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칸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1
헨리 제임스 지음, 최경도 옮김 / 민음사 / 199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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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집요한 역경이 극에 이르렀을 때 뉴만에게는 세상사에 초자연적 요소가 있다는 인식이 가장 선명하게 떠올랐다. 말하자면, 인생에는 그의 의지보다 더욱 강력한 힘이 존재하는 듯이 보였다. 그러나 이 불가사의한 힘은 악마일 수밖에 없었고, 그는 이 뻔뻔스러운 힘에 대해 극도의 적개심을 품었다. - P32

그에게 으뜸 가는 확신은 남자의 삶이란 손쉬워야 하며, 자신에게 주어진 특권을 당연시해야 된다는 것이다. 그의 느낌으로 세상이란 어슬렁거리다 마음에 드는 물건을 구입할 수 있는 거대한 시장에 불과했다. 실상 뉴만은 타의에 의한 강제 구입을 인정하지 않았듯이, 개인적으로 어떤 사회적 압력도 의식하지 않았다. 그는 불유쾌한 생각을 혐오했을 뿐만 아니라, 그것에 대해 일종의 도덕적 불신감마저 가졌다. 어떤 사람이든 정해진 기준에 맞추어야 한다는 생각은 불편할 뿐만 아니라, 약간은 경멸스럽기조차 했던 것이다. - P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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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턴 사람들
헨리 제임스 지음, 김윤하 옮김 / 은행나무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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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합니다. 데이지 밀러, 워싱터 스퀘어, 여인의 초상, 그리고 지금 읽고 있는 아메리칸에 이어, 보스턴 사람들은 저에게는 헨리 제임스의 다섯번째 책이 되겠네요. 출간을 손꼽아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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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덴브로크 가의 사람들 2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57
토마스 만 지음, 홍성광 옮김 / 민음사 / 200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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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행운을 잡았어. 여기에서 집이 솟아올랐지. 하지만 ‘시의원과 집은 피상적인 것일 뿐이야. 그리고 난 네가 여태껏 생각지 못한 무언가를 알고 있어. 삶과 역사에서 알게 된 거지. 종종 행복이며 번성이라는 피상적이고, 가시적이고, 구체적인 징조와 상징은 사실 만사가 이미 하강 국면에 들어설 때 비로소 나타난다는 것을 난 알고 있어. 이러한 외적인 징조가 내부에 도달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한 거야.
저 하늘의 별이 가장 밝게 빛날 때는 그게 벌써 꺼지기 시작하는 것인지 아니면 이미 꺼진 것인지 알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야." - P56

페르마네더 부인은 앞으로 어떤 일이 있어도 다시는 옛집에 가보지 않겠다고 오빠한테 거듭 맹세했다. 하지만 그러한 - P297

약속을 지키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녀의 발걸음은 어쩔 수 없이 아주 싸게 나온 가게나 뒤채의 진열창을 지나치거나 이제는 "주님이 보살펴 주시리라!"라는 팻말 아래 헤르만 하겐슈트룀 영사라는 이름이 붙어 있는 박공지붕의 위풍당당한 다른쪽 전면을 지나치기도 했다. 하지만 그런 다음 페르마네더부덴브로크는 큰길에서 뭇사람들이 보는 가운데 큰 소리로 울기 시작했다. 그녀는 노래하는 새처럼 머리를 뒤로 젖힌 채 눈에 손수건을 대고는 항의와 하소연이 뒤섞인 심정을 토로했다. 그러고는 행인들이 보든 말든 딸의 주의에도 아랑곳없이눈물을 펑펑 쏟았다.
그녀는 어릴 때처럼 아무 부끄럼 없이 목 놓아 울었다. 그녀는 인생의 온갖 험한 간난신고를 겪은 몸이었지만 아직도 그런 면모를 간직하고 있었다. - P2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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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덴브로크 가의 사람들 2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57
토마스 만 지음, 홍성광 옮김 / 민음사 / 200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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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언제까지나 죽은 사람한테만 관심이 쏠린 것은 아니었다. 늙은 시의원이 사망했다는 소문이 나자 즉시 커다란 문제가 대두되었다. 그가 땅에 묻힌 뒤 모든 사람들의 관심은 오로지 누가 후임자가 될지에 집중되었다.
얼마나 흥미진진한 일이며 물밑에서 얼마나 많은 지하 공작이 있었던가? 중세의 관광 명소와 도시의 우아한 분위기를 맛보려고 온 외지인은 그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 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데서 얼마나 많은 공작과 선동이 있었던가!
건전하고 존중받을 만한 견해들과 추호도 의심의 여지가 없 - P26

는 견해들이 불쑥 튀어나와 떠들썩한 가운데 납득되고 서로 검증되어 서서히 양해가 이루어진다. 욕심들이 마구 요동친다. 명예심과 허영심이 은밀히 마구 날뛴다. 터무니없는 희망에 들떠 마구 날뛰다가 환멸을 맛보게 된다. 선거할 때마다 서너 표를 얻는 빵집 골목의 늙은 상인 쿠르츠는 이번에도 집에 앉아 애를 태우며 자기 이름이 불리길 학수고대할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도 그는 선출되지 않을 것이다. 그는 우직하고 자족하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지팡이를 짚고 거리를 다닐 것이다. 그는 시의원이 되지 못한 원한을 무덤 속에까지 안고 갈것이다. - P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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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가 어째? 시끌벅적하게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지 않으면 치욕이나 추문이 없다고 생각하는 거야? 천만에! 남몰래 사람을 갉아먹고 자존심에 상처를 입히는 비밀스러운 추문이 훨씬 더 나쁘단 말이야! 이곳 사람들이 흔히 말하듯이 남들한테 ‘극상‘으로 보이고 싶은 우리 부덴브로크가 사람들이니까 남들이 안 보는 집 안에서는 굴욕을 꾹 참고 지내자는 거야? - P528

토마스! 난 옳다고 생각한 일을 했다는 걸 알고 있어. 그러나 내가 율헨 묄렌도르프나 피피 부덴브로크가 두려워서 모욕을 감수하고 막돼먹은 술 취한 사투리를 듣는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야. 그들이 두려워 어떤 남자한테서 그런 말을 들어 가며, 천국의 사닥다리에서 그런 장면을 보며 그 도시에서 견딘다는 것은 무의미한 일이야.
나의 출신이며 교양이며 내 가슴속에 있는 모든 것을 부인하면서까지 거짓으로 내가 행복하며 만족하다고 꾸미는 것이야말로 무가치한 것이야. 난 바로 그런 것을 추문이라고 부르고싶어!" - P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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