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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랑 손잡고 ㅣ 부모와 자녀가 함께 읽는 동화
밀랴 프라흐만 지음, 최진영 옮김 / 어린이나무생각 / 2023년 8월
평점 :

제목도, 그림도 마음이 따뜻해 질 수 밖에 없는 내용이라는 걸 알 수 있는 그림책이예요.
아이와 함께 읽으면서 저에겐 돌아가신 할머니를, 아이에게는 같은 동네에서 오래 함께 살다가 이제는 차로 5시간 이상 떨어진 거리에 살게된 외할머니를 떠올리게 하는 먹먹한 그림책이었어요.
아이와 본격적인 이야기를 시작하기 앞서 이야기를 나눠봤습니다.
아마도 주인공은 할머니와 마주보고 있는 여자아이인 것 같고, 서로를 바라보는 표정에서 깊은 애정이 묻어나고 있고, 할머니와 손녀의 피부색이 다리고, 높은 고층 아파트에 살고 있는 것 같고, 여자아이에게는 남동생(파란옷을 입고 있어서)이 있다는 이야기를 나눴어요. 파란색이 꼭 남자아이들만 좋아하는 색은 아니라는 이야기도 덧붙였네요.

그리고 뒷표지도 슬쩍 보았습니다.
아마 할머니와 소녀(이비)가 외출을 다녀온 모양이예요. 이비는 아마도 많은 세상을 보았겠죠? 하지만 할머니는 그런 이비만 바라보았습니다. 할머니의 세상은 이비로 가득차 있으니까요.

할머니와 이비는 외출을 합니다. 지하철을 타고 어디론가 가요. 지하철에 빈 자리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할머니 무릎에 앉습니다. 이비가 아직 어린 탓도 있겠지만, 한시도 떨어지기 싫은 두 사람의 애정이 담겨 있겠지요?

아직 키가 작은 이비는 어른들의 눈높이로 세상을 보지 못해요. 그래서 수 많은 다리와 발만 봅니다. 그러다 길가에 앉아있는 아주머니가 눈에 들어오네요. '당신의 사랑이 필요해요!' 이비는 호주머니에서 사탕을 꺼내 나눕니다.
분명 본인이 좋아하는 맛의 달콤한 사탕이었을거예요. 소중한 간식을 따뜻한 마음을 담아 나누는 이비입니다.
그 외에도 이곳, 저곳, 이비는 할머니와 많은 곳을 다닙니다.
사람도 많이 살펴보고, 여기 저기 상점을 구경하기도 합니다. 세상의 모든 것이 즐겁고 신기한 이비, 그런 이비가 너무 사랑스러운 할머니입니다. 그리고 두 사람은 집으로 돌아옵니다.

할머니께서 이비에게 묻죠. 오늘 시내에서 무엇을 보았는지 말이예요.
이비는 자신의 기억에 남아있는 많은 것들을 이야기 합니다. 그리고 할머니께 되물어여요. 할머니는 무엇을 보셨는지 말이죠.
"이비, 할머니는 오늘 하루 종일 너만 봤단다. 왜냐하면 할머니는 이비만 보고 싶었거든!"
아.. 마지막 문장을 읽고 책을 덮는데 가슴 한 켠이 따뜻해집니다.
돌아가신 우리 할머니도 그런 마음이셨겠죠? 전 돌 이전까지 할머니댁에서 함께 살았지만 그 이후로는 부모님께서 분가를 해서 할머니를 자주 뵙지는 못했어요. 그리고 할머니와 단 둘이 무언가를 해본 기억이 전혀 없습니다. 그런 생각조차 해보질 못했어요. 변명 아닌 변명을 하자면 사회인이 되서 돈을 벌고, 운전을 할 줄 알게 됐을 즈음엔 할머니께서 어딘가를 다니시기엔 너무 힘드신 연세가 되어버렸거든요. 그에 비해 우리 아이들은 저보다는 할머니 할아버지와 비교적 많은 추억을 만들며 성장하고 있습니다. 그게 얼마나 값지고 소중한 보물인지 우리 아이들이 좀 더 크면 알게 될까요?
좋은 책을 선물해 주신 덕분에 오늘 밤에는 돌아가신 제 할머니가 꿈에 나올 것만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