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년보다 긴 하루 Mr. Know 세계문학 14
칭기즈 아이트마토프 지음, 황보석 옮김 / 열린책들 / 2006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나는 늘 애들을 위해서 내가 뭘 해줄 수 있을지를 생각합니다. 분명히 난 그 애들을 먹이고 입히고 가르치지요. 내가 해줄 수 있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다 하면서 말입니다. 하지만 나는 너무 많은 일들을 겪었습니다. 다른 사람들이라면 백년 동안에도 겪지 못할 그런 일들을요. 그런데도 난 아직 살아 있고 건강합니다. 이건 틀림없이 운명이 내게 어떤 목적을 가지고 그런 경험을 시킨 겁니다. 그래서 어쩌면 나는 다른 사람들에게, 우선 먼저 내 아이들에게, 그 일들을 얘기해 줄수 있겠지요. 물론 누구에게나 다 해당되는 일반적인 진실이 있긴 하지만 사람은 각자 이런저런 일들을 자기 나름대로 이해하기 마련인데 그런 이해는 당사자의 죽음과 함께 사라져 버립니다. 만일 어떤 사람이 전 세계적인 분쟁의 와중에서 삶과 죽음 사이를 넘나들었고 까딱하면 죽을 뻔했던 일들을 수도 없이 겪었지만 아직까지도 살아 있다고 칩시다. 그 사람은 아마도 많은 걸 알게 되었을 겁니다. 선과 악에 대해서, 그리고 진실과 거짓에 대해서도……..」 - P177

「옛날엔 사람들이 죽을 때 자녀들에게 물건들을 남겨 주었죠.
그게 좋은 건지 나쁜 건지는 모르지만 언제나 유산이라는 게 있었어요. 그 시절에 대해서 얼마나 많은 책이 쓰였고 극장에서 얼마나 많은연극들이 상연됐습니까? - 그들이 어떻게 이권을 분할했고 유산을받은 사람들에게는 또 어떤 일이 있었습니까? 그런데 어째서 그런 일이 생겼던 걸까요? 그건 이 유산이라는 게 대개는 다른 사람들의 고통과 노력 또는 사기의 결과로 얻은 것들이고 그래서 불행과 죄악과 불의를 가져다주었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나는, 우리는 다행히도 그렇지 않다는 걸 위안으로 삼고 있습니다. 내 유산은 누구에게도 아무런 해를 끼치지 않을 겁니다. 내 유산은 내 영혼과 내가 쓴 글이고 그속에는 내가 전쟁으로부터 이해하고 배운 모든 것들이 담겨 있지요.
내겐 아이들에게 남겨 줄 그보다 더 큰 재산이 없어요. 여기 이 사로제끄 사막에서 나는 삶이 나를 여기로 인도해 왔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내가 사람들에게서 잊히고 사라진 다음에 아이들을 위해 내가 생각하고 일해 왔던 모든 것들을 다 적어 놓을 수 있도록 말이죠. 그렇게 해서 나는 내 아이들의 마음속에 살아남을 겁니다. - P178

낮은 목소리로 장례식의 기도문, 이 세상이 끝날 때까지 내내 쓰이게 될 기도문들을 암송하면서 예지게이는 태곳적부터 인간의 피할 수 없는 운명을 서술한 말들을 되뇌었다. 그 말들은 몇 살까지 살았건 모든 사람들에게 똑같은 의미를 지녔고 아직 태어나지 않은 사람들에게도 똑같이 적용될 것이었다. 선지자들의 손으로 만들어져 전해 내려온 삶의 모든 규범을 포용하는 그 기도문을 외면서 부란니 예지게이는 또한 그의 마음속 깊은 곳으로부터 우러난 그 자신의 생각과 개인적인 경험으로 젊은 사람들을 깨우쳐 주고 싶었다. 인간은 아무 의미 없이 이 세상에 왔다 가지는 않을 것이다. - P376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멋진 신세계
올더스 헉슬리 지음, 안정효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5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멋진 신세계
그리고 셰익스피어

하지만 그것이 무엇일까요? 내가 해야 할 더 중요한 말은 무엇일까요. 그리고 우리들은 글로 써야 할 그런 대상들에 관해서 어떻게 정열적으로 행동할 수가 있을까요? 어휘들이란 X선이나 마찬가지여서 제대로 사용하기만 한다면, 그것은 무엇이라도 뚫고 들어갑니다. 글을 읽는 사람이 거기에 찔리는 셈이죠. 무엇인가를 뚫고 들어가는 글을 어떻게 쓰느냐, 바로 그것을 난 학생들에게 가르치고 싶어요. 하지만 공동체 노래나 최근에 이루어진 후각 기관의 발달에 관한 글에 찔려 봤자 그게 도대체 무슨 대수냐구요? 그뿐 아니라, 그런 종류의 글을 쓰는 경우에, 아시잖아요, 아주 강한 X선처럼 어떻게 어휘들이 마음을 꿰뚫고 들어가게 만들수 있을까요? 시시한 내용을 가지고 어떻게 대단한 웅변을 할 수가 있나요? 결국은 그것이 문제입니다. (123~124Page)

