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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리애나 ㅣ 비룡소 클래식 45
엘리너 포터 지음, 스톡턴 멀포드 그림, 햇살과나무꾼 옮김 / 비룡소 / 2019년 5월
평점 :
기쁨은 현실을 지우는 주문이 아니라,
현실을 바라보는 방식일지도 모른다.
비룡소 × 우주세문단 평생 읽는 클래식 프로젝트
마지막 책, 엘리너 H. 포터 - 《폴리애나》
이번에 처음 알았는데, '폴리애나'라는 단어 자체가 이 소설의 영향으로 '지나치게 낙관적인 사람' 또는 '긍정적인 면만 보려는 경향'을 가리키는 보통명사처럼도 쓰인다고 한다.('카프카에스크'가 문득 연상되었다...)
작품 속 폴리애나는 얼핏 보면 세상 물정 모르는 '무한 긍정의 아이콘'처럼 보인다. 어떤 나쁜 상황에서도 기뻐할 만한 것을 기어이 찾아내는 '그냥 기뻐하기' 놀이가 그 상징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솔직히 처음엔 이 놀이가 다소 억지스럽게 느껴지기도 했다. 현실의 고단함이나 불행이 긍정적인 자기암시 하나로 마법처럼 지워지는 건 아니니까..
하지만 책장을 넘길수록 작가가 말하는 '기쁨'은 그저 덮어놓고 웃으라는 뜻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더운 다락방에서 창밖의 풍경을 위안 삼는 폴리애나의 모습은 이상적인 천사라기보다, 자신에게 주어진 결핍을 견뎌내기 위한 아주 현실적인 생존법에 가까워 보였다.
우리는 일상에서 불평할 이유를 참 쉽게도 찾는다.
출근길 막히는 차 안에서, 뜻대로 풀리지 않는 일들 속에서 짜증을 내는 건 어쩌면 너무 자연스럽기까지 하다. 반면 그 상황에서도 다행인 점을 찾아내는 일에는 의식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폴리애나가 마을 사람들에게 전한 건 거창한 구원이 아니었던 것 같다. 굳어버린 시선을 조금 틀어주는 작은 질문에 가깝게 느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행인 점은 없을까?"
이 소설이 그저 순진한 동화로 끝나지 않는 이유는 후반부에 있다.
사고로 걷지 못하게 된 폴리애나는 현실 앞에서 좌절한다. 그리고 자신이 다른 사람들에게 가르쳐주었던 '기뻐할 이유'를 더 이상 찾지 못하는 순간까지 맞닥뜨린다.
그런 폴리애나에게 이번에는 사람들이 기쁨을 돌려준다. 소녀 덕분에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을 바꾸고 일상의 온기를 되찾았던 사람들이 이번에는 소녀의 곁으로 찾아온다.
내가 먼저 건넨 작은 감사와 다정함이, 내가 가장 바닥에 떨어졌을 때 나를 받아주는 푹신한 쿠션이 되어준 셈이다.
이번 클래식 프로젝트를 마무리하며 빅터 프랭클의 '초의미'가 문득 다시 떠올랐다.
내가 이해하기로.. 프랭클이 말하는 의미 역시 고통을 없애는 방법과는 조금 달랐다. 삶이 언제나 내 뜻대로 흘러갈 수는 없지만, 그럼에도 주어진 현실을 어떻게 바라보고 살아갈 것인지는 선택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지금까지 함께 읽었던 다섯 권의 책을 관통하는 메시지도 어쩌면 이와 비슷한 것이 아닐까 싶었다.
그래서 '그냥 기뻐하기' 놀이도 단순히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모든 것이 이루어진다는 이야기는 아니라고 느껴졌다.
간절히 원하면 반드시 이루어진다는 것과, 절망 속에서도 살아갈 의미를 찾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니까...
현실을 바꾸지 못하는 순간에도 현실을 마주하는 나의 태도는 바꿀 수 있고, 그 작은 변화가 때로는 나를 다시 살아가게 하는 힘이 될 수도 있다.
오늘 하루, 뜻대로 되지 않는 일들 속에서 나도 아주 작은 '그냥 기뻐하기' 놀이를 시도해 볼까 한다.
완벽하지 않은 현실 속에서도 여전히 감사할 조각 하나쯤은 숨어 있을 테고, 그것이 당장 현실을 바꾸지는 못하더라도 적어도 그 현실을 마주하는 나를 조금은 바꿀 수 있을 테니까....
요즘 내가 품고 있는 생각 중 가장 큰 부분은 '감탄'이다.
"어떻게 하면 지금보다 더 잘 감탄할 수 있을까?"
어떤 이유로 너무 냉소적으로 변해가는 내 모습을 보며, 뭔가 방법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던 중 지니게 된 생각이다.
감탄, 감사, 기쁨...
어쩌면 비슷한 결을 가진 것 같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지금에 만족하고, 의미를 추구하며 사는 것은 어쩌면 꽤 괜찮은 삶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 안다. 그러고 싶지만, 그러기가 쉽지 않다는 걸..
예전에 어느 책을 리뷰하며 쓰기도 했던 내용인데, 의미를 추구하기보다 우리는 자꾸 무가치함과 싸우게 되는 것 같다.
이게 다 미디어 환경 때문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미디어 환경의 영향도 나는 분명 크다고 생각한다.
어쩌면 그래서 더 문학과 고전, 철학에서 답을 찾게 되는 것 같다. 이런 고민을 품고 있던 중 만난 이 책이 내게는 작은 기쁨이었다.
언제부터인지 모르게 기쁨을 잃어버린 모든 어른이들에게, 특히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어른이 된다는 건
그런건가봐 기쁨이 줄어드는 거.."
( _영화 <인사이드 아웃 2> 기쁨이..)
("아니야.. 그런 거..." 라고
말해주고 싶었다. 기쁨이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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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세문단 @woojoos_story 진행
비룡소 @birbirs 도서지원으로
우주세문단 단톡방에서 함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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