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에서 휴지가 없다면 어떨까.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변기에 앉아 “망했다…”라는 말이 절로 나오고,
순간 눈물이 찔끔 날지도 모른다.
이 책은 바로 그런 일상적인 상황에서 출발한다.
이야기는 세우리네 가족이 휴가를 떠난 사이 비어 있던 집에서 시작된다.
가족이 돌아오는 날, 아파트는 다음 날 오후 1시까지 단수가 예정되어 있다.
아무도 없는 집에서 다양한 종류의 휴지들이 저마다 다른 방식으로 사용되고,
때로는 소중하게 여겨졌다가 어느 순간 아무렇지 않게 버려진다.
책을 읽으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편리함’이라는 이름 아래 얼마나 많은 것들을 쉽게 쓰고
버리고 있을까. 휴지 한 장, 물 한 컵, 물티슈 한 장까지도 말이다.
종이가 만들어지기까지의 과정과 자원의 가치를 알면서도,
일상 속에서는 그 소중함을 잊어버린 채 무심하게 소비하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보게 된다.
특히 물티슈가 환경오염의 주범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편리함 때문에
계속 사용하고 있는 우리의 모습이 떠올랐다.
머리로는 알고 있지만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는 환경에 대한 무감각함 말이다.
이 책은 화장실에서 휴지가 사용되기 전까지의 과정을
생동감 있고 리듬감 있는 이야기로 풀어낸다.
읽다 보면 마치 내가 변기에 앉아 있는 것처럼 엉덩이가 따끔따끔한
느낌마저 들 정도로 현실적이고 유쾌하다.
만약 어느 날 정말 휴지도, 물도 없는 하루를 살아야 한다면 어떨까.
우리는 그 불편함을 견딜 수 있을까.
아마 생각보다 훨씬 힘들지 모른다.
그래서 더더욱 지금 우리가 당연하게 사용하는 것들이
사실은 얼마나 귀한 것인지 깨닫게 된다.
일상 속에서 우리는 수많은 일회용품과 종이를 편리하게 사용하고
쉽게 버린다.
하지만 책을 덮으며 이런 생각이 스쳤다.
‘나 역시 누군가에게 그렇게 쉽게 쓰이고 잊히는 존재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그래서인지 물건을 아껴 쓰고 다시 활용하던 어르신들의
생활 습관이 참 지혜로웠다는 생각이 든다.
『집 나간 휴지를 찾습니다』는 단순히 휴지 이야기를 하는
책이 아니다.
우리가 무심코 소비하는 일상의 물건들, 그리고 그 속에 담긴
가치와 환경을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작은 깨달음의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