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귤이랑 노래해
김미희 지음, 백유연 그림 / 다그림책(키다리) / 2025년 1월
평점 :

1년 전 쯤에 가족여행으로 제주도를 다녀왔었어요.
저는 첫 아이 임신 했을 때를 마지막으로 간거라 약 10년 여만에 다시 제주를 찾았고, 두 아이에겐 제주도가 처음이었습니다. 추운 겨울에 떠난 제주도였지만, 제주도는 봄날 같았어요. 그리고 저희가 가기 직전에 제주도에 눈이 많이 와서 눈 구경도 실컷 했지요. 너무 잘 놀고, 잘 먹고, 즐거운 추억을 한가득 안고 돌아온 제주라 그런지 아이들이 이 책을 보자마자 지난 제주여행을 이야기 하더라고요.
'제주도'하면 떠오르는 귤과 바다가 표지를 장식하고 있네요. 몽글몽글 사랑스러운 표지 속에 어떤 이야기가 담겨 있을지 궁금합니다.

뒷표지도 살펴볼게요. 그림만 봐도 힐링이 되는 기분이예요. 주인공으로 보이는 여자친구와 귤이 함께 제주도 돌담길을 걷고 있네요. QR코드를 스캔하면 귀여운 노래도 들을 수 있으니 꼭 들어보세요!

속표지부터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혼자가 좋은 주인공, 집에 있고 싶다고 투정부렸지만, 부모님과 함께 제주도로 여행을 갑니다.

글, 그림 작가님은 어떤 분이실까요? 글 작가님께서는 제주도가 고향이시군요. 제주도에서 자라셨으니 제주의 느낌이 한가득 담긴 글이 기대가 됩니다. 제법 잘나가는 해녀가 되실 뻔 했다는 부분에서 웃음이 나옵니다.

제주에서 친구를 만날지도 모른다고 했는데, 도통 친구는 보이지 않네요.
투덜대는 주인공 앞에 귤 하나가 데굴데굴 굴러옵니다.

귤의 표정이 너무 귀엽지 않나요? 제주도에 온걸 온 몸으로 환영하고 있네요.

하지만 주인공은 대답할 기분이 나질 않아요. 그래도 귤을 계속 따라오며 종알거립니다.
자긴 구르기를 잘한다며 보여준대요.

그렇게 둘이 걷다 바다에 도착합니다. 귤을 구르기 뿐만 아니라 노랗게 물드는 것도 잘한대요. 오른쪽 하단 큐알코드를 스캔해서 아이들과 함께 노래를 흥얼거려도 좋아요.

입에 착착 감기는 노래가 자꾸만 입 밖으로 흘러 나옵니다. 그렇게 귤과 주인공은 친구가 되지요.

귤은 처음부터 귤이 아니었어요. 하얀 꽃으로 태어났습니다. 하지만 노란 꽃술이 숨어있는걸 알았기 때문에 노란 귤이 될걸 알고 있었대요. 주인공은 생각합니다. '내 안에는 어떤 색깔이 숨어 있을까?'

하얀 꽃이 떨어지고 열매를 맺습니다. 그렇다고 바로 귤이 되는건 아니지요. 처음에는 초록색이었다가 비도 맞고, 바람도 맞도, 햇빛도 쬐며 오랜 시간이 흘러 지금의 귤이 되었습니다.

"부지런히 속을 채우며 귤이 되었구나."
이 글귀가 마음에 와닿네요. 우리 아이들도 매 순간 부지런히 속을 채우며 자라고 있겠구나 싶었어요.

"귤은 항상 행복해?"
누구나 그렇듯 기쁜 날도 있고, 슬픈 날도 있지요. 사람들의 관심을 받지 못하고 상자 속 어딘가, 냉장고 속 어딘가 오래동안 방치되다 곰팡이가 핀 귤을 발견하면 우린 먹지 못하고 버리게 됩니다. 그럴 땐, 귤은 너무 속상하겠지요.

이 장면은 마치 저에게 얘기하는 듯 했어요.
한 순간에 어른이 된게 아닌데, 우리 아이들을 자꾸 재촉하고 있진 않나 반성하게 됩니다.

노래를 부를수록 귤을 더 노래집니다.
"나도 나로 물드는 것 같아." 참 예쁜 글귀입니다.

그렇게 주인공은 귤과 함께 불렀던 노래를 흥얼거리며 부모님이 계신 곳으로 돌아옵니다.
처음엔 제주도에 가기 싫다고 투덜댔던 주인공이었는데, 부모님은 제주에 오길 잘했다고 생각하십니다.

"우리는 온통 제주로 물들었어."
제주를 다녀오신 분들은 모두 공감하실거예요. 매력이 넘치는 섬, 제주로 물들 수 밖에요.
좋은 책 선물해주신 덕분에 지난 제주여행의 추억을 곱씹을 수 있었습니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