가 마치 나비의 날개처럼 길게 드리워진 탓이었다. 이제 나비가 되어버린 번데기는 더는 아무것도 필요가 없었다. 그 자체로 너무나 아름다웠기에. p. 146 (조영주 - 홍대 앞집엔, 그녀가 산다 내용 중)
나비는 세 가지 모습으로 생을 삽니다. 애벌레로 기고, 번데기로 붙고, 이윽고 나비로 날아오릅니다. 그것은 홍대 앞집에 사는 그녀의 모습과 꼭 닮은 꼴입니다.
홍대 앞집에 사는 그녀는 기묘하기 짝이 없습니다. 혈액형을 묻고, 그 혈액형이 오형이면 함께 자고, 아니면 맙니다. 얼핏 보기엔 정말 그럴듯한 이유가 있는 것 같습니다만, 사실 아무 이유가 없는 것도 같습니다. 어쩌면 그것은 그저 나비가 되기 위한 본능일지도 모릅니다. 애벌레가 번데기가 되고 나비가 되기 위한 탈피의 수단으로서, 그저 남자를 놀리고 그를 유혹해 하나의 쾌락을 느껴 또 하나의 자신을 영달하려는 것일 수도요. 저는 이런 그녀의 보습을 통해 《우리의 연애는 모두의 관심사》를 읽으며 느낀 감상을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정아은 작가님과의 만남은 그리 길지 않았습니다. 죽음 역시 짧게 기렸습니다. 작가님을 떠나보내던 날, 저는 평택에서 기차를 타고 올라갔고, 잠깐 빈소에 앉아서 멍하니 있었고, 그러고는 바로 기차를 타고 다시 내려갔습니다. 다른 이들이 함께 맥주를 기울이며 정아은 작가님을 떠나보낼 때, 저는 내려가는 기차 안에서 창밖을 내다보며 밤하늘 어딘가로 정아은 작가님이 훨훨 날아가실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렇다면 작가님은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나비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자유로우면서도 기이하도록 특이한 그런 나비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이에요.
지금도 저 먼 하늘에서 멋진 글을 쓰고 계실 정아은 작가님을 생각하며, 졸고를 줄입니다. p. 149~150(작가의 말 - 나비는 세 가지 모습으로 내용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