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나는 사과 할머니를 좋아해요 북멘토 그림책 17
카트린 호퍼 베버 지음, 타탸나 마이-비스 그림, 마정현 옮김 / 북멘토(도서출판)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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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는 세상에서 가장 슬픈 병이 아닐까 싶어요.

우리가 소중하게 여기는 차곡 차곡 쌓인 추억들을, 소중한 사람들을, 그리고 나 자신까지도 송두리째 잃어버리는 병이니까요. 우리가 매 순간 행복하다 여기며 살 순 없지만, 가슴속에 쌓아둔 소중한 추억들을 곱씹으며 힘을 얻곤 하잖아요. 그런 행복의 에너지원을 잃는다는건, 정말 상상도 하기 싫은 일입니다.

하지만 사람은 모두 나이가 들고, 남의 일일거라 생각하며 살아왔던 질병이 나의 가족에게, 친구에게, 어쩌면 나에게도 나타날지 모를 일이지요.

아이들과 나누기엔 다소 무거운 주제인 '치매, 노화, 죽음'에 대해 이야기 나누기 좋은 책이었어요.

내용도 내용이지만, 그림이 너무 아름다워서 주제의 무거움을 조금이나마 상쇄시켜 주는 것 같았어요.

안나는 사과 할머니를 뵈러 갑니다.

할머니는 예전엔 사과나무가 있는 집에서 사셨지만, 지금은 양로원에 계세요.

예전에 사과 할머니가 사시던 집엔 다른 사람이 살고 있고, 할머니께서 양로원으로 가신 후에 많은 것이 달라졌습니다.

안나는 아빠와 함께 할머니를 뵈러 갔지만, 할머니 얼굴이 슬퍼보여요. 안나는 할머니께서 사과나무를 그리워하는 거라 생각해요.

할머니의 침대 벽면에 걸린 액자 중 사과나무집으로 보이는 사진이 걸려있어요. 저 액자들은 할머니 삶에서 가장 소중한 것들이 아닐까요? 그 중 하나가 예전에 살던 사과나무 집이겠지요.

사과 할머니는 신문 속 한 남자를 물끄러미 쳐다보시더니 '카를리'라고 하십니다. 아마 할머니의 얼마 남지 않은 기억 속 소중한 인연일거예요.

안나는 집에 돌아온 후 아빠와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눕니다.

사람이 죽으면 어디로 가는지, 어떤 일이 생기는지, 사과 할머니께서 얘기하셨던 카를리 아저씨는 지금 어디에 있을지 말이죠.

그리고 안나는 또 사과 할머니를 뵈러 가요. 할머니께서 좋아하실만한 사과나무 그림을 선물로 드리지만,

할머니의 반응은 시큰둥합니다.

집에 돌아온 안나는 슬펐어요. 선물로 드린 안나의 그림은 자세히 살펴보지 않은 사과 할머니가 야속하기까지 합니다.

그리고 안나는 아빠 엄마와 대화를 나눕니다.

할머니가 왜 안나의 방문에도, 안나의 그림에도 시큰둥한 반응인지 말이죠. 할머니가 어떤 병을 앓고 계신지, 앞으로 어떤 일이 벌이질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요.

비록 예전의 사과 할머니 모습은 아니지만, 안나가 할머니를 뵈러 갈때마다 할머니께서 분명 기뻐하고 계신다고 엄마는 이야기 해주시지요.

그러던 어느 날, 안나는 젊은 시절의 사과 할머니와 카를리 아저씨고 추정되는 분의 사진을 발견하게 돼요.

그리고 안나는 또 다시 할머니를 뵈러가요. 사과 2개와 칼 2개를 가지고 말이죠.

둘은 즐겁게 사과를 깎고, 맛있게 사과는 남김없이 다 먹습니다. 사과 할머니와 안나의 표정이 정말 행복해보이죠.

안나의 노력 덕분에 할머니는 행복한 순간을 떠올리게 됩니다.

지금 할머니의 행복한 기억은 또 사라질지도 몰라요. 하지만 그 행복했던 기분은 할머니 가슴 속에 남아있지 않을까요?

좋은 책을 선물해주신 덕분에 아이들과 많은 이야기 나눌 수 있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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