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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우리 집도 아니잖아
김의경 외 지음 / 현대문학 / 2025년 12월
평점 :
2025. 12. 14. 작성 글
#협찬 부동산에 대한 생각...
흠........
대한민국에 살면서
(무엇보다 계속 살 예정이면서)
부동산에 대해 말하는 건
유독 더 조심스러워집니다.
그래도 말해보려 합니다.
이 책을 핑계 삼아서요.
집이라고 하면..
무엇이 먼저 떠오르시나요?
이건 아마 사람마다 다를 겁니다.
누군가는
'거주를 위한 공간'이라고 생각할 테고,
누군가는
(본업이든, 본업 외의 수단이든)
'돈을 벌어다 주는 비교적 안전한 생산 수단'
으로 여길 수도 있겠죠.
단언할 수는 없지만,
직관적으로 느끼기에는
후자의 시선이 더 많지 않을까
저는 그렇게 짐작합니다.
오죽하면 대한민국을
'부동산공화국'(혹은 '서울공화국')
이라고 부르는 말까지 생겼을까요..
실제로 네이버에 검색해 보면
각각 이런 식의 설명이 나옵니다.
(AI 브리핑 생성 글)
'부동산공화국'은 부동산 소유와 불로소득이
극도로 불평등하게 집중된 사회를 가리키는 말입니다.
'서울공화국'은 정치·경제·사회·문화가 서울에
과도하게 집중된 현실을 비꼬아 부르는 표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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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해석이
다소 과하다고 느껴질 수도 있지만,
저는 우리나라의 거대 양당 구조가
유지되는 이유 역시 이 문제와 아주 깊게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정책은 복잡하지만, 유권자의 선택은
의외로 단순해질 때가 있습니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죠.
"아, 빨강을 뽑아야
내 집값에 도움이 되겠네."
혹은..
"지난번에 파랑을 뽑았더니
집값이 너무 떨어졌어."
부동산 정책의 큰 틀은
입법기관을 통해 바뀌는데,
그것 하나만을 기준으로
선택이 이루어진다면
조금은 게으른 선택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물론 모두가 그렇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다만, 다수가 그럴지도 모른다는 의심을
완전히 지우기는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문제를 쉽게 말할 수 없는 이유는
결국 '생존'이 걸려 있기 때문이겠죠.
우리는 살기 위해 돈을 벌고,
노후를 대비하기 위해,
그리고 각자의 사정으로
돈을 벌 수밖에 없습니다.
그 자체는 너무나 당연한 일입니다.
하지만 다른 많은 문제들과 마찬가지로
그 욕망이 지나칠 때 문제가 생긴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 그 과함이
문화처럼 굳어버린 것, 그 점이..
저는 가장 불편합니다.
제가 뭘 얼마나 알겠냐마는,
적어도 이렇게 느끼게 된 건
사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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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제가 생각하는
해법은 아주 단순합니다.
구조를 바꾸는 것.
거대 양당 구조도,
부동산을 바라보는 인식도,
부동산 뉴스에 과도하게
집착하는 언론의 태도도
함께 바뀌어야 합니다.
한순간에 달라지지는 않겠지만,
계속 이야기한다면 조금씩이라도
앞으로 나아갈 수는 있다고 믿습니다.
저는 이야기의 힘을 믿습니다.
세상에 당연한 것은 없고,
어렵다는 말이 불가능을
뜻하는 것도 아니니까요.
부동산 문제가 어느 정도라도
건강한 궤도에 들어선다면,
그때가 되면 비로소 부동산이
꿈동산으로 여겨질 것 같습니다.
더 자유롭고, 더 다양하게
각자의 꿈을 꿀 수 있게 해주는....
그런 의미에서의 꿈동산이요.
그리고 저는 그것이야말로
좋은 사회가 갖춰야 할 아주 중요한
조건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댓글로 이 책에 수록된
(후반부) 세 편의 내용 중
일부 발췌한 내용을 댓글로 공유드리며..
(나머지 두 편은 따로 다루겠습니다.)
이쯤에서 줄이겠습니다.
끝!!
전월세 사기,
사회는 피해자를 외면하고,
법은 내 편이 아니다......
#어차피우리집도아니잖아
#부동산앤솔러지
#김의경 #장강명
#정명섭 #정진영 #최유안
#현대문학
우리 지구는 맞잖아....
#북스타그램 #바닿늘
비슷한 주제의 글은..
#바닿늘소설
#바닿늘인류학
아래에서부터는 책에서 발췌한 내용입니다.
