겁쟁이 씨렁과 털북숭이의 모험
별사탕 지음 / 키다리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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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사탕 글.그림 / 키다리 출판사

글자를 읽을수 있는 전 연령층에 추천드릴수 있을 그림책입니다. 구성 자체가 만화 형식이면서 삽화가 심플하고 단순해서 어린 연령층도 무난히 읽을수 있을것 같아요.

주인공 소년의 이름은 '겁쟁이 씨렁'입니다. 겁쟁이라는 수식어가 붙은걸 보면 저처럼 소심하고 겁많고 몸을 사리는 스타일인것 같습니다. 놀이터에서 놀고 있던 씨렁앞에 갑자기 번개가 치더니 노란 요괴가 나타나 효리병 안으로 아이들을 모두 빨아들여버립니다. 물론 씨렁이도 호리병안 새로운 세상으로 빨려들어갑니다. 마차를 타고 떠난 친구들과 달리 혼자 남겨진 씨렁은 이름모를 파란 털복숭이를 만나게 되고, 씨렁이가 집으로 돌아가기까지 모험을 함께 하게됩니다.

씨렁은 엄마아빠의 보살핌만 받다가 태어나 처음으로 용기를 냅니다. 이유는 하나. 자신보다 더 작고 여리고 약한 털복숭이 친구를 지키기 위해서죠. 평소엔 자기자신조차 지키기 힘들어했던 씨렁은 낯선친구를 위해 많은 일들을 잘해낼수 있게 되요. 저는 이 과정이 엄마가 되는 과정과 비슷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모든게 익숙하지 않고 낯설지만 책임져야 할 누군가를 위해 안하던 일을 하게 되는것...아이가 넘어지려고 할때 온 몸으로 막아내거나, 큰 개에게 물릴까 나도 벌벌 떨면서도 아이를 품에 안고, 파충류들은 죽을만큼 소름끼치지만 아이를 위해 파충류 관에 함께가주고 , 아이를 병원에 데려가기 위해서 무섭지만 운전대를 잡는것...

우리 안에는 생각보다 더 어마어마한 능력이 있지만 그 능력은 필요한 순간에만 발휘되는것 같습니다 ㅎㅎ

씨렁이의 보살핌 덕분에 털복숭이는 무럭무럭 자랍니다. 그들이 처음 만났을때는 씨렁이가 털복숭이를 안아 재웠다면 이제는 볼숭이의 품에 안겨 잠든 씨렁이의 편안한 모습이 보입니다 ^^ 언제 이리 컸을까 이런 순간이 있지요. 생각지도 못한 순간에 내가 아이로 부터 위로받고 보호받고 있으며 용기를 내고 있다는 사실이요,,,그 장면을 보자 순간 울컥해져옵니다.

강을 건너지 못해 망설이는 그들 앞에 종이배를 접지 못해 헤매고 있는 고양이를 만납니다. 그들은 모른척하고 지나쳤을까요? 아니요. 씨렁은 멋지게 한번 씩 웃고 순식간에 종이배를 접어줍니다. 알고보니 그 고양이는 마법을 쓸줄 아는 고양이였군요 !

내 눈앞에 닥친 일이 전부인것 같고, 당장 해내지 못하면 죽을것 같은 순간이 살다보면 때때로 옵니다. 그 순간엔 나 외에 다른것은 눈에 들어오지 않습니다. 하지만 씨렁은 자기 앞에 놓인 과제를 해결하기 보다는 타인에게 도움의 손길을 먼저 줍니다. 우리의 씨렁, 너무 멋지지 않나요? 내것을 포기하고 타인을 먼저 배려할수 있는 마음이라뇨 !

