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루살렘 이전의 아이히만 - 대량학살자의 밝혀지지 않은 삶
베티나 슈탕네트 지음, 이동기.이재규 옮김 / 글항아리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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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찬 숨겨진 독일의 어두운 단면..

저는 독일에 대한..
이미지가 무척 좋았습니다.

그 이유를 생각해본다면..

(여러 가지가 있을테지만..)
세계적으로 볼 때 역사 청산이
가장 잘 되었다고 평가 받기도 하고..

비판적 사고를 기르는 교육을
한다는 점에서 특히 좋게 봐왔습니다.

그런데 최근,
무척 실망스러웠던
사건이 하나 있고 나서는..
(평화의 소녀상 철거 명령과 관련..
지금도 운동가 분들께서 소녀상을
널리 알리기 위해 고군분투 중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내가 너무 덮어놓고
좋게 봐왔던 건가??"

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 당시에는 솔직히..
'독일 사회 속에 존재하는 일부 균열'
정도로 치부하고 넘겼던 것 같습니다.
(최근 독일에도 극우 세력의 확장이
상승세인 것으로 얼핏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균열의 뿌리가..
생각보다 깊었음을...

이 책을 보며.. 느꼈습니다.

원래 개인은 본인의 과거를,
국가는 자국의 역사를 미화하고
싶은 경향이 있음을 알고는 있지만..

이 경향이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꽤 고차원적인 경향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약간 무섭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둠과 빛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며..
불안과 함께 희망도 보았습니다.

이런 글을 여전히 쓰고 전파하려고
애쓰는 사람들이 존재하는 이상..

언제까지고 희망을 품을 수 있는
존재가, 우리 인간이니까요.

아직 초반 부분을 읽고 있지만..

한국어판 서문은 따로 발췌하여
소개할 가치가 충분하다고 느껴져서
일단 먼저 소개드립니다.

큰 틀에서 본다면..
이 책은 한나 아렌트의 '악의 평범성'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주장을 담고 있습니다.

아이히만은 법정에서..
'그저 명령에 따랐을 뿐.'이라고..
주장했지만 사실은 적극적인 확신을
지닌 상태로 임무를 수행했다는 거죠.

'악의 확신성' 입니다.

그렇다면 왜..
한나 아렌트는 그걸 몰랐고,
쉽게 속았냐고 물을 수 있을겁니다.

이에 대한 설명은..

첫 번째, 아이히만의 위장술과..
(주취감형이나 심신미약에 따른
감형을 생각하면 이해가 쉬울 것
같습니다. 형량을 낮추려고....)

두 번째, 분석 할 당시 공개된 자료와
훗날 추가로 공개된 자료의 내용과
분량의 차이..

세 번째, 이해 당사자로서 느낀..
유혹(?) 등이 있으리라고 생각됩니다.
(그 유혹이 의식적이었든, 무의식적
이었든.. 유대인으로서 지닌 그녀의
정체성을 생각해 본다면...
... 조금 위험한 의견일까요? ^^;;;;)

한국어판 서문에다가 조금만
의견을 덧붙인다는 게 쬐끔
길어져버렸습니다.

일단 이쯤 줄이고..
추가로 소개드릴 부분
위주로 더 다뤄보겠습니다.

덧.
이 책 벽돌인데..
생각보다 술술 잘 읽힙니다.
(관심 주제여서 그런건지..
저자가 글을 잘 써서 그런건지
아직 확신이 들지는 않지만..)

끝!

#예루살렘이전의아이히만

대량학살자의 밝혀지지 않은 삶

#베티나슈탕네트 지음
#이동기 #이재규 옮김

#글항아리
@글항아리

#한나아렌트
#악의평범성

#베티나슈탕네트
#악의확신성

무식 보다 위험한 것이 무사유..

(그리고 어쩌면..)
무사유보다 위험한 것이 확증편향..
#북스타그램 #바닿늘

비슷한 주제의 글은..

#바닿늘역사
#바닿늘정치
#바닿늘철학



해당 게시물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 받아서, 주관적인 기준으로
작성되었으며..

아래에서부터는 해당 책의 내용을
일부 발췌하여 요약, 수정 하였음을
참조 바랍니다.



