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부름 가는 길에
미야코시 아키코 글.그림, 김숙 옮김 / 북뱅크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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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머리, 빨간 모자, 빨간 장갑, 빨간 치마를 입은 한 소녀가 선물박스 하나를 들고 고 서 있습니다. 아빠가 할머니 집에 갈때 깜빡 잊고 간 케익 상자를 직접 가져다 주기 위해서이죠. 눈으로 덮힌 숲길을 무사히 통과해서 선물상자를 할머니 댁에 가져다 드릴수 있을까요?^^

목탄화 그림이 강렬한 인상을 줍니다. 온통 흰색과 검은색인데 소녀는 빨간색과 노란색으로 채색되있어 유난히 눈에 띕니다. 빨간색 면지도요. 그런데 면지에 나오는 물건들에서 공통점을 찾으셨나요 ? 작가는 이 물건들을 통해 무슨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어하는 걸까요?

눈위에 난 아빠 발자국을 따라갔지만 아빠가 아니었어요. 그때 만난 양 친구를 따라 숲속 파티에 참석하게 되고요 많은 동물 친구들은 키코를 환영해줍니다.키코가 넘어지는 바람에 케익이 망가졌다는 걸 안 동물친구들은 키코에게 먹으려고 준비해둔 케이크를 아낌없이 나눠줍니다.

일면식도 없는 동물 친구들의 도움으로 키코가 심부름을 잘 마쳤다는 따뜻한 이야기! 이 이야기 속에서 저는 보이지 않는 누군가의 힘과 응원, 지지에 대해 생각해보게 됩니다. 그리고 다양성이요.

동물 친구들이 처음 본 키코를 거부하고 , 케익을 나누려하지 않았다면 키코가 혼자서 심부름을 마칠수 있었을까요 ? 낯선 것, 익숙하지 않은 것도 기꺼이 포용해준 동물 친구들의 편견없는 마음은 요즘 우리에게 꼭 필요한 자질이 아닐까 해요.

피코는 노란 머리에 빨간 모자를 쓰는 아마도 개성 강한 여자아이였던 것 같아요. 동물 친구들과 파티를 하면서도 키코는 자신의 색을 잃을 필요가 없었던 거예요. 흔히들 어떤 그룹에 어울리기 위해서는 조건이라는게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자신의 색을 잃어버려야 하지만 다양성을 존중해주는 그곳에서는 그런 고민이 필요없었나봅니다.

 

그렇게 친구가 된 키코와 동물친구들은 함께 숲길을 걷는데요 이때 좀더 컬러풀해진 악기와 동물 친구들의 의상을 확인할수가 있습니다. 뭔가 더 다채로워진 세상에 살고 있는 생각이 안드시나요?

지금의 내가 있기까지에 날 편견없이 포용해 주고, 저 숲속 동물친구들 처럼 언제나 아낌없이 나누어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해봅니다. 케익 몇 조각을 나누었지만 우리가 나눈건 그 몇조각이 전부가 아닐겁니다. 눈덮힌 고요한 숲속길이 적막하고 춥고 낯설고 무섭겠지만 마음속에 저 동물친구들의 존재를 간직하고 산다면 힘이 나지 않겠어요?^^ 그런 존재가 아직 없다고 해도 걱정마세요..내가 그런 존재가 되어주는 것으로 시작해보면 어떨까요?

단순하고 아주 심플한 스토리라 어린저학년들부터도 재밌게 읽을수 있을거예요. 함께 나누는 삶이 어떤 힘이 되어주는지 우리 함께 이야기나눠봐요^^

< 출판사 북뱅크 로부터 제공받은 책을 읽고 쓴 , 솔직한 서평 후기 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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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인문학 공부
김종원 지음 / 시공사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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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말한다. 인생은 결국 자신을 발견하고 사는 것이고, 그렇기 위해서는 깊이 있는 폭넓은 사색이 동반되어져 하고. 그게 가능할때 자신의 가치를 스스로 발견할수 있고 그렇게 될때 온전히 나 자신의 인생을 살수 있게 된다고 .

'생각'이 가진 힘의 크기가 도대체 얼마나 크길래 이렇게나 강조하는 것일까 !

기존에 인문학 책과 다른점이 있다면 훨씬 더 친절하고 구체적이라는 것. 하지만 늘 그런건 아니었다. 필요한 순간에는 단호했고 누구보다 냉철하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작가를 한번도 만난 적은 없지만 그는 분명 한없이 부드럽고 또 한없이 단단한 사람임에 틀림없을것이다.