드디어 요괴가 사는 성에 다다른 씨렁과 털복숭이. 경쟁을 통해 이긴 아이만 집에 돌아갈수 있기 때문에 서로 힘을 뭉칠생각을 하지 못한 아이들은 함정에 빠진 씨렁과 털복숭이를 돕기 위해 드디어 처음으로 힘을 한곳으로 모으게 됩니다. 그렇게 해서 그들은 괴물을 무찔렀고 씨렁은 집으로 무사히 돌아왔다는 이야기입니다^^

결론이 해피엔딩이라 좋아요! 겁많고 소심했던 씨렁이 이젠 낯선 모험을 진심으로 즐기게 되었다니 이보다 더 큰 열매가 있을까요? 물론 단 한번의 이 모험으로 씨렁이 확 변했을리는 없지만 이제 씨렁이 바라보는 세계는 훨씬 더 재미있고 덜 무서운 세계일겁니다.

그런데 혹시 씨렁이가 만난 털복숭이는 씨렁이의 마음속에 있던 또다른 씨렁이가 아니었을까요?^^

본 서평은 출판사에서 무상제공받은 책의 개인적인 솔직한 피드임을 미리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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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을 나는 배, 제퍼 비룡소의 그림동화 186
크리스 반 알스버그 지음, 정회성 옮김 / 비룡소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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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 반 알스버그 글. 그림 / 비룡소

크리스 반 알스버그를 좋아하는 독자라고 말하면서도 이 책이 출간된지 오래라는걸 알지 못했다. 비룡소에서 출간된 따끈따끈한 새책을 만나려고 그랬겠지만 나 또한 여태 추천받은 책들 위주로만 읽고 있었구나 반성하기도 했다.

이 그림책은 누가봐도 크리스 반 알스버그가 만들었다고 확신할 장치들이 차고 넘쳐보인다.

현실과 상상의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넘나들며 스토리는 점점 호기심을 자아내고 ,어느 그림책에도 절대 빠지지 않는 자유로운 그의 상상력은 따뜻한 톤의 그림과 조화를 이뤄 상상이 아닌 진실이 되어 어느새 내 눈앞에 펼쳐진다.

책속의 화자 '나'는 여행중에 작은 바닷가 마을에 들러 산책중에 우연히 언덕위 절벽에서 부서진 배 한척을 발견한다. 거기서 담배를 피우고 있던 노인은 먼저 나에게 말을 걸어온다. 이상하지 않냐고. 어떻게 배가 이 높은 언덕 절벽에 덩그러니 놓여있는것인지 궁금하지 않냐고.

오래전 이 마을에 살았던 소년은 자신이 이 세상에서 제일 위대한 뱃사람이라고 생각했고 또 그걸 증명하고 싶어했다. 사나운 바람과 거친 파도, 변덕이 심한 폭풍에도 소년은 그의 배 '제퍼'와 함께 항해를 떠난다.

자신을 믿는 저 강인함은 과연 어디서 났을까 ? 저 어린 꼬마가 !!

하지만 돌풍이너무 거셌던 탓일까 아이는 돛 버팀대에 머리가 다쳐 정신을 잃었고 다시 깨어났을땐 낯선 곳 바닷가 모래사장!!. 제퍼는 도움을 청하기 위해 한참을 걸었고 그때 아주 놀라운 광경을 목격하게 된다. 바로 자신의 배 제퍼가 다른 배들과 함께 하늘을 날고 있었던 것. 부둣가로 달려간 소년은 한 선원을 만나게 되고 , 하늘을 나는 법을 가르쳐달라고 간곡히 부탁한다. 이튿날 떠난다는 약속을 받아내고서야 겨우 선원은 소년에게 조정법을 알려주지만 소년은 여전히 바람을 읽는 법을 어려워한다.

선원이 불러준 노래..사무엘 블루라는 남자에 대한 이야기...

땅에서 부는 바람은 변덕스러워 믿을 수 없다네.

땅 위에서 배를 모는 사람은 사무엘 블루를 만날 거라네.

