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신도 두려워하지 않는 반백의 노인, 증오심에 가득 차서 욥의 고래를 찾아 세상을 돌아다니는 노인이 있었고, 그의 선원들은 주로 더러운 배신자나 세상에서 버림받은 자, 그리고 식인종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계다가 스타벅은 미덕과 상식을 가졌으나 동조자가 없어서 별 영향력이 없었고, 스터브는 태평한 성품이어서 매사에 무관심했으며, 플래스크는 모든 면에서 평범한 위인이어서, 이들 중에는 정신적인 지주가 될 만한 인물이 없었다. 그런 항해사들의 지휘를 받는 선원들은 처음부터 에이해브의 편집광적 복수를 돕게 하려는 목적에서 어떤 악마적 운명에 의해 특별 - P282
히 차출된 일당인 것 같았다. 그들은 도대체 어떻게 해서 노인의 분노에 그토록 열광적으로 응했던 것일까. 그들의 영혼은 도대체 어떤 사악한 마력에 사로잡혔기에 때로는 노인의 증오를 자신의 증오로 여기게 되었을까. 어떻게 흰 고래를 노인의 원수일 뿐 아니라 자신에게도 참을 수 없는 불구대천의 원수로 여기게 되었을까. 도대체 이 모든 게 어떻게 일어났던것일까. 흰 고래는 도대체 그들에게 어떤 존재였는가. 그들의 무의식적인 인식 속에서 흰 고래는 인생의 바다를 헤엄치는 거대한 악마처럼 보였을지도 모른다. 그들은 흰 고래를 막연히 그렇게 생각하고 거기에 대해 전혀 의문을 품지 않았을 것이다. 이 모든 것을 설명하려면 이슈메일이 내려갈 수 있는 깊이보다 훨씬 깊은 곳까지 잠수해야 할 것이다. 우리들 모두의 마음속에서 광부가 일하고 있다면, 쉴 새 없이 달라지는 광부의 희미한 곡괭이 소리를 듣고는 그가 어느 쪽으로 무엇을 향해가고 있는지 알수 없다. 누구든 거역할 수 없는 힘에 이끌려가고 있다는 것을 느끼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 74문의 대포를 장착한 군함이 끌어당기는데 조각배 신세로 어떻게 저항할 수 있겠는가? 나는 그 시간과 장소를 탐닉하는 데 전념했지만, 그 고래를 만나려고 돌진하는 동안은 그 짐승 속에서 지독한 악밖에는 볼 수 없었다. - P2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