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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 시스터스
코코 멜러스 지음, 심연희 옮김 / 클레이하우스 / 2025년 10월
평점 :
#협찬 믿을 구석..
어디선가..
그런 말 들어보셨나요?
대한민국에서
첫째로 태어난다는 것의 의미.
(비슷한 시리즈로 삼남매 중 둘째,
막내 등등.. 다양하게 있을 겁니다.)
이건 특정 국가의 문제가 아니라,
가족이라는 보편적 구조 안에서
반복되는 이야기 같습니다.
(문화권에 따라 그 차이는
얼마든지 클 수도 있겠습니다..)
물론 모든 가족이 같을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 안에는
'공통된 서사'가 존재합니다.
그래서 나온 말이 있죠.
K-장녀, K-장남...
어디서 들었는지 기억나진 않지만,
심리학에서도 성격 유형을 분석할 때
비슷한 구분이 쓰이곤 했던 것 같습니다.
(리플러스 인간연구소 박재연 소장님의
어느 강연에서도 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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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몇째로 태어났는가는,
의외로 강력한 문화적 압력으로 작용합니다.
지금은 많이 달라졌지만,
불과 한 세대 전까지만 해도
"살림에 보탬이 되어야 한다"며
아이들에게 정규 교육 대신
노동을 강요한 일은 흔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 역시
그런 시대의 아이였지요.
(산업현장에 내몰려 일했고,
산재사고까지 겪었다고..)
저는 삼남매 중 막내입니다.
그런 제가 이 책을 읽으며
가장 깊이 이입한 인물은
첫째, 에이버리였습니다.
그녀 안에는 'K장녀'의
그림자가 있었습니다.
늘 책임을 짊어지고,
스스로 적응하는 사람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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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종종 '쏟아내야 한다'는
충동을 느낍니다. 하지만 세상은
그걸.. "너 혼자 감당하라"고 말하죠.
"너만 예민하게 굴지 마.
다들 그렇게 살아." 라면서..
그럴수록 저는,
더 쏟아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왜냐면, 나의 고통은 사실
'개인적인' 것이 아닐지도 모르니까요.
그건 사회적 구조, 세대 간 유산,
그리고 우리가 속한 문화의 상처일 수 있습니다.
말하지 못한 고통은 쌓입니다.
그것이 결국 '암'이 됩니다.
'암(癌)'이라는 글자에는
'입 구(口)'가 세 개나 들어 있습니다.
할 말은 많은데,
끝내 뱉지 못하고 삼킨 입들....
그 침묵의 무게가 우리를 병들게 합니다.
그래서 저는, 위험하더라도 말하려 합니다.
아직은 글로, 언젠가는 말도 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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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블루 시스터스> 역시,
제가 생각하기에는 그런 류의
'쏟아내기' 기록입니다.
거의 모든 소설이 그렇듯,
이 작품 또한 자전적 흔적이 묻어 있습니다.
(직, 간접적으로 밝히고 있습니다.)
작가 코코 멜러스는
서문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그들은 그들이기에, 나는 나다."
나의 정체성은 형제자매 곁에서 형성되었다.
때로는 그들을 죽이고 싶었지만,
동시에 그들을 위해 죽을 수도 있었다.
이 모순, 숭배와 혐오의 결합이야말로
남매 관계를 끝없이 매혹적으로 만든다.
이 소설은 단순한 가족 소설이 아닙니다.
그건 중독, 부모의 방임, 그리고...
"우리는 어떤 식으로든 살아남는다"
라는 메시지를 품은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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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 시스터스>는 결국 회복의 서사입니다.
사람이 사람으로 인해 다치고,
또 사람으로 인해 치유되는 이야기..
문화적 압력에 굴복하지 않고 맞서는 이야기..
어쩌면 그동안 마음 한 켠에 적대감을 품었던
형제 혹은 자매가 나의 가장 큰 우군임을
결국 깨닫게 되는 이야기...
저는 살면서 아주 분명한 내 편을
단 한 명이라도 남길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성공한 삶이라고 생각합니다.
(처한 상황은 저마다 다를테니...)
그게 꼭 가족일 필요는 없겠지만..
가족이 그런 사람이라면..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하겠지요.
하지만 모든 관계가 그렇듯..
그냥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그에 걸맞는 노력이
동반되어야겠지요.
저는 오늘 또 이렇게..
이야기를 통과하며 노력을 다짐합니다.
여러분의 가정에
평안함이 깃들길 바라며..
이쯤에서 줄이겠습니다.
끝!!
#블루시스터스
#코코멜러스 장편소설
#심연희 옮김
가족이 가장 든든한 우군이라는 사실은..
살아가는 동안 얼마나 큰 힘이 될까??
믿을 구석에 대한 생각..
#북스타그램 #바닿늘
비슷한 주제의 글은..
#바닿늘소설
아래에서부터는 해당 책의 내용을
일부 발췌하여 (최소한으로) 수정 되었습니다.