작가의 말을 빌어 이 책의 한줄 감상평을 남긴다면 바로 이것이지 않을까..세상에 좋은 책은 없다..그 사람에게 꼭 맞는 책이 있을뿐이다라고!

그런면에서 이 책은 나에게 꽤 잘 맞는 책인것 같다. 2주일 동안 아주 조금씩 천천히 곱씹으며 읽고 또 읽었다. 챕터별로 주제가 각각 있어서 맘 내키는 대로 아무곳이나 펴서 그날 그날 끌리는 주제의 글을 읽었다.

영향을 준 위인들, 훌륭한 사색가들의 일생을 몇년에 걸쳐 연구하고 그 사람이 되어보는 극한 과정까지 마다하지 않은 작가의 노력을 보면서 늘 제자리인 나의 결론없는 생각과 실천하는 사색가의 결과가 왜 다를수 밖에 없는지 새삼 깨닫게 된다.

이론으로만 이렇게 이렇게 하세요 왜 그렇게 자신을 더 다그치지 않나요 더 노력하세요가 아니어서 더 좋았던것 같다. 부족하다는건 더 성장할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뜻이란다. 내가 이런 위로를 받아도 될만큼 진짜 열심히 노력하며 살고 있는걸까?

코로나를 핑계로 내 삶이 점점 더 게을러지고 있는건 확실한건 같은데 말이다.

아무리 좋은 고전이라도 무엇을 얻어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갖고 있지 않은 사람은 어떤 답도 얻을수가 없다고 한다. 많은 책을 읽었다고해도 삶이 변화되지 않는다면 그것은 실패한 독서라고 작가는 힘주어 말한다. 읽은 책을 내 삶에 실천하며 사는 퍼센티지는 내 경우 과연 얼마나 될까? 읽고 싶다는 욕심만 너무 앞서서 좋은 질문을 할 기회마져도 외면하면서 달려온건 아닌지..

다독하지 않는다는 작가의 고백에 솔직히 놀라기도 했다. 그리고 곧 깨달았다. 성장하는 삶을 사는 사람은 책을 많이 읽는 사람이 아니라 생각을 많이 하는 사람이라는걸.

'고정관념'에 대해서 작가가 내린 정의도 신선했다. 다양한 고정관념을 장착하라고?? 고정관념은 나쁜것 아니었나? 고정관념이란 내가 알고 싶은 사물이나 사람에 온전히 몰입하는 과정에서 생겨나는 것인데, 부정적으로 읽히는 이유는 바로 우리가 아주 적은 수의 고정관념만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아 그게 문제였구나! 고정관념 자체가 문제가 아니고 내가 한두개의 시선만 고집했다는게 문제였어!

당신은 '외로움'과 '고독'의 차이점을 아는가? 혼자있을때 고통스럽다면 그건 외로움이고 혼자있을때 즐겁다면 그건 고독한거라고. 그렇다면 나는 고독에 조금더 가까운사람인걸까? 당신은 살면서 어떤 행운이나 기적을 바란적이 한본도 없는가? 작가는 아니라고 단호히 말한다. 세상에서 가장 근사한 행운은 이미 자기 안에 있으니까. 말만 번지르한 고백이 아님을 알기에 김종원 이라는 사람이 한없이 멋져보인다. 이 책에는 형광펜으로 밑줄을 긋고 필사를 하고 픈 문장이 너무나 많다는 사실.ㅎㅎㅎ 필사 하기 좋아하시는 분들에게는 정말 강력추천하고픈 책이다.

괴테가 되었든 니체가 되었든 존스튜어트 밀이 되었든 정약용이 되었든 이어령 작가님이 되었든 그들을 무작정 따라하는것보다 내가 먼저 해야 할 일은 내 안에 숨어있는 내 자신을 발견하는 일일것이다. 그들은 천재로 태어나서 그렇게 위대한 삶을 살았는가? 아니다. 그 어떤 위대한 일도 어느 한순간에 마법처럼 이뤄진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기억해야만 한다. 이것이 내 핑계가 되지 않도록 . 단 한가지 항목만이라도 일단 실천해보는것으로 시작해야 겠다.

