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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널 밖으로
바버라 레이드 지음, 나희덕 옮김 / 제이픽 / 2024년 10월
평점 :

제가 참 좋아하는 작가님 중 한 분이신 전은주 작가님 덕분에 알게 된 책이라 꼭 아이들과 함께 읽어보고 싶었어요. 표지를 보면서 두 마리의 쥐는 기분이 어떨지, 왜 터널 밖으로 나가고 싶어 하는지, 손에 꼭 쥐고 있는 깃털은 어떤 의미인지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어요.

그리고 뒷표지도 살펴보았습니다. 앞표지를 보면서 이야기 나눴던 내용이 이어지기도 하네요. 두 말의 생쥐는 터널 밖으로 나온 것이 너무 행복했을 것 같다고 아이들이 답을 하네요. 하지만 늘 행복하기만 했을까요?

표지는 넘겨서 속 표지를 봅니다. 이 그림을 무엇을 나타낸걸까 물어보니 터널 안이라고 대답을 하네요. 터널 벽에 찍힌 것은 쥐의 발자국이겠지요?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린 작가님이 어떤 분인지 살펴보았습니다. 독특한 점토 공예 기법을 사용하시고, 자연을 사랑하시는 분이라는 정보를 안고 책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시작하기 앞서 둘째가 이야길 하네요. "다 클레이로 만들어서 그림이 너무 예뻐!" 라고 말이지요. 어쩌면 그냥 지나쳤을지도 모를 부분인데, 역시 아는 만큼 보이나 봅니다 ^-^

이 책의 주인공, 지하철에서 살고 있는 '닙'입니다.

닙은 아주 많은 대가족 속에서 살아가고 있지요. 그리고 늙은 쥐들이 들려주는 터널 끝에 대한 이야기를 아주 좋아합니다.

닙은 이런 저런 물건들을 주워오면서 엄마 쥐들에게 잔소리를 듣고, 자신만의 은신처를 마련해서 소중한 보물들을 차곡 차곡 쌓아둡니다. 마치 저희집 남매들의 방 같네요. 정리정돈을 열심히 하지만, 가끔 엄마 눈에는 이게 뭔가.. 싶은, 하지만 아이들이겐 더없이 소중한 보물들이 각자 방 곳곳에 가득한, 딱 그런 모습 같아서 웃음이 나왔습니다.

닙의 은신처에 사촌들이 놀러왔고, 닙은 결심합니다. 터널 끝으로 가겠다고 말이죠.
사촌들은 걱정 섞인 염려를 늘어놓습니다. 굶어 죽을 수도 있다, 잡아 먹힐 수도 있다, 그리고 콧방귀를 뀌기도 하고 말이죠. 닙은 태어나서 처음으로 집에서 가장 먼 곳으로 떠납니다. 이때 닙의 마음은 어땠을까요? 이 부분을 읽는데 참 많은 생각이 들더라고요.
아직은 아빠 엄마 품에 있는 두 아이가 언젠가는 홀로 서야할 날이 오겠지요? 그 때 아이의 마음이 얼마나 두렵고 설레고 무서울지.. 아이가 갈 그 길은 분명 꽃길일테지요. 예쁜 꽃도 피어있을테지만, 꽃이 피는 길이 탄탄한 아스팔트는 아닐겁니다. 울퉁불퉁 흙이 가득할테고, 어떤 날은 비가 와서 진흙으로 질퍽이기도 하고,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기도 하겠지요. 내리쬐는 햇빛이, 불어오는 바람이, 들려오는 새소리.. 모든 것들이 아이가 가는 길에 힘이 되어주는 응원이 되길 바라봅니다.

터널 끝을 향해 하던 닙은 롤라를 만납니다. 터널 끝으로 간다는 얘길 들은 롤라는 처음엔 그건 지어낸 이야기일뿐이라고 하지만 결국 닙과 함께 터널 끝을 향해 떠나기로 합니다. 가는 길이 순탄할리는 없겠지요.

하지만 이 둘은 결국 터널 끝에 다다릅니다. 닙의 반짝이는 눈동자가 보이시나요? 이 책을 보는 이의 마음까지도 설레는 순간입니다. 우리 아이들이 터널 밖 세상을 마주하는 순간에도 이런 기분이겠지요? 괜시리 코 끝이 시큰해지는 기분입니다.

이 책의 하이라이트인 장면이 아닐까 싶어요. 터널 밖으로 나와서 처음으로 마주하는 새로운 세상입니다.
환하게 둘을 비추는 달빛이 계속 눈길을 끄네요.

"터널 끝은 닙이 상상한 것보다 더 위험한 곳이었어. 닙이 꿈꾸던 것보다 더 아름다운 곳이기도 했고."
하지만 이 둘은 터널 밖으로 나온 선택을 전혀 후회하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또 새로운 세계를 만들었네요. 닙과 롤라는 가족을 이루었습니다. 그리고 닙을 자신들의 이야기를 아이들에게 들려주며 또 다른 터널 밖으로 아이들이 향할 수 있도록 이끌겠지요.


그리고 책 속에 들어있던 전은주 작가님의 글이 정말 와닿았습니다. 그냥 지나치지 마시고 꼭 한번 읽어보시길 바라요. 그리고 바버라 레이드 작가님의 작업과정이 글과 QR코드로 들어있습니다. 아이들과 꼭 한번 독후활동으로 해보면 좋을 것 같아요.
그리고 함께 생각해볼 토론 주제도 참 멋지지요?
책을 다 읽은 후에 큰 아이에게 물었습니다. 책 속의 주인공이라면 너도 터널 밖으로 나갈거냐고 말이죠.
큰 아이 성격상 무조건 나갈거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나갈거라고 얘기하더라고요.
어떤 모험이 펼쳐질지 너무 궁금하대요.
그런데 둘째는 좀 망설이더니, 제 귓가에 속삭이며 대답합니다. "가족이랑 같이 가는거면 터널 밖으로 나가보고 싶어." 라고 말이지요.
정말 딱 두 아이의 성격이 그대로 묻어나는 대답이었습니다. 그리고 저도 대답해주었습니다.
너희가 갈 터널 끝이 어디가 되었든, 얼마나 힘들 여정이든, 엄마 아빠는 늘 응원하며 함께하겠다고 말이지요.
또 얼마간의 시간이 지난 후에 다시 두 아이와 함께 읽어봐야 할 그림책이네요.
좋은 책, 선물해주셔서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