"하지만 난 안락함을 원하지 않습니다. 나는 신을 원하고, 시를 원하고, 참된 위험을 원하고, 자유를 원하고, 그리고 선을 원합니다. 나는 죄악을 원합니다."
"사실상 당신은 불행해질 권리를 요구하는 셈이군요." 무스타파
몬드가 말했다. "그렇다면 좋습니다." 야만인이 도전적으로 말했다. "나는 불행해질 권리를 주장하겠어요."(362~363Pag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세로토닌
미셸 우엘벡 지음, 장소미 옮김 / 문학동네 / 2020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세로토닌

노동은 결코 돈으로 보상된 적이 없었다. 그 둘은 엄밀히 말해 아무 상관이 없었다. 어떤 인간사회도 노동에 대한 보상을 토대로 건설된 적이 없었다. 심지어 미래의 공산사회도 그 원칙에 기반을 두는 것 같지는 않았다. 마르크스는 부의 분배원칙을 다음의 공허한 말로 요약했다. "각자의 필요에 따라." 혹여 우리가 그의 말을 실행에 옮기는 불행이 일어났다면 끊임없는 억지와 궤변의 원천이 되었을 것이나, 다행스럽게도 나머지 국가들은 말할 것도 없고 공산국가에서도 그런 일은 결코 일어나지 않았다. 돈이 돈을 부르고, 돈에 권력도 따른다. 그것이 사회조직의 최종 결론이었다. - P158

학창시절은 인생에서 유일하게 행복한 시절이다. 미래가 활짝 열려 있고, 모든 것이 가능해 보이는 유일한 시절, 이후로 펼쳐지는 성인의 삶, 직업인의 삶은 느리고 점진적인 정체와 다름없으며, 바로 그런 이유로 젊은 날의 우정, 학창시절에 맺었던 유일하게 진실한 우정은 성인의 삶의 문턱에서 살아남지 못하는것이리라. 우리는 우리의 좌절된 꿈의 산증인들, 명명백백한 추락의 산증인들과 대면하지 않기 위해 젊은 날의 친구들과의 재회를 피하는 것이다. - P173

살아야 할 이유처럼 욕망도(그런데 이 두 가지는 같은 것일까? 나로서는 의견이 아직 정립되지 않은 어려운주제였다) 말라버린 채, 나는 수용할 수 있는 만큼의 절망감을 유지하고 있었다. 우리는 절망한 상태로 살아갈 수 있고, 심지어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게 살고 있으며, 이따금 한순간 희망의 바람에 실려가볼 수도 있지 않을까 자문하기도 한다. 그러니까 그런 질문을 던지고는 이내 부정으로 대답하고, 그럼에도 끈질기게 버티는 것이다. 실로 뭉클한 광경이다. - P276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루이 랑베르 (양장)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38
오노레 드 발자크 지음, 송기정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200페이지가 채 안되는 책을 읽는데 일주일 남짓 걸린 것 같다. 몇번이나 계속 읽기를 멈추고 다시 읽기를 반복한 탓이다. 주인공 루이 랑베르가 심취해있던 신비주의, 형이상학의 세계는 가까이 하기 너무 멀었다. 사유니 관념이니 하는 추상적 세계도 이해하기 버거웠다. 다음에, 아주 이 다음에 다시 읽으면 좀 쉽게 읽히면서 재미도 있으려나 질문해보지만, 다시 시도해 볼 계획이 현재로서는 없다. 이 책 말고도 읽고픈 책은 수두룩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는 “그 어떤 사람보다도 좋은 벗이자 좋은 사장님이자 좋은 사람이 되었다”. 같은 문장을 반복해 읽어본다. 기분 좋아진다.

그는 (•••) 그 어떤 사람보다도 좋은 벗이자 좋은 사장님이자 좋은 사람이 되었다.
어떤 이들은 그가 그렇게 변한 걸 두고 비웃기도 했으나, 그는 별로 개의치 않았다. 그는 이 지구상에서 무엇이든지 좋은일이 벌어지면 처음에는 누군가 늘 그걸 실컷 비웃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현명하게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자들은 어차피 눈이 먼 사람들이기에 이들이 비웃는 눈웃음 때문에 눈을 찡그리는 쪽이 질병 때문에 좀더 보기 흉한모습보다는 낫다고 생각했다. 그는 가슴속으로 껄껄 웃어넘겼고,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 P306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