한국어판 서문
독일인들은 침묵과 가식의 망토로
우리 가운데 있는 살인자들을 보호했습니다
오늘날 독일은 과거사를 숨기지 않고 잘 처리했
다고 인정받습니다. 하지만 정말 숨기지 않고 잘
처리했는지, 심지어 그럴 의지가 충분했는지를
의심할 만한 이유는 넘쳐납니다.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대량학살을 조직했던 아돌프 아이히만의
이야기가 그중 하나입니다. 여기에는 거짓말과
범죄가 깊이 얽혀 있습니다. 그 결과 반세기 넘게
매우 독특한 위선 문화가 생겨났습니다. 지금도
독일은 거기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이 주제에 관한 책이 출판되면, 뭔가를 배우려는
이들 뿐만 아니라 사람들이 뭔가 알아가는 것을
두려워하는 이들도 그 책을 읽습니다. 법치국가
에서는 더 이상 도서 출판을 금지하거나 책을 불
태울 수 없기에 그들은 그 저자에 대한 신뢰를 떨
떨어뜨리거나(불행히도 이런 일이 이따금 발생
합니다), 아니면 자신들의 위선적 이야기와 충돌
하지 않는 것처럼 간주하며 그 책을 읽습니다.
즉, 책을 은폐 목적으로 활용할 수 있으면 그렇게
하고 나머지는 그냥 무시하는 법을 배웠던 것입
니다. 책을 그런 목적으로 사용하면 더 이상 그것
을 정직하게 읽기는 어렵습니다.

아돌프 아이히만을 다룬 한나 아렌트의 책이 출
간 되었을 때 많은 독일인은 그 책의 주장, 특히
'악의 평범성'이란 용어가 책임을 은폐하는 것에
매우 유용하다는 사실을 즉각 알아차렸습니다.
'평범하다'는 말은 공격적이거나 파괴적이거나
위험한 의도를 품은 것처럼 들리지 않습니다.
달리 말해, 가족과 함께 식탁에 앉아 있는 할아
버지는 신념에 찬 살인자가 아니라 그저 제대로
생각할 줄 몰랐던 인물이라는 사실이 휠씬 더
편하게 느껴질 수 있었습니다.
사실 아이들도 그렇게 합니다. 그들은 잘못이
발각되면 처음에는 '제가 안 그랬어요!'라고 잡
아 떼다가 곧 '저는 몰랐어요!'라며 터놓고 변명

합니다. 의식적으로 범죄자가 되려 하지 않더라
도 생각 없음만으로 공범이 될 수 있다는 아렌트
의 주장은 많은 범죄자에게 가장 좋은 변명거리
가 되었습니다.
'악의 평범성' 테제(*정치적·사회적 운동의 기본
방침이 되는 강령)는 크게 성공했습니다. 오용되
기 쉬웠기 때문입니다. 신중하지 못했다거나 성
찰적이지 못했다고 말하면 그만이었기 때문입니
다. 이는 당연히 불쾌하고 곤혹스럽지만, 그 자체
가 범죄는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악의
평범성 이론은 희망의 이론입니다. 그게 바로 그
테제가 멋진 이유입니다. 그것은 모든 사람에게
거의 거부할 수 없을 만큼 매혹적인 생각이기도

합니다. 사람들이 여전히 생각없음으로 인해 최
악의 범죄를 저지를 수 있다면 더 나은 세상을
위한 해결책은 아주 간단합니다. 즉, 모든 사람
이 더 많이 생각하면 이 세상에 악은 더 이상 존
재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생각이
항상 선하다는 한 가지 사실만 믿으면 됩니다.
나쁜 생각이란 존재하지 않는 것이죠. 다만 문제
가 하나 있습니다. 독일 사람들은 그것이 사실이
아님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살인자가 너무 많았
고, 방조범도 너무 많았고, 동조자와 신념형 지지
자 역시 너무 많았습니다. 전 세계가 독일인이 초
래한 범죄를 보고 망연자실했습니다.

