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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저우에서 만난 순간들: 여행자의 스케치북
이병수 지음 / 성안당 / 2025년 4월
평점 :
이 책을 읽기 전까지, 제가 광저우에 대해 알고 있던 건 2010년 아시안게임이 열렸다는 사실뿐이었습니다. 벌써 15년이 지난 이야기인데도, 기억나는 건 그게 전부였더라고요.
스스로 다양한 분야의 지식엔 관심이 많은 편이라고 생각했는데, 지역이나 공간에 대해선 놀랄 만큼 무관심했다는 걸 새삼 깨달았습니다. 사실 이건 해외 도시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제가 태어나고 자란 한국 안에서도 제대로 알고 있는 지역은 손에 꼽을 정도니까요.
해외여행이라고는 신혼여행으로 다녀온 괌이 전부이고, 비행기를 타본 경험도 많지 않아, 그동안 제가 얼마나 좁은 시야 속에 살고 있었는지조차 몰랐던 것 같습니다.
(참고로, 국내여행을 계획 중이시라면 『365일 고민 없는 국내여행』이라는 책을 추천드립니다. 정말 유용하게 볼 수 있는 가이드북이에요.)
책을 통해 세계 여러 나라의 역사와 문화를 조금씩 알아가면서, ‘내가 정말 몰랐구나’ 싶었던 순간이 많았습니다. 예전엔 미국이 지도에서 어디에 있는지도 헷갈렸고, 주변 국가라 해봤자 중국, 일본 정도밖에 몰랐던 저였거든요.
그러다 보니 ‘세계화’라는 말이 뉴스에만 나오는 게 아니라, 우리가 실제로 살아가는 방식이라는 걸 점점 실감하게 되었습니다.
이 책에서 특히 인상 깊었던 건 ‘국립 중산대학’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자연스럽게 쑨원이란 인물에 대한 궁금증이 생겼고, 찾아보니 대만의 정치사나 한국과의 유사성 속에서도 그가 중요한 인물이라는 걸 알게 됐습니다.
사실 그동안 중국사에는 유독 관심이 적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아마 어릴 적부터 자연스럽게 익혀온 반공 분위기 때문이었겠죠. (그리고 솔직히 말하면, 예전에 ‘한국인들이 유난히 중국인을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는 말을 들었을 때, 저도 뜨끔했었습니다.)
요즘은 미국 뉴스를 보다 보면 오히려 중국이 더 이성적으로 보일 때도 있지만… 그래도 독재는 싫고요. 마음이 복잡합니다. 그래서 유럽 모델에서 더 배워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개인적으로는 사회민주당 노선이 가장 설득력 있게 느껴지고, 궁극적으론 다양한 목소리가 공존하는 다당제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도 큽니다.
결국 이 책은 저에게 "당신의 시야, 너무 좁았던 거 아니에요?" 하고 조용히 질문을 던진 책이었습니다. 조금 부끄럽지만, 이제라도 그런 걸 깨달을 수 있어서 참 다행이라고 느꼈습니다.
이참에 예전에 덮어두었던 레이 달리오의 『변화하는 세계 질서』도 다시 펼쳐보고 싶어졌고, 쑨원에 대해서도 더 깊이 공부해보고 싶어졌습니다. 아직은 많이 부족하지만, 이렇게 책을 통해 세계와 연결된다는 느낌이 참 좋습니다.
이렇게 말로 꺼내놨으니… 공부, 진짜로 해야겠죠? (안 하면 부끄러워서라도요.ㅎㅎ)
본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