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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어 주는 기계 ㅣ 똑똑그림책 7
잉그리드 샤베르 지음, 라울 구리디 그림, 김보희 옮김 / 지구의아침 / 2026년 1월
평점 :
[협찬 : 출판사로부터 도서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어른을 위한 그림책인 듯
토론을 좋아하는 나에게
듣고 토론을 할것인가
읽고 토론을 할것인가
선택하라고 하면
당연히 읽는 것을 택할 것이다
그러나 나의 아이는 듣는 것을 선택할 것이다.
왜 일까? 여기서부터 시작될 듯 하다
‘책을 읽어 주는 기계’라는 설정은 처음엔 다소 과장된 미래 이야기처럼 보였지만, 책장을 넘길수록 이 이야기는 이미 우리의 현실 가까이에 와 있다는 느낌을 준다.
눈으로 읽는 책과
귀로 듣는 책.
요즘은 오디오북, 인공지능 음성, 자동 읽기 기능 등 ‘듣는 독서’가 너무나 자연스럽다.
하지만 구세대인 나에게 오디오는 여전히 낯설다.
소리로 듣는 이야기는 장면이 또렷이 떠오르지 않고, 감정에 깊이 빠져들기도 어렵다.
“나만 이런 걸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흥미로운 점은, 아이들은 다르다는 것이다.
아이들은 누군가 이야기를 들려주기만 해도 소리만으로 까르르 웃고, 상상하며 이야기를 즐긴다.
왜 우리는 나이가 들수록 듣는 이야기가 어려워질까?
이 책은 그 질문에 하나의 힌트를 준다.
우리는 이미 ‘편안함에 익숙해진 세대’가 되었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치는 ‘빨간색’이다.
강렬한 빨강은 단순한 색이 아니라,
위급함, 불안함, 경고의 감정으로 독자에게 다가온다.
빨간 기계, 빨간 글자 소리 표현(콰앙, 끼익),
심지어 안경과 다리까지 빨갛게 표현된 장면은
사람들의 마음이 얼마나 기계와 소리에 지배되고 있는지를 시각적으로 보여준다.
책을 사랑하던 ‘부캥빌’의 도시는
이제 읽지 않고 ‘듣기만 하는’ 마을이 되었다.
도서관은 구닥다리 취급을 받고,
사람들은 빨간 기계에 책을 넣기만 하면 된다.
생각하지 않아도 되고,
상상하지 않아도 되며,
그저 편하게 듣기만 하면 되는 세상이다.
그러나 기계가 멈추는 순간,
사람들은 울기 시작한다.
편안함에 의존하던 일상이 무너졌기 때문이다.
이때 등장하는 할머니의 선택이 이 책의 핵심 메시지를 만든다.
할머니에게 책을 읽어 달라고 요청하지만,
할머니의 선택은 달랐다
만약 내가 그 할머니였다면,
과연 그런 용기를 가질 수 있었을까?
이 장면은 우리에게 묻는다.
“편안함을 포기할 용기가 있는가?”
“기계가 대신해 주던 생각을 다시 내 손으로 되찾을 수 있는가?”
이 책은 기술을 부정하지 않는다.
편안함에 익숙해진 우리는,
무언가를 얻는 대신
조용히 무언가를 잃고 있다는 사실을 자주 잊는다.
이 그림책을 덮으며,
“나만 그런 게 아니었구나”라는 위안을 얻었다.
책을 읽는다는 행위가
단순한 정보 습득이 아니라,
복잡하고 다양한 세계를 스스로 만들어 가는 힘이라는 사실을 다시 배우게 된다.
이 책은 아이에게는
‘읽기의 즐거움’을,
어른에게는
‘편안함에 길들여진 나’를 돌아보게 만드는 그림책이다.
기계가 대신 읽어 주는 세상 속에서,
우리는 여전히 스스로 읽을 용기를 갖고 있는지
조용히 묻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