다른 집으로 급히 이사할 정도의 돈은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집을 비운다면 평생 화병을 달고 살 것 같아 일단 버티며 대책을 마련해 보기로 했다. 나와 아내는 매일 서로를 헐뜯으며 싸웠다. 나는 결혼할 때 집을 사자는 내 의견에 반대한 아내를 책망했고, 아내는 늦게라도 집을 사겠다고 달려들었다가 복층 빌라 전세에 혹한 나를 몰아세웠다. 집안 돌아가는 꼴이 엉망진창이니 업무가 손에 잡힐 리 없었고 잔 실수도 늘었다. 둘 다 회사에서 좋은 소리를 못 듣는 날이 많아졌다. 퇴근 후 나와 말다툼을 벌이다 지친 아내가 소파에 않아 멍하니 천장을 올려다보며 힘없이 말했다.
"대출이 부담돼서 빚 없이 살자고 전세를 선택한 게 죄는 아니잖아……. 전세보증보험이 파기된 게 우리 죄는 아니잖아……. 새로 집주인이 된 양아치한테 받아야 한 보증금을 못 받는 것도 우리 죄가 아니잖아……."
아내가 소파에서 벌떡 일어나 안고 있던 쿠션을 바닥에 던지며 울부짖었다.
"그런데 왜 우리가 이런 험한 꼴을 당해야 해! 왜 이런 지옥 속에 살아야 해!"
식탁에 앉아 있던 나는 머리를 감싼 채 아내를 외면했다. 아내가 마치 일인극을 하듯 과장된 목소리로 혼잣말을 이어갔다.
"우리가 지금까지 너무 겁을 먹고 순진하게 살았나 봐. 그러니까 세상이 우리를 만만하게 보고 자꾸만 바닥으로 밀어내지. 안 그래?"
아내가 내 뒤로 다가와 두 손으로 어깨를 붙들고 힘줘 말했다.
"독해지자! 밀려나지 않으려면 밀어내야 해!"
그날 이후, 아내의 태도가 눈에 띄게 달라졌다. 방구석에 먼지 한 톨 내려앉는 꼴을 못 볼 정도로 깔끔을 떨던 사람이 청소에 완전히 손을 놓았다. (…) 심지어 쓰레기봉투를 바깥이 아니라 다락방과 테라스에 쌓아두고 방치해 악취를 유발했다. 불안해진 나는 그런 아내를 붙잡고 도대체 왜 이러느냐고 화를 내며 물었다. 그러자 아내는 흐린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면서 희미하게 웃었다.
"어차피 우리 집도 아니잖아? 이 집을 못 쓰게 만들 거야. 천천히. 확실하게."
나는 시간이 되는대로 같은 빌라 세입자들과 함께 주택도시보증공사 앞에서 전세보증보험 해지 통보는 부당하다고 시위를 벌였다. 공사 측은 여전히 답이 없었다. 언론이 최근 들어 급증한 전세사기 사건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는데, 주로 누군가가 비참하게 죽어 나간 사건들이었다. 아직 아무도 죽지 않은 곳엔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p. 183~185 (정진영 - 밀어내기 내용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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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부동산 가격 하락을 과제로 내세우며 강력한 규제 위주 정책을 펼쳤는데, 이는 '똑똑한 집 한 채' 열풍을 불러일으키며 급격한 전세가 상승과 집값 폭등이라는 역효과만 낳았다. 그 사이에 서울에서 수도권으로 밀려난 많은 이들이 전세사기로 평생 모은 돈을 잃었고, 그중 일부는 절망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런 이들에 비하면 내 처지가 낫지 않느냐고 자위하다가도, 내가 한 때 꿈꿨던 황학동 주상복합 아파트를 비롯해 서울 시내 아파트 평균 매매가가 10억 원 이상을 기록하며 닿을수 없는 꿈이 된 꼴을 보면 부아가 치밀어 올랐다. 나는 그저 부지런히 일해서 번 돈을 저축해 종잣돈을 만들어 일터가 있는 서울에 집 한 칸을 마련하고 싶었을 뿐이다. (…)
지난 10월 15일 이재명 정부가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다. 서울 전역과 경기 일부를 규제 지역으로 묶고 주택담보대출 조건을 크게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투기를 막아야 한다는 데 동의하지 않는 국민은 드물 테다. 문제는 이 대책이 문재인 정부 때와 마찬가지로 실수요자에게 입히는 타격이 더 크다는 점이다. 규제를 강화할수록 현금 부자의 부동산 시장 점유율만 높아진다는 걸 우리는 이미 문재인 정부 때 목격했고, 이번에도 똑같은 현상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
이번 대책은 월세에서 전세, 전세에서 매매로 이어지던 주거 사다리를 확실하게 무너뜨린 최악의 정책으로 역사에 남을 거라고 예언한다. 무너진 사다리를 바라 보는 기분은 참담했다. 소설을 쓰는 내내 화를 억누르느라 힘들었다. p. 199~201 (정진영 작가 노트 <사다라는 무너졌다> 내용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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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어리는 해역을 이동해 살면서 번식기에는 무리를 지어 연안으로 몰려온다. 구조화된 서식지 없이 바다가 곧 생활의 터전이자 집이다. 해양학 이론서에서 그런 문장을 읽은 적이 있다. 나는 커다란 바위와 바위에서 떨어져 나온 것 같은 돌덩어리 모양의 작은 정어리 떼를 보며 혼잣말했다.
