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횔덜린의 광기 - 거주하는 삶의 연대기 1806~1843
조르조 아감벤 지음, 박문정 옮김 / 현대문학 / 2025년 7월
평점 :
2025. 8. 30. 작성 글.
#협찬 경계에서 산다는 것
<횔덜린의 광기>를 읽다가,
저의 작은 광기도 발견했습니다.
그래서..
이번 리뷰는 계획을 세우지 않고,
되는 대로 흘려 적어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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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는 글:
책은 발터 벤야민을 인용하며,
역사가와 연대기 작가의 차이를 짚습니다.
역사가: 사건의 원인과 의미를 해석하는 사람.
연대기 작가: 사건을 "그때 그런 일이 있었다"는
사실로만 기록하는 사람.
아감벤은 횔덜린의 삶을 역사처럼 해석하기보다,
연대기처럼 사건을 나열하면서 거기서 드러나는
형상에 주목합니다.
흔히 횔덜린은 전반부는 '시인',
후반부는 '광인'으로 평가됩니다.
그러나 아감벤은 이 단순한 구분을 넘어,
그의 삶 전체를 하나의 형상으로 읽으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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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횔덜린의 광기에 대한 재해석입니다.
당대의 사람들(셸링, 어머니 등)은
그의 상태를 단순한 '병'으로 보았지만,
실제 그는 소포클레스 번역과 같은
고도의 작업을 계속했습니다.
광기는 단순한 병리가 아니라,
그가 도달한 언어적·철학적
실험의 공간이었다는 거죠..
특히 번역론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횔덜린은 그리스어 문법을 독일어로
옮기는 과감한 직역을 시도했습니다.
당대에는 '미친 번역'처럼 보였으나,
지금은 언어의 본질을 시험하는
창조적 실험으로 평가됩니다.
철학적 맥락에서는
피히테와의 대립이 나오는데..
피히테가 '절대적 자아'를 강조했다면,
횔덜린은 주체와 객체의 분리 자체를
넘어선 절대적 존재를 상정했습니다.
그리고 이는 오직 시를 통해서만
경험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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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대기:
책의 연대기는 독특하게
두 개의 열로 구성됩니다.
좌열: 횔덜린의 외적 사건
(출생, 학업, 인간관계, 정치적 상황 등).
우열: 그의 내적 사건
(시의 변환, 언어적 실험, 번역 작업 등).
예를 들어,
나폴레옹 전쟁과 같은 역사적 사건과
동시에 '디오티마를 위한 시'가 창작되는
식으로, 외부 사건과 언어의 변화를 병치합니다.
이를 통해 한 사람의 생애와 한 언어의
궤적이 동시에 진행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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옮긴이의 글
아감벤은 왜 횔덜린으로 답하는가
ㅡ 거주 불가능한 시대를 위한 철학:
아감벤은 횔덜린의 삶을 통해
현대 사회의 문제점을 비판합니다.
현대 사회는 인간을 생존만을 위한 도구로
여기는 '인류학적 기계'에 갇혀 있으며,
우리는 세상을 '점령'하려 할 뿐 진정으로
'거주'하는 법을 잊었다고 지적합니다.
아감벤은 횔덜린의 삶이 성공과 실패,
이성과 광기 같은 이분법을 무너뜨리는
'중간태'적인 삶이었다고 해석합니다.
그는 횔덜린이 사회의 논리를 거부하고
'실패'를 통해 오히려 시대의 한계를 폭로하며,
새로운 삶의 가능성을 제시하는..
'철학적 모델'이라고 주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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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덮고 나서..
'경계에서 사는 법'에 대해 생각 해봅니다.
남자와 여자 사이의 경계,
인간과 비인간 사이의 경계,
문명 사회와 비문명 사회의 경계 등등...
흠......
어쩌면 이런 생각을 너무 많이 한 사람들이..
결국 광인이 된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불과 얼마 전까지
꽤나 긴 시간 동안...
(대략 몇 개월 전까지..
뭔지 아시쥬?? ㅎㅎ...)
미친 세상에서 미치지 않고 살기가..
미치도록 힘들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어느 쪽으로든 사람은..
정말 적응을 잘 하는 것 같습니다.
(망각적 특성은 우리 종의 축복이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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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대혁명 그 직후의 시기에,
게다가 여러 열악한 환경 속에서 자란,
매우 섬세한 어느 사유가 남다르게 깊은
한 인간이 미친 채로 살아갔다는 것은...
어쩌면 너무 자연스럽게도 합니다.
극단적으로 이념이 갈리는 어려운
시기일수록 '경계에 대한 소중함'이
고개를 쳐들고 일어나는 것 같습니다.
제가 모두 이해하기에는
어려운 측면이 너무 컸지만..
그래도 너무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이쯤에서 줄이겠습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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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문학
어느 경계에 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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