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식물과 과학을 좋아하는 첫째 아이와 꼭 읽어보고 싶은 책이었어요.
그런데 식물과 한국사의 조합이라니, 어떻게 이야기가 펼쳐질지 너무 궁금했습니다.
아이와 함께 읽은 책은 조선 전기부터 중기까지의 내용입니다. 아이 아빠가 조선시대를 좋아하서 아이와 종종 이야기를 나누곤 하는데, 아이가 배경지식으로 알고 있던 역사내용도 있고, 새롭게 알게 된 내용들도 많았는데, 그 중에서도 유달리 흥미를 보였던 내용 위주로 리뷰해보겠습니다.


요즘 아이와 함께 겨울방학 자제 프로젝트로 한국사 책 읽기를 하고 있어요. 읽었던 책 내용 중에서 씨앗이나 식물 화석들이 우리의 역사를 돌이켜보는 중요한 열쇠가 된다는 내용이 생각이 났나봐요.
특히 우리 민족에게 '벼'가 가지는 중요성은 아주 크지요. 쌀이 주식이기도 하고, 벼농사의 시작으로 정착생활이 시작되면서 본격적인 '사회'가 구성되기 시작했으니까요.
우리의 역사 속에서도 '쌀'은 크고 작은 사건의 핵심이 되기도 했고, 그 외 다양한 식물에 관련한 재미있고 의미있는 사건이 많았습니다.

아이와 목차를 쭈~욱 살펴보았어요. 역시나 가장 먼저 이야기 내용은 조선을 건국한 태조 이성계였습니다. 마침 1번의 내용이었네요. 그리고 9번 정이품송, 22번 매화를 꼽았습니다.

본격적인 내용이 시작되기 이전에 이 책에 담겨진 시대의 연표가 나옵니다. 식물에 관한 주제를 살짝 벗어나, 아이가 이미 알고 있었던 역사 이야기도 한번 짚어볼 수 있었어요.


첫 이야기를 조선을 세운 태조 이성계의 이야기입니다.
고려가 막을 내리고 어마어마한 500년의 역사가 시작되는 순간입니다. 활 잘 쏘고, 용맹한 장수였고, 한 나라를 세운 왕이 알고보면 꽃을 좋아하는 감성 넘치는 분이었다니..
처음 나라를 세우고 기반을 잡기까지 얼마나 많은 고충이 따랐을까요.
아무리 할 일이 많은 왕이었다고 해도, 숨통을 틔울 시간은 필요했을 거예요. 태조의 힐링은 화원을 둘러보는 일이었네요. '자연의 아름다움'을 통해 마음을 위로받고, 다시 단단해진 마음으로 나라를 꾸려갔을 이성계가 눈에 그려지는 듯 합니다.

한 챕터의 이야기가 끝나면 짧막한 이야기가 이어나옵니다. 저는 책을 읽을 때, 본문의 내용도 재미있지만, 이런 번외같은 내용들이 더 기억에 남더라고요. 폭군으로 알려진 연산군이 왜철쭉을 참 좋아했었다니.. 덕분에 새로운 사실을 배웁니다.

창덕궁이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이유 중 하나가 자연 상태를 거의 훼손하지 않고 궁을 지었기 때문이라고 해요. 경복궁와 비교해서 궁의 건물 배치 등을 살펴보면 단번에 이해가 됩니다.
경복궁은 직사각형 모양으로 계획적으로 궁의 건물을 배치했지만, 창덕궁은 자연을 훼손하지 않고, 최대한 보호하고자 노력한 궁이라는걸 알 수 있어요.
날이 따뜻해지만 아이들과 꼭 창덕궁 나들이를 가야겠습니다.


정이품송은 아이들은 아쉽게도 직접 보지 못했지만, 저는 친정 부모님과 지난 가을 여행을 갔을 때, 보았습니다.
아쉽게도 나무의 모양이 온전하게 보전되지 못했지만, 역사적 의미를 알고 나무를 보니 세조의 마음이 참 힘들었겠구나 싶었어요. 사실 정말 소나무가 가지를 들어올린건 아니었겠지요. 어쩌다 타이밍 좋게 그렇게 됐을텐데, 마음 둘곳이 얼마나 없었으면 소나무의 이런 현상에 위로를 받았을까 싶었어요.
정이품송 앞에서 찍은 사진을 아이들에게 보여주니까 꼭 직접 보러 가고 싶다고 이야길 하네요. 올 봄엔 보은으로 여행을 가야겠습니다.

예전 살전 아파트는 1층이었는데, 거실창 가운데에 큰 매화나무가 심겨져 있었어요.
2월말에서 3월초가 되면 하얀 봉오이가 가지마자 열리는데, 만개한 모습이 마치 한폭의 그림같았던 집이었습니다.
아이와 이 부분을 읽는데, 그때의 생각이 났는지 너무 반가워하더라고요.
'선비' 하면 빠질 수 없는게 '사군자'지요. 특히 아직 채 가시지 않은 추위속에서 그렇게나 아름다운 꽃을 피워낸다니..
자연은 참으로 신비합니다.

퇴계 이황에게 이런 러브스토리가 있었다는 걸 처음 알게 됐어요.
아이가 왜 두 사람의 사랑이 이루어지지 못했는지 물어보더라고요. 물리적인 거리가 멀어진 탓도 있겠지만, 그 시대를 감안했을 때 여러 이유가 있었을거라며 이야기 나누었어요.
한 챕터의 내용이 그리 길지 않아서 책 잘 읽고, 역사에 관심 많은 아이라면 미취학 어린이들도 충분히 읽기 괜찮을 것 같아요. 그리고 단순한 역사적 사실을 나열한 내용이 아니라 식물을 주제로 풀어나가는 역사 이야기라서 아이들이 쉽게 이해하고, 기억에도 오래 남을 것 같아요.
덕분에 아이들과 재미있는 독서시간 가져습니다. 좋은 책 선물해주셔서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