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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아름다운 시 ㅣ 마음을 다해 쓰는 글씨, 나만의 필사책
윤동주 외 지음 / 마음시선 / 2024년 11월
평점 :

아이와 함께 책을 읽기 전이나 도중, 혹은 읽은 후에 여러 이야기를 나누곤 합니다. 별도의 독서활동 없이 서로의 생각을 나누는 걸로 충분하다 생각했었는데, 언젠가부터 좀 아쉽더라고요. 그러다 짧은 글을 함께 필사를 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마침 이렇게 멋진 필사책을 선물 받았어요.

이 책은 책기둥이 너무 매력적이예요. 마치 조선시대 서책을 보는 기분이 들지요? 내용도 멋지지만, 책 자체도 멋스러운 필사책입니다.

본격적으로 필사를 하기에 앞서 '일러두기'를 살펴보겠습니다.
이 책은 왼편엔 시, 오른편엔 필사의 공간이 마련되어 있어요. 그리고 시는 원문을 최대한 살리되,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은 현대어로 수정하거나 줄바꿈이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필사가 끝난 뒷부분에는 시에 대한 여러 생각을 할 수 있는 '질문들'이 담겨있습니다.

차례를 살펴볼게요. 우리가 학창시절 문학시간에 한 번쯤은 들어봤거나, 시험문제에 꼭 나오는 시여서 달달 외우고, 그 의미를 공부해본적이 있는 시들이 가득 담겨있습니다. 그때는 시험문제 맞히기에 급급해서 이 아름다운 시를 곱씹어보거나 감상을 할 여유가 없었는데, 이렇게 필사책으로 다시 읽으니 단어 하나, 문장 하나 하나가 그냥 읽혀지는 부분이 없더라고요. 윤동주, 김소월, 한용운, 정지용, 김영랑, 이육사, 이상 시인의 시를 마음에 담아볼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먼저 윤동주 시인의 작품으로 시작합니다. 대한민국에서 학교를 다닌 학생이라면 모를수가 없는 작품들이 가득 담겨 있습니다.

첫 번째 시는 '서시'입니다. 서시는 졸업한지가 한참이 지난 지금도 입에서 웅얼웅얼 낭독할 수 있을만큼 유명한 시지요. 아이들도 함께 써보려고 필사 부분을 아껴서 사용했어요. 아이들이 이 시를 지금 한번 읽고, 또 중고등학생이 되어서 읽고, 다 큰 어른이 되어서 또 읽었을 때, 어떻게 다르게 와닿을지 이야기 나눠보고 싶어요.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어떻게 이런 시를 쓸 수 있었던 걸까요.

이 시도 문학시험 단골 시였지요. 일제강점기에 나라를 잃고, 많은 독립투사들이 목숨을 걸고 나라를 지키고자 할 때, 시인은 시 한 편 쓰는 일마저도 부끄러워할 줄 알았습니다. 그런 마음이, 그리고 후손이 읽고 또 읽을 시를 남겨주신 것이 나라를 지키는 애국이었지요.

다음 시인은 '김소월'입니다. 진달래꽃은 한 가수가 노랫말로 사용하기도 해서 더 유명하기도 합니다.

저는 이 시를 읽을 때마다 한글의 우수성을 느끼곤 합니다.
사뿐히 '즈려밟고' 가시옵소서. 즈려밝는다는 느낌을 어떻게 외국어로 번역할 수 있을까요. 이 단어의 의미를 100% 소화할 수 있는 다른 언어가 있을지 의문입니다. 정말 아릅답지만, 가슴 아픈 우리의 역사가 담긴 시입니다.

세 번째 시인은 '한용운'입니다. 얼마 전에 일제 강점기 시대를 배경으로 한 연극을 봤는데, 연극의 한 장면 중에서 민족대표 33인이 독립선언을 하는 모습을 봤어요. 33인 중 한 분이 한용운 시인이셨네요.

이 시도 의미를 열심히 해석하면서 공부했던 기억이 있네요. 이제는 그런 부담감 없이 저 시를 썼을 시대를 생각하며 읽으니 그 참담한 마음이 크게 와닿습니다.

다음은 정지용 시인입니다. 서정적인 내용의 시를 다수 쓰셨는데, 한국 전쟁 중 실망되어 사망 장소와 시기를 정확히 알 수 없다고 해요. 다시는 되풀이되서는 안될 아픈 역사입니다.

이 시는 가곡의 가사로도 불려서 유명한 시입니다. 시를 음미하면 그 장면이 눈 앞에 그려지는 듯한 기분이 듭니다. 나고 자란 고향을 그리워 하는 마음이 아름다운 한글 속에 그득그득 묻어나네요.

김영랑 시인의 작품도 살펴보겠습니다. 이 시인도 독립운동을 하셨고, 한국 전쟁 중 포탄 파편에 맞아 사망하셨네요. 우리가 오늘날 자유를 만끽하고, 꿈을 이루며 살 수 있는 것을 감사해야겠지요.

이 시도 노래가사로 쓰여서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진 시입니다. 울림소리가 많이 쓰인 시여서 낭독할 때, 부드럽고 경쾌한 분위기가 돋보이는 시지요.

필사가 다 끝난 후에는 시에 대한 질문이 담겨있는데, 나의 생각을 나눌 수 있는 공간이라 필사와는 또 다른 울림을 느낄 수 있어요.
꼭 아이들과 함께 필사의 시간을 가지면서 한국의 아름다운 시를 마음으로 느껴보시길 바라요.
좋은 책, 선물해주셔서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