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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 살, 명심보감을 만나다 ㅣ 나의 첫 인문고전 8
홍종의 지음, 이갑규 그림 / 어린이나무생각 / 2024년 8월
평점 :

몇 달 전에 교육지원청에서 열린 독서를 주제로 한 특강을 들으러 갔었어요. 강사님께서 추천하셨던 여러가지 중 하나가 아이들 수준에 맞는 고전을 읽는 것이었는데, 강사님은 아이와 함께 사자소학, 명심보감, 동몽선습, 격몽요결을 읽는다고 하시더라고요. 중요하다고는 늘 생각했었지만, 막상 실천하기 힘든게 고전 읽기잖아요.
이번에 좋은 책을 선물해주신 덕분에 아이와 함께 명심보감을 접하게 되었어요.

부끄럽지만 저도 명심보감을 제대로 읽어본 적이 없었는데, 명심보감이 '마음을 밝히는 보배로운 거울'이라는 뜻이더라고요. 11살 고양이 샤미와 열 살 채미가 등장합니다. 샤미는 나이가 많은 고양이라 병원비며 이래저래 돈이 많이 드는 고양이지요. 그리고 채미는 막 사춘기가 시작되는 여자아이입니다. 아이와 함께 읽으면서 어떤 이야기를 나누게 될지 기대 됐습니다.

차례부터 살펴볼게요. 아이들의 생활과 밀접한 주제로 이야기가 흥미진진하게 흘러갑니다. 총 5가지 주제로 스토리가 펼쳐지고, 상황에 맞는 명심보감 글귀가 나와서 아이들이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어요.


아이가 이 부분을 읽더니, 어떻게 고양이가 글을 읽고, 사람한테 명심보감을 가르칠 수 있냐면서 의문을 가지더라고요. 저희 아이는 MTBI 성향 중 T가 확실한가 봅니다. 소설적 허용을 그냥 넘기지 않네요 ^-^;
"하루라도 착한 일을 생각하지 않으면 온갖 나쁜 일이 저절로 일어난다." -계선편
저는 성선설을 믿지 않는 편이예요. 사람이 사람답기 위해서는 의도적으로 착한 생각, 착한 마음, 착한 행동을 해야 좀 더 도덕적인 삶을 살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만큼 나쁜 것을 경계해야 한다는 의미겠지요.

사실 샤미는 어릴 때 부터 건강한 고양이는 아니었어요. 하지만 채미 엄마께서 샤미가 마음에 쏘옥 들어왔고, 채미 아빠는 못내 아쉬운 마음을 말로 표현해 버리지요. 그 때, 채미 엄마가 샤미가 듣는다며 샤미의 귀를 막아주셨어요.
"착한 일은 목마른 것처럼 하고, 나쁜 것에는 귀가 먹은 것처럼 하라. 착한 일은 마땅히 욕심을 내어 하고, 나쁜 일은 즐기지 마라." -계선편
어쩜 저렇게 멋지게 표현할 수 있을까요. 하루에 단 한가지라고 목마른 것처럼 착한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샤미는 채미 누나가 자꾸만 미워집니다. 미워하지 않으려고 해도 요즘 사춘기에 접어든 채미 누나의 행동이나 말이 샤미 가슴에 아프게 콕콕 박혀요.
"평생 착한 일을 하더라도 착한 일은 오히려 부족하고, 단 하루 나쁜 일을 하더라도 나쁜 일은 저절로 넘치게 된다." - 계선편
나쁜 마음이 들 때마다 샤미는 명심보감에서 읽었던 글귀들을 떠올려봅니다.

"귀로는 다른 사람의 잘못을 듣지 않고, 눈으로는 다른 사람의 부족한 점을 보지 않으며, 입으로는 다른 사람의 허물을 말하지 마라." - 정기편
채미는 좋은 브랜드의 옷을 입고, 영국으로 바이올린 어학 연수를 가는 도희가 너무 부럽고 질투가 납니다. 하지만 도희는 자랑하듯 늘어놓은 이야기가 아니가 그저 있은 사실을 이야기했을 뿐인데, 그런 것을 쉽게 누리지 못하는 채미 입장에서는 심술이 나지요. 좋은 점이든 나쁜 점이든 있는 그대로를 보아야 하고, 나쁜 점을 말하지 않고 좋은 점을 찾으라는 구절이 이어집니다.
아이들이 공감할 수 있는 현실적인 이야기와 그에 맞는 명심보감 구절이 함께 어우러져서 아이들과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명심보감 이야기였습니다. 좋은 책 선물해주셔서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