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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 감정의 힘 - 공부 잘하는 상위 1% 아이들의 숨겨진 무기
김은주 지음 / 북하우스 / 2025년 9월
평점 :

세상에 공부 잘하고 싶지 않은 학생이 없을테고, 세상의 모든 부모는 자식이 공부를 잘하길 바랄거예요.
제가 고등학교 입학 후, 공부에서 무너진 경험이 있거든요. 중학교 까지만 해도 친구들도, 선생님도 인정하는 공부 잘하는 학생이었어요. 내신 시험이 끝나면 많은 친구들이 제 주변으로 와서 정답을 묻곤 했고, 대부분 과목의 선생님들도 당연히 좋은 점수를 받을거라를 기대를 하셨어요.
하지만 고등학교 입학 이후, 중학교 공부는 차원이 다른 고등학교 공부가 시작되면서 제 성적표는 완전 달라졌습니다. 공부의 양과 깊이가 중학교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어마어마 해졌고, 중학교까지는 요령껏(벼락치기나 잔머리) 공부하면 성적이 잘 나왔지만 고등학교 공부는 절대 그럴 수가 없었지요. 그렇게 한 번 떨어지기 시작한 성적은 걷잡을 수 없이 바닥을 향해 갔습니다. 부모님께서 공부하라고 잔소리 하시는 스타일도 아니셨고, 그럴 여유도 없으신 분들이셨지만, 제 성적이 점점 떨어지는 것에 대해서는 실망하는 모습도 고스란히 보여주셨어요. 하지만 전 알량한 자존심을 지키느라 두고보라며 수능 점수로 보여주겠다 큰 소리 쳤지만 당연히 보여줄 수 있는게 없었지요.
그때의 제가 이 책을 읽었더라면, 좀 더 마음이 단단한 아이로 자랐을까요?
물론 대학교 진학 이후 다시 정신을 차리고, 공부도 열심히 하고, 사회생활도 열심히 하고, 두 아이를 키우면서 교육에 관심도 많긴 하지만, 그 시절의 저를 생각하면 참 아쉽고, 안쓰럽고, 다양한 생각이 들곤 합니다.

어떤 작가님께서 쓰신 책인지 살펴보겠습니다. 아이들의 인지 및 정서에 관한 공부를 아주 많이 하신 의사 선생님이시네요. 아이의 특성과 기질에 맞게 양육, 교육 해법을 찾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하신다니 책 속의 내용도 궁금합니다.

프롤로그를 먼저 살펴볼게요. 요즘 많은 아이들과 부모들이 가지고 있는 안타까운 사회현상이지요. 지나친 선행학습, 공부를 잘해야 성공한 인생을 살 수 있을거라는 높은 기대감, 공부의 본래의 목적은 이미 사라진지 오래된 입시 현장들.. 저도 과연 이 책속에 담긴 부모의 모습은 아닌지 되돌아보게 되기도 합니다.


차례를 살펴볼게요. 총 9장으로 구성되어 있고, 대학민국 최고의 학군지인 대치동 아이들은 어떤 모습인지, 감정은 공부와 어떤 연관이 있는지, 공부 감정이 다쳤을 때 어떻게 회복할 수 있는지 등에 대한 '공부 감정'에 대해 생각해보고, 긍정적인 공부감정을 형성하기 위한 방법 등이 담겨 있습니다.

"아이를 지나치게 들여다보면 오히려 문제가 없어도 문제처럼 보일 수 있다." 라는 구절이 너무 와닿았습니다.
제가 대학교 다닐 때 들었던 부모교육에 관련된 수업에서 4가지 유형의 부모에 대해 배운 적이 있었는데, 그 내용이 생각나더라고요. 현재 두 아이를 키우고 있는 나는 과연 어떤 부모일까. 지나친 통제형 부모가 되어가고 있진 않을까 라는 걱정이 되더라고요. 순간순간 위기의식을 느낄 때도 많습니다. 하지만 아이의 미래를 위해서 내가 좀 더 부지런해지고, 철저해지고, 독해져야 된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어요. 과연 이게 맞을까, 반문이 들 때도 많습니다.

