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늘 애들을 위해서 내가 뭘 해줄 수 있을지를 생각합니다. 분명히 난 그 애들을 먹이고 입히고 가르치지요. 내가 해줄 수 있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다 하면서 말입니다. 하지만 나는 너무 많은 일들을 겪었습니다. 다른 사람들이라면 백년 동안에도 겪지 못할 그런 일들을요. 그런데도 난 아직 살아 있고 건강합니다. 이건 틀림없이 운명이 내게 어떤 목적을 가지고 그런 경험을 시킨 겁니다. 그래서 어쩌면 나는 다른 사람들에게, 우선 먼저 내 아이들에게, 그 일들을 얘기해 줄수 있겠지요. 물론 누구에게나 다 해당되는 일반적인 진실이 있긴 하지만 사람은 각자 이런저런 일들을 자기 나름대로 이해하기 마련인데 그런 이해는 당사자의 죽음과 함께 사라져 버립니다. 만일 어떤 사람이 전 세계적인 분쟁의 와중에서 삶과 죽음 사이를 넘나들었고 까딱하면 죽을 뻔했던 일들을 수도 없이 겪었지만 아직까지도 살아 있다고 칩시다. 그 사람은 아마도 많은 걸 알게 되었을 겁니다. 선과 악에 대해서, 그리고 진실과 거짓에 대해서도……..」 - P177
「옛날엔 사람들이 죽을 때 자녀들에게 물건들을 남겨 주었죠.
그게 좋은 건지 나쁜 건지는 모르지만 언제나 유산이라는 게 있었어요. 그 시절에 대해서 얼마나 많은 책이 쓰였고 극장에서 얼마나 많은연극들이 상연됐습니까? - 그들이 어떻게 이권을 분할했고 유산을받은 사람들에게는 또 어떤 일이 있었습니까? 그런데 어째서 그런 일이 생겼던 걸까요? 그건 이 유산이라는 게 대개는 다른 사람들의 고통과 노력 또는 사기의 결과로 얻은 것들이고 그래서 불행과 죄악과 불의를 가져다주었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나는, 우리는 다행히도 그렇지 않다는 걸 위안으로 삼고 있습니다. 내 유산은 누구에게도 아무런 해를 끼치지 않을 겁니다. 내 유산은 내 영혼과 내가 쓴 글이고 그속에는 내가 전쟁으로부터 이해하고 배운 모든 것들이 담겨 있지요.
내겐 아이들에게 남겨 줄 그보다 더 큰 재산이 없어요. 여기 이 사로제끄 사막에서 나는 삶이 나를 여기로 인도해 왔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내가 사람들에게서 잊히고 사라진 다음에 아이들을 위해 내가 생각하고 일해 왔던 모든 것들을 다 적어 놓을 수 있도록 말이죠. 그렇게 해서 나는 내 아이들의 마음속에 살아남을 겁니다. - P178
낮은 목소리로 장례식의 기도문, 이 세상이 끝날 때까지 내내 쓰이게 될 기도문들을 암송하면서 예지게이는 태곳적부터 인간의 피할 수 없는 운명을 서술한 말들을 되뇌었다. 그 말들은 몇 살까지 살았건 모든 사람들에게 똑같은 의미를 지녔고 아직 태어나지 않은 사람들에게도 똑같이 적용될 것이었다. 선지자들의 손으로 만들어져 전해 내려온 삶의 모든 규범을 포용하는 그 기도문을 외면서 부란니 예지게이는 또한 그의 마음속 깊은 곳으로부터 우러난 그 자신의 생각과 개인적인 경험으로 젊은 사람들을 깨우쳐 주고 싶었다. 인간은 아무 의미 없이 이 세상에 왔다 가지는 않을 것이다. - P3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