가해자, 희생자, 증인 모두 인간이 악한 생각을
할 때 어떻게 될 수 있는지를 보고 충격받았습니
다. 여러분도 아이히만처럼 자기가 원하는 사람
이 될 수 있습니다. 오늘날 누구나 그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그것을 견디기 어려워
합니다. 결국 독일에서는 아무것도 하지 않은
사람들이 침묵과 가식의 망토로 우리 가운데 있
는 살인자들을 보호했습니다. 죄지은 이들은 그
일을 아는 사람들의 수치심에 의지합니다. 수치
심과 죄책감은 자기 의심과 결합해 강력한 네트
워크를 만들어냅니다. 그것은 놀라울 정도로 모
든 사람을 점점 더 불가분의 관계로 결속시키며

서로에게 버팀목을 제공합니다. 그것을 다시 해
체하는 것, 아니 심지어 그 시도조차 한때 사람들
이 필요로 했던 그 버팀목을 제거하는 것을 의미
합니다. 세계 곳곳에서 그렇고,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이와 같은 주제를 본격적으로 연구한다면, 도대
체 누가 이런 책을 읽을까 하는 걸 묻지 않는 게
더 낫습니다. 여러 해 동안 이 연구를 계속하기
위해 몇 번이고 스스로를 설득하는 일은 쉽지 않
았습니다. 하지만 전적으로 자신만을 위해 글을
쓰는 사람은 없습니다. 적어도 저는 그렇게 할 수
없었습니다. 저는 그때도 지금처럼 글을 썼습니
다. 요컨대 저는 제게 자신감을 주면서 비판도

서슴지 않는, 깊이 신뢰하는 친구들을 생각하며
이 책을 썼습니다. 우정은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싸울 수 있도록 하는 것이며, 가장 불쾌한 말이라
도 당황하지 않고 말할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그것은 늘 지식에 관한 공동 탐구의 이상으로 존
재합니다.
완전히 낯선 사람과 공유하기에는 상당히 불쾌할
수밖에 없는 일에 대해 이 책이 자연스럽게 이야
기하는 것처럼 읽힌다면, 그것은 애초에 이 책의
저술을 가능하게 했던 신뢰와 우정의 분위기 때
문일 것입니다. 모든 학문 연구와 마찬가지로 신
뢰의 정신으로 이 책을 읽어주시길 요청드립니다.

저는 누구에게도 무엇을 감출 생각이 없습니다.
저는 앞 세대가 스스로 감옥으로 만들만큼 지키
려던 비밀을 별로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들이 이
제는 더 많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지식과 진실을 추구하는 사람들에게 중요한 것은
바로 그런 것입니다. 즉 흔들리는 배 위에서도 앞
을 주시하면서 걸을 수 있듯이, 발아래 땅이 흔들
려도 계속 걸어가는 것입니다.
결국 지식은 우리가 어디에서 왔는지 그리고 무
엇을 기꺼이 버리려 했는지와 관계없이 우리 모
두의 관심사입니다. 철학은 모든 사람이 같은 지
평을 바란다는 믿음입니다. 이것이 바로 철학자

에게 번역되는 것보다 더 큰 선물이 없는 이유입
니다. 자신의 전통과 익숙한 단어를 넘어서 이야
기를 전하는 번역은 최고의 시험입니다. 다시 말
해 번역할 수 없고 전달할 수 없는 것은 우리에게
별반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우리가 함께 생각하
지 않는 것은 아무리 버팀목처럼 느껴지더라도
그저 우리를 묶어두기만 할 뿐입니다.
여러분은 이 책을 통해 독일인의 역사에 관한
불편한 지식을 접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저는 제
책을 한국 독자도 읽을 수 있다는 사실에 무척
감사한 마음이 듭니다. (…)

여러분이 이 책을 읽는다는 사실에 저는 큰 힘을
얻습니다. 이런 책을 반드시 써야 한다는 신념이
더 커집니다.
마지막으로, 시간을 내고 인내심을 갖고, 일어나
지 않았어야 했고 그랬다면 누구도 말할 필요가
없었을 일에 관해 이야기할 수밖에 없는 이 여정
에 기꺼이 동행해주시는 한국의 독자 여러분께
감사의 말을 전합니다. 우리 후손들이 과거를 연
구할 때는 힘이 좀 덜 들도록 최선을 다합시다!

함부르크, 2024년 12월
베티나 슈탕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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