그리고 내 주변을 , 나의 사람들을 더 열심히 사랑해야 겠다. 지금 이 순간에도 내가 보내는 하루를 절대 사소하게 생각하지 말라는 프란츠 카프카의 말을 끝으로 이 서평을 마무리할까 한다.

책을 읽으면서 필사하고픈 문장을 대략 써봤는데 여섯페이지가 나왔다. 그 외 읽다가 너무 와닿은 문장은 아래 사진으로 대신기록을 남겨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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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속의 나무 집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275
존 클라센 그림, 테드 쿠저 글, 공경희 옮김 / 시공주니어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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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속의 나무 집> 테드 쿠저 글 / 존 클라센 그림 / 시공주니어 출판사

 

이 책의 작가 테드 쿠저는 이 책을 통해 처음으로 알게 되었는데요 특이하게도 이 책은 대화가 한 문장도 안나오고 모두 다 서술로만 되있어요. 그래서일까요 역동적인 느낌보다는 차분하면서도 잔잔한 분위기의 나래이션을 듣는 기분이 듭니다.

<나무 속의 나무 집>은 시간과 함께 변해가는 우리들의 이야기, 인간생명의 유한성 과 대자연의 무한함이 대조되면서 우리 인간이 얼마나 작은 생명체인지를 깨닫게 해주는 그림책입니다.

나무로 가득찬 터에 아빠와 아들과 딸이 새 집을 짓습니다. 당연히 나무들은 한개도 남김없이 뽑아 정리했고 새로 심은 마당의 잔디를 아버지는 정성껏 돌보고 가꿉니다. 잡초가 자라지 않도록 말이죠. 집터 양쪽으로는 하지만 나무숲이 있어서 아이들은 그곳 덤불속에서 놀기도 하고 햇볕을 피하기도 하면서 추억을 쌓습니다. ( 자연과 어우러져 사는 인간의 모습은 언제봐도 축복입니다^^ )

나무씨앗들이 날아들어도 아버지는 한결같이 잡초를 뽑고 잔디밭을 가꿉니다.

시간이 흐르고 흘러 남매는 성장해서 도시로 떠나고 아버지도 늙어서 이제 더이상은 그 넓은 공간을 돌볼수가 없게 됩니다. 아버지도 결국 자식들과 가까운 도시로 떠나게 되고 그 집을 내놓습니다. 하지만 그 집은 새주인을 끝끝내 찾지 못하고 그렇게 사람들의 기억속에서 잊혀지고 서서히 조금씩 조금씩 망가집니다.

비바람에도, 모두의 무관심속에서도 그 집을 꿋꿋하게 지켜낸 것은 다름 아닌 주변의 나무들이었는데요 마치 집이 새둥지라도 되는것처럼 그렇게 집을 떠받쳐주고 있었어요 .나무들이 힘을 모아 떠받치고 있는 집..바로 그 어떤 집에 얽힌 사람들과 시간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여러분 각자가 품고 있는 공간에는 어떤 사연이 ..어떤 기쁨과 어떤 슬픔이 함께 하고 있나요? 이책을 읽고 나니 무심코 머무르고 있거나 지나쳤던 공간에 대해서도 뒤돌아보게 됩니다.

내가 나고 자란 집은 오래전에 팔렸고 늘 뛰어놀던 동네도 개발로 인해 구분조차 하지 못합니다. 시간이 흐르면 당연하게 받아들여야 하는 일들이 많아집니다. 나이 들고 약해지는것도 그중 하나겠죠. 자식들이 다 떠난 집 마당에 앉아 있는 아버지의 뒷모습을 보니 세월의 무상함도 느껴집니다 . 아버지의 뒷모습이 익숙하게 다가오는 이유..그건 바로 세상 모든 아버지들의 뒷모습과 닮아있기 때문이 아닐까요?. 가족들에게 안락한 공간을 제공해주기 위해 아버지들이 평생을 무수히 뽑아냈을 잡초들..무수히 흘렸을 땀방울들..그렇게 해서 끝까지 지켜내고 싶었던 소중한 것들은 무엇이었을까요? 그리고 그 공간을 포기하기로 결정했을때의 아버지의 심정은 어땠을까요?

인간은 태어나 성장하고 병들고 약해지지만, 자연은 불굴의 의지를 갖고 씨앗을 퍼뜨리기를 계속합니다. 아버지가 늙어가고 그 집이 망가져가는 모습과 대조되는 자연의 강인함을 보면서 결국 자연이 얼마나 위대한지 , 시간앞에서 그리고 자연앞에서 우리 인간은 얼마나 힘없는 존재인지 깨닫게 됩니다.

