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의 정석
이정서 지음 / 새움 / 2018년 7월
평점 :
절판


‘현종’에게

‘번역의 정석’이 #알라딘 서점에서 판매를 떠나, 조롱을 받고 있다는 소식에 들러보니, 아니나 다를까 아주 익숙한 아이디 하나가 눈에 띈다. ‘#현종’.

초기에 <이방인>이 출간되었을 때, 출판사 블로그에 상주하다시피 하며 악플을 달아대던 몇몇이 있었다. 그 수준에 미루어볼 때 적어도 정통으로 불문학을 공부한 사람들 같았는데, 그 가운데 한 사람이다. 출판사 관계자인지, 대학 교수인지 그건 알길이 없다. 이분에 대해 내가 기억하는 것은 그때, 이분은 내용 속에 등장하는 ‘아랍인’과 ‘무어인’ 개념을 동일시 하면서(아랍인 사내와 무어여자가 친남매라는 주장), 카뮈가 그렇게 달리 쓴 것은 동어반복을 피하기 위해서였다고 제법 그럴 듯한(?) 주장을 줄기차게 해댔기 때문이다. 결국 그는 그 증거라며 카뮈의 창작노트 내용까지 증거로 제시했다가 그조차 오역에 오인한 것으로 밝혀져 망신을 당하고 한동안 모습을 보이지 않았었다. 그리고 이제 3년이 지나 갑자기 나타나, 이방인 밑에는 못 달겠던지 <번역의 정석>밑에 나를 비난하는 아주 긴 장문의 글을 달아두었다. 거의 박사 논문 수준이다. 물론 그때 당시의 자기 주장은 싹 빼고, 역시 당시에 온갖 잡다한 자료들을 끌어다 잘난 척하던 “indifference”라는 자(그들 세계에선 거의 레전드인 듯, 모두 그의 블로그 글을 인용한다. 어디 교수쯤으로 추측된다)의 글을 가져다 다시 그럴듯하게 논리를 펼치고 있다.

일단 3년 전 <이방인> 사태 당시 오고 간 그 숱한 논쟁들을 여기에 다시 옮길 수는 없다. 너무나 길고 많기 때문이다. 중요한 건 지금 이자가 펼치고 있는 저 주장들은 이미 그때 다 깨어졌던 것들이다. 별수없이 당시 글 하나를 링크 할 수밖에 없다(다시 김모 교수님, 존함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게 됨을 진심으로 죄송스럽게 생각합니다. 이분들이 나서지 않는다면 내가 먼저 그 일로 교수님을 호출하는 일은 절대 없을 것입니다).
,http://saeumbook.tistory.com/451?category=471278)

이분이 주장하는 것 가운데 대표적인 것 한 가지만 확인해 두고 가기로 한다. (자신의 글을 카피해갈 수 없게 해두어 불가피하게 내 의견만 달아둔다).

뫼르소의 ‘정당방위론’은 이분 말대로 결코 나 혼자의 ‘괴이한’ 주장이 아니다. 오히려 외국에선 기본적인 사항인 것이다.

그럼에도 논쟁 당시, ‘현종’을 비롯한 저이들은 역으로 뫼르소의 행위는 ‘정당방위가 될 수 없다’는 증거라며 ‘프랑스 형법학자가 정당방위가 아니라는 논지의 글을 쓴 게 있다’고 원문의 일부를 인용하며 설명했다.

그에 대해 한 블로거가 저들의 말을 확인해보고는 이런 댓글을 달았다. (당시 그분의 말을 그대로 카피해둔다.)

-
“일단 프랑스 형법학자가 아니라 미국 로스쿨 교수입니다.

본인의 주장을 위해 논문의 일반적 정의까지 바꾸진 맙시다. 논문은 어떤 문제에 대해 학술적 의견을 개진하는 글이지 “대개 일반적으로 인정하는 어떤 사실에 대해 다른 의견을 주장하고 그 증거와 논리를 펼치는 거"” 아닙니다. 물론 그런 논문들도 있습니다만 그게 논문의 일반적 정의는 아니라는 겁니다. 그리고 그런 논문들은 서론이든 어디든 자기 글이 기존 연구들을 비판적으로 검토한다는 점을 명시해줍니다(그게 바로 연구 성과니까요). 제가 링크를 건 저 논문에는 기존의 정당방위 주장을 비판한다는 등의 말이 전혀 없습니다(너무나 당연한 걸 비판하고 말고 할 것도 없는 것이지요).

