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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에게 권하는 우리 문학 - 문학의 즐거움을 알려 주고 자아 성장을 돕는 책 ㅣ 10대에게 권하는 시리즈
오창은 지음 / 글담출판 / 2025년 8월
평점 :

최근 5학년인 큰 아들과 황순원의 '소나기'와 '송아지'를 읽었습니다. 저도 학창시절에 읽은 이후로 제대로 읽어보긴 참 오랜만이었어요. 대략적인 줄거리와 '잔망스러운 소녀'에 대한건 기억하고 있었지만, 아이와 함께 장면 장면을 곱씹으며 다시 읽으니 참 아름다운 소설이라는 생각이 새삼 들더라고요. 학창시절에는 시험문제 하나 더 맞히려고, 참고서에 나와있는 글 속에 숨겨진 의도를 외우느라 이 아름다운 작품을 고민하고 느낄 새가 없었던거죠. 아이가 문장 속에 담긴 의미를 온전히 이해할 수 있을까 염려하며 읽기 시작했는데, 꽤 몰입하며 재미있게 읽더라고요. 그런데 마침 이 책을 선물받게 되서 문학의 즐거움을 아이와 깊게 나눌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 책을 쓰신 작가님에 대해 살펴볼게요.
'덕업일치'의 표본이신 작가님이 아니실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문학책을 이렇게나 좋아하신다니, 어떤 내용을 책 속에 담아 두셨을지 궁금합니다.

저는 책을 읽을 때, 프롤로그 읽는걸 참 좋아합니다. 이 책을 어떤 의도와 마음으로 쓰셨는지, 작가의 가치관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부분이거든요. 저는 작가님께서 두 번째로 내세우신 의견이 마음이 와닿았습니다. '내 마음의 이해에서 출발해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이해함으로써 스스로에게 관대해질 수 있습니다.' 라는 문장 말이죠.
얼마 전, 동네 도서관에 나태주 시인께서 강연을 오셨는데, 사람은 누구나 이기적이지만 우리는 끊임없이 이타적으로 살아야 한다고 하셨어요. 하지만 이타적인 마음 그 안을 살펴보면 남을 위하는 행동 또한 결국은 나 자신을 위한 것이고 이타적인 행동이 이기적인 마음에서 비롯된다 라는 말씀을 하셨어요. 작가님의 글을 읽다보니 그때의 강연이 떠오르네요.

차례를 살펴보겠습니다. 문학, 한국 시, 한국 소설, 희곡 수필 평론, 그리고 미래의 문학은 어떤 모습일지에 대한 내용이 총 5챕터로 담겨있습니다. '국어 교과서에 나오는 문학 작품은 왜 재미가 없나요?' 라는 소제목이 눈에 확 들어오네요.

첫 내용에 시 한 편을 소개해주셨어요. 저는 처음 보는 시인데, 별똥별에 어떻게 저런 의미를 담을 수 있을까 라는 놀라운 생각이 들었어요. 우리가 일상생활 속 루틴을 벗어나기가 정말 쉽지 않습니다. 그런데 가끔 그런 글을 볼 때가 있어요. 매일 하나씩 내가 해보지 않은 새로운 것을 해보라고 말이죠. 우리가 살고 있는 동네에도 늘 가던 길만 가게 되지, 다녀보지 않은 길은 아예 갈 일이 없잖아요. 그쪽 방향으로 볼 일이 있지 않은 이상은 그 동네에 몇 년을 살더라도 갈 일이 없을겁니다. 그런데 내가 다녀보지 않은 길을 걸어보고, 평소엔 마시지 않는 음료도 한 잔 해보고, 생각보다 우리가 처음 해보는 일들은 무궁무진할거예요. 그 과정을 통해 삶의 활력을 느끼기도 하고, 새로운 인사이트를 얻게 되기도 하죠. 저는 위의 시를 읽으면서 루틴에서 조금씩 벗어나는 새로움을 경험해 보는 즐거움을 만끽하며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하지만 위의 시가 교과서에는 실리지 못했습니다. 교과서에 수록되기 위해서는 몇 가지 기준에 부합해야 하는데, 윤리적인 측면에서 기준에 맞지 않다는 거죠. 일상을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한 비판처럼 보여지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학창시절에 이런 내용을 미리 알았더라면, 국어를 좀 더 즐겁게 배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이 드네요. 하지만 저는 이제 아이와 이런 내용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으니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모릅니다.

교과서 실린 문학이 흥미롭지 못한 이유는 결국 우리는 시험을 치고, 정답을 맞혀야 하기 때문이지요.
같은 글을 읽고도, 다양한 상상과 해석을 할 수 있는데 결국 답을 맞혀야 하는 학생들은 그런 상상과 해석을 할 수가 없어요. 큰 아이가 수학, 과학은 아주 좋아하는데 국어는 가끔 이해가 안된다고 얘기할 때가 있어요. 나는 이렇게 생각해서 이런 문장을 적었는데, 왜 그게 아니라고 하는지 이해가 되질 않는다고 말이죠. 아이가 쓴 글을 보면 틀렸다고 할 순 없지만, 출제자의 의도가 담겨있지 않으니 맞다고 할 수도 없더라고요. 이런 부분은 참 아쉽다는 생각이 듭니다.

문학을 '꿈'으로 가진 친구들에게 이런 정보도 아주 좋더라고요. 국어국문학과와 문예창작학과가 어떤 점이 다른지 설명해주는 부분인데, 아이들이 진로를 정할 때 도움이 될만한 내용이었습니다.
책을 좋아하는 초등학교 고학년 친구라면, 부모님과 함께 읽으면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기 좋은 책입니다.
좋은 책, 선물해주셔서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