보름달이 뜬 그 날 밤, 모두가 잠든 그 날 밤 소년은 제퍼를 몰고 바다로 향했고 결국 제퍼와 함께 하늘을 나는 경험을 한다.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뱃사람이라고 우쭐해진 제퍼는 마을사람들에게 그 사실을 알리고 싶었고 곧장 마을로 향했지만 그 순간 바람의 방향이 갑자기 바뀌고 제퍼와 소년은 땅으로 곤두박질친다. 그 후 소년과 제퍼는 어떻게 되었을지 궁금하신 분은 책을 꼭 사보시길 ^^

자신의 일을 사랑하고 자기자신을 의심하지 않는 소년의 단단함이 마냥 부럽기만 하다. 나의 능력치를 시험해보고 싶은 저 배짱은 과연 어디서 나는걸까. 소년은 실패가 두렵지 않았을까?. 하늘을 잘 날던 제퍼는 그런데 마을위에서 왜 갑자기 추락한거지? 탐욕을 경계하라는 뜻인가? 소년은 정말 단지 우연히 하늘을 날게 된걸까 ? 간절히 바라고 바랬기 때문에 바람이 그 소원을 들어준것일까 ? 중요한 순간 바람의 방향이 바뀐건 단지 우연이었을까 ? 그림책속에서 옛 이야기를 들려주는 노인이 바로 그 소년일거라고, 추락하면서 다리를 다친 그 소년이라고 나는 믿어 의심치 않는다. 노인은 나이가 들어도 그 때의 짜릿했던 경험을 영원히 간직하고 살아가겠지. 내 인생 가장 화려했던 시기. 그때 만난 제퍼와 함께 다시 부활을 꿈꾸는 ...꿈꾸기를 멈추지 않는 노신사.

노신사속엔 그때의 소년이 더 큰 꿈을 꾸고 있었는지도 몰라. 단 한번이었지만 행복했던 짧은 기억은 무엇보다 강렬했으니까 .

세상은 보려고 하는 사람에게만 열리는 또다른 세상이 있는것 같다. '나'라는 사람이 절벽위에 놓인 배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스쳤다면 이런 숨겨진 멋진 이야기를 들을수 있었을까?

나는 어딘가에 내가 모르는 어떤 세상이 있다고 믿는다. 모든 사물은 , 각각의 사연을 품고 그 비밀의 문을 열고 들어오는 사람에게만 은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 이야기를 전적으로 믿을지 믿지 않을지는 오로지 당신에게 달려있다.

비밀을 간직한 삶에는 항상 호기심이 인다. 도전하기를 두려워 하지 않았던 시절에 경험한 잊지 못할 신비로운 체험은 분명 그를 다시 꿈꾸게 하고 다시 날아오르게 할것이다 . 꿈을 꾸는 한 우리는 늙지 않는다. 언제까지나 그 곳에 다다를수 없다해도 꿈을 꾸고 있었던 그 모든 순간에 우리는 진심이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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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나는 그림자가 시공주니어 문고 3단계 82
황선미 지음, 이윤희 그림 / 시공주니어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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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선미 지음 / 시공주니어

주인공 '나'는 장빛나라. 성당에 버려져 보육원에서 자랐지만 ,나중에 입양이 되어 좋은 엄마도 만나고 삼총사 오은재, 김유리 와도 비밀공책까지 공유하며 학교생활도 재밌게 하는것 같다. 그러던 어느날 학교에 허윤 이라는 남학생이 전학을 오고 , 빛나라는 그 무렵 잊고 지내던 보육원 동기 '장요한'을 떠올린다. 자신의 마음을 모두 솔직하게 공유하기 힘들었던 빛나라는 비밀공책에 자신의 이야기 대신 장요한에 대한 이야기를 적기 시작했고, 친구들에게 자신의 과거에 대해 거짓말하고 있다는 생각에 괴로워한다. 허윤에게 관심이 있던 은재는 , 허윤과 우연히 함께 있던 빛나라를 오해하게 되면서 이 둘의 갈등은 최고조에 이른다. 빛나라는 이 모든게 허윤 때문이라고 분노했지만 길잃은 고양이를 돌봐주는 따뜻한 마음에 오해가 풀리고. 하지만 자신이 잃어버린 노트를 갖고있으면서도 돌려주지 않는 허윤을 여전히 이해하지 못하는데..