존 클라센이 그린 그림들은 글의 담담함을 잘 보여주기도 하고 감정을 고조시키는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습니다. 서정적인 분위기가 물씬 나면서도 아버지의 쓸쓸함과 외로움까지도 뭍어나오도록 하는걸 보면요. 제가 가장 좋아하는 그림은 마지막 페이지. 나무들이 집을 떠받들고 있는 그림인데 구도가 입체적입니다. 한 가족의 따뜻한 공간이었지만 지금은 버려진 집...그러나 나무들은 아는걸까요? 그 집을 지켜내기 위해 아버지가 매일 같이 흘렸을 노고를 . 말못하는 나무들은 어쩌면 그 아버지의 공간이 망가지는것이 마음아파 하늘로 하늘로 띄워보내고픈 맘인건지도 모르겠습니다.

내가 있는 공간의 소중함을 다시금 떠올리게 하는 그림책. 내가 머물고 있는 공간의 스토리가 궁금해지게 만드는 그림책. 자연앞에선 , 시간 앞에선 한없이 나약한 인류라는 존재를 떠올리게 하는 그림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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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 재난 국가
이철승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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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 재난 국가> 이철승 지음 / 문학과 지성사

 

내게 첫째로 이 책이 매력적이었던 것은 서구의 시선으로, 서구인들의 이론을 들여와 우리나라의 불평등 현상을 설명하려고 하지 않고 지극히 동양적인 우리만의 시선으로 해석하려고 노력했다는 점이다. 이 책의 작가는 단순히 주장만 펼치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방대한 자료를 수집하고 분석한 결과를 각종 표와 그래프, 통계를 함께 공유함으로써 자신의 의견에 신뢰도를 높였다. 논제 자체가 자칫 딱딱할 수 있다는 편견은 역사적인 사실과 그림 , 때때로 등장하는 유머 등으로 말끔히 지웠다. 아쉬웠던 점을 굳이 꼽으라 한다면 표나 그래프가 설명하는 해당 페이지에 있지 않을 때는 책장을 앞뒤로 넘겨가며 재확인 해야했다는 거랑 (워낙에 데이터가 방대하고 분석이 많았기 때문에 한 지면에 동시에 싣기는 힘들었을것임을 알지만 ) 주석의 글씨가 작아 조금 답답한 느낌이 들었다는 점이다 (책의 판형이 조금 더 크고 글씨가 조금더 크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 ). 그리고 비슷한 맥락의 문장이나 문단이 책의 이곳 저곳에서 반복되서 나오는 경향이 있었는데 이렇게 함으로써 강조된 점을 다시 한번 기억할수 있다는 점이 나는 좋았으나, 다른 독자들은 장황한 설명에 자칫 지루하다고 느낄수도 있을 것 같다. 위에 언급된 물리적인 불편함을 제외하고 내용만으로 평점을 준다면 5점 평점에서 5점을 주고 싶은 책이다.

 

이 책은 한마디로 치밀함의 결정판? 결과물? 인 것 같다.

의구심으로 시작되었지만 이 책을 덮는 순간엔 내가 완전 설득 당했다는 걸 알았다. 가설과 검증 여러 그래프와 논문의 인용 등.... 의심을 품으려고 하는 순간 작가는 이미 그 의심을 예측이나 한 듯 여러 가지 가능성을 제시하고 반박하고 있었다. 단 한 순간의 방심도 용납지 않는다는 듯이, 크게 상관관계가 없어 보이는 쌀, 재난, 국가 이 세가지 키워드가 도대체 어떤 연결구조로 영향을 주고받아 동양사회 특히 우리나라에 오랫동안 지속되어온 불평등과 사회구조를 만들었는지를 다양한 각도로 설명하고 있다.