"부모가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역할은 직접적인 개입이 아니라 감정적인 지지와 격려다."
큰 아이가 초등학교 5학년입니다. 7살부터 본격적으로 저와 수학, 영어, 등 대부분의 교과공부도 함께 하다가 책 속에서 언급되고 있는 유명한 H 수학 학원을 다닌지 약 1년이 되어 가고 있어요. 많은 분들이 아시겠지만, 매 수업마다 치르는 퀵테, 적지 않은 양의 숙제, 두 단원에 한 번씩 보는 단평에,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자습까지.. 이 시스템에 잘 적응하고, 잘 맞는 아이들은 원래도 잘했던 수학실력에 날개를 달게 되고, 맞지 않는 아이들에겐 지옥도 이런 지옥이 따로 없을만큼 가혹한 시스템이지요. 다행히 저희 아이는 처음 한 두달은 힘들어 했지만, 지금은 나름 잘 다니고 있습니다. 하지만 언제나 위기는 찾아보고, 최근 초등 성취도 시험을 앞두고 4~6학년 복습을 하는데, 아이와 갈등이 생겼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고작 두 어 문제 때문에 아이와 서로 감정이 상했고, 아이는 저의 강압적인 태도에, 저는 아이의 불성실하고 예의없는 모습에 실망하고, 화가 났던 일이 있었어요.
하지만 이렇게 아이의 다친 감정을 둬선 안되겠다 싶었고, 아이가 왜 그런 행동을 할 수 밖에 없었는지 헤아려주고, 사과를 하며 다가갔더니 아이가 정말 서럽게 펑펑 울더라고요.
공부가 어떻게 매번 즐겁고, 쉽겠어요. 매번 찾아오는 위기, 해결되지 않는 문제를 끈질기게 해결하고자 하는 인내와 끈기, 그 모든 것들을 안고, 어마어마한 마라톤을 해야하는 아이들이지요. 이 모든 순간에 아이의 감정을 이해해주고, 지지하고 격려하는 일을 우리가 해야한다고 생각해요.

감정이 실리지 않은 학습은 효율이 낮다. 정말 공감가는 소제목이었습니다.
다행히 아직은 아이가 저와 함께하는 공부를 곧잘 따라오고 있긴 하지만, 머지않은 미래에는 아이 스스로 학습계획을 세우고, 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본인만의 공부 스타일은 찾아야겠지요.
그 과정에서 부디 '괜찮아, 다시 하면 돼.' 라고 덤덤히 받아들일 수 있는 마음, 힘이 들 때는 힘이 든다고, 나를 도와달라고 허심탄회하게 이야기 할 수 있는 관계이기를 바랍니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는 제 이야기인줄 알았어요. 제가 학창시절 정말 무서워했던 과목이 수학이었어요. 말 그대로 싫어하는 과목이 아니라 무서운 과목이었습니다. 나름 공부를 잘했던 중학교 3년 동안 수학이 90점을 넘은건 12번의 내신 시험 중 중3 2학기 기말고사 딱 1번이었거든요. 수업시간엔 선생님 설명도 이해가 다 되고, 교과서에 있는 문제도 참 열심히 풀었습니다. 물론 모든 개념을 이해할 만큼 제대로 된 공부를 하지 못했었지요. 그렇게 공부해야 하는 것조차 몰랐었고요. 그러니 문제가 조금만 변형이 되도, 답을 찾을 수가 없었던 겁니다. 그렇게 70점대, 80점대 점수가 연이어지고, 언젠가부터 수학은 저에게 공포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수학 점수가 낮음에도 불구하고 전과목 평균이 90점이 넘기도 했을만큼 수학 점수는 형편없었거든요.
수학 트라우마를 현명하게 극복할 수 있었다면, 학창시절에 수학시간으 조금은 더 즐겁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요즘 두 아이 수학공부 봐주라 학창시절보다 더 열심히 수학공부를 하고 있는데, 가끔 이해한 개념을 통해 난이도 높은 문제를 스스로 풀어낼 때면 정말 기분이 좋더라고요. 학창시절, 수학을 공포의 대상으로 남겨둔채 끝내 가까워지지 못했던 게 너무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아이에게 자주 하는 말이 "말을 예쁘게 해야한다. 내 기분이 나쁘다고 해서 상대에게 뾰족한 말을 해서 상처를 주면 그건 절대 지울 수 없다." 입니다. 하지만 과연 저는 얼마나 잘 실천하고 있는 엄마일까요?
저는 아이에게 신체적 체벌은 절대 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그것만큼은 잘 지키며 아이를 키우고 있어요. 하지만 가끔은 한 대 때리는게 낫다 싶을만큼 뾰족한 말로 아이 가슴을 멍들게 할 때가 있어요. 아이를 키우면서 많은 부모님들이 생각하시잖아요. 나 자신조차 몰랐던 나의 밑바닥을 아이를 통해 알게 된다고요.
이 책을 읽으며 또 다짐하고 다짐합니다. 절대 도움되지 않을 아픈 말들, 어쩌면 아이의 가슴에 평생 멍으로 남을지도 모를 말들을 조심하자 하고요.
예전에도 그랬지만, 공부는 현재도 앞으로도 그 중요성이 더욱 커지겠지요.
하지만 공부를 잘한 학생이 성공한, 혹은 행복한 삶을 산다는 결말로 반드시 이어지지는 않습니다.
우리가 궁극적으로 바라는 점은 공부를 잘하는 사람이 아니라, 공부를 통해 삶의 지혜와 태도를 배우고, 공부를 잘하는 학생은 다른 어떤 목표가 생겨도 높은 확률로 잘해낼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지요. 공부를 잘하기 위해서 들여야하는 시간과 노력, 인내.. 이런 태도는 결국 공부 뿐만 아니라 다른 과업도 잘할 수 있는 역량을 가졌기 때문입니다.
좋은 책, 선물해주신 덕분에 저의 삶도 되돌아보고, 아이와의 관계도 깊이 고민해 볼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