 

장빛나라는 그 노트를 결국 건네 받았을까? 어느 정도의 솔직함이 관계유지를 위해 최상의 조건이 되어줄까? 비밀이 있다면 내가 상대를 속이고 있는 걸까?

그림자로 살아갈수 밖에 없었던 요한에게는 대체 어떤 상처가 있는거지 ? 보육원에서 자랐다는 사실이 그 둘에겐 그림자였던 걸까?

빛나라와 허윤은 서로의 그림자를 있는 그대로 바로보고 결국 서로를 좀 더 이해하게 되었을까?

비밀은 항상 나쁜걸까? 나에게도 감추고 싶은 그림자의 존재가 있었나 ?

시공주니어 문고인데 초등 고학년 부터 읽으면 딱 좋을 두께와 난이도다.

친한 친구와 솔직하게 지내는건 좋지만 어디까지를 공유할수 있을지 고민해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것이다. 이상적인 관계는 일정한 거리를 두고 서로를 잠식시키지 않으며 자유롭게 해줘야 한다고 하지만 사춘기 시기만큼은 더 어려운 문제인것 같다. 황선미 작가님은 주인공 장빛나라를 통해 다시 한번 확인시켜주었다. 인간은 누구나 사랑받길 원하고 소외되는걸 원치 않으며, 원하든 원치않든 누구나 비밀을 품고 살수밖에 없다고. 과거의 그림자와 얼마나 잘 지내느냐에 따라 비밀은 더 두터워질수도 있고 또 아무것도 아닌것이 될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우리 모두는 똑같은 밝기로 빛을 낼수 없는 존재들이다. 밝은 빛은 우리의 첫 눈을 현옥시키지만, 세상엔 상대적으로 덜 밝은 무수히 많은 존재들이 있다는 것을 기억해줬음 좋겠다. 누군가는 평생을 아니면 오랜시간 누군가의 그림자로 희미한 빛을 내며 살아가는 사람들도 있을것이다. 왜 난 더 밝은 빛으로 존재하지 못할까 스스로를 자책할수도 있고, 조금만 더 노력하면 나도 언젠간 이 검은 그림자를 떨쳐내버릴수 있을거야 하며 주문을 거는 사람도 있겠지. 아니면 자신의 그림자와 너무 잘 지내는 포기형 타입도 있겠지?

전학생 허윤이 이틀이나 결석했지만 그 친구에 대해 이야기하는 사람은 교실에 아무도 없었다. 빛이 덜 나는 어두운 그림자, 허윤 ! 누군가의 덜 빛나는 그림자가 만약 매일매일 자신이 가진 모든 에너지를 소진시켜야만 지탱할수 있는 그림자라면 어떨까? 그들을 바라보는 서로의 시선이 조금더 따뜻해지고 조금더 너그러워질수 있을까?

자신의 과거를 친구들이 알게 될까봐 전전긍긍하는 장빛나라의 모습에서도 좋은 친구를 잃을까봐 안절부절하는 모습에서도, 엄마를 걱정시켜드리고 싶지 않은 착한 딸의 세심함에서도 나의 존재가 그림자 취급 받을까봐 두려워하는 인간의 나약한 모습을 본다. 장빛나라의 감정선을 아주 세심하게 사실적으로 그리고 있어 공감을 쉽게 이끌어내고있다. 짧은 문고판 책이라 술술 읽혔지만 , 생각이 많아 지는 밤이다.

작가님은 왜 '빛나는' 그림자 라고 표현하신걸까. 그림자는 원래 어두운것 , 컴컴한 것 아닌가? 그림자가 빛이 나려면 환한 대낮에 짙고 선명한 그림자를 보게될때가 아닐까 ? 빛이 어떤 거름장치도 없이 선명하게 투과되는 한 여름 대낮...어떤 장치도 없이 민낯으로 내가 나를 마주하는 시간...나의 그림자가 가장 빛나는 시간...작가님을 만나면 꼬옥 묻고 싶다.

