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은 결코 돈으로 보상된 적이 없었다. 그 둘은 엄밀히 말해 아무 상관이 없었다. 어떤 인간사회도 노동에 대한 보상을 토대로 건설된 적이 없었다. 심지어 미래의 공산사회도 그 원칙에 기반을 두는 것 같지는 않았다. 마르크스는 부의 분배원칙을 다음의 공허한 말로 요약했다. "각자의 필요에 따라." 혹여 우리가 그의 말을 실행에 옮기는 불행이 일어났다면 끊임없는 억지와 궤변의 원천이 되었을 것이나, 다행스럽게도 나머지 국가들은 말할 것도 없고 공산국가에서도 그런 일은 결코 일어나지 않았다. 돈이 돈을 부르고, 돈에 권력도 따른다. 그것이 사회조직의 최종 결론이었다. - P158
학창시절은 인생에서 유일하게 행복한 시절이다. 미래가 활짝 열려 있고, 모든 것이 가능해 보이는 유일한 시절, 이후로 펼쳐지는 성인의 삶, 직업인의 삶은 느리고 점진적인 정체와 다름없으며, 바로 그런 이유로 젊은 날의 우정, 학창시절에 맺었던 유일하게 진실한 우정은 성인의 삶의 문턱에서 살아남지 못하는것이리라. 우리는 우리의 좌절된 꿈의 산증인들, 명명백백한 추락의 산증인들과 대면하지 않기 위해 젊은 날의 친구들과의 재회를 피하는 것이다. - P173
살아야 할 이유처럼 욕망도(그런데 이 두 가지는 같은 것일까? 나로서는 의견이 아직 정립되지 않은 어려운주제였다) 말라버린 채, 나는 수용할 수 있는 만큼의 절망감을 유지하고 있었다. 우리는 절망한 상태로 살아갈 수 있고, 심지어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게 살고 있으며, 이따금 한순간 희망의 바람에 실려가볼 수도 있지 않을까 자문하기도 한다. 그러니까 그런 질문을 던지고는 이내 부정으로 대답하고, 그럼에도 끈질기게 버티는 것이다. 실로 뭉클한 광경이다. - P2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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