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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시간표 ㅣ 북멘토 가치동화 71
니시무라 유리 지음, 오바 겐야 그림, 김정화 옮김 / 북멘토(도서출판) / 2025년 8월
평점 :

매주 금요일이면 아이들 담임선생님께서 주간 계획표를 공유해주십니다. 어떤 과목을 배우는데, 어떤 내용을 배우는지, 어떤 행사가 있을 예정인지 미리 알려주시지요. 그럼 저는 그걸 출력해서 냉장고 문에 붙여두고, 아침마다 아이들과 함께 오늘 하루 어떤 과목을 배우고, 준비물은 잊은건 없는지 확인하며 하루를 시작합니다. 그러다 가끔 아이들이 비교적 좋아하지 않는 과목이 있거나, 활동이 있으면 '그건 별론데..'하고 이야기하곤 해요. 학교생활을 내가 좋아하는 것들만 골라서 할 순 없고, 평소에 해본 적이 없거나 좋아하지 않는 활동을 통해서도 배울 것이 있다고 이야기 해주곤 합니다. 이 책은 바로 그런 내용을 소재로 재미있게 풀어나간 책이예요.

작가님을 살펴볼게요. 일본 작가님으로 오랫동안 초등학교 선생님으로 근무하셨고, 아동문학 작가로 많은 책을 쓰셨네요. 일본의 초등학생들도 우리나라와 비슷한 환경과 문화를 가지고 있을지 생각하며 읽어봐도 좋을 것 같아요.

차례에서 소제목을 살펴볼게요. 등장인물마다 다른 소재로 이야기가 담겨 있는 것 같아요. 책을 다 읽고 난 후 다시 소제목을 펼쳐보면 이야기 줄거리를 다시 읽는 듯한 기분이 들곤 하지요.

등장인물을 소개하는 장면도 있어요. 꽤 많은 인물이 나옵니다. 이것만 보고는 헷갈려 보이기도 하지만, 책을 읽다 보면 금세 인물들이 익숙해져요. 아이들과 등장인물의 특징을 살펴보면서 누가 나와 가장 비슷한 인물인지 이야기 나누는 활동도 재미있어요.

선생님께서 나눠주신 주간 계획표에 누군가가 실수로 먹물을 쏟아서 여기저기 먹물이 묻어 글자가 몇 부분 지워지는 사건이 생겼습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먹물로 지워진 부분은 실제로도 사라지는 일을 경험하게 되지요. 미술시간 준비물이 '물감'이었는데, 아스카는 밑그림 그리는데 시간이 많이 걸려서 물감을 챙겨오긴 했지만 사용하진 못했어요. 결국 물감을 가져오지 않아도 됐던거예요.

나나코는 우연히 마코와 아스카의 이야기를 듣고는 철봉수업이 사라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체육을 그닥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죠. 그런데 나나코의 주간 계획표에는 철봉에 먹물이 쏟아져 있었요.
그런데 쇼타가 찬 공에 맞아 계단을 헛디디게 되고, 손목을 살짝 다쳐 철봉수업을 할 수 없게 돼요. 정말 철봉 수업이 사라지게 된거죠. 그런데 이 사건을 계기로 쇼타와 나나코는 서로에 대해 알지 못했던 모습을 알게되고 더 가까워지게 됩니다. 쇼타가 나나코에게 철봉을 가르쳐주겠다고 하기도 해요.

그리고 쇼타는 축구공을 차다가 유리창을 깼다는 의심을 받게되는 억울한 사건이 생겨요. 하지만 대부분의 친구들은 쇼타는 자기가 한 일에 대해서는 거짓말하지 않고 바르게 이야기 한다고 생각한다는걸 쇼타가 알게 돼요. 다행히 유리창을 깬 학생을 찾게됐고, 쇼타를 유리창을 깨지 않았지만, 나나코가 쇼타의 공에 맞아 다친걸 솔직하게 말하고, 반성하게 됩니다.

반 친구들의 이런 신기한 경험을 이야기하다 보니 먹물의 정체가 궁금해졌어요. 알고 보니 이 먹물은 에도 시대 묘법사의 묵심이라는 승려가 사용하던 먹물이 아닐까 생각하게 돼요. 이 먹물로 쓰여진 글자를 지우면 실제로 그것이 사라진다는 전설이 있었지요.

아이들은 그게 사실이라면 무서운 일이 아니냐며 겁에 질립니다.
그 와중에 스미레가 교통사고를 당해 심하게 다쳤다는 소문을 듣게 됩니다. 그래서 기존 계획표를 새로운 계획표로 덮으려고 생각했지요.

하지만 다행이도 스미레는 교통사고를 당한게 아니라, 등굣길에 빨간 페인트 통을 뒤집어 쓰게 됐고, 그 후에 트럭이 전봇대를 들이받는 사고가 일어났지요. 반 친구들은 모두 안심하게 됩니다.

그 이후 먹물로 사건이 더 생기진 않아요. 친구들은 먹물을 또 사용할 생각이 있냐 묻지만, 모두 거절합니다. 유헤이는 먹물로 깜찍한 상상을 하기도 하네요. 여러분이라면 이 먹물을 사용하고 싶으신가요? 저는 한 번쯤은 사용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
재미있는 상상과 아이들이 공감할 만한 이야기가 담긴 책입니다. 좋은 책, 선물해주셔서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