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한 아이 어린이 나무생각 문학숲 2
안미란 지음, 김정은 그림 / 어린이나무생각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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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의 여자아이는 '눈'입니다. 한국에서 태어났지만, 대한민국 사람도, 부모님의 나라 사람도 아닌 어린 아이입니다.

책을 다 읽고 나서 아이의 표정을 한참이나 들여다보게 되더라고요. 아이들을 위한 책이지만, 반드시 부모님도 함께 읽으며 생각해보아야 할 중요한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건이가 살고 있는 건물에 세 들어사는 외국인 아주머니와 그녀의 딸 '눈'입니다.

건이네 건물에 비어있는 공간에 세를 들어오고 싶다는 할머니과 건이 또래의 여자아이가 나타납니다.

그런데 보살집이라니요. 처음엔 세 들어오는 걸 거절하지만, 결국 한 건물에서 함께 지내게 됩니다.

이 구절이 계속 마음에 남았어요.

"왜 세상에는 남이 해 봤던 일을 못 해 보는 사람들이 있을까? 가족과 여행 가는 걸 못 해 보는 남자애도 있고, 남이 해 보는 겨울 빙어 낚시는커녕 자유로운 바깥나들이를 꿈조차 꾸지 못하는 여자 어른도 있다. 그리고 여기 그 흔한 양념 통닭을 집에서 시켜 먹고 쿠폰을 모아보지 못한 여자애가 있다."

신문 보급소를 닫을 수 없어서, 사실은 몸이 불편한 여동생을 두고 여행을 가지 못하는 아빠 때문에 가족여행은 꿈도 못 꾸는 건이, 다리가 불편해서 평범한 여행은 꿈도 꿀 수 없는 고모, 치킨 한 마리 시키면 주는 쿠폰 하나 모아본 적이 없는 보람이.

우리가 당연하게 누리며 사는 일상이 이들에겐 쉽게 꿈꿀 수 없는 특별한 일들이라는 것이 마음이 무거워졌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눈의 엄마가 돌아오지 않게됩니다.

눈의 두고 간건지, 무슨 일이 생긴건지, 눈은 어떻게 해야하는지, 건물의 사람들은 모두 어쩔줄을 몰라합니다.

알고 보니 눈은 출생신고를 하지 않은 아이였어요.

실제하지만 실제하지 않는 아이, 태어났지만 서류상으론 세상에 없는 아이인거지요.

사회를 구성하고, 그 사회의 구성원인 인간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법인데, 그 법이 이런 저런 잣대를 들이대며 보호의 울타리 밖으로 아이를 밀어내고 있습니다.

눈을 건이네 집에서 함께 지내게 됩니다.

그리고 고모는 자신을 편견없이 대해주는 눈에게 마음을 열기 시작합니다. 몸이 불편한 고모의 이런 모습을 건이는 처음 보게 되지요.

고모는 주민센터 행사에 참여하게 됩니다. 그곳에서 휠체어에 앉아있는 고모에게 함부로 이야기 하는 사람을 만나게 됩니다.

"다른 사람은 눈치채지 못했을지 몰라도 나는 안다. 빨간 꽃 아저씨는 우리 고모에게 다짜고짜 반말로 이야기했다. 전동 휠체어에 앉아서 키가 작아 보이니까 나이까지 어리다고 착각하는 것일까? 눈의 엄마한테도 마찬가지다. 한국말이 서투르다고 눈 엄마가 어린애는 아닌데, 동네 사람들이 눈의 엄마에게 반말하는 게 정말 이상했다. 서로 잘 모르는 사이면 존대를 해 줘야 하는 건데..."

고모의 표정이 아주 좋지 않지요.

고모는 눈이의 엄마가 되고 싶다는 선언을 합니다.

하지만 미혼이고, 몸이 불편한 고모가 눈이의 엄마가 되기엔 상황이 쉽지 않겠지요.

그리고 다행히 눈은 엄마를 다시 만나게 됩니다.

뺑소니를 당해서 병원에서 치료 중이었고, 어렵게 다시 재회를 하게 됐지요.

그동안 건이네 집에서 함께 지냈던 눈은 엄마와 함께 보호센터로 떠나게 됩니다.

대한민국의 국민이 될 수 없었던 눈이에게 필요한 것들이 아주 많겠지요.

아이와 함께 마지막 페이지를 덮고 나서, 무슨 이야기를 하면 좋을지 한참을 생각했습니다.

대한민국은 왜 우리땅에서 태어난 아이를 지켜주지 못하는지, 법은 사람들 보호하기 위한 제도인데 그 보호받는 사람에 차별을 두는지, 여러 입장에서 이야기를 나눠보았습니다.

좋은 책, 선물해주셔서 감사합니다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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