그림자 같은 존재도 알고보면 항상 어디선가 빛나는 존재라는 것을 ...그게 바로 나라는 사실도 잊지 말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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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와 내가
쉰네 레아 지음, 스티안 홀레 그림, 김상열 옮김 / 북뱅크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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쉰네 레아 글 / 스티안 홀레 그림 / 북뱅크 출판사

보르테...보르테..보르테..... 알파벳 B로 시작하는 단어를 이야기하는 놀이에서 소녀는 이 단어를 떠올립니다. 내 인생의 거의 전부인 어떤 존재가 곧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사로잡힌 소녀에겐 피해갈수 없는 단어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요즘에 여러분이 가장 많이 쓰는 단어는 무엇인가요?

환상적인 표지에 그만 홀딱 반했지 뭐에요. 그래서 이 그림책이 내 손에 올때까지 정말 정말 손꼽아 기다렸습니다.

그림 작가는 스티안 홀레 라는 분인데 개인적으로 처음 만난 작가입니다. 그래픽 디자이너로 유명하신분이라고 합니다.

글 작가 쉰네 레아는 노르웨이 시인이자 작가인데요 .바다가 배경이 되어 삶과 죽음에 대해 들려주기 때문인지 글밥이 꽤 되는 그림책인데도 불구하고 한편의 시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제가 생각하는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은 글도 좋지만 글의 진정성을 그림이 아주 강렬한 메시지로 전달해주고 있다는 거에요. 사실에 기반한 그림이 쭈욱 나오다가 어느순간 현실과 상상의 세계를 넘나드는 환상적인 그림이 쭈욱 펼쳐지고 다시 사실적인 그림으로 끝을 맺습니다. 색감이 전체적으로 따뜻해요. 애니메이션 같이 화려한 장면도 있고, 톤다운된 차분한 장면과 사진처럼 세밀한 장면까지 다양합니다. 개성강한 그림들이 글의 서사에 맞춰 리듬을 타는것 같아 그림만 보아도 참 흥미로운 그림책입니다.

작가는, 할아버지를 잃어버릴것만 같은 두려움에 갖힌 한 소녀와 누구보다 그 마음을 잘 아는 할아버지의 애틋한 마음을 잘 그려내고 있습니다 .이 둘의 대화를 따라가다보면 결국 한 단계 더 성장하는 소녀를 만나게 되는거죠.

사랑하는 이를 잃을까봐 전전긍긍하는 소녀의 마음은 바로 우리들의 마음이기도 합니다. 특히나 그 존재가 내가 유일하게 기댈수 있는 어른이고 , 아직 홀로서기에 아무런 준비가 되있지 않은 상태라면 그 마음이 어떨까요? 게다가 소녀에게는 부양해야할 철부지 남동생까지 있으니까요

뱃놀이를 떠난 할아버지는 크고 작은 섬들을 가리키며 말합니다. 우리의 인연또한 저렇게 시작되고 사라지기도 하는거라고.

할아버지는 묻습니다. 소녀가 남동생에게 수영을 처음 가르쳤을때 어떤 생각이 들었냐고. 이 어린 녀석이 과연 수영을 배울수 있을까 하는 불안감과 결국 동생의 몸을 더이상 잡아 줄 필요가 없어졌을때 느꼈을 성취감을 회상시켜줍니다. '밤이 두려울 때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바지의 가장 깊숙한 곳에 있는 주머니처럼 밤을 생각하면 덜 두려울 거라는 게 할아버지의 생각이다' 라는 문구는 시의 한 구절처럼 들립니다.

' 할아버지는 늙어가는 것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동생이 내 방에 뛰어 들어와 내가 며칠이나 걸려 지은 멋진 탑을 무너뜨렸던 일을 기억하는지 할아버지가 묻는다. 늙음은 그런식으로 찾아오지. 할아버지가 말한다. 나는 그냥 놀고 싶었을 뿐이야. 동생이 멋쩍어 한다. 겨우 탑 하나가 무너지는 거야. 할아버지가 덧붙인다 '

'우리가 노를 저으며 이야기를 나누는 게 중요하지 그 내용이야 아무려면 어때. 그래, 내가 이 말을 하는 게 처음이 아니지? 할아버지가 말한다 ' 엄마도 아빠도 없이 할아버지와 살아가지만 할아버지는 인생의 태도를 손주들에게 끊임없이 이야기했음에 틀림없습니다. 이상적인 가족의 모습은 가족의 형태가 아니라 이렇게 좋은 멘토가 되줄 멋진 어른이 존재하느냐 아니냐의 문제가 아닐까요?