 

이 책은 불평등을 주제로 한 프로젝트 3부작인 <불평등의 세대> , < 불평등의 극복>의 중간책으로 보면 이해가 쉽겠다. 벼농사를 짓기에 완벽한 조건이 아닌 우리 한반도에서 어떻게 쌀이 주식이 될수 있었을까? (부끄럽게도 이 책을 읽기 전까지 나는 우리나라가 벼농사에 가장 완벽한 기후와 토양을 갖고있었기에 쌀이 주식이 될수 있었다고 알고 있었다 ) 바로 협업과 위계구조에 기반한 마을 공동체의 조직 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심한 가뭄이나 홍수등의 대규모 재난에 더 효율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더 큰 조직 그러니까 국가의 필요성이 대두되었으며 ,시간이 흐르면서 정치권력의 역할이 어떻게 변화되고 , 조직과 어떤 영향을 주고 받는지 자세하게 기술하고 있다. 또한 이 시스템이 산업화 되는 과정에서 조직을 어떻게 경쟁과 비교속으로 내몰았는지, 이렇게 심화된 연공제도로 이어진 위계구조는 계속적인 불평등을 야기시킬 수밖에 없다며 작가는 독자들에게 강한 어조로 탄탄하게 설명하고 또 설득하고 있다.

 

' 내가 밀농사 지역에서 태어나고 자랐다면 집단주의에 더 가까운 지금의 내 성향은 개인주의에 더 가까이 변해져있을 것이다. 그리고 나의 국가는 불평등을 시정하고자 더 적극적으로 강력하게 액션을 취했겠지?' 어느 지역에서 태어나느냐를 가정해가면서 작가의 글을 읽어도 재미있을것이다. 비교설명이 확실히 이해를 도운 페이지가 다수이긴하나 페이지 수가 좀 되기 때문에 어떤 장에서는 집중도가 좀 떨어지는 경향도 있었다.

 

벼농사를 짓기 위해 탄생한 협업 시스템은 공동생산, 개별소유가 가능한 구조였기에 양날의 칼 ( 평등화와 차별화의 욕망을 동시에 내포하고 있는 이중적인 체제 ) 처럼 경쟁 또한 가속화 시켰다는 설명도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또한 흥미로운 주제는 벼농사 체제에서 기원하는 협업과 조율의 문화적 DNA가 코로나와 같은 재난시기에 어떻게 작동했는지를 보는 것이었다. 쌀을 주식으로 먹는 나라에서 코로나 확진자가 더 적은 경향이 발견되었다고 하는데 이것은 단순한 우연일까? 재난대비를 위한 개인의 자유 양도 계약서는 벼농사를 짓기 시작한 그 시점부터 싸인이 끝난 상태라고 작가는 말한다. 그렇기에 자유주의 원리가 시민사회 깊숙이 뿌리내린 영미권과 서유럽에서 확진자가 더 많았던 거라고. 팬더믹이 시작되었을 때 우리나라 정부가 보여준 재난대비 능력과 국민들의 협조가 국가의 위상을 높였다는 점은 칭찬할 만하나 아직도 만연하고 있는 학연-지연-혈연 네트워크를 조장하는 불평등의 생산자로 국가를 평가한다면 이 점은 분명 개선되어져야 할 문제다. 신분유지 또는 신분상승을 위한 과거제도가 지금의 수능으로 이름만 바뀌었을 뿐 연공제도가 유지된다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연공제가 바뀌지 않는 한 우리나라는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지 못할 것이다. 베이비붐 세대 그리고 386세대들에게 감히 말씀드리고 싶다. 지금의 우리나라 경제를 지탱하고 있는 중심축이라는 것은 높이 인정하지만 그대들이 변화를 수용하길 거부한다면 그대들이 이루었던 경제는 무너질 것이며 그대들의 후손인 우리 모두의 아들딸들은 비정규직으로 불안한 생을 반복할 수밖에 없을거라고.

자연재해를 다스리고 방비하는 능력을 보여주는 국가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시대가 왔음을 우리 모두는 안다. 국가는 선별 복지가 아닌 보편복지를 향해 나아가야 할 것이고, 차이가 너무 크지 않는 선에서 직무능력에 따른 보상체제를 설계해야 한다는 작가의 해결책 제시에도 힘을 보태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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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지금 뭐 하게? 북극곰 꿈나무 그림책 73
민씨 지음 / 북극곰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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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북극곰 출판사의 책은 찡하거나 웃기거나..애매한 책은 별로 없어서 내용을 모르는 상태에서도 이번엔 어떤 코드일까 미리 상상해보는 재미가 있어요. 이번 책은 둘중 어디냐구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형과 동생의 찡한 가족애라고 할수 있는데 이들의 이야기는 가족에만 국한되서 적용되는 것 같진 않아요. 내 주변사람, 친구, 이웃 그리고 얼굴을 모르는 온라인상의 먼 사람들 또는 지금을 살아가고 있는 이 지구 별의 모든 인류에게도 해당되는 이야기면 좋겠다는 바램입니다 ㅎ