나는 사남매 중 막내지만, 우리 남매는 블루 자매들과는 아주 다르다. 일단 큰언니와 오빠는 나보다 열다섯 살, 열세 살 연상이고 아버지는 같지만 어머니가 다르다. 그리고 내가(남편과 더불어) 이 책을 헌정한 언니는 아버지와 어머니가 모두 같고 나보다 두 살 밖에 많지 않다. 학교 다닐 때는 겨우 한 학년 차이다. 우리는 언제나 가까운 사이였지만, 그렇다고 언제나 좋은 사이만은 아니었다. 난 다른 가족 구성원과는 다른 형제자매에 대해서 쓸 때, 바로 이 불안하면서도 무조건적인 사랑을 포착하고 싶었다.
그건 내가 우리 남매에 대해서 깨달은 게 있기 때문이다. 바로 '그들은 그들이기에, 나는 나다'라는 점이다. 나의 정체성은 언니 오빠 곁에서 형성되었다. 마치 숲속 어린 나무가 다른 나무들 사이로 비치는 빛을 향해 자라나는 것과 같다. 때로는 그들을 죽이고 싶었지만, 동시에 그들을 위해서 죽을 수도 있었다. 이 얽히고설킨 모순,
이 강렬한 숭배와 혐오의 결합이야말로 내가 남매 관계를 끝없이 매혹적으로 여기는 이유다.(…)
『블루 시스터스』는 엄연한 가족 이야기다. 하지만 동시
에, 가족 안에서 우리가 많이 말하지는 않는 것들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중독이란 것이 대를 이어 어떻게 나타나는지, 슬픔이 어떻게 우리를 갈라놓는지, 또 어떻게 하나로 모으기도 하는지, 그리고 부모의 방임을 각 자매가 얼마나 다른 방식으로 경험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다. 또한 (내가 나이기에, 어둠이 없으면 빛을 글로 옮길 수가 없기에) 형제자매 사이에서 절대로 사라지지 않을 어리석고 유치한 부분들, 고향으로 돌아가는 기쁨, 또 가족 안에 존재하는 끈적하고 지저분하면서도 아름다운 사랑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p. 7~9
_한국어판 서문에서 부분 발췌
"혹시 알아넌 가족 모임에 가본 적 있어?"
(*알아넌 모임: 알코올 중독자 가족·친구가 서로 지지하며 회복을 돕는 익명 자조 모임)
이건 잘못된 접근이었다. 엄마의 목소리가 대번에 반 옥타브나 올라갔다.
"거기 가서 자기 문제가 모두 남 탓이라며 질질 짜는 사람들 이야기나 듣고 앉아 있으라고? 가서 남편이랑 이혼하라는 소리나 들으란 거니? 아니, 고맙지만 사양하겠어!"
에이버리는 탁자 위에 손을 포개고서 이마를 얹었다. 패배감이 느껴졌다. 어쩌다 또 이렇게 됐지? 무슨 논리를
택한대도 여전히 답이 없는 상황으로 되돌아오기만 했다. 이게 소송 사건이었다면, 오래전에 포기했을 텐데. 지금도, 앞으로도 영원히, 난 엄마를 바꿀 수가 없을 거야. 에이버리가 지친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런 게 아니야."
"그 모임이 뭔지 설명하려 들지 마. 이미 가본 적 있어."
"에이버리는 고개를 번쩍 들었다. 처음 듣는 이야기였다.
"엄마가 갔다고? 언제?"
"에이버리, 그 사람들은 나를 평가하더라. 그 여자들이 날 아주 비판했다고. 나한테 자꾸 돌아오라고 하잖아. 아주 거룩한 척은 다 하는 년들이."
에이버리는 하마터면 웃을 뻔했다.
"그게 거기 슬로건이라서 그래. 새로 온 사람들한테는 다 그렇게 말할걸."
"난 무슨 문제아 취급 받는 거 싫다. 다 큰 애들을 넷이나 둔 성인이라고. 뭘 계속하니 마니 이런 말 안 듣고 싶어."
"이젠 셋이잖아."
"뭐?"
"자녀는 이제 셋이라고."
"너희 직업군에서는 그런 꼼꼼한 자세가 유용할지 몰라도, 일반적인 대화를 나눌 때 들으니 무척 짜증스럽구나, 에이버리."
에이버리는 눈살을 찌푸렸다.
"그런데 왜 못했어?"
"뭘 못해?"
"왜 돌아가지 못했느냐고."
"내가 말했잖아…."
"아니, 엄마를 위해서 말고, 우리를 위해서라도 돌아갔어야지. 아빠랑 엄마가 안 가르쳐 주면, 괜찮게 사는 법을 누가 가르쳐 주는데? 우리가 누굴 보고 배우는데?"
엄마는 놀라서 그녀를 바라보았다.
