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물 듯 저물지 않는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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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쿠니 가오리 두번째 만남이다. 그의 감성적인 문체가
올해 나의  첫 번째 소설읽기를 부추긴 셈이다.

그의 책은 강렬한 주제를 피력하지 않아서
(나의 주관적인 생각에 의하면^^)
편하다. 주로 책은 현실보다 많이 이상적이라 읽고 있을때는 
세상 모든 면이 멋있고 부드럽게 흘러가는 면이 있다.
그래서 읽고 나면 공상영화 보듯 그 순간에 그쳐 지나가
버리는 경향이 있는데
에쿠니 가오리의 책은  현실적이다.

그래서 큰 에피소드나 클라이맥스가 없었다 해도
그의 소설은 뇌리에 남는게 많은듯...

+저물 듯 저물지 않는
   
책을 무지 좋아하는 미노루는 틈나는 대로 책을 읽어댄다.
그런 성향을 닮은 딸 하토도 역시나 먹고 노는것 보다
책 읽기를 즐겨한다. 자신과 가족에 관심이 없고
매사 시큰둥하다고
생각하는 나기사는 그런 미노루와 이혼을 하고 이번에는
좀더 평범한(?)남자와 결혼을 했다.
하지만 그 남자는 텔레비젼에 심취한 사람.
그래도 자신이 그 남자의 삶에 끼어들수 있다는
생각에 차라리 미노루
보다 낫다는 생각을 하며 텔레비젼을 보는 남편의
행동에 가만 참견도 해본다.

나기사는 그런 모습도 피하고 싶지만
미노루!보다는 낫다라는 생각을 하면서
오늘도 그냥 행복하다고 생각하고 살아간다.







+저물 듯 저물지 않는 미노루를 둘러싼
가족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또하나 독특한 것이 있다면
책속에 또다른 책 이야기가 등장한다는 것!

미노루가 좋아하는 소설의 단편들이
미노루의 삶처럼 끼어들어 이 소설의 내용을
함께 아우라져 나간다는 방식이 톡특하다.

부유한 부모의 유산으로 소프트아이스크림가게를
적자나게 운영하고도 행복한 쉰이 넘은 미노루의
삶은 그냥 부럽다. ㅎㅎ
게다가 즐겨하는 취미가 독서라니 말이다.


또한, 미노루는 꽤나 가정교육을 잘 받고 자랐다.
책의 곳곳을 보면 부모의 영향력을 많이 받아서 그런지
그의 부모가 평소 조언했던 좋은  말들이 곳곳에 남겨있다.
가령, 손님이 오시면 반드시 뭔가를 대접해 보내야 한다거나
하는것들은 우리네 전통사상과 닮아 충분한 공감을 받기 좋다.


미노루는 선물이란 받는 사람의 도량이 시험대에 오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미노루가 다른사람 에게조차도 인정이 많을 수 밖에 없는
상황에는 평소 베풀기를 좋아했던 부모가 있었기에도 한몫했을테다.
부모가 돌아가셨어도 늘 끊이지 않는 선물박스가 그걸 말해주기 말이다.

한여름에 겨울눈이 내리는 배경의 소설을 읽으면서
미노루는 저물듯 저물지 않는 상황에 머물러 있다.


미노루는 이해할 수 없었다. 당연히 그건 소설이고,조니도
라우라도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래서 어떻다는
것인지, 세상 어딘가에서 실제로 일어나는 일과 소설 속에서
일어나는 일이 어떻게 다르다는 것일까.

바로 이 부분 때문일거다.
미노루는 대분의 시간을 소설에 파묻혀 살면서 한 곳에
머물러 있다. 책에서처럼 현실과 소설이 어떻게 다른지
생각하지 않으려 하기 때문에 이혼을 했다는 사실도
가볍게 여길 뿐^^

좀더 어른이 될 수 없냐?

가장 친한 친구이자 자신의 재산을 관리해주는 오타케로부터
이런 핀잔을 듣기도 하고 좀더 어른답게 굴라며 나무라던 
 나기사의 조언이 문득 문득 떠오르지만
여전히 낮도 밤도 아직은 가거나 오지 않는 그런 순간을
느끼며 사는 미노루의 삶은 항상 그자리다.

   
지금 좀 긴박한 장면이라서, 이 장이 끝나는 데까지 읽지 않으면
궁금해서 안 될 것 같아.
그런 또 뭔소리야, 지금 책을 왜 읽는 건데
오타케는 볼멘소리를 했지만,
금방 읽을께
하고 단단히 약속한 미노루는 다시 침대의자에 누워 책을 펼쳤다.


이렇듯 미노루는 여전하다.
한 소설을 다 읽으면 다른 소설을 또 읽으면서
일상을 보낸다.
쉰여덟 남자의 감정은 이렇게 조용~하게 독자에게 전해진다.
서두르며 바쁘 생활하는 생활보다는 이렇듯 잔잔하게
흘러가는 시간을 보여주는 느린 소설 [저물 듯 저물 지 않는]을
읽으면서 좀더 느긋해질 필요는 있는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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