너네는 집이 필요 없어?
그때 한정아가 바다 쪽으로 몸을 길게 빼 깊숙이 숙이며 흔들거렸다.
어디에도 숨을 곳이 없다는 걸 아는 거지.
그 순간 정어리들을 길게 가르는 거대한 검은 물체가 보였다. 물체의 흐름에 따라 물결이 바다를 갈랐다. 범고래였다. 검은 등지느러미가 익숙하고 재빠르게, 공 모양을 이룬 무리의 바깥쪽에 있는 작은 정어리 무리를 향해 집중적으로 움직였다. 정어리 몇이 그대로 찢겨 나갔다. 사방으로 살점이 튀었다. 고래는 베이트 볼을 최대한 혼란스럽게 해체하는 것이 먹이를 얻는 방법이라는 걸 직감한 것 같았다. 작은 무리의 일부분이 푸르르 떨어져 나갔다. 고래는 떨어져 나간 정어리 무리가 방향감각을 잃어버리자 때를 놓치지 않고 다시 한번 방향을 전환해 검은 호를 그리며 물결을 뚫고 지나갔다.
바다는 고요했다.
나는 그 순간 이론서에 강한 반발심을 느꼈다. 정어리에게 무리는 정말 안전할까.
그렇게 묻는 나를 한정아는 바라보고 있었다. (…)
베이트 볼 안에 있거나, 따로 떨어져 나와 있거나. 두 경우 모두 정해진 운명을 바꾸지는 못한다. 집 계약 문제에서 그만 자유로워지고 싶었다. 많은 집을 쫓아다니며 어떤 결정도 내리지 못하고 있었지만, 흠이 있다던 집들에도 누군가는 살고 있었다. 못 살 집은 아니라는 뜻이었다. 사실 나는 오직 내 한 몸 누워 쉴 수 있는 어떤 공간이 필요할 뿐이었다. p. 223~225 (최유안 - 베이트 볼 내용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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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릴 때 주택에서 마당 흙 내음을 맡고 컸다. 아파트에서 사는 것보다 동선도 생활도 비효율적이었다. 아파트는 모든 것이 정형화되어 있었다. 어느 동네 어느 집도 비슷한 규격에 비슷한 삶의 양식을 갖췄다. 처음 아파트로 이사했을 때 나는 편리함 때문에 아파트가 인기 있는 거라고 생각했지만, 지금의 나는 아파트가 재화적 가치로 환산하기에 효율적이라서 원하는 사람이 많다는 쪽으로 생각을 바꾸었다. 면적, 브랜드, 입지. 규격화된 것을 넣으면 착착 가격이 나오니까. 물건 사고, 물건 팔 듯, 빠르고 정확하게.
부동산으로 돈을 버는 방법은 레버리지(*지렛대 효과)였고, 집을 구하는 동안 레버리지의 중요성에 관해 수없이 들었다.
(…)
모든 사회 현상이 부동산으로 수렴된다. 서울이 아니라서 먹을 게 적다고 한탄하면서. 부동산 단톡방에는 천 명 넘게 있는데 들어 오려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단톡방2, 단톡방3으로 계속 증식하고 있다. 내 톡방 목록에는 소설 이야기를 하는 수요일의 모임을 위해 만든 단톡방도 있다. 처음에는 13명이 모였고, 그마저도 1명이 나가서 12명이, 소설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다. 대부분은 글 쓰는 어려움과 응원의 말을 나눈다. 꾹꾹 눌러쓴 메시지들이 오간다. 나는 두 단톡방 간의 괴리를 매일 지켜본다. p 241~243 (최유안 작가 노트 <사는 집, 사는 집> 내용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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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하던 김 대리는 문득 사람들의 그림자가 이상해졌다는 걸 깨달았다. 처음에는 안경에 뭐가 묻어 있는 줄 알고 걸음을 멈추고 안경을 들여다봤다. 그 바람에 그와 바짝 붙어서 걷던 중년의 남자와 부딪치고 말았다. 슬쩍 돌아본 김 대리가 미안하다고 했지만 남자는 나지막하게 투덜거리고는 자기 갈 길을 갔다. 그 이후에도 여전히 사람들의 그림자가 이상해 보여서 길가에 있는 올리브영 앞에 서서 지켜보기로 했다. 둥그스름한 어깨와 머리 모양이 아니라 각진 형태였고, 심지어 어떤 그림자는 주인보다 훨씬 더 커 보였다. 강아지 같은 동물이나 지나가는 차, 그리고 건물은 그림자가 정상이었다. p. 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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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로 아파트와 빌라, 그리고 구옥을 구분할 수 있었다. 거기에 평수에 따라서 그림자의 크기와 농도가 달랐다.