계속 노를 젓던 할아버지는 이제 체력이 탈진해 배에 눕게 되고 바람부는 바다 한가운데에 소녀는 이제 혼자 노를저어 집까지 가야만 하는 상황입니다. 소녀는 이제 오롯이 혼자 해내야 하는 상황인거에요. 그때 동생이 묻습니다. 만약 자기가 바다 저 멀리 나갔는데 집에 돌아오지 않으면 어떡할거냐고. 수많은 질문과 대답이 오가고 소년은 계속 묻습니다. 누나는 무섭지 않아? 소녀는 답합니다. 나는 무섭지 않아. 왜냐하면 니가 무서워하고 있을거라는걸 내가 알고 있으니까. 동생이 무서워하고 있다는 걸 아는데 누나가 무서워하면 되겠냐고 !

힘들지만 우리가 매일 한발자국씩 전진할수있는 이유! 바로 사랑의 힘이 아닐까요? 내가 느끼는 두려움 따위는 내 동생이 느낄 두려움에 견줄수 없는것이 되는것 , 바로 가족의 사랑이겠지요. 저 먼 바다로 떠날수 있었던 소년도 자신에게 무슨일이 닥치면 구하러 와줄 누나가 있었기에 떠날수 있었던게 아닐까요?

소녀는 혼자 노를 저어 집에 무사히 도착하고, 곤히 잠든 할아버지 귀에 대고 말합니다. 누나는 슬픈게 아니라 두려운거라고. 할아버지가 죽을까봐 너무 두려운거라고. 소녀는 할아버지 없이 혼자 해내야 하는 모든 일들을 이야기합니다. 할아버지는 그런 소녀를 가만히 안아줍니다. 그랬구나 그랬구나....할아버지는 손녀딸의 마음을 읽어주고 오래살긴 했지만 조금 더 살수 있다며 소녀를 안심시킵니다. 소녀는 할아버지의 방수 외투에 얼굴을 묻으며 언제나 자신을 편안하게 해준 집 냄새를 맡습니다. 여러분도 향기로 기억되는 어떤 사람이 떠오르지 않으신가요 ?

동생은 누나에게 저 망망대해를 거뜬히 넘을수 있는 큰 배 한척을 만들어 선물하겠다고 약속하며 이 책은 끝이 납니다. 자신이 의지하고 사랑하는 가족에게 뭐든 해주고 싶은 어린 소년의 마음에 뭉클해옵니다. 이렇게 또 누나는 동생의 존재에 힘을 얻어 한걸음 내딛게 되겠지요?

마지막 장을 덮고 표지를 다시 펼쳐봅니다. 할아버지의 힘찬 노젓는 소리와 물방울 튀는 소리가 전해옵니다. 마지막 순간까지도 할아버지는 힘차게 노늘 젓겠지요. 사랑하는 손주들을 돌봐야 하니까요.

할아버지가 없는 배를 이제 소녀는 소년과 함께 다시 힘차게 노를 저을겁니다. 할아버지에게서 배운 그대로 말입니다.

너무 아름다운 그림책입니다. 인간의 삶은 유한하지만 그래서 우리도 언젠가는 그 유한한 삶을 마무리해야 겠지만, 할아버지의 말씀처럼 저도 저리 쿨하게 답할수 있을지는 아직 모르겠습니다. 하나하나 공들여 쌓은 탑이 한순간 허물어지는것을 그 쯤이야 라고 말할수 있을지......공교롭게도 이 책을 선물 받은날 제 친구 하나가 췌장암으로 하늘나라로 갔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아주 가까운 친구는 아니었지만 그 소식을 듣고 많이 울었습니다. 이 그림책을 읽으며 그 친구가 내내 떠올랐습니다.

