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방인 (양장) - 개정판 새움 세계문학
알베르 카뮈 지음, 이정서 옮김 / 새움 / 2020년 1월
평점 :
절판


결코 남의 번역의 호불호를 말하려는 게 아니다.


나는 독자들과 함께 세계인의 문화적 유산을 제대로 읽고 싶은 것이다. 왜 세계적인 고전들이 우리에겐 따분하거나 혹은 난해하거나, 혹은 유치하게 보이는 것일까? 그것이 정말 문화적, 시대적 차이 때문일까?

내 고민은 거기서 시작되었던 것이다. 그런데, 뭔가 이상하다 싶어서 힘들게 직역을 하고, 비교해보면 어김없이 잘못되어 있다. 정말 중요하달 수 있는 섬세한 부분들이 번역과정 중에 틀어져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많은 역자들이 이런 식의 번역을 하고 있는 것일까? 실력이 부족해서? 게을러서? 당연히 그런 문제가 아닐 테다.

이건 번역에 대한 기본적인 인식의 문제에서 기인하는 것 같다.

우리는 번역을 절대로 직역만으로는 안 되며, 의역이 불가피하다고 여긴다. 전문가들일수록 더 그렇다. 실제 번역을 해보면 직역과 의역의 문제는 무시로 맞닥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실상 모든 번역가는 직역을 한다. 작가가 쓴 문장 그대로의 의미를 정확히 옮기려 애쓰는 것이다. 그런데 어느 순간 직역이 쉽지 않은 문장을 만나게 된다. 복잡한 문장으로 인해 우리말로 직접 옮기기 힘드니, 아마 이런 뜻일 거야’, ‘이런 말을 하고자 했을 거야지레 짐작하고 원래 문장의 문법을 거스르며 새로운 문장을 만드는 것이다. , 의역하는 것이다.

 

별것 아닌 듯해도, 그러한 것들이 하나 둘 모여 미묘한 부분에서, 캐릭터가 바뀌고, 이야기가 달라지기 시작하는 것인데, (유명한 고전일수록)처음 틀리게 번역된 이미지로 인해 그게 잘못되었다는 것을 잘 알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누군가에게 (직역이) 어려우면, 그건 다른 이에게도 매한가지이다, 그러다보니, 그 잘못된 것이 바로 잡히지 않은 채, 역자마다 약간씩의 차이를 보이며 계속해서 의역인 채로 (잘못된 채로) 남게 되기 때문이다.

 

실상 그런지 아닌지를 확인하는 일도 그닥 어려운 일이 아니다. 번역자 자신이 다시 한 번 냉정하게 원문과 자신의 번역문을 비교해보면 그것이 의역이엇음을 금방 알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정말 직역이 되지 않는 문장이 있을까? 그런 것은 실상 없다고 봐야 한다. 단순한, 그래서 어려운(?) 언어인, 영어와 우리말은 정말 많이 다르기 때문이다(물론 나는 지금 영어와 불어로 한정해 이야기하고 있다).

 

영어로는 직역만으로 절대 바른 번역이 될 수 없다. 아니 바르다’ ‘그르다의 문제가 아니라 원래 작가가 쓴 문장 그대로를 옮기는 게 불가능한 것이다. 실제로 영어권 학자, 번역가들이 번역은 직역과 의역의 조화가 불가피하다고 말하는 것은 그래서이다. 영어가 가진 한계 때문에 어쩔 수 없는 것인데, 우리 전문가들 역시 똑같은 말을 하는 것이다. 우리말은 영어와 완전히 다름에도 말이다. 원래부터 비문이 아닌 이상, 우리말로 직역 되지 않는 문장은 없다. 비문법적으로 번역해야할 문장은 없다는 것이다.

 

정리하면,

 

역자들은 의역을 하는 그 순간, 자신의 번역이 틀렸을 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불가피하다고 여기고 의역하고 넘어가는 것이다. 그런데 바로 그런 불가피성을 느끼는 문장이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작품은 원래의 의미에서 멀어질 수밖에 없게 되는 것이다.

 

내가 본 <이방인>이 그랬고, <페스트> <어린왕자> 가 그러했고, <위대한 개츠비> <노인과 바다> <킬리만자로의 눈>이 그랬다. 지금 보는 <1984>가 그렇다.

 

나는 이 문제가 정말 한 개인의 문제로 남지 않길 바라고 또 바란다.

 

이것이 나 혼자만의 주장이나 능력으로 될 일이 아니라는 것을 매일 절감한다.

 

(여전히 인터넷 서점의 내 번역서 밑에 별 하나를 달며 조롱하고, 이야기의 본질을 흐리는 이들이 있다. 그들은 내 번역의 무엇이 어떻게 틀렸다고는 한마디도 하지 않는다. 그냥 사기 번역이라는 것이다. 누구를 위해서, 무엇을 위해서 그러는 것일까? 뭐하는 사람일까, 정말 순수한 독자일까? 싶어서 들어가 보면 역시 정체를 알 수가 없다. 오직 내 번역서를 조롱하기 위해 만들어진 얼굴 없는 새 계정인 것이다. 물론 과정 중에 내 서투름도 많았고, 여전히 많을 테다. 완벽한 번역은 있을 수 없는 것이니 말이다. 따라서 나만 맞다?’ 그런 말을 하려는 게 절대 아니다. 최대한 오류를 줄여보자는 것이다).

 

마음을 열고 역자 분들이 다시 한 번 우리의 고전 번역을 들여다보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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