'집이 비싸면 진하구나.'
어림짐작이지만, 전세나 월세로 추정될수록 그림자는 엄청 연해서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그러다가 바쁘게 뛰어가는 젊은 남자의 그림자가 정말 연필처럼 가늘고 흐린 것을 보고 중얼거렸다.
"원룸에 사는군."
20대로 보이는 젊은 사람들일수록 상당수의 그림자는 작거나 옅었다. 처음에는 얼떨떨했지만 나중에는 재빠르게 분류했다. 선명한 그림자와 그렇지 않은 그림자, 큰 그림자와 작은 그림자, 부자와 가난한 사람, 자기 집이 있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들이 그의 눈에 선명하게 구분되었다. 왜 이런 능력이 생겼는지 모르겠지만, 대출 심사를 맡은 자신에게 적합한 능력일지 모른다고 멋대로 생각했다. p. 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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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사가 가져온 서류들을 내려다보던 원장이 말했다.
"김평수 씨의 증상은 일단 망상장애로 추정됩니다."
"망상이요?" (…)
테이블에 서류와 볼펜을 놓은 간호사가 김 대리에게 말했다.
"다 적으신 다음에 저에게 주세요." (…)
볼펜을 들어서 서류를 쓰려던 그의 눈에 그림자들이 보였다. 먼저 와서 서류를 적거나 대기하고 있는 환자들이 가지고 있던 그림자였다. 50평 대의 큰 아파트부터 30평대의 빌라, 그리고 10평도 안 되는 원룸, 그리고 아까 만난 청년처럼 그림자가 아니라 깊게 파인 것 같은 어둠도 보였다. 어디에서도 그림자에게서 도망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은 김 대리는 쥐고 있던 볼펜을 내동댕이치며 서글프게 웃었다.
"우리는, 우리는 그림자일 뿐이야. 크거나 작거나 혹은 없거나."
김대리의 혼잣말을 들은 환자 중 누군가가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멀쩡하게 생겼는데 미친놈이네."
김 대리, 김평수는 나는 미치지 않고 그림자가 미쳤다고 대꾸하려고 했다. 하지만 웃고 있던 입에서는 웅얼거리는 소리밖에 나오지 않았다.
p. 139~141 (정명섭 - 평수의 그림자 내용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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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수의 그림자」는 부동산을 둘러싼 대한민국의 비극을 다룬 비극이자 어느 날 타인의 그림자에서 그 사람이 사는 곳을 알아보게 된 한 남자의 이야기를 다룬 희극이기도 합니다. 이런 엉뚱한 설정을 가지고 이야기를 만든 것은 비극적이면서도 희극적인 대한민국의 현실을 풍자하고자 하는 의미였습니다. p. 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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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사기를 비롯한 부동산 문제는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대다수의 사람들이 직간접적으로 겪고 있는 고통이기도 합니다. 저는 문학이 우리 사회의 가장 낮고 어두운 곳을 비추는 등불이어야 한다고 믿습니다. 사람들에게 길을 잃지 않게 만들어주고, 어둠 속에서 헤매는 이들에게 가야 할 곳을 알려줌과 동시에 용기를 불어넣어 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이죠. 이번 소설은 그런 문학의 역할을 하기 위해 쓴 소설입니다. 사람의 본성과 능력 대신 살고 있는 집의 크기나 거주 형태에 따라 평가를 받고, 그게 부족하면 아무리 훌륭하다 해도 성공한 사람 취급을 받지 못하는 우스꽝스러운 일이 아무렇지도 않게 벌어지고 있으니까요. 사람이 온전히 그 사람의 능력과 품성으로 평가받지 못하는 시대는 아무리 물질적으로 풍요로워도 결코 행복한 삶을 보장하지 못합니다. (…)
이번 단편, 그리고 이 단편이 속한 앤솔러지들은 하나같이 부동산을 둘러싼 우리들의 아픔과 서늘함을 담고 있습니다. 피해를 입은 분들에게 진심으로 위로의 말을 건넵니다. 결코 여러분의 잘못이나 욕심 때문에 벌어진 일이 아니라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습니다. p. 148~149 (정명섭 작가 노트 <평수는 왜 그림자를 보게 되었을까> 내용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