"너를 좀 봐. 넌 지금 괜찮게 살잖아. 괜찮은 것 이상이지!
좋은 직업이 있잖아. 듣자 하니 으리으리한 집에 산다던데. 예쁜 아내도 두고, 보니는 세계 챔피언이야. 말해 뭐해? 러키는 온 세상 광고판에 다 사진이 붙은 애야. 그리고 니키는 애들한테 얼마나 사랑받았는데…."
엄마는 잠시 멈췄다가 말을 이었다.
"우리가 그토록 나쁜 부모였다면, 너희가 이렇게 잘 됐을 리가 있어?"
에이버리는 고개를 저었다.
"엄마가 그런 말을 해서는 안 돼."
"뭐? 내가 될 어쨌다고?"
우리가 이룬 성취를 가져다 본인이 능력 있는 부모였다는
증거로 디밀지 말라고. 그건 우리가 이룬 거야. 엄마 아빠가 한 게 아니야."
"아니, 얘! 지금 너희가 이룬 거라고 말하는 거잖아!"
"그리고 내 어린 시절이 어땠는지 말하게 하지 마. 어떻게 살았는지는 내가 잘 알아."
"또 그 소리네. 넌 맞고 자랐니? 굶고 자랐니? 정원 창고에서 살았니?"
"우리 집엔 정원이 없었어."
"말꼬리 잡지 마. 무슨 뜻인지 알잖아. 너희보다 못한 환경에서 큰 애들이 얼마나 많은지 아니? 너희는 나보다 더 좋은 환경에서 자랐어! 그런데 이제 와서 우리가
너희를 실망시켰다고 말하는 거니? 미안하지만 말이다. 너는 부모 탓을 할 나이는 지났어. 어린애 우대 카드는 효력이 다했다고."
p. 448~450
그녀는 보니와 러키 쪽으로 몸을 돌리고 말했다.
"너희 둘 다 내 말 들어봐. 우리한텐 니키가 왜 그랬는지 이해하고 싶은 마음이 있지. 우리가 좀 더 뭔가를 했으면 좋았을 거라며 자책하는 것도 이해하려는 방법 중 하나겠고. 하지만 우리는 아무도 니키에게 일어난 일을 바꿀 수가 없었어."
에이버리는 엄마가 했던 말을 꺼내어 말했다.
"우리는 그렇게 대단한 존재가 아니야."
"하지만 우린 어떻게 이걸 견디며 살아?"
러키가 나직하게 물었다. 지난 1년간 세 사람이 저마다의 방식으로 스스로 던져왔던 질문이었다. 이 슬픔을 어떻게
지고 살아가나. 니키가 없는 인생을 어떻게 사랑하며 살아가나. 에이버리는 한숨을 쉬었다.
"아빠가 우리한테 말했던 게 답이 아닐까. 장례식에서 했던 말." 러키가 고개를 들고서 중얼거렸다.
"『티파니에서 아침을』 말이지. '훌훌 가거라.' 하지만 어떻게 훌훌 가?"
"넌 벌써 훌훌 가고 있잖아. 술 끊고, 스스로를 돌보고. 그게 훌훌 가는 거지."
에이버리의 말에 보니도 고개를 끄덕였다.
"언니 말이 맞아."
"그럼 언니들은? 어떻게 훌훌 가고 있어?"
에이버리는 보니를 바라보았고, 보니가 입을 열었다.
"음, 나 놀리지 말고 들어…. 그, 난 가끔 하느님이랑 대화를 해."
"하느님?"
에이버리가 되물었다. 그녀에게 하느님은 위안을 주는 존재가 전혀 아니었기에, 보니의 말은 맥도날드 캐릭터와 대화를 한다는 것이나 마찬가지로 들렸다. 보니는 재빨리 부연 설명을 했다.
"예수님한테 말한다는 게 아니야. 다른 종류의 하느님이야. 내가 만든 건데, 남자인지 여자인지도 모르고, 어떻게 지칭해야 하는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나랑
이야기할 수 있는 존재야. 그리고 하느님은 우리가 니키를 다시 만날 때까지 그 애를 돌봐주신다고 생각해."
"정말 하느님이 니키를 돌봐주신다고 생각해?"
러키는 희망 가득한 목소리로 물었다. 보니는 고개를 끄덕였다.
"어어"
"좋다."
러키는 나직하게 대답했다.
"보니, 나도 그렇게 믿고 싶지만… 솔직히 내가 그럴 수 있을지 모르겠어."
에이버리의 말에 보니가 물었다.
"내가 믿음이 있다는 것까지는 믿어줄 수 있어? 그러면 도움이 되지 않을까?"
에이버리는 보니의 말을 곰곰이 생각했다. 보니에게도 도움이 되는 게 있다고 생각하니, 자신도 위안이 되는 듯했다. 그 정도는 에이버리도 진실이라 믿을 수 있었다.
"그럴지도. 그럴 수 있을 것 같아."
p. 480~4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