....

2. indifference 님. 왜 거짓말을 하십니까? 시카고대학 로스쿨 교수의 페이퍼까지 봤으면

전 세계적으로 뫼르소의 살인이 정당방위로 이해되고 폭넓게 논의되고 있다는 사실도 분명히 아셨을 텐데

왜 그게 아니라고 하셨습니까? 구글 들어가서 ‘Meursault, self-defense’ 쳐보세요. 너무 많아 셀 수가 없네요.

심지어 님이 제시하신 조너선 머서마저도 기본적으로 ‘자기 방어(self defense)’ 관점에서 논의하고 있지 않습니까?

그의 논문을 제대로 읽기나 하셨습니까? 그는 분명 전지적 관점에 선 독자와 달리 판사와 배심원들은 뫼르소가 살인 이전에 처한 상황에 대해 전혀 모르기 때문에 유죄 판결을 내렸지만, 독자들은 그게 정당하지 않을 거라 생각하지 않습니까?

영리하게도 그는 문학작품의 특수성과 일반적인 법리까지도 구분하고 있죠. (우리가 다루는 게 ‘문학작품’임은 잊지 않으셨죠?)
이 정도면 정당방위가 “세계적으로 독창적인 견해”라는 님의 빈정거리심이 얼마나 엉터리이셨는지 아시겠죠?

....

다시 말씀드리지만, 이건 내가 한 말이 아니다. 이분 역시 그때 이후, 저 현종이나, indifference처럼 사라져 버려 무엇을 하는, 어떤 분인지 알 수는 없다. 이분 역시 어느 대학의 교수쯤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저들처럼 대놓고 나설 수는 없었을 것이다. 왜? 이분 역시 내부 고발의 성격이 짙은 글들이었으니...

현종님께 정중히 부탁드린다. 이제 그 정도 하셨으면 되지 않았을까?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는 없는 것이다. 순수한 독자 리뷰들을 보시라. 이제 새로운 <이방인>을 읽고 진정으로 카뮈와 뫼르스를 이해하게 되었다는 독자들이 하루가 다르게 늘고 있다.
당신들 말에 속은 독자 가운데 누구는 나보고 <이방인> 번역을 잘한 게 아니라, 내가 임의로 창작을 해서 쉽게 읽히게 만들었다는 주장까지 펼친다. 그럼 내가 카뮈보다 소설을 더 잘 썼다는 이야기가 되는 것인데, 너무 기가 막힌 주장 아닌가? 당신들은 <이방인>이 난해한 소설이라는 자신들의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그런 비상식적인 주장조차 부끄러운지 모르고 펼치고 있는 셈이다.

그때도 그렇지만 지금도, 당신들은 불어에 대한 기득권이라도 가진 양, 학자연하면서 말도 안 되는 자료들을 끌어와(여기서도 장정일씨의 발언까지 인용하는데, 그것이 얼마나 엉터리인지도 이전에 몇 번이나 밝힌 바 있다. 자꾸 나를 한소리 또하고, 또하게 만드는, 지루한 사람, 나쁜 사람으로 만들지 마시라) 순수한 독자들을 바보로 만들려고 하고 있다. 그렇게 해서 당신들이 얻는 게 무언가? 당신이 김 모 교수 본인도 아닐 터인데,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가 도대체 뭔가?

3년 전 내가 도저히 안 되겠어서 ‘더 이상 답하지 않겠다며, 마지막으로 했던 말을 기억하시려는지 모르겠다. 그때 나는, ’모든 걸 시간이 해결해줄 것‘이라고 했다. 나는 이제 어느 정도 그 시기에 이르렀다고 믿었었는데, 결코 그렇지도 않은 모양이다. 아직 그 시간이 조금은 더 필요할지 모르겠다. 내가 서둘 일은 없는 것이다.
그때까지 더욱 건강하시라.

PS.
지금 당신이 다시 끄집어낸, 그 케케묵은 논쟁거리 말고도 <이방인>에 대한 논쟁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시간이 있으시면 들러보시라.
https://www.facebook.com/camus2014y/posts/2116202828666750
#이방인 #알라딘서점 리뷰 #현종 #번역의정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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