작가님 이름이 특이하다 생각했는데 필명이셨어요. 민씨의 sea 는 이 책의 배경이 되기도 한 '바다'라네요 . 바다가 배경인 만큼 이 책에는 에메랄드 색이 많이 보여요 . 요즘 밖에도 못 나가는데 그림을 따라가다 보니 제가 바닷가로 어느새 여행을 하고 있더라구요 ㅎㅎ

책속 미루 ( 형) 와 두루 (동생)를 처음 보는순간 저는 어 낯이 익은데? 어디서 봤지? 왜 친근하지 ? .맞아요. '보노보노'가 떠올랐어요. 아이들은 책을 보자마자 귀엽다고 연신 쓰다듬어 주네요 ㅎㅎ.

첫 장부터 동생 해달이 곤경에 처한것 같습니다. 형아가 같이 물놀이 하자는데 눈물을 터트립니다. 우리의 멋진 형은 그런 동생의 마음을 단박에 알아차리고 마음을 읽어줍니다. '우리 두루가 물이 무서웠구나. 괜찮아 !' 라고요

저라면 이렇게 말했겠죠. " 괜찮아 이거 무서운거 절대 아냐 첨엔 다그래. 해보지도 않고 왜 겁부터 먹어 빨리 같이 해보자 !"

이 형아는 부모교육 아니 형아교육을 제대로 받은듯합니다^^ 멋진 형아는 다른 놀이를 하자고 제안하죠. 수영의 기본 동작을 바로 놀이로 탈바꿈시켜버립니다. 그런 형아를 보고 동생도 재밌게 따라해봅니다. 그런데 결국 동생은 무섭다며 또 포기를 합니다. 형 미루는 동생을 포기했을까요???

누구나 완벽하지 않습니다. 특히 더 두려워하는 분야가 있을수도 있어요. 남들에겐 마냥 즐거운 어떤 행위가 어떤이에게는 공포자체일수도 있죠. 우리는 나의 관점에서 보는것에 익숙해져 있어서 남들의 취약함의 무게를 무시하거나 대수롭지 않게 말하면서 상처도 주는것 같습니다. 형의 방식대로만 아이를 키운다면 아이가 못 해낼 일이 무엇이 있을까요? 읽고 나니 #육아서 같은 느낌도 듭니다 .

물에서만 살아야 하는 해달이 수영을 두려워 한다니...정말 심각한 문제 아닌가요? 형이 동생의 불안을 말~~~끔히 제거해줄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동생의 마음을 자세히 정확히 읽었기 때문이 아닌가해요. 물이 공포스럽다는 아이에게 넌 할수있어 물은 공포스럽지 않아 용기를 가져!!! 이런 말만 반복하고 있었다면 동생은 바다로 갈수 있었을까요? 아니요. 동생에게 실질적으로 필요로 했던것은 나를 지켜줄 보호장비였습니다!!

내 입장에서만 옳다고 믿는 수백가지의 방법을 아이에게 강요하면서...난 이렇게 널 염려하고 있고 난 이렇게 널 도우려고 애쓰고 있어 그러니까 극복해! 넌 극복할거야 라고 생각하고 있는건 아닌지...아이가 정말 ..진짜 원하는게 뭘까.이때 아이에게 정말 필요한게 뭘까를 알아내는것 ...그게 우선이 되야할 과제같습니다.

아무튼 이 책은 결말이 제 마음에 가장 와 닿았습니다. 넓고 푸른 바다 한 가운데 자유롭게 수영하는 두 형제들을 보고 있노라면 엄마마음이 되어 왠지 모르게 뿌듯한 ㅎㅎㅎ

어려움은 극복하지 못하는것이 아니라 그 어려움을 극복하는 방법을 아직 찾지 못한것 뿐이다 ...라고 생각해봅니다. 저의 트라우마를 들여다 보고 방법을 찾아봐야겠네요^^

도전하길 두려워 하는 아이, 새로운 것에 힘듦을 많이 느끼는 아이, 저처럼 성격이 급한 엄마들이 읽으면 위로 받을 수 있는 따뜻한 그림책이었습니다^^

[ 이 책은 북극곰 출판사에서 이벤트 선물로 증정 받은 책을 읽고 쓴 솔직한 후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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