마지막으로, 삽화를 보며 저는 중간중간 르네 마그리트 라는 화가가 떠올랐어요 ! 초 현실적인 상상의 장면도 함께 만끽해보시면 재미있으실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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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깜하지 않은 밤에 핑거그림책 7
조미자 지음 / 핑거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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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미자 글 . 그림 / 핑거 출판

우리의 밤은 영원하다 !!!!!

. 하루종일 놀았으면서도 이제 자자 하면 어김없이 잠깐만! 을 외치는 아이들. 아이들 맘이 딱 이런거였어? 하면서 읽었어요. 잘 시간에 안자면 키 안큰다며 맨날 협박(?) 하는데 , 안자는데는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네요?^^

밤이 왔는데도 잠자리에 들수 없는 아이가 있어요. 꼬마는 자기처럼 더 놀고 싶어하는 , 쉬 잠들지 못하는 동물 친구들을 만나 그들만의 여행을 시작합니다. 물리적인 시간은 밤일지 몰라도 친구들과 떠난 여행속 시간은 환한 대낮입니다. 현실속에서는 혼자인 키작은 꼬맹이지만 친구들과 어울려 놀때는 덩치가 큰 무언가가 되기도 하고, 맘속으로만 바랬던 캠핑도 즐깁니다. 친구들과 왁자지껄 낚시도 하고 , 텐트 옆 큰 테이블에 빙 둘러앉아 근사한 저녁도 즐깁니다. 무슨 이야기를 나누길래 다들 저리 함박웃음인걸까요?^^ 요즘 대부분의 시간을 마스크를 쓰고 지내다보니 함박웃음 짓는 입꼬리가 그 무엇보다 아름다워보입니다 .

그런데 개성따라 텐트 디자인도 컬러도 제각각입니다 . 저는 지금 숲속 파티장 나무기둥 어딘가에서 숨죽이며 친구들을 지켜보고 있어요 . 밝고 화려한 컬러를 많이 쓰셨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퀜틴블레이크나 피터 H 레이놀즈를 연상시키는 자유분방한 선들이 축제의 현장과 같은 자유롭고 경쾌한 분위기와 아주 잘 맞아요. 작가님의 그림책에서 제가 위로를 받는다면 이 " 통통튀는 경쾌함" 도 결코 빼놓을수 없겠죠?^^ 기분이 다운되 있을때 읽으면 그 진가를 금방 확인하실수 있으실거에요 . 대신 실물 책에서 쨍한 색감을 꼭 보시길 추천드립니다.

졸려서 눈이 반쯤 감겼다가도 재밌는 책 읽자는 소리에 두눈을 번쩍 뜨는 꼬마, 꼬마는 공놀이를 함께 하겠다는 친구와의 약속도 무사히 지켜냅니다. 졸릴때 눈꺼플의 무게가 얼마나 무거운지 다들 아시죠? 꼬마는 오늘 무사히 잠자리에 들수 있었을까요? 아니면 여전히 놀고 싶어하는 동물친구들과 까만밤을 하얗게 불태울까요? 결말의 한 장면이 특히나 아름답습니다. 포근함이 그대로 전해져와요.

아이들의 상상력의 끝은 어디일까요. '놀이'자체가 갖는 이 신성한 힘을 무어라 불러야 할까요? 상상력과 놀이가 만나 정말 끝없는 모험이 눈앞에 펼쳐집니다. 현실 세계에서는 못해본것들이 상상속에선 뭐든 가능하니까요. 친구들과 함께하는 이 모든 과정들속에서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진짜 삶을 배워갈테지만 , 요즘 그러지 못하는 코시국이 아쉽기만 합니다. 이 그림책을 읽었으니 오늘밤도 일찍 재우긴 글렀......^^''

깜깜하지 않은 그 짧은 밤에 아이는 매일 새로운 역사를 써내려갑니다. 오